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1화. 황후에는 관심 없어요(101/214)
101화. 황후에는 관심 없어요
2024.02.09.
조슈아 에른하르트였다.
“어, 그…….”
로제테는 당황하여 조슈아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루이스가 멈춰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도 더 당황했는지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로제테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보지?”
“아뇨, 그…….”
로제테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조슈아가 춤 신청을 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직 아드리안 공작가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물론, 조슈아가 아드리안가와 친하니 로제테나 이자벨에게 춤 신청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 특히 루이스나 릴리스 공작도 그렇게 생각할지가 의문이었다.
로제테는 시선을 돌려 열심히 다니엘과 이자벨을 찾았다. 두 사람은 망설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로제테는 편한 마음으로 조슈아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로제테가 조금 더 고민한 끝에 조슈아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황자인 조슈아의 춤 신청을 거절할 수 없었으니까.
로제테는 조슈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댄스플로어로 향했다.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잡고, 다른 손은 그의 어깨에 올려 스탠딩 자세를 취했다.
조슈아 또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뭐가?”
“그…….”
로제테가 차마 ‘저랑 춤을 추면 황자님이 곤란해지지 않나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조슈아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이 정도는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거야.”
“정말요?”
“그래.”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조슈아가 자연스럽게 로제테를 리드하며 이어서 설명했다.
“다들 내가 아드리안을 각별히 여기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자벨이 데뷔탕트를 치를 때도 춤을 췄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해. 이자벨하고도 췄는데, 어마마마를 구해 준 너와 춤 한 번 못 출까.”
“그렇군요.”
로제테는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납득했다.
‘이자벨 언니하고도 췄다면 나하고도 출 수 있지.’
오히려 로제테와 춤을 안 추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분명 이해가 가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안심이 되면서도 묘하게 실망스러운 이 기분.
자신은 대체 조슈아가 무슨 말을 해 주길 바랬던 걸까.
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슈아의 눈을 마주 보고 춤을 출 자신이 없어서 발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정수리를 멍하니 내려다보던 조슈아가 한마디 툭 덧붙였다.
“그리고, 뭐. 그대와 한번 춤을 춰 보고 싶기도 했고.”
잠시 그 말을 곱씹어 보던 로제테는 뒤늦게 놀라서 그만 조슈아의 발을 밟고 말았다.
졸업 파티에서 공식적으로 헉슬리와 첫 춤을 추었을 때에도, 두 오빠와 추었을 때에도 하지 않았던 실수였다.
“발을 밟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어.”
“죄송해요. 좀 놀라서…….”
로제테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는 조슈아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왜 놀라지?”
“그냥요, 조금.”
“흠?”
로제테는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의미로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별말은 아닐 거야.’
춤을 추고 싶었다는 말은 보통 진짜로 별말이 아니었다.
물론, 관심이 있는 숙녀에게 춤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 그것보다는 사교 활동의 일환으로 혹은 그냥 춤이라는 유흥을 즐기기 위해 춤 신청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배우자나 약혼자가 있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춤을 추는 것만 봐도 춤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조슈아가 ‘춤을 추고 싶었다’라는 말도 별 의미가 없을 터였다.
그런데 그 말을 하던 조슈아의 목소리에 웃음기나 장난기가 없어서 그런 걸까. 꼭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처럼 들렸다.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놀리지 마세요.”
그제야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들켰나?”
“……네.”
로제테가 계속해서 땅을 보고 대답하자, 조슈아가 그녀의 허리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물었다.
“그런데 왜 아까부터 바닥을 쳐다보며 춤을 추지?”
로제테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럴싸한 변명을 지어냈다.
“발을 밟을까 봐 걱정돼서요.”
“흐음.”
조슈아가 조금 못마땅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하기엔 아까 루카스와 다니엘과 춤을 출 때엔 안 그러던걸.”
“오빠들과 황자님은 다르잖아요. 고귀하신 황자님의 발을 밟을 수는 없죠.”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밟지 않았나.”
“그건…….”
차마 할 변명이 없어 입술만 오물거리는데, 조슈아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내 얼굴을 보나 발을 보나 발을 밟는 것은 똑같다면 얼굴을 보고 추는 게 맞지 않나?”
“네?”
“발을 밟아도 좋으니 내 얼굴을 바라보라는 소리야.”
“하지만…….”
“괜찮아.”
낮게 속삭이는 조슈아의 목소리에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그가 전설 속 세이렌처럼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조슈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황자님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
커다란 책상에 마주 보고 앉거나, 혹은 옆자리에 앉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적은 처음이었다.
반듯한 이마에서 이어지는 매끈한 콧대와 쌍꺼풀이 진하진 않지만 깊이감이 있는 눈, 조금 붉은빛을 띠는 입술까지.
오필리아의 외모를 물려받은 덕분일까. 그는 턱선이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늘 차가운 표정에 가려져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었다.
그런데 서늘하다는 평을 듣는 조슈아의 눈매가 오늘은 부드러웠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윽한 시선에 로제테는 또 한 번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조슈아의 말을 떠올리고는 그의 눈을 맞바로 쳐다보았다.
사실, 춤을 출 때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 게 원래 맞는 예법이기도 했다.
조슈아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 이렇게 마주 보니까 한결 낫네.”
또다시 로제테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가까이 선 조슈아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세게 뛰었다.
로제테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숨기기 위해 춤이 끝날 때까지 숨을 천천히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야만 했다.
* * *
춤이 끝난 뒤, 로제테는 조슈아가 벽에 기대고 서서 와인을 마시는 이자벨에게 춤 신청을 하는 것을 보다가 정원으로 나왔다.
혹시라도 루이스가 춤 신청을 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조용히 삐삐를 소환했다.
“삐삐, 나와 봐.”
[삣!]허공에서 나타난 삐삐가 반갑게 날갯짓했다. 로제테는 손목에 두르고 있던 분홍색 리본을 삐삐의 목에 묶어 주었다.
[삐잇!]삐삐가 자기도 귀족이 된 것 같다며 좋아했다. 로제테가 후후 웃었다.
“리본만 묶어도 귀족이야?”
[삐!]그럼, 그럼! 로제테, 네가 하고 있던 거잖아.
“그럼 다음엔 더 예쁜 리본을 사서 줄게. 이건 너에게 좀 길다.”
[삑!]좋아, 너무 좋아!
흥에 겨운 삐삐가 로제테 주위를 빙빙 날아다니며 애교를 피울 때였다.
“또 여기에 있군.”
잔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슈아가 나타났다.
“아…….”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파티를 피해 정원으로 도망 나와 삐삐와 대화하는 로제테와 그런 그녀를 발견한 조슈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로제테가 그를 보고 놀라서 도망치는 대신 일어나서 반겼다는 점이었다.
“왜 벌써 오세요? 이자벨 언니와 춤을 추시는 게 아니었나요?”
“거절 당했어. 황자를 거절하다니, 정말 이자벨다워.”
“그러게요. 언니다워요. 사실 저는 언니가 거절할 줄은 몰랐지만요.”
“그래서 바람 좀 쐬러 나왔지. 옆에 좀 앉아도 되나?”
“그럼요.”
로제테와 조슈아는 나란히 앉았다. 조슈아는 자신을 보며 삑삑거리는 삐삐의 말을 눈치껏 알아차리고는 실버를 소환했다.
두 패밀리어가 잔디밭을 구르며 노는 동안, 로제테와 조슈아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정말 저랑 춤을 추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드리안가가 황자님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죠?”
“그게 걱정되나?”
“그럼요. 저는 최대한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걸요. 혹시라도…….”
과거처럼 릴리스 후작이 아빠나 다니엘 오빠를 노리면 어떡해요.
방음 마법을 쳐서 밖으로는 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도 로제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뒷말을 삼켰다.
“아까 말했다시피 오늘 그대와 춤췄다는 것만으로 아드리안이 나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아드리안의 수장은 어디까지나 스승님이니까. 스승님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다들 신중하겠지.”
“그렇군요.”
“그리고 어차피 아드리안이 중립을 유지한다고 해도 릴리스 공작은 스승님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 두는 게 낫지.”
“그런가요?”
“그래.”
조슈아는 생각에 잠긴 듯한 로제테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긴 했지.’
오늘 다이아몬드 홀에 들어온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로제테부터 찾았다.
다니엘을 비롯한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을 찾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였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는 분홍 머리의 여인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오늘 로제테는 그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고 눈에 띄었다. 과거, 로제테 댈러스 시절 초라하고 우울한 기색을 보이던 여인하고는 전혀 달라졌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태도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로제테는 사람들 틈에서 조금 수줍어하긴 했지만 주눅 든 기색 없이 당당했다.
유일하게 그녀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조슈아는 그 변화가 굉장히 놀랍고 또한 달가웠다.
과거와 달리 지금 로제테는 정말로 행복한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자 덩달아 루이스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던 자신 또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대체 자신이 왜 이러는 걸까. 로제테가 자기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수시로 시선으로 그녀를 쫓았다. 로제테가 루카스, 다니엘과 춤을 출 때에도 춤추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생각을 갖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냥, 저절로 시선이 따라갔다.
변명처럼 여러 이유를 둘러대긴 했지만, 로제테에게 춤 신청을 한 것도 조금 충동적이기는 했다.
상황을 봐서 한번 춤을 추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로제테에게 춤 신청을 하려는 루이스를 보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루이스에게만은 로제테를 뺏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다른 사람이었어도 춤 신청을 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좀처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없는 자신이 왜 로제테와 관련된 일에서는 다소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걸까.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로제테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전하께서 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아니라니까 다행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황자님께서 말한 변수라는 게 뭔지 이제 알았어요.”
“그래.”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황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일단 안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