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2화. 앞으로 나아갈 때(102/214)
102화. 앞으로 나아갈 때
2024.02.10.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황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일단 안심하세요.”
조슈아가 잠깐 침묵하다가 뒤늦게 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2황자 전하와 저 말이에요.”
로제테가 주위를 한번 살폈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후 재차 말했다.
“황자님께서 말씀하신 변수가 저 맞죠? 2황자 전하와 릴리스 공작이 저를 황자비로 노리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맞아.”
“혹시라도 제가 황후가 되고 싶어서 2황자 전하의 손을 잡을 일은 없다는 소리예요.”
“아아.”
조슈아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테가 조금 더 부연설명을 했다.
“저는 가족들을 지키고,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싶기는 하지만 정치에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긴, 정치에 휘둘리는 것만큼 혼란스러운 것도 없지. 그대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
“뭐,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황후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순간 로제테의 말을 경청하던 조슈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 기를 쓰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여인도 있었지만, 로제테처럼 그 자리를 원치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황후의 자리는 얻는 것만큼 잃을 것도 많았다.
당장 그의 어머니였던 오필리아만 해도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과거에는 독살당했고, 이번에도 여러 위험을 받고 있지 않았나.
그러니 로제테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었으니까.
그걸 알고 있는데도 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로제테가 황후 자리를 원하지 않는 것과, 자신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황후가 되는 게 싫다니? 왜 싫지?”
“그냥요. 특별히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이유를 붙이자면…….”
로제테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발을 달랑거렸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
“과거에 저는 댈러스 후작저에 갇혀 살았잖아요. 그래서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게 이렇게나 좋다는 것을 이번 생에야 깨달았어요.”
조슈아는 가벼운 맞장구도 없이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황후가 되면 황궁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황궁은 물론 댈러스 후작저보다는 넓지만, 그래도 자유가 속박된 것 같아요. 마치 잘 꾸민 새장처럼요.”
무심코 본심을 중얼거리던 로제테가 조슈아의 눈치를 봤다.
“황자님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죠. 죄송해요.”
“아냐, 사과할 필요는 없어. 사실인걸.”
조슈아가 로제테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그녀를 따라 별을 올려다보았다.
“어마마마가 황후궁에서 어떻게 시들어가셨는지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아.”
그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한 번도 그 누구에게 보이지 않았던 진심이었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사람들에게 자신은 물론 오필리아까지 얕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로제테 앞에서는 자신의 모든 진심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이미 공녀에게는 내 밑바닥을 보여 주었군.’
오필리아가 죽었을 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을 과거 로제테 댈러스 앞에서 흘렸다. 그것도 아이처럼 펑펑.
그만큼 구석까지 몰렸다는 뜻이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로제테가 곧 사형 당할 예정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몇 시간 뒤면 죽을 거고, 그의 치부를 기억하지 못 할 테니까.
그러나 로제테는 모든 기억을 가진 채 시간을 되돌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오열하던 것도 기억하고 있겠지.
그런데도 그 사실이 부끄럽다든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미 자신의 밑바닥을 본 그녀에게만큼은 자신의 진심을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어릴 적 기억 속 어마마마께선 지금보다 조금 더 활발하고 유쾌하신 분이셨지. 실제로도 이벨린 왕국에서부터 어마마마를 모셨던 시녀는 어마마마가 꽤 사고뭉치셨다고 하셨어.”
로제테가 믿기지 않다는 투로 물었다.
“황후님께서요?”
“믿기지 않지? 나도 어릴 적 기억이 없다면 믿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어마마마께선 이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하셨지.”
“…….”
“속마음을 숨기고,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행동을 절제하신 거지. 하지만 속으로는 곪으셨을 거야.”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그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
조슈아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확실히 로제테 아드리안은 황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황후가 되기에는 너무나 맑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로제테가 황후가 될 일도 없었다. 루이스와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 됐고, 조슈아 또한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황후가 되기 싫다는 로제테의 말에 감정이 흔들리는 걸까.
“황자님?”
로제테가 말이 없는 그를 보고 물었을 때에야 조슈아는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괜찮으신 것 맞죠? 아니면 제 말이 진짜로 불쾌하셨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진짜로 괜찮아.”
별것 아니라는 듯 중얼거린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들어가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따로 들어가도록 하지.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그대는 조금 나중에 들어오도록 해.”
“네.”
“그럼 가 보지. 실버, 이리 오도록.”
삐삐의 깃털이 젖을 정도로 핥던 실버가 조슈아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제테는 어느새 제 무릎에 앉아 삑삑거리는 삐삐 소리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으으! 저 늑대 때문에 다 젖었어!
몸을 부르르 털며 쫑알거리는 삐삐는 로제테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삣?]“아니, 그냥…….”
로제테가 두 손바닥을 내밀자 삐삐가 그 위로 쫑쫑 올라왔다. 로제테는 삐삐를 들어 올려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삐이?]“내가 황후가 답답해서 싫다고 하니까, 황자님께서 좀……. 뭐랄까, 언짢아하신 느낌이었거든. 아마도 황후님이 생각나셨을 거야. 난 왜 그런 말실수를 한 걸까.”
[삑! 삐이, 삣!]넌 잘못한 거 없어! 그 황자 인간이 너 보고 뭐라 했어? 머리털을 뽑아 주고 올까?
삐삐는 늘 그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심지어 로제테가 잘못했어도 무조건적으로 그녀 편을 들어 주었다.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듬직한 친구.
로제테가 삐삐의 부리에 입을 쪽 맞추며 웃었다.
“루카스 오빠와 달리 황자님 머리카락은 뽑으면 안 돼. 큰일 나.”
[삐이…….]“하지만 위로해 줘서 고마워, 삐삐. 그럼 들어갈까?”
[삣!]로제테는 삐삐를 어깨에 얹고 다이아몬드 홀로 돌아갔다.
별빛이 참 예쁜 밤의 일이었다.
* * *
데뷔탕트 이후 로제테에게는 티타임이나 파티 초대장이 쏟아졌다. 매일 쌓이는 초대장을 보며 곤란해하는 그녀에게 이자벨이 충고했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초대는 잘 보고 수락해야 해. 네가 아드리안인 이상 사교계가 네 행동을 주목할 거야.”
“네에.”
“네 행동이 아드리안을 대표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네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평가하고 심할 경우엔 헐뜯겠지. 그런 것까지 각오해야 해.”
“네. 명심할게요.”
로제테는 그 말을 상기하며 초대장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이름도 있었고,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중에 최대한 릴리스 공작과 친분이 있는 가문은 배제했다.
‘확실히 어릴 때와는 달라.’
어릴 때엔 가족들, 특히 아빠인 아드리안 공작의 품 안에서 편하게 지냈다. 뭘 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아드리안 공작의 말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로제테도 이제 어엿한 가문의 일원으로서 행동할 때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정리해야겠지.’
데뷔탕트 파티에서 루이스와 조슈아를 만나고 온 뒤 많은 생각을 했다. 그중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정리하고, 자신의 노선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황자님을 황태자로 만들어야 해.’
솔직하게 말하면 로제테는 조슈아가 황자가 되든 말든 크게 상관없었다. 그건 그의 일이었지, 그녀의 일이 아니었다.
로제테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아드리안을 무사히 지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드리안을 지키려면 황자님이 무사히 황태자가 되어야 해.’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죽었던 이유는, 그들이 친조슈아파였기 때문이었다. 조슈아를 지탱하는 아드리안이 무너져야지만 루이스 에른하르트가 황태자가 되기 쉬우니까.
그 말은 아드리안을 지키려면 루이스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소리고, 결국엔 조슈아를 황태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황제 폐하는 아직도 황자님을 달갑지 않게 여기시고 계셔.’
릴리스 공작이 단독으로 루이스를 세상에 공개했을까?
아니다. 그건 황제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여전히 그가 조슈아보다는 루이스를 더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고 조슈아가 지금껏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름대로 귀족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일부 귀족과 무역업에 종사하는 대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해적 소탕도 직접 나섰다.
‘실제로 여론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조슈아가 황제의 마음에 든다고 해도 황제는 여전히 그와 루이스를 저울질 할 거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황제 폐하가 릴리스 공녀나 루이스 전하에게서 마음을 뜨게 만들어야 해.’
황제가 루이스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랑이었다.
정치적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릴리스 공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황후에 앉히려고 하고, 루이스를 황태자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사람은 의외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릴리스 공녀를 무너뜨리자.
로제테는 종이 위에 ‘약점 찾기’라는 단어를 끼적였다가 이내 박박 지웠다. 그러고는 흔적조차 없애기 위해 마법으로 불태웠다.
그녀가 과거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죽였던 스무살의 봄이 찾아왔다.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은 여전히 무사했다. 여러 위험이 있긴 했지만 오필리아 황후도 살아 있었다.
로제테와 조슈아가 만든 기적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선 이제 본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 * *
“곧 쉘튼 왕국에서 사절단이 온다는구나.”
아침 식사 시간, 아드리안 공작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사 남매가 모두 관심을 보였다.
“사절단이요?”
“쉘튼 왕국이라면 이벨린 왕국 옆에 있는 왕국이네요. 무슨 일로 사절단이 오나요?”
“이벨린 왕국 옆? 꼬맹아, 너 저기 가 본 적 있어?”
“아뇨, 없어요.”
로제테의 대답에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바로 옆이라는데 안 가 보고 뭐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