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4화. 엘리샤 댈러스의 분노(104/214)
104화. 엘리샤 댈러스의 분노
2024.02.12.
‘아무래도 릴리스 공작가에서 보살핀 모양이야.’
아마도 대외적으로는 릴리스 공녀의 하녀로 들어간 것 같았다.
‘대체 왜 릴리스 공작가에서 엘리샤를 거둔 거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댈러스 후작이 없는 엘리샤는 릴리스 공작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엘리샤가 댈러스 후작의 재능을 물려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마법에 재능이 없었다.
오히려 기사의 길을 걷고 있는 알렉스 쪽이 간단한 마법이라도 쓸 수 있었다.
게다가 릴리스 공작이 엘리샤를 거뒀을 때 얻는 이득보다는 손해가 컸다.
왜 엘리샤가 릴리스 공작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알려진다면 꽤 사정이 복잡해질 터였다.
제일 먼저 아드리안 공작이 당연히 분노할 것이었다.
그를 따르는 귀족들도 언짢은 표시를 낼 것이고, 아이들을 납치한 댈러스 후작에게 분노하던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
그걸 감수하고도 엘리샤를 거둔 이유가 뭘까?
고민 끝에 로제테는 릴리스 공작의 의중이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빠를 견제하려고 하는 거야.’
릴리스 공작은 엘리샤를 이용해서 아드리안 공작을 자극하는 게 목적인 것이었다.
아마도 그동안은 엘리샤를 저택에 꼭꼭 숨겨 두었을 것이다.
그러다 아마도 오늘 로제테가 황후궁에 온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겸사겸사 데려온 모양이다. 로제테를 자극하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면 릴리스 공녀의 속셈대로 움직이는 거야.’
로제테는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엘리샤를 대신하여 릴리스 공녀의 말에 답했다.
“맞아요. 저와 댈러스 후작 영애……, 지금은 그냥 엘리샤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몇 번 티파티에서 만난 적은 있어요.”
“어머.”
릴리스 공녀가 싱긋 웃었다.
“그럼 친하겠네요.”
로제테가 선을 그었다.
“특별히 친분은 없었어요. 어릴 때 몇 번 본 게 전부고, 그 뒤는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인사를 하는 게 어떠니, 엘리샤.”
공녀의 재촉에 엘리샤가 마지못해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아드리안 공녀.”
“네, 그러네요.”
로제테는 엘리샤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엘리샤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그녀의 아비인 댈러스 후작이 로제테에게 한 짓이 있으니까.
‘게다가 시간을 돌리기 전 엘리샤가 나에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굳이 동정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엘리샤가 뭐라고 하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죄송하지만, 릴리스 공녀. 시 낭독회 시간이 거의 다 돼서요.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릴리스 공녀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얼굴로 웃었다.
“이런, 내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뺏었네. 가 보도록 해.”
그녀는 끝까지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마치 로제테가 오고 가는 것도 자기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이네스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었다. 반면 로제테는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며 웃었다.
“네, 릴리스 공녀께서도 이만 가 보셔도 될 것 같아요.”
릴리스 공녀의 웃는 얼굴이 미미하게 굳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고, 이내 그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재밌는 아이구나. 나중에 한번 우리 릴리스저에 놀러 오도록 해요. 그때 엘리샤와 못 나눴던 대화도 많이 나누고.”
“얼마든지요. 그럼 저희는 이만.”
로제테가 다시 한번 인사한 뒤 이네스와 팔짱을 끼며 황후궁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이네스가 분노했다.
“엘리샤면 엘리샤 댈러스 맞죠? 댈러스 후작, 아니, 이젠 후작도 아니지. 아무튼 그 남자의 딸이요.”
“네, 맞아요.”
흥분한 그녀와 달리 로제테가 덤덤하게 답했다.
“어떻게 그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는 거죠? 황제 폐하께서 직접 귀족의 신분을 거두셨는데요! 이건 황실 모독에다가 아드리안을 향한 선전포고라고요.”
“릴리스니까요.”
로제테가 어깨를 으쓱이자 그제야 이네스가 납득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릴리스니까.”
“그것보다 얼른 가요. 황후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로제테는 이네스의 손을 토닥이며 속도를 높였다. 엘리샤 댈러스의 얼굴을 애써 잊으려고 노력하며.
* * *
엘리샤 댈러스는 멀어지는 로제테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어째서 너는 여전히 행복하게 사는 거야?’
7년 만에 다시 본 로제테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누가 보더라도 고위 귀족의 느낌이 났는데, 어릴 적에는 없던 위엄까지 풍겼다.
하루아침에 평민으로 몰락한 엘리샤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엘리샤는 7년 전 일을 회상했다.
그날 그녀는 아무도 만나지 말고 저택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는 댈러스 후작의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방에서 노닥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황실 기사단이 저택에 쳐들어오더니, 댈러스 후작의 집무실를 비롯한 방들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황실 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주인님께서 오실 때까지…….
다급하게 따지는 집사장에게 기사 중 한 명이 황제의 칙서를 들이밀며 말했다.
-댈러스 후작은 지금 아드리안 공녀 및 아동 납치와 불법 실험을 자행한 혐의로 투옥되었다. 당장 증거를 수집하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 있으셨다. 반항하는 자는 즉시 처결해도 상관없으시다고 하셨다.
방에서 몰래 나와 그것을 듣던 엘리샤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 앉고 말았다.
투옥이라니, 황제 폐하의 명이라니.
어른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그녀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기사단이 온 저택을 벌집 쑤시듯이 조사하고 갔다.
-괜찮아, 엘리. 내가 릴리스 공작저로 가 볼게. 릴리스 공작님께서 이 일을 해결해 주실 거야. 아버지께서도 무사히 돌아오실 거고.
오빠인 알렉스 댈러스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평소엔 딱히 믿음직스러운 오빠는 아니었지만, 엘리샤는 그를 믿었다.
그의 말처럼 아버지가 돌아오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다음 날, 댈러스 후작이 감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황제는 댈러스가에서 후작위를 거둬갔다. 알렉스와 엘리샤는 한순간에 평민이 되었다.
그나마 알렉스는 기사 작위라도 받아서 준귀족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사교계에서 당당히 얼굴을 내밀고 다닐 수는 없었다.
완전히 평민이 된 엘리샤는 사교계에 발을 디딜 수조차 없었다.
아동 학대범의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그때 릴리스 공작의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엘리샤를 찾아왔다.
-주군께서 너를 데려오라고 하셨다.
엘리샤는 기뻤다. 릴리스 공작이 데려간다고 했으니 공작저에서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었다. 일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엘리샤의 취급은 하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녀장이나 쓸 법한 독방을 주긴 했지만, 귀족으로 살던 엘리샤의 눈에는 그저 작고 더러웠다.
옷도 최고급 비단 대신 하녀들이 입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옷감을 사용해 만들었다. 당연히 촉감은 전에 입던 것보다 거칠고 좋지 않았다.
식사나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를 찾아온 릴리스 공녀는 항상 강조했다.
-네가 살아 있는 건 다 릴리스가의 자비 덕분이야. 우리가 없었다면 네가 그 시궁창에서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었겠니?
-내가 아버지에게 너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했어. 그러니 너는 내가 구한 거야. 내게 감사하렴.
-네가 고분고분 잘 자라면 나중에 내 하녀로 쓸 거야. 내 사람이 되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 챙겨 주겠니.
공녀는 거의 엘리샤를 세뇌할 기세로 말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몰래 엘리샤에게 귀족들이나 먹을 만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열한 살 엘리샤에겐 그런 릴리스 공녀가 유일한 구원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공녀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몇 주 전, 릴리스 공녀가 엘리샤를 찾아왔다.
-너도 이제 성년이지.
-네, 공녀님.
-그럼 이제 내 하녀로 쓸 수 있겠어. 앞으로 아침마다 잘 차려입고 내 방으로 오렴.
그날부터 릴리스 저택에서 엘리샤의 대우가 조금씩 달라졌다. 그녀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던 고용인들이 그녀를 조심히 대했고, 옷도 전에 입던 것보다 더 질 좋은 옷감을 사용했다.
엘리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어 준 릴리스 공녀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며칠 전, 공녀가 속삭였다.
-너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밉지는 않니?
-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요?
-그래. 아드리안가 사람들 말이야.
그녀가 매혹적인 붉은 입술로 웃었다.
-애초에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네가 이렇게 될 일도 없었잖니. 안 그래?
-아드리안이 없었다면…….
-아드리안이 그 평민 공녀를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네 아비가 그 아이를 납치해서 일을 벌이지도 않았겠지. 안 그러니?
고민하던 엘리샤는 오래전에 보았던 로제테 아드리안을 떠올리고는 이를 갈았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아드리안 공녀, 걔만 없었어도…….
-그런데 그 아드리안 공녀가 조만간 돌아온다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돌아와요?
-그래.
릴리스 공녀가 엘리샤의 뺨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악마처럼 속삭였다.
-그 아이에게도 네가 맛본 지옥을 보여 주고 싶지 않니?
-보여 주고 싶어요.
-그럼 내 말을 들으면 돼. 늘 그랬듯이.
엘리샤가 로제테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는데, 릴리스 공녀가 속삭였다.
“화가 나지 않니?”
“…….”
“너를 그렇게 만든 저 아이는 공녀로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데, 질투나지 않아?”
엘리샤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해 주는 릴리스 공녀의 말에 엘리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질투나요.”
“그럼 내 말을 따르렴.”
“네, 공녀님.”
“일단 가자꾸나. 네가 해야 할 일은 추후 말해 주겠어.”
릴리스 공녀는 잔뜩 굳은 엘리샤의 얼굴을 보며 씨익 웃었다.
‘멍청한 것.’
루이스는 로제테 아드리안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제테를 유혹해서 결혼한 뒤 아드리안이 자신을 지지하도록 만들겠다는 게 그의 궁극적인 계획이었다.
릴리스 공녀도 내심 그의 계획을 지지했다. 조금 전, 로제테 아드리안을 실제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애는 절대로 루이스의 짝이 될 수 없어.’
로제테 아드리안은 완벽한 아드리안이었다.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만 봐도 그랬다
그런 그녀가 루이스의 짝이 될 일도 없었고,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였다.
그럴 바엔 애초에 다른 가능성을 짓밟아 버리는 게 좋았다
‘조슈아, 그놈에게 가게 놔둘 수는 없지. 그럴 바엔 차라리 미리 싹을 잘라 두는 게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