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5화. 쉘튼 왕국의 사절단(105/214)
105화. 쉘튼 왕국의 사절단
2024.02.13.
‘조슈아, 그놈에게 가게 놔둘 수는 없지. 그럴 바엔 차라리 미리 싹을 잘라 두는 게 나아.’
만약 로제테가 조슈아와 결혼하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파진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나마 중립을 유지하던 아드리안가는 대놓고 조슈아를 지지할 테고, 그를 따르는 귀족가도 조슈아를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렇다고 로제테의 목숨을 노리기도 쉽지 않았다. 아둔한 오필리아와 달리 그녀는 제 한몸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아드리안이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
아드리안을 건드리지 않고 로제테만 처리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골치 아픈 아드리안을 모두 처리하는 게 낫지.’
다시 한번 웃은 릴리스 공녀는 엘리샤를 데리고 황궁을 빠져나왔다.
* * *
로제테는 시 낭독회 동안 엘리샤를 생각하느라 낭독회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상념을 눈치챘는지, 낭독회가 끝난 뒤 오필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낭독회가 재미없었니?”
“아뇨!”
로제테가 재빨리 부정했다.
“좋았어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생각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던데…….”
“사실, 조금 생각할 일이 있어서요. 죄송해요, 황후님. 기껏 초대해 주셨는데.”
“나에게 미안할 게 뭐가 있니. 그나저나 네 마음을 어지럽히는 게 얼른 없어지면 좋을 텐데. 혹시 언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얘기하렴.”
“네, 알겠어요. 사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빙긋 웃은 로제테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러고 보니 황자님께선 오늘 안 보이시네요.”
조슈아는 로제테가 황후궁에 올 때마다 마중 나와 에스코트를 해 주고는 했었다.
이번에도 로제테는 내심 그가 에스코트를 해 주는 게 아닐까, 하고 기대했지만 조슈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조슈아 말이니?”
오필리아가 자못 진지한 로제테의 얼굴을 보며 풋, 하고 웃었다.
“그 아이가 없어서 아쉽니?”
“아뇨!”
로제테가 이번에도 얼른 부정했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그리고, 실버도 보고 싶었고요.”
“아하, 그렇구나.”
로제테는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미소 짓는 오필리아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조슈아는 다시 해적을 소탕하러 갔단다.”
“해적이요?”
“그래. 네 덕분에 해적의 본거지를 알아냈거든.”
로제테가 제국으로 돌아올 때 잡았던 해적은 소위 해적왕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오른팔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
조슈아가 그를 심문할 거라는 소리까지는 들었는데, 그새 본거지를 알아낸 모양이다.
“하지만 곧 있으면 쉘튼 왕국에서 사절단이 오는데요? 황자님께서 안 계신다면…….”
“나도 그래서 말렸는데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 뭐니. 시간을 끌 수도 없어서 빨리 가야 한다고 했어.”
로제테는 아쉬움에 작게 중얼거렸다.
“저는 황자님께서 출항하셨는지도 몰랐어요.”
가기 전에 실버를 보내 알려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물론 조슈아가 그녀에게 말할 의무는 없었지만, 괜히 섭섭했다.
‘아냐,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닌데 황자님이 뭐 하러 알려 주겠어. 이게 당연한 거야.’
로제테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이번에 확실히 우두머리까지 처리하고 오면 황자님의 입지가 많이 올라가겠네요.”
“그래, 그렇겠지.”
조슈아가 직접 나서서 해적 소탕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루이스에 비해 약한 지지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많은 귀족이 루이스를 지지했다. 특히 고위 귀족들이 그랬다.
그래서 조슈아는 그들을 포섭하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무역을 주로 하는 귀족이나, 상인들을 포섭하기로 한 것이었다.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제국의 경제에 이바지하는 거상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황제도 조슈아를 무시하지 못할 터였다.
분명 기쁜 일인데도 오필리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속마음을 조금 내비쳤다.
“내가 무능해서 그 아이에게 많은 짐을 주는구나. 내가 조금 더 이곳에서 기반을 다졌더라면…….”
무심코 중얼거리던 오필리아가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내가 별 얘기를 다 하는구나. 잊어버리렴.”
“네.”
로제테는 적당히 오필리아와 대화를 마무리 짓고 이네스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
* * *
“꼬맹아, 무슨 일 있어? 황후궁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저녁 시간, 멍하니 엘리샤의 얼굴을 떠올려 보던 로제테에게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개를 든 로제테는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이네스 리베라도 걱정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뇨, 별일 없었어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요.”
루카스가 로제테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단순히 피곤한 얼굴이 아닌데?”
로제테가 손바닥으로 루카스의 뺨을 쭉 밀었다.
“아야야, 꼬맹이가 오빠 친다! 다 컸다고 기어오른다!”
로제테는 루카스의 호들갑에 피식 웃었다. 그제야 루카스도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이제야 웃네. 너 조금 전에 엄청 우울해 보였어. 누가 보면 초상난 줄 알겠다.”
로제테가 얼굴을 매만졌다.
“아무튼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부정한 뒤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하려고 했지만 로제테는 여전히 엘리샤 댈러스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다.
결국 로제테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집무실로 향하는 아드리안 공작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저, 아빠.”
그녀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던 공작이 얼른 뒤로 돌았다. 그도 저녁 내내 묘하게 풀이 죽어 있는 막내딸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무슨 일이니, 로즈.”
“사실 말씀드릴 게 있어요.”
“말해 보렴.”
로제테가 아무도 없는 복도를 괜히 두리번거렸다.
“여기서 말씀드릴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내 집무실에서 하자꾸나.”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과 마주 보고 앉았다. 차를 마시겠냐는 공작의 제안도 거절하고 조심스럽게 서론을 꺼냈다.
“사실 오늘 릴리스 공녀를 만났어요. 황궁에서요.”
아드리안 공작이 아주 미미하게 굳었다.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니?”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다만…….”
로제테가 목소리를 낮췄다.
“릴리스 공녀가 엘리샤를 데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녀로요.”
“엘리샤라면……?”
“맞아요. 엘리샤 댈러스요.”
이번엔 아드리안 공작의 표정이 확실하게 변했다. 분노한 그가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다.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 손잡이에 금이 갔다.
“엘리샤 댈러스를 데리고 있다라. 역시 그런 거였나.”
작게 중얼거린 그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지?”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면 당장에라도 릴리스 공작가에 쳐들어가서 항의라도 할 기세였다.
“계속 말씀드렸지만 별일은 없었어요. 그저 아버지도 아셔야 할 일 같아서 말씀 드리는 거예요.”
로제테는 엘리샤와 헤어진 뒤 그동안 그녀가 어떻게 지낸 것인지 대충 추측해 보았다.
‘일부러 꼭꼭 숨겨 키웠을 거야.’
그 일이 있을 당시 엘리샤는 고작 열한 살이었다.
그녀와 릴리스 공녀는 엄마 자식뻘이니 교류가 없었을 테고, 릴리스 공작저의 사람들은 엘리샤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테다.
그렇게 조용히 데리고 있다가 로제테에게 보란 듯이 선보인 것이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래서 아드리안 공작에게도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래, 잘 말했다, 로즈.”
“네.”
“이 아비가 다 해결할 테니 너는 신경 쓰지 말거라.”
늘 고분고분하게 공작의 말을 따랐던 로제테가 이번에는 반발했다.
“아뇨. 저도 신경 쓸 거예요.”
“……?”
“저도 성인이에요. 아드리안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어요. 게다가 댈러스가의 일은 저와도 관련된 일이에요. 그러니 제게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 주세요.”
“로즈.”
“아버지와 언니, 오빠의 보살핌 속에서 사는 건 물론 좋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어요.”
이번엔 내가 지켜 주기로 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왔으니까.
모든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내 진심만은 아빠가 알아주었으면 해요.
로제테는 말없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한동안 조용히 그녀를 보던 공작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많이 컸구나, 우리 딸.”
그가 기쁜 건지, 슬픈 것인지 모를 얼굴로 미소 지었다.
“내가 널 만난 지도 어느새 12년이 되었구나. 처음 봤을 때 너는 무척 작고 여렸지. 하지만 제인을 지키려는 그 마음만은 강인했어.”
“…….”
“여전히 너는 강인하구나. 더 이상 우리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 기쁜 일인데 조금 섭섭하기도 하단다. 네가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으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고.”
“아빠…….”
아드리안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로제테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말 잘 알았단다. 무슨 일이 있다면 네게도 꼭 말하마. 대신 로즈, 너도 아빠에게 약속해다오. 너도 아빠를 믿고 따르기로 말이다.”
“네, 아빠.”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로제테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보호가 필요 없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호받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 * *
로제테는 엘리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쉘튼 왕국에서 오는 사절단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일단 와이드 부인과 함께 쉘튼 왕국의 전통 옷을 접목한 새 드레스를 만들었다. 또 쉘튼 왕국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문화와 간단한 인사말을 익혔다.
그 와중에 조슈아가 해적왕을 완전히 소탕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정말 다행이야. 이대로 돌아온다면 사절단을 맞이하는 파티에도 올 수 있겠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 사절단이 오는 날이 되었다.
로제테는 사절단을 환영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황궁으로 향했다.
“오, 로제테. 역시 너도 왔네?”
황궁의 한 홀에 들어가자 안토니 헉슬리가 그녀를 반겼다. 데뷔탕트 파티 이후 처음 만나는 거였다.
로제테가 일부러 농담을 건넸다.
“응, 나야 당연히 왔지. 그러는 너는 어쩐 일이야? 나는 네가 올 줄은 전혀 몰랐는데.”
“이래 봬도 내가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 졸업생이잖아. 당연히 와야지. 그런데 그 표정은 뭐야? 내 실력을 못 믿는 것 같은데?”
“당연하지.”
로제테가 일부러 새침하게 말하자 안토니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
“그걸 이제 알았어?”
로제테가 작게 소리 내어 웃자 안토니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같은 환영단 사람들과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시종이 쉘튼 왕국의 사절단이 왔다고 알렸다.
로제테는 몸을 바르게 세우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절단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어? 저 사람은……?’
쉘튼 왕국의 사절단 속에서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