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7화. 조슈아의 분노(107/214)
107화. 조슈아의 분노
2024.02.15.
‘내 방식대로’가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 물어야 할 질문이 있었다.
“잠깐만, 미하엘.”
로제테가 여전히 그에게 잡힌 손을 조심스럽게 뺐다.
“솔직히 말하면 많이 당황스러워.”
“응, 네 입장은 이해해.”
“아니, 전혀 이해 못 한 것 같은데…….”
로제테가 앓는 소리를 냈다.
“7년 만에 만나서 하는 소리가 청혼이라니. 좀 많이 이상하지 않아?”
“이상한가?”
“응, 이상해.”
로제테가 횡설수설 중얼거렸다.
“게다가 우리는 딱히…….”
거기까지 말했을 때 미하엘의 고운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로제테는 뒷말을 잇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미하엘에게 청혼을 받을 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두 사람은 7년 전에 몇 번 만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로제테는 미하엘을 댈러스 후작가에서 빼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른 사람에게 마법을 배우라고 설득한 게 다였다.
‘물론, 미하엘은 그런 날 친구처럼 여기긴 했지.’
굳이 따지고 보자면 친구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두 사람 사이에선 그 이상의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설령 두 사람에게 친구 이상의 기류가 오고 갔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건 그저 사춘기도 오지 않은 아이들의 소꿉장난이었을 테니까.
생사를 함께 했다는 전우애에 불탈 수는 있겠지만…….
로제테가 미하엘과 함께한 시간은 한 달 남짓이었다. 그런데 고작 그 기억으로 여기까지 찾아와서 다짜고짜 청혼이라니.
미하엘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역시 장난인 것 같아.’
로제테는 그렇게 결론 짓고 픽 웃었다.
“알았으니까 일단 들어가자.”
“지금 내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어? 어, 뭐…….”
“장난 아닌데. 어떻게 하면 내 진심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네 앞에서 한 쪽 무릎이라도 꿇고 반지를 내밀어야 할까?”
“으응?”
“역시 그랬어야 했나 봐.”
로제테는 진짜로 제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고 하는 미하엘의 손을 잡았다.
“뭐 하는 거야. 그럴 필요 없어. 알겠으니까 일어나.”
로제테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종의 눈치를 살피며 미하엘의 팔을 찰싹 때렸다.
“아무튼 들어가자. 이쯤 되면 다들 우리가 사라진 것을 알 거야.”
“그래, 그러자.”
로제테는 빙긋 웃는 미하엘과 조금 떨어져서 홀 안으로 돌아갔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한 채였다.
* * *
로제테는 멍하니 사절단 환영식이 열리는 홀 안을 바라보았다. 문제의 미하엘은 저 멀리서 쉘튼 왕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혼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단어였다.
그 후로도 미하엘은 틈만 나면 로제테에게 낯간지러운 말을 속삭였다. 원래 예쁜 것은 알았지만 더 예뻐졌다는 둥, 화내는 모습도 귀엽다는 둥.
그래서 로제테는 파티 내내 미하엘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로제테가 한숨을 푹 쉬는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이라도 있나?”
조슈아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사절단과 대화하던 그가 어느새 그녀 옆에 와 있었다.
“아, 황자님.”
조슈아의 옆에는 실버가 있었다. 로제테의 심란한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실버는 그녀를 보자마자 복슬복슬한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누가 보면 늑대가 아니라 대형견이라고 할 판이었다.
“실버도 안녕.”
[컹!]로제테의 옆에 바짝 다가와 붙은 실버가 꼬리로 로제테의 신발을 톡 두드렸다. 꼬리가 발목을 건드리려고 하자 조슈아가 엄히 말했다.
“실버.”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은빛 늑대는 화들짝 놀라 꼬리를 말았다.
“저는 괜찮은데…….”
“자꾸 받아 주면 버릇 나빠진다.”
“패밀리어가 무슨 버릇이 나빠진다고 그래요?”
로제테가 투덜거리자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살짝 피부가 그을린 조슈아가 픽 웃었다.
“그것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심각하지?”
“아뇨, 그냥 조금…….”
“아까부터 저 남자만 보고 있던데. 미하엘 르쉐르라고 했나. 혹시 관심 있는 건가?”
“아뇨!”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요.”
“생각할 거?”
“황자님, 전에 댈러스 후작이 데려왔다는 아이 기억하나요?”
“당연히 기억하지.”
당시 조슈아는 미하엘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예전에 로제테가 찾아달라며 이름과 이목구비를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가 그것을 기억했는지 혹시, 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르쉐르 후작이 그때 그 아이인가?”
“맞아요. 그때 무사히 탈출해서 쉘튼 왕국으로 돌아갔대요.”
“혼자?”
“무역선을 타고 갔다고 하던데요.”
“무역선이라…….”
미하엘을 주시하며 턱을 쓸던 조슈아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하던가?”
“그…….”
차마 미하엘이 청혼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어서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좋다는 말은 했어요.”
“흐음.”
조슈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로제테의 얼굴을 살폈다. 어설픈 그녀의 거짓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치지.”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변명하려던 로제테는 생각을 바꿔 화제를 전환했다.
“소식 들었어요. 해적을 모두 소탕하고 오셨다면서요? 대단해요.”
“그대 덕분이지.”
조슈아가 담백하게 말했다.
“그대가 지난번 그 해적을 잡아 둔 덕분에 본거지를 찾을 수 있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할 일이야.”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저는 그냥 귀국에 방해되는 해적을 처리했을 뿐이고, 뒤처리는 모두 황자님이 하신 걸요. 본거지를 찾아낸 것도 황자님이고…….”
“그래도 그대가 없었다면 시간이 좀 더 걸렸을 거야.”
로제테가 멋쩍게 웃었다.
“아무튼 다행이에요. 이번 일 덕분에 지지 세력이 꽤 늘었다고 들었어요.”
“아직은 부족해. 민심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고위 귀족과 폐하의 마음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거든.”
“그렇군요.”
로제테는 조금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괜히 구두코로 실버의 꼬리를 톡톡 두드리자, 기회를 잡은 실버가 꼬리로 그녀의 발목을 감쌌다.
그런 그녀에게 조슈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당분간 다시 원정을 나갈지도 몰라.”
“원정이요? 하지만 해적은 다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번엔 바다가 아니라 북부로 갈 것 같아.”
“북부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아침 식사 시간에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것도 같았다.
“마물이 출몰했다고 듣기는 했어요. 그것 때문인가요?”
이 세계는 어디서 온지조차 알 수 없는 마물이 있었다. 로제테는 책에서 마물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생김새가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지난 몇 십년 동안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로제테의 증조 할아버지이자 당시 아드리안 공작이 황실 기사단과 함께 대대적인 마물 토벌에 나섰다.
그때 곳곳에 숨어 있는 마물까지 싹 다 토벌한 덕분에 제국은 지금까지 평화로웠다.
제국민들은 다들 마물이 나타나지 못할 거라고 여겼으나, 최근 북부의 산에서 마물로 추측되는 괴물들이 민가를 덮쳤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마물이 맞는 건가요? 마물은 이미 다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일단 가서 확인하려고 하는 거다. 일단 보고가 올라온 것만 봐선 마물의 짓인지 짐승의 짓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렇군요.”
“아마 북부의 아드리안도 지원을 나갈 테지.”
“안 그래도 다니엘 오빠가 후계자로서 직접 토벌을 가겠다고 아빠에게 말했어요. 아빠는 말렸지만, 다니엘 오빠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못 꺾으시겠지.”
조슈아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런데 왜 황자님께서 직접 가시려고 하나요? 폐하께서 명령하신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하지만 마물을 판단하려면 마법사가 가야 하는데, 제 한 몸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검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제국에 워낙 귀해서.”
“찾으면 있을 거예요. 그 위험한 곳에 황자님께서 직접 가실 필요가 있을까요?”
“당연히 있지.”
조슈아가 이번엔 제국의 환영단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지지 세력이 부족해. 내가 루이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폐하께서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그렇군요.”
잠시 생각하던 로제테가 번뜩 고개를 들었다.
“검을 쓰는 마법사라면 저도…….”
“안 돼.”
조슈아가 다 듣기도 전에 딱 잘라 말했다.
“왜요?”
“그대는 참 겁도 없군. 그곳이 어디라고 가려고 하지?”
“하지만 아드리안과 황자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안 된다고 했어.”
조슈아가 엄하게 말했다. 로제테는 물론이고 그녀에게 장난을 치던 실버마저 몸을 움츠렸다.
“그대의 마법 실력이 제국 최고라는 것을 알고 있어. 나는 남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대의 업적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런데요?”
“하지만 이건 달라. 현재 마물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는 자는 많지 않아. 꽤 힘든 토벌이 될 거란 소리지. 최악의 경우 그대가 잘못될 수 있다.”
조슈아가 조금 빨라진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했다.
“혹시가 그대가 잘못된다면 아드리안은 누가 지키나?”
“그건 그렇지만…….”
“게다가 애초에 스승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저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정 그렇다면…….”
조슈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중얼거렸다.
“내가 출정할 때 손수건을 만들어 주든지.”
“손수건이요?”
“그래. 무사 귀환을 비는 손수건 말이다.”
“그거면 되나요?”
조슈아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럼.”
“하지만 제 자수 실력은 엉망이에요.”
“알고 있어. 다니엘이 말해 주었거든.”
로제테의 뺨이 빨개졌다.
“오빠가 별걸 다 말했네요. 아무튼 당연히 손수건은 만들어 드릴…….”
그때, 나른한 목소리가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기서 뭐 해, 로즈?”
미하엘 르쉐르였다.
그의 질문에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조슈아였다.
“‘로즈’?”
그의 고운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르쉐르 후작이 언제부터 공녀의 애칭을 부를 정도로 친해진 거지?”
로제테의 옆에 바짝 붙은 미하엘이 거만하게 웃었다.
“전하께선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꽤 각별한 사이랍니다.”
“각별?”
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제테는 조슈아에게 이 상황을 꼭 해명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니에요. 제가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도 미하엘이 자꾸만 멋대로…….”
그런데 그녀의 해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조슈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물었기 때문이다.
“공녀야말로 르쉐르 후작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