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9화. 마물 토벌(109/214)
109화. 마물 토벌
2024.02.17.
그 후로도 미하엘은 매일 밤 페리토를 보내 허튼소리를 늘어놓았다.
얼굴이 보고 싶다는 둥, 지금 나오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말하기에, 로제테는 ‘자꾸 그러면 페리토를 못 들어오게 할 거야.’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미하엘은 그 뒤로 조금 자제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로제테는 쉘튼 왕국의 사절단들과 지내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조슈아에게 줄 손수건을 만들었다.
단순히 수만 놓는 게 아니라, 직접 천을 골라 손수건을 만든 뒤 그의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황실의 문양을 수놓고 싶었지만, 황금 왕관을 쓴 사자 문양은 그녀 실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정성이 중요한 거야. 그렇지, 삐삐?”
[……삐? 삐, 삣!]삐삐의 대답이 조금 느렸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덧 출정 준비가 끝난 조슈아가 북부로 가는 날이 왔다. 다니엘도 그를 따라 북부로 가게 되었다.
로제테는 가족 그리고 이네스와 함께 황궁으로 가서 출정식을 지켜보았다.
“언니, 오빠는 무사히 잘 다녀오겠죠?”
“당연하지.”
이자벨이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답했다.
“소드 마스터인 다니엘 오빠가 무사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기사단이 전멸했다는 소리야.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
“그렇겠죠?”
이네스가 애써 웃으며 로제테를 달랬다.
“그럼요. 게다가 다니엘은 최전방에는 안 나갈 테니, 위험할 일도 적어요.”
“그렇군요.”
로제테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다니엘의 안위도 안위였지만, 궁금한 사람이 또 있었다.
‘황자님도 괜찮으시겠지?’
웬만한 기사 못지않게 검을 쓰긴 했지만, 조슈아는 마법사였다. 마법사는 최후방에서 대규모 마법을 쓰는 데다가 황자이기까지 하니 조슈아야 말로 위험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실버도 있으니까.’
로제테는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출정식을 지켜보았다.
황제가 직접 나와 기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며 배지를 꽂아 주는 것으로 출정식이 끝났다.
로제테는 조슈아의 것을 만들며 같이 만들었던 손수건을 들고 다니엘에게 향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조금 전까지 의연하게 출정식을 지켜보던 이네스가 눈물을 보이며 그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잘 다녀와요.”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애틋하게 손수건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며 로제테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녀가 아카데미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의 최우선 순위는 그녀였다. 다니엘도 그 누구보다 막냇동생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다니엘에겐 목숨보다도 소중한 약혼녀가 생겼다. 그가 이네스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으면 로제테의 순위는 점점 더 밀려날 것이었다.
다니엘뿐만이 아니다. 이자벨도, 루카스도 각자의 가정을 꾸린다면 사 남매는 전과는 다른 관계가 될 것이다.
서로를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기기는 하겠지만 최우선 순위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조금은 섭섭한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로제테는 그런 마음을 떨쳐 내기로 했다. 어찌 됐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드리안의 막내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런데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루카스가 그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괜찮아, 꼬맹아. 형은 그래도 널 많이 아끼니까.”
“으응, 알아요. 그냥…….”
“게다가 나는…….”
[컹!]루카스의 말을 끊고 저 멀리서 달려온 실버가 로제테에게 달려들었다. 루카스가 기겁하며 말리려고 했지만, 그 전에 실버가 앞발을 들고 일어나 로제테에게 매달렸다.
“실버!”
실버가 로제테의 뺨을 정신없이 핥았다. 로제테가 까르르 웃으며 실버의 등을 쓸어 주는데, 어느새 다가온 조슈아가 실버를 나무랐다.
“실버, 그만.”
실버는 낑낑거렸지만, 매서운 조슈아의 눈빛을 보고 로제테에게서 떨어졌다.
조슈아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너만 보면 저러는지.”
실버가 억울하다는 듯 다시 낑낑거렸다. 조슈아는 실버 쪽에 시선을 주지 않고 로제테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로제테가 영문을 알 수 없어 눈만 깜빡이자 그가 물었다.
“내게 줄 건 없나?”
“줄 거……? 아!”
로제테가 서둘러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건넸다. 분명 아침에 조앤이 열심히 다림질을 해 주었는데도 손수건은 어째 조금 꼬질꼬질했다. 밝은 햇빛 아래서 보니 더 볼품없어 보였다.
“그…….”
로제테가 민망해져서 뻗었던 손을 거뒀다.
“황자님께 드릴 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초라해 보여요.”
“그걸 왜 그대가 판단하지?”
조슈아가 로제테가 손수건을 도로 가방에 넣기 전에 재빨리 손수건을 가져갔다. 로제테가 당황해서 다시 뺏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조슈아가 손을 번쩍 드는 바람에 뺏을 수가 없었다.
“돌려주세요.”
“나에게 주려고 만들었으니 내 거가 아닌가?”
“황자님에게 주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그럼 이 이니셜은 뭐지?”
“그건……!”
로제테가 차마 변명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손수건을 살펴본 조슈아가 핏 웃었다.
“확실히 내가 본 손수건 중에서 가장 단순하기는 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돌려주세요.”
“마음에 들지 않다고 누가 그랬지?”
“네?”
조슈아가 혼란스러워하는 로제테를 보다가 손수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분명 그의 입술에 닿은 것은 손수건이었는데, 로제테는 꼭 손등에 키스를 받은 것 같이 부끄러워졌다.
“손수건은 고마워, 공녀. 잘 간직하도록 하지.”
로제테는 조슈아가 품 속에 손수건을 넣는 것을 보며 작게 웅얼거렸다.
“모양은 그래 보여도,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들었어요. 황자님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면서요. 그러니까…….”
별것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로제테는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왠지 낯간지러워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니 무사히 돌아오세요.”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조슈아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옆얼굴로 흘러내린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돌아 걱정 어린 얼굴을 하고 있는 오필리아에게 향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로제테는 다니엘에게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루카스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찔리는 느낌이었다.
“왜, 왜 그렇게 봐?”
“꼬맹이, 너 설마…….”
“응?”
“아냐, 아무것도.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어.”
루카스가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중얼거리며 다니엘에게 다가갔다.
로제테는 어느새 이네스와 인사를 마친 다니엘에게 마찬가지로 꼬질꼬질해 보이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다니엘은 그것을 아주 기쁜 얼굴로 받아들였다. 그 모습에 조금 섭섭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오빠, 조심히 다녀와요.”
“알겠어, 로즈. 조심히 다녀올게.”
그 뒤에는 조심히 지켜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자신이 아끼던 검을 다니엘에게 건네며 그의 무운을 빌어 주었다.
그렇게 다니엘과 조슈아가 떠나는 것까지 본 로제테는 가족들과 함께 황성에 나서려고 했다.
“로즈.”
그런 그녀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미하엘이 나타났다.
쉘튼 왕국의 사절단은 현재 황궁에서 머물고 있었다. 아마 그는 로제테가 오늘 올 거라고 예상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야 겨우 얼굴을 보네.”
그가 어쩐지 조금 신이 난듯한 얼굴로 웃었다. 로제테가 가족들에게 먼저 가라고 눈짓하자 그들은 조앤만 남기고 떠나갔다.
“그러게.”
“왜 나 만나러 오지 않았어? 황궁에 오면 날 만날 수 있었는데.”
“조금 바빴어. 그리고…….”
네가 계속 페리토를 보내서 이야기는 나눴잖아.
로제테는 조앤의 눈치를 보며 그 말을 삼켰다. 그런데도 용케 알아들었는지 미하엘이 다시 싱긋 웃었다.
“그건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즐거워 보여?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좋은 일? 아아, 있지. 좋은 일.”
미하엘이 기사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골치 아픈 것을 처리했거든.”
“골치 아픈 것? 뭔데?”
“이런저런 것? 넌 몰라도 돼.”
로제테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가족들이 기다려. 얼른 가야 해. 다음에 또 봐.”
“그래, 오늘은 이만 가.”
로제테는 미하엘에게 인사한 뒤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마차로 향했다.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미하엘이 씩 웃었다.
“앞으로 더 즐거울 일들이 펼쳐질 테니까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해, 나의 로즈.”
* * *
“곧 있으면 황후 전하의 탄신일이네요.”
저녁 식사 시간, 이자벨이 문득 말했다. 오늘도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된 이네스가 맞장구쳤다.
“그러네요. 이번에도 황후 전하께선 파티를 하지 않으신다고 하시던가요?”
원래 황후의 탄신일에는 성대한 파티가 열려야 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시끌벅적한 게 싫다며 파티를 한사코 거절했다.
대신 주요 가문의 사람들을 모아 티타임을 가졌다.
“아마도 올해도 티파티로 대신하실 것 같아.”
작게 중얼거리던 이자벨이 로제테를 흘끔거렸다.
“로즈, 올해는 네가 가도록 하렴.”
삐삐와 장난을 치던 로제테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저요?”
“그래. 그동안은 내가 가는데, 이젠 네가 가도 될 것 같아.”
평소에도 바지를 주로 입고 다니는 이자벨은 풍성한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자리를 불편해했다.
어쩌면 그녀가 진짜 불편해하는 것은 자신을 놓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일 테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로제테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왕이면 황후 전하께 드릴 선물도 네가 직접 골라 보렴. 전하께서 아주 좋아하실 만한 것으로.”
“그건……. 제가요?”
로제테는 그것만은 자신이 없었다.
“언니. 언니도 아시다시피 저는 그동안 제국 사교계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황후 전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물을 고르겠어요?”
“그러니 꼬맹이 네가 고르는 게 좋지 않아?”
루카스가 이자벨 대신 설명했다.
“너는 이벨린 왕국에서 7년이나 살다 왔잖아. 이벨린 왕국의 풍습도 잘 알 테고. 전하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 만한 선물을 잘 고를 수 있지 않겠어?”
하긴 그러고 보니 오필리아는 이벨린 왕국풍의 드레스를 입은 로제테를 보고 감회에 젖기도 했었다.
‘황후님께서는 딱히 값비싼 선물보다는 정성 어린 선물을 좋아하시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제가 한번 해 볼게요.”
황후의 탄신일까지 남은 시간은 3주. 그때까지 적당한 선물을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