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0화. 긴장감이 맴도는 티파티(110/214)
110화. 긴장감이 맴도는 티파티
2024.02.18.
“생각이 안 나.”
이런저런 선물 후보를 추리던 로제테는 테이블에 털썩 엎드렸다. 그녀 옆에서 쫑알대던 삐삐가 일어나라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얏, 삐삐. 그만해.”
[삐잇!]정신 차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 말이야!
삐삐의 재촉에 로제테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에 만족한 듯 삐삐가 비스킷 가루를 쪼아먹었다.
[삣, 삣.]기분이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제테의 눈에 이체가 돌았다.
“맞아, 그게 있었지.”
[삣?]“그거 알아, 삐삐? 때로는 따뜻한 치킨 수프 한 그릇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법이야.”
[삐잇?]삐삐는 대체 그게 무슨 괴상한 소리냐며 의문을 표했지만, 로제테는 굴하지 않고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가씨?”
로제테는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주방장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케이크 하나만 만들어 줄 수 있어?”
“케이크요? 당연하죠. 아가씨께서 드실 거라면 언제든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답니다! 어떤 케이크를 원하시나요?”
“사실 내가 먹을 건 아니야.”
로제테가 주위를 살피다가 주방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황후님에게 드릴 거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주방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화, 황후 전…….”
“쉿.”
로제테가 재빨리 바람 소리를 내자 주방장이 입을 다물었다. 잠시 눈만 도르륵 굴리던 그가 자신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가씨, 저는 제국의 그 어떤 주방장보다 디저트를 잘 만든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황궁의 전문 파티시에와 비교한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케이크야 만들 수 있지만, 황…… 아니, 그분께 드리기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로제테가 어깨를 으쓱이며 확언했다.
“괜찮아. 그분께선 아마도 좋아하실 거야.”
“아마도, 라뇨.”
“실은 말이야, 그분께 고향의 추억을 찾아드리고 싶었어.”
“고향의 추억이라면…….”
“응. 이벨린 왕국의 디저트를 만들어 볼까 해.”
“이벨린 왕국의 디저트요?”
주방장은 표정관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실패했다. 그가 결국 미간을 미묘하게 찌푸렸다.
‘그럴 만도 하지.’
에른하르트 제국은 다양한 디저트가 많이 발달해 있었다.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꾸며 보는 맛도 있었다.
반면 이벨린 왕국은 디저트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있는 디저트도 투박하다는 평을 받았다.
두 나라가 사이가 좋지 않을 때엔 에른하르트 제국인들이 너네는 그런 디저트를 먹어서 똑같이 머리가 굳었냐고 욕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로제테의 생각은 달랐다.
‘투박한 건 사실이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어.’
무엇보다 오필리아는 어릴 적부터 그 디저트를 먹었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을 터였다.
종종 그 맛이 그리워도 차마 황궁의 파티시에에게 부탁하지는 못 했겠지. 이벨린 왕국 출신이라 디저트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고 수군댈 테니까.
“괜찮을 거야.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네에. 일단 알겠습니다.”
“레시피는 알아?”
“시중에서 이벨린 왕국의 레시피 북을 찾으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응, 알겠어. 아! 데코레이션은 거의 하지 마. 진짜 이벨린 왕국의 케이크처럼 만드는 거야.”
로제테의 당부에 주방장은 여전히 떨떠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이 빠르게 지나 오필리아의 생일이 되었다. 로제테는 주방장이 건넨 케이크 상자를 품에 소중히 안고 마차에 올랐다.
주방장은 끝까지 정말 괜찮냐고 의심을 표했지만, 로제테는 정말 자신있었다.
‘물론 케이크 말고도 다른 선물도 있으니까.’
로제테가 케이크 상자를 소중히 쓰다듬고 있는데, 같이 마차에 탄 이네스 리베라가 물었다.
“황후 전하께 케이크를 선물하는 거예요, 로제테?”
“네. 이벨린 왕국의 케이크를 준비했어요. 아마도 그리워하셨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러는 이네스 언니는 무엇을 준비했나요?”
“아, 저는요.”
이네스가 옆에 두었던 상자를 보여 주었다.
“사실 저도 별것은 아니에요.”
“뭔가요?”
“저희 영지에 솜씨 좋은 조각가가 있거든요. 그에게 침대 옆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아쉘라 여신상을 조각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쉘라 여신님의 눈에는 저희 영지에서 나는 최고급 에메랄드를 넣었답니다.”
“굉장해요! 그런데 별것 아니라니요! 엄청 대단한걸요.”
로제테가 진심을 다해 속삭였다.
“너무 예쁠 것 같아요. 보고 싶지만 조금 이따 황후궁에서 봐야겠어요.”
그렇게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차가 황후궁에 다다랐다.
호위 기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황후궁으로 향했다.
황후궁의 정원은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흰 천을 두른 테이블마다 풍성한 꽃다발이 담긴 꽃병이 놓여 있었고, 깔끔한 커틀러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몇몇 영애와 부인들이 로제테와 이네스를 발견하고는 관심을 보였다.
“어머, 리베라 영애와 아드리안 공녀님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두 사람은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자신들에게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오필리아의 배려 덕분에 붙어서 앉을 수 있었다.
선물을 받으러 온 시녀에게 로제테가 상자를 넘기며 작게 속삭였다.
“케이크예요. 조금 이따가 다과 시간에 내 와 줄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주방에 부탁하도록 하죠.”
이네스도 시녀에게 상자를 준 뒤 두 사람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사람들은 정원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정원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녀를 데리고 당당하게 걸어오는 적갈색 머리의 여인, 릴리스 공녀는 마치 오늘 티파티의 주인공인 것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녀는 당연히 엘리샤였다.
엘리샤를 알아본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릴리스 공녀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샤에게 귓속말을 한 뒤 그녀를 대기실로 보냈다.
‘릴리스 공녀가 여기에 대체 왜?’
잠깐 이네스와 의문의 시선을 주고받던 로제테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황후님께서 초대하신 거구나.’
릴리스가는 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릴리스가에서도 오필리아의 생일을 축하하는 티파티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오필리아도 일단 릴리스 공작가에 초대장을 보냈겠지. 아마도 릴리스 공녀가 직접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눈치를 보다가 릴리스 공녀를 반겼다.
“오랜만에 뵈어요, 공녀님. 공녀님께서는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정원에 화사하게 핀 장미들이 공녀님의 아름다움에 시들겠어요.”
반면 조금은 떨떠름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로제테와 이네스가 바로 그 경우였다.
그 태도 차이에서 어떤 가문이 어떤 황자를 지지하고 있는지 보였다.
그때 릴리스 공녀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로제테와 이네스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또 보네.”
릴리스 공녀가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두 사람을 내 티파티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떻지?”
이네스가 먼저 대답했다.
“초대해 주신다면야 저야 영광입니다, 공녀님.”
로제테도 따라서 답했다.
“저도 좋아요, 릴리스 공녀.”
또다시 이어진 로제테의 과감한 호칭에 릴리스 공녀가 크게 웃었다.
“좋아. 내가 조만간 두 사람을 초대하도록 하지.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고양이처럼 새침한 그녀의 눈이 이네스를 훑었다. 이네스가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조금 이따 보시면 아실 겁니다, 공녀님.”
“그래. 리베라 후작가는 여러 예술가로 유명한 곳이니까, 아마 좋은 선물을 준비했을 거야. 기대하겠어.”
누가 들으면 그녀가 생일의 주인공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다행히 그때 시종이 알렸다.
“황후 전하 드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릴리스 공녀 또한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로 걸어갔다.
늘 그랬듯, 수수하게 꾸민 오필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햇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은 결코 수수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서 오게나. 사실 별일 아닌 일인데도 먼 길을 와 줘서 다들 감사할 따름이야.”
“아닙니다, 당연히 축하하러 와야죠.”
“일단 다들 앉지. 일단 차를 즐기며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나?”
“네.”
사람들이 다들 앉자 하녀들이 다과를 내오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제 옆에 앉은 오필리아를 흘끔거렸다.
‘확실히 지난번보다 안색이 안 좋으셔.’
아마도 조슈아의 출정 때문에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왜 그렇게 보지, 공녀?”
“아니에요. 그냥 오늘따라 더 아름다우셔서요.”
“어머, 공녀는 참 말도 예쁘게 하네.”
빙긋 웃은 오필리아가 다른 사람들하고도 대화를 나눴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오필리아에게 직접 선물을 주는 시간이 다가왔다.
오필리아는 선물을 하나, 하나 직접 풀어 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느덧 이네스의 차례가 왔다. 시녀에게서 상자를 건네받은 그녀가 오필리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오필리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부끄럽다는 듯이 속삭였다.
“별건 아니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상자를 풀어 본 오필리아가 “어머나.” 하고 소리를 냈다.
“이건 아쉘라 여신상이구나. 예쁘기도 하지.”
오필리아가 꺼낸 여신상은 확실히 예뻤다. 대리석은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하얀색이었고, 여신의 눈동자에 박힌 에메랄드는 아름답게 빛났다.
“안 그래도 침대 옆에 둘 여신상이 하나 필요했는데, 잘됐어. 고맙단다.”
“황송합니다, 전하.”
마지막으로 로제테의 차례가 되었다. 로제테는 큰 상자 하나와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오필리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 개?”
“네, 전하.”
로제테가 먼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사실 이건 이자벨이 마련한 것이었는데, 오필리아의 눈동자색과 잘 어울리는 자수정 귀걸이였다.
“고마워라. 잘 쓰도록 하겠어.”
“그리고 이것을…….”
로제테는 큰 상자를 오필리아에게 주는 대신 시녀에게 넘겼다. 시녀가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 오필리아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별다른 장식 없이 시트 사이사이에 크림과 딸기잼이 발라져 있는 케이크. 촉촉한 에른하르트 제국의 케이크와 달리 파운드 케이크처럼 퍽퍽한 시트.
오필리아가 그걸 한눈에 알아 보았다.
“이건 아멜리 케이크구나.”
오필리아의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케이크였다.
릴리스 공녀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웃음을 참았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감회에 젖은 눈이었다. 그녀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걸 준비할 생각을 했니?”
“제가 이벨린 왕국에 있을 때 제국의 음식을 그리워했거든요. 전하께서도 그러실 것 같아서요.”
“그래, 그렇구나.”
오필리아는 시종을 시켜 케이크를 한 조각 자르게 시켰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도 맛볼 수 있도록 조금씩 나눠 주었다.
“고맙구나.”
오필리아가 조심히 케이크를 한입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릴리스 공녀는 케이크를 먹는 대신, 은은한 미소를 띤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