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1화. 피로 물든 티파티(111/214)
111화. 피로 물든 티파티
2024.02.19.
로제테는 그런 릴리스 공녀의 시선은 눈치채지 못한 채 조마조마한 얼굴로 오필리아를 살폈다.
케이크를 조심히 오물거리던 오필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가렸다.
“고향에서 먹던 맛 그대로구나.”
“정말요?”
“그래.”
오필리아가 주위를 살피다가 조용히 속삭였다.
“확실히 이벨린 왕국의 디저트는 투박하지. 이벨린 왕국 사람 중에서도 자국의 디저트를 무시하기도 해. 하지만 나는 이 맛이 좋았단다.”
어느새 그녀의 두 눈이 촉촉해졌다.
“특히 이 케이크는 할마마마께서 특히 좋아하시던 거야. 내가 알현을 가면 할마마마께선 이 케이크를 내오라고 하셨지. 이건 비밀인데, 나는 이걸 먹기 위해 일부러 할마마마를 찾아간 적도 있단다.”
“그렇군요.”
“그런데 공녀, 어떻게 이 맛을 구현했지? 제국에선 레시피도 제대로 찾을 수 없었을 텐데.”
로제테는 주방장과 함께 주방에서 살다시피 한 지난 일주일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저는 이벨린 왕국에서 이 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잖아요. 제국에서 찾은 레시피는 뭔가 조금 아쉬워서 직접 먹으면서 계속해서 수정했어요.”
로제테 옆에서 같이 케이크를 시식하던 삐삐는 실제로 조금 토실토실해졌다. 로제테는 패밀리어도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랬구나. 고생이 많았다. 그나저나 조슈아도 먹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황자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제가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로제테는 자신과 주방장이 만든 레시피를 황궁 주방장에게 주겠다고 하려다가 말았다. 어차피 줘 봤자 콧대 높은 그들은 이벨린 왕국의 디저트를 만들지 않을 거였다.
그럴 바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게 나았다.
“그래 주겠니? 고마워라.”
손끝에 묻은 생크림을 고민하다가 살짝 입술로 훔친 오필리아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서들 들어요. 제가 이벨린 왕궁에서 먹던 맛과 똑같답니다.”
그 말에 다들 망설이다가 포크를 들었다. 릴리스 공녀와 그녀를 따르는 무리들도 뒤늦게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맛 봤다.
“어머.”
맨 처음 감탄사는 이네스에게서 튀어나왔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생김새만 보고 큰 기대 안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요.”
로제테가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생각보다 맛있다니까요.”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영애와 부인들도 솔직하게 감탄을 내놓았다.
“이벨린 왕국의 디저트는 먹어 보지도 않고 생김새만 보고 무시했었는데, 제 오판이었어요.”
“저도요. 역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나 봐요. 촉촉하지 않지만 묵직한 느낌이 참 좋네요.”
릴리스 공녀도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맛이 꽤 좋네요.”
오필리아가 쓰게 웃었다.
“네, 그렇죠.”
그러고는 말없이 케이크 한 조각을 모두 해치웠다.
그 후로도 다과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릴리스 공녀의 등장에 굳었던 분위기도 어느새 조금씩 풀려 가고 있을 때였다.
로제테는 입을 다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오필리아의 안색을 살폈다.
“전하, 괜찮으신가요?”
오필리아의 피부는 원래 백옥처럼 하얗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넘어 창백했다. 입술 연지가 살짝 지워진 입술은 살짝 보랏빛을 띠었다.
“으응, 나는 괜찮단다.”
로제테가 목소리를 낮춰 그녀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였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거라면…….”
오필리아가 입을 꾹 다물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로제테는 그녀가 왜 꿋꿋하게 괜찮은 척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그제야 알았다.
‘책 잡히고 싶지 않아서 그렇구나.’
한 나라의 황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티파티에서 몸 상태를 핑계로 들어간다? 온갖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이었다.
‘내가 적절하게 티파티를 끝낼 만한 방법이 있을까?’
로제테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오필리아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았던 기침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흰 손수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전하?”
로제테가 놀라서 새된 비명을 지르자 모든 시선이 오필리아에게 쏠렸다. 오필리아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하지만 몇 번 더 기침을 하던 오필리아의 몸이 이내 옆으로 스르륵 기울어졌다. 로제테가 재빨리 그녀의 몸을 받으며 상태를 살폈다.
손수건과 입가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꺄아악!”
“전하께서……!”
한순간에 정원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릴리스 공녀가 굳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정원을 경비하던 황실 기사단 기사를 향해 명령했다.
“전하를 방으로 모시고 황궁의를 불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로제테를 묘한 시선으로 훑으며 덧붙였다.
“혹시 모르니 여기 있는 사람들을 감시하도록.”
“감시라뇨?”
한 부인이 반발했다.
“릴리스 공녀님, 꼭 저희를 죄인 취급하시는 것 같군요. 대체 저희가 왜 기사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거죠?”
“지금 그걸 몰라서 묻나?”
릴리스 공녀가 한심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기사를 다그쳤다.
“얼른 전하를 안으로 모시지 않고 뭐 하지?”
“네!”
기사가 로제테의 품에 축 늘어진 오필리아를 조심스럽게 안고 재빨리 정원을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다른 기사들이 테이블을 에워쌌다.
릴리스 공녀가 설명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황후 전하께선 특별히 지병이 없으셨어요. 그런 전하께서 갑자기 각혈을 하고 쓰러지셨다는 건 뭘 의미하겠어요?”
따지던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그래요.”
릴리스 공녀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독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예요.”
* * *
로제테는 이네스의 팔에 팔짱을 낀 채로 주위를 살폈다. 매서운 기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모두 덜덜 떠는 상황 속에서 묘하게 릴리스 공녀만이 여유로웠다.
그녀는 긴장한 척 얼굴을 굳히고 있었지만,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몸에 긴장감이 없었다.
‘왜지?’
물론 이대로 오필리아가 잘못된다면 릴리스 공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새 황후를 간택해야 한다면 황제의 오랜 연인이자 루이스의 친모인 릴리스 공녀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아니, 의심의 여지 없이 릴리스 공녀가 황후가 되겠지.’
그렇지만 만약 오필리아가 정말 독에 당한 것이라면 릴리스 공녀도 용의자에 들어갔다. 오필리아를 제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히 릴리스 공작가였으니까.
그런데도 그녀는 여유만만했다.
자신이 독살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독살범으로 몰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일까?’
분명 이곳에 있는 대부분 사람이 결백할 텐데도 왜 떨고 있을까. 그건 자칫하다가 독살범으로 몰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로제테가 재빨리 다들 대부분 비운 케이크 접시를 살피는데, 다급히 정원으로 달려온 황실 기사단의 기사 하나가 그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로제테는 직감적으로 릴리스 공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마도 손수건 아래에 가려진 입은 웃고 있을 테다.
‘괜찮아. 난 결백해. 그러니까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
로제테가 손바닥에 땀이 살짝 밴 손을 꽉 쥐며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어느새 그녀 옆으로 다가온 기사가 이네스 리베라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사가 표정만큼이나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네스 리베라. 당신을 황후 전하의 독살 미수 혐의로 당장 잡아들이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이네스가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독살 미수라뇨? 제가 대체 왜……. 무슨 수로?”
“영애께서 황후 전하께 선물한 여신상에서 아네트 독 성분이 나왔습니다. 전하의 명을 받아 여신상을 맨손으로 침대 옆에 놓았던 시녀 또한 똑같이 중독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돼요!”
로제테가 옆에서 따져 물었다.
“맞아요. 이건 모함이에요.”
기사의 눈이 번뜩였다.
“모함인지 아닌지는 조사하면 알지 않겠습니까.”
이네스를 뒤에 서 있던 동료 기사에게 넘긴 기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끌고 가도록.”
늘 차분한 성격의 이네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로제테, 난 정말 아니에요. 전 정말 그러지 않았어요. 아쉘라 여신님께서도 제 결백을 아실 거예요.”
“믿어요, 언니. 내가 어떻게든 언니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찾아 볼게요.”
“부디 제 아버지께도 제 결백을 전해 주세요. 그리고 다니엘에겐 말하지 마세요.”
이네스는 잠시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제 발로 기사를 따라 걸어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어떻게 리베라 영애께서…….”
“얌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그런데 리베라 영애께선 아드리안 공자님과 약혼한 사이 아니던가요?”
“그럼 이 일에 혹시 아드리안가도…….”
“쉿, 조용히 해요. 아드리안 공녀가 듣고 있잖아요.”
로제테가 자신을 향해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두 주먹을 꽉 쥐는데, 릴리스 공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녀의 목소리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
“리베라 영애가 그런 짓을 벌이는 줄도 모르고 속았나 보네, 공녀.”
“릴리스 공녀…….”
“나는 공녀가 이번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믿어. 하지만 폐하께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야. 그러니 얼른 아드리안의 결백을 주장하러 가야 하지 않겠어?”
얼핏 들으면 걱정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저건 경고나 다름 없었다. 이번 일로 아드리안 또한 무사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경고.
로제테는 이를 악 물고 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릴리스 공녀. 하지만 저는 일단 황후 전하를 뵈러 가야겠네요.”
로제테가 릴리스 공녀를 지나 정원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정원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이 창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이게 무슨…….”
“아드리안 공녀님 또한 엄히 감시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나를 감시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죠?”
“리베라 후작 영애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그녀와 약혼 관계에 있는 아드리안도 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로제테가 볼 안쪽 살을 꽉 깨물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황후 전하는 지금 어떠신가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저는 마법사예요. 의원이 바로 치료할 수 없는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말씀드렸다시피 영애께서도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떻게 그런 영애를 황후 전하의 방에 들이겠습니까?”
“…….”
로제테가 화를 삭이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계속 황궁에 있어야 하나요?”
“일단 공작저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만 감시는 붙을 겁니다.”
“그럼 공작저로 돌아가겠어요.”
“알겠습니다. 마차를 대기하라고 하죠.”
로제테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릴리스 공녀를 돌아보았다가 황실 기사를 따라 정원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