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2화. 아네트 독(112/214)
112화. 아네트 독
2024.02.20.
“이건 모함입니다!”
소식을 듣고 아드리안 저택을 찾아온 리베라 후작이 울부짖다시피 말했다.
“이네스 그 아이가, 저희 리베라 가문이 왜 황후 전하를 독살하려고 했겠습니까? 저희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
“힘들겠지만 일단 진정하게나.”
아드리안 공작이 말려도 리베라 후작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작님은 이네스의 결백을 믿어 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믿네. 이네스가 그런 짓을 벌일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어.”
“빨리 진범을 밝혀 내야 합니다. 그 연약한 아이가 감옥에서 버틸 수 있을 리 없으니 몸도 마음도 무너지기 전에 얼른…….”
리베라 후작이 결국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어찌…….”
“자네가 무너져서 되겠나. 일단 돌아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나도 노력할 테니.”
후작을 잘 달래서 돌려보낸 공작이 줄곧 집무실에 있던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그래, 로즈.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겠니? 대충 듣기는 했지만 네게 직접 듣고 싶구나.”
“그게…….”
로제테는 티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최대한 자세히 얘기해 주었다.
객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한 다음, 개인적인 소감도 덧붙였다.
“사실 릴리스 공작가가 수상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황후님께서 쓰러지셨을 때, 독살 가능성을 가장 먼저 말한 게 릴리스 공녀였어요. 그리고 또…….”
로제테가 자신 없는 투로 말을 흐리자 공작이 괜찮다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알아서 걸러 들을 테니 한번 말해 보거라.”
“황후님이 독에 당했다고 생각하면, 다들 겁에 질리기 마련이잖아요? 내가 벌인 짓이 아니어도 누가 모함할지 모르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릴리스 공녀는 굉장히 여유로웠어요. 마치 이 사건의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처럼요.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니까요. 또…….”
로제테가 웅얼거렸다.
“현 시점에서 황후님이 잘못되신다면 가장 이득 보는 사람은 릴리스 공녀예요.”
“그래, 로즈. 네 뜻은 알겠다. 하지만 지금 아빠에게 한 소리를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알겠지?”
“네, 알고 있어요.”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자벨과 루카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자벨은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루카스는 초조한 듯 손을 달달 떨었다.
“아버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꼬맹이, 너는 괜찮고?”
“나는 괜찮아.”
대답만으로는 안심하지 못했는지 루카스는 로제테의 어깨를 잡고 이곳저곳 훑어본 뒤에야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수도 시내가 뒤집어졌어요. 가는 곳마다 황후 전하와 리베라 영애의 이야기뿐이에요.”
루카스가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형에게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지금쯤 소식을 접했을 거야. 황자 전하께 황후 전하의 소식이 전달됐을 거고, 그럼 자연스럽게 오빠도 알겠지.”
“그럼 형이 일단 마나 게이트를 타고 급히 돌아오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이자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했다.
“일단 다들 앉으세요. 할 얘기가 있어요.”
세 사람이 앉자 그녀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황실 기사단 출신으로서 조금 전까지 황궁에 있다 온 터라 아는 이야기가 있는 듯 싶었다.
“다들 제게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아드리안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요. 다행히 친분이 있는 동료에게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일단 황후 전하께선 한고비를 넘기셨대요. 의식은 찾지 못하셨지만, 황실 기사단 소속 마법사가 독으로 인한 내상은 치료했다고 해요.”
로제테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오필리아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아네트가 이렇게 사용될 줄이야.’
현재 독으로 여겨지는 아네트 꽃의 추출물은 과거 화장수의 주요 성분으로 쓰였다. 그 화장수를 쓰면 얼굴이 뽀얘지고 피부결이 좋아진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뒤늦게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고농축한 아네트 꽃 추출물을 사용하면 효과가 더 빨리, 더 많이 나타날 거라고 여겼다.
심지어는 물에 희석하지 않고 원액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쯤 해서 귀족 영애나 부인 사이에서 특별한 병명을 찾을 수 없는 병이 나타났다. 각혈을 하다가 죽는 사람도 있었다.
추후 조사 결과 아네트 꽃에 독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아네트 꽃은 독으로 구분되었다.
20년 정도 된 이야기였다.
로제테가 책에서 읽었던 아네트 독에 중독된 증상과 치료법을 생각하는 동안, 이자벨이 계속 설명했다.
“다만 아네트 독의 해독제를 사용했는데 아직까지 큰 차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차도가 없다?”
“네. 아네트 독의 해독제는 음용을 해야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데, 전하께서 의식이 없어 수면향으로 대신해서 효과가 빠르지 않을 거래요.”
이자벨이 이어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해독제를 너무 늦게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더군요. 아마 황후 전하께서 중독 조기 증상이 있었는데 각혈할 때까지 참은 것 같으시다면서요.”
로제테가 안색이 좋지 않았던 오필리아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요. 각혈하시기 전부터 안색이 안 좋으셨거든요.”
“황후 전하도 전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번에 같이 쓰러진 시녀예요. 뒤늦게 발견된 까닭에 그만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하필 그 시녀가 티아제 백작가의 여식이라 백작가가 난리났다고 하더군요. 이네스 리베라에게 얼른 죗값을 물어야 한다면서요.”
티아제 백작가는 교역을 주로 하는 가문으로, 제국의 경제에 꽤 기여하고 있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꽤 입김이 세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가 밀어붙인다면 황제도 꽤 고민될 터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로제테가 물었다.
“정말 이네스 언니가 가져온 여신상에 독이 있는 게 맞아요?”
“여신상에 문지른 빵을 생쥐에게 주고 관찰했더니 얼마 못 가 죽었대.”
“하지만 그걸 가져온 이네스 언니는 멀쩡하잖아요.”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쉽게도 그거로는 무죄를 주장할 수 없어. 저쪽에서 리베라 영애가 장갑을 끼고 여신상을 만졌다거나, 또 미리 해독제를 먹은 거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어지거든.”
“그런…….”
“또 아네트 독에 반응은 사람마다 달라서 몸이 약한 황후 전하께 반응이 바로 나왔을 수도 있고. 전하께선 아네트 독이 알려지기 전에 화장수로 사용하셨을 테니, 아마 몸에 독 성분이 쌓여 있었을지도 모르고.”
루카스가 상심하는 로제테의 손을 꽉 잡아 주며 대신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해, 누나?”
“진범을 밝혀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이미 폐하께선 대리석 조각상을 만든 도공들을 불러들이라고 하셨어. 이네스와 달리 그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겠지. 견디다 못해 거짓 진술을 할 수도 있어. 그전에 결백을 주장하지 못하면 끝이야.”
“그럴 수가…….”
로제테가 울렁거리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이자벨 또한 두 주먹을 꽉 쥐며 아드리안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지.”
그녀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리베라가와 선을 그어야 해요.”
루카스가 물었다.
“선을 긋는다니?”
“일단 오빠와 리베라 영애를 파혼시켜야겠지.”
“누나! 어떻게 지금 그런 말을……!”
루카스가 언성을 높였다.
“파혼해서 뭐? 우리의 결백을 주장하자고 리베라 영애를 범인으로 강하게 몰자, 이 소리야?”
“진정해, 루카스. 그런 소리는 안 했어. 내 말을 왜곡하지 마.”
“내 말이나 누나 말이나 다른 게 뭐가 있어? 어찌 됐든 리베라 영애를 배신하겠다는 거잖아! 어떻게 우리가 살겠다고 신의를 저버릴 수 있어? 누나가 그러고도 기사야?”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이자벨이 참지 못하고 그녀답지 않게 소리 질렀다. 어느새 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나라고 이 말을 가볍게 한 줄 알아? 내가 이번 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파혼을 결정한 줄 아냐고!”
“누나…….”
“이대로라면 다 죽을 수도 있어. 우리 가족, 방계, 가신, 심지어는 우리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 죽을 수 있어. 죄 없는 사람들이 말이야. 넌 그걸 볼 수 있어? 네가 말하는 기사도는 그런 거니?”
이자벨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단순히 나 살자고 이러는 거로 보인다면, 넌 내 동생도 아니야.”
“나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가치의 차이였다.
이자벨은 어릴 적부터 가문의 안주인으로 살림을 돌보며 많은 것을 신경 썼다. 루카스가 단순히 이네스가와의 신의만 생각했다면,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서야. 두 사람을 파혼시킨다고 해서 아드리안이 이 일에서 발을 완전히 빼겠다는 뜻이 아니란 소리야. 알겠어? 우리 아드리안은 어떻게든 리베라 영애의 결백을 주장하도록 노력할 거야.”
“일단 네 의견은 알겠단다, 이자벨.”
잠자코 듣고 있던 아드리안 공작이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구나. 다니엘의 의견도 들어 봐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오빠가 오면 늦어요.”
“마나 게이트를 이용하면 금방이야. 빠르면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엔 오겠지. 일단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꾸나.”
“알겠어요.”
“그럼 일단 다들 가서 쉬거라. 힘들겠지만, 너희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야 한다.”
“네.”
로제테는 집무실에서 나와 이자벨에게 다가갔다.
“언니.”
“너도 날 비난할 거니?”
“아뇨, 그게 아니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로제테가 아까부터 조금 꺼림칙하던 것을 물었다.
“아네트 독이 확실한 건가요?”
“확실하다니?”
“제가 현장에 있어서 잘 알아요. 독을 밝혀낼 때까지 생각보다 오래 안 걸렸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아낼 수 있었던 걸까요? 마치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요.”
이자벨은 로제테의 의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로즈, 무엇을 의심하는지 알겠지만 네가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아네트 독은 가장 구하기도 쉽고 독살에 흔히 쓰이는 독이야. 그러니 전하께서 독을 드셨다는 의심이 들었을 때 우선적으로 아네트 독을 의심했겠지.”
“그러니까 더 이상해요.”
로제테가 꿋꿋하게 주장했다.
“10여 년 전, 저와 황자님이 황후 전하의 독살을 막은 것을 기억하죠?”
“그래, 그걸 어떻게 잊겠어.”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아주 교묘하게 독을 썼어요. 해독제도 찾기 힘든 독을요. 역사적으로 봐도 황궁에서 일어난 독살은 독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해독제를 구하기 힘든 독을 쓴 게 많아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니?”
“이네스 언니가 바보도 아니고, 아네트 독처럼 해독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을 썼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