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3화. 다니엘의 고뇌(1)(113/214)
113화. 다니엘의 고뇌(1)
2024.02.21.
이자벨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사실 나도 그건 이상하게 생각했어.”
“게다가…….”
로제테는 말하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정말 아네트 독이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고?’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으로 추측하자면, 오필리아는 아쉘라 여신상을 만진 뒤 손에 아네트 독이 묻어 있었을 것이다.
피부로도 독이 흡수됐을 테고, 그녀가 손으로 입술을 매만질 때마다 직접 독을 섭취했을 것이다.
직접 섭취를 했으니 단순히 피부로 흡수됐을 때보다 반응이 빨리 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이상할 정도로 반응이 빨랐다.
아네트 독이 과거 많은 부인과 레이디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들은 고농축된 아네트 추출액을 일정 기간 이상 사용했다.
반면 오필리아가 쓰러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뿐. 이자벨의 말처럼 사람마다 반응 속도나 증상이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나타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뭐?”
“아니에요. 조금 더 알아보고 얘기할게요.”
로제테는 이자벨을 지나쳐 재빨리 서재로 향했다. 삐삐와 함께 독살에 관련된 서적은 모조리 찾아 테이블에 놓고 읽기 시작했다.
‘일단 황후님은 내상을 입었어.’
황후의 병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엄격히 금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로제테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오필리아가 각혈했다는 것뿐이었다.
‘아네트 추출물을 사용한 사람 중 심한 경우 각혈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
하지만 아네트 독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살펴본 결과, 오필리아처럼 단시간에 증상이 나타났다는 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경우가 없는 걸까, 단순히 발견하지 못한 걸까.’
로제테가 몇 시간 동안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저택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삐삐가 삣삣거렸다.
[삐이잇!]다니엘이 왔다는 것이다. 로제테는 삐삐와 함께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다른 가족들은 이미 1층에 모여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는 다니엘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물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왔는지 그는 겉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였다.
“이네스가, 이네스가 황후 전하를 독살하려고 했다니요?”
“일단 들어오거라. 들어가서 설명해 줄 테니.”
다섯 사람은 다시 공작의 집무실로 모였다. 공작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내내 다니엘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일단 이네스 양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란다.”
“찾을 수는 있는 겁니까?”
“찾아야지, 반드시.”
“오빠.”
이자벨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한 루카스가 그녀를 만류했다.
“누나, 그만둬. 형은 이제 막 돌아와서 이야기를들었어. 조금 더 마음을 추스른 뒤에…….”
“그땐 늦어.”
이자벨이 제 팔을 잡는 동생의 손을 단호하게 떼어 냈다.
“오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란 것을 알아. 나도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꼭 해야겠어.”
“…….”
“오빠, 이대로 가다간 아드리안도 위험해. 그러니까…….”
“설마 지금 내게 파혼하라고 하는 거니?”
이자벨이 차마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다니엘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괴로운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체 어떻게, 내가…….”
모두 차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그를 기다렸다.
“내가 어떻게 이네스를 버리겠어, 내가…….”
“오빠…….”
“하지만 알아. 너희를 지키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겠지.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결국 그가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로제테는 순간 다니엘에게서 과거에 보았던 조슈아의 모습을 보았다. 사랑하는 스승님과 친구를 잃고 오열하던 조슈아의 모습을 말이다.
늘 냉소적이던 조슈아의 눈물이 충격적이었던 것만큼, 늘 다정하고 따뜻하던 다니엘의 눈물도 충격적이었다.
얼음 송곳이 심장을 후벼파는 것처럼 왼쪽 가슴께가 시리고 아팠다.
‘지켜 주고 싶어.’
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까지 아프지 않게 지켜 주고 싶었다.
결혼만 안 했을 뿐이지 이네스는 이미 아드리안가의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를 어떻게 배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니엘 오빠라면 가족을 선택할 거야.’
다니엘은 나중에 이네스를 따라 죽을지언정, 이대로 남은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파혼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로제테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차마 이네스를 선택하라고 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네스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모순적으로 아드리안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대신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일단 이네스 언니를 만나 보는 게 어때요, 오빠?”
루카스가 우려를 표했다.
“만나게 해 주지 않을 거야.”
“제가 황자님께 부탁해 볼게요.”
“조슈아 전하께?”
“네.”
로제테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황후님의 유일한 자식인 황자님께서 허락해 주시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허락해 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다면 내가 부탁해 볼게. 내 일이니까 내가 해야 해”
“오빠는 잠깐이라도 쉬어요.”
로제테는 삐삐를 불러 속삭였다.
“삐삐, 내가 황궁으로 가서 황자님께 이네스 언니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전해 줘. 실버가 네 말을 알아들을 거야.”
[삣!]쪽지를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삐삐를 그대로 보냈다.
“형, 일단 나와 있어. 혼자 두기 불안하니까.”
루카스가 다니엘을 데리고 그의 방으로 갔다.
로제테는 이자벨을 보다가 방으로 향했다. 혹시 실버가 온다면 그녀의 방으로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실버가 창문을 넘어왔다. 삐삐를 머리 위에 얹은 채였다.
[삐잇!] [컹!]“실버.”
로제테는 오랜만에 본 실버가 반가웠지만, 저택의 심각한 분위기를 생각하여 목소리를 낮췄다.
평소라면 꼬리를 흔들며 로제테에게 달려들었을 실버 또한 조슈아의 심정을 공유한 것인지 얌전했다.
“잘 다녀왔어?”
로제테가 실버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물은 뒤에야 실버가 낑낑거렸다.
그때 목걸이에서 낮은 조슈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단 황궁으로 오도록 해. 다니엘과 리베라 영애를 만나게 해야지.>
한 달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로제테는 그동안 조슈아와 실버가 곁에 없다는 것에 쓸쓸해 했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그런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녀가 반갑다는 말 대신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황후님은 괜찮으세요?”
<일단 한고비는 넘기셨다고 들었어. 하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그렇군요.”
<아무튼 황궁으로 와. 입구에서 그대들을 안내할 기사가 서 있을 거다.>
“황자님은요?”
<난 어마마마의 곁을 지켜야지.>
작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쓸쓸했다. 로제테는 안쓰러운 마음에 실버의 목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사실 진짜로 안아 주고 싶은 사람은 조슈아였다.
‘황자님도 지금 굉장히 괴롭겠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안전하게 지킨 줄 알았던 오필리아가 위독하다. 심지어 배후로 지목된 사람은 아끼는 친우의 약혼녀였다.
로제테는 지금 조슈아가 어떤 심정일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이네스를 변호하는 것뿐이었다.
“이네스 언니는 범인이 아니에요. 언니가 그럴 리가 없어요.”
<알아.>
조슈아가 이를 부득 갈았다.
<릴리스 공녀 짓이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해요.”
<문제는 모든 증거가 리베라 영애를 가리키고 있어. 진범을 찾기 쉽지 않을 거야.>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반드시 찾아낼 거예요.”
조슈아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말했다.
<고마워.>
“고맙기는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아무튼 지금 당장 다니엘 오빠를 데리고 황궁으로 갈게요.”
<그래. 혹시 모르니 실버와 함께 오도록 해.>
“네.”
로제테는 곧장 바로 실버를 데리고 다니엘을 찾아갔다.
“황자님께 연락이 왔어요. 지금 바로 황궁으로 오래요.”
다니엘이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다시피 문을 나섰다.
“잘했어, 로즈.”
루카스가 씁쓸한 얼굴로 로제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아드리안 공작과 아드리안 사 남매는 마차를 타고 서둘러 황궁으로 향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황제를 알현하겠다며 따로 마차를 타고 떠났다.
황궁에 도착하자 조슈아가 말했던 대로 기사 한 명이 서 있었다.
아는 사람이었는지 이자벨이 아는척했다.
“로텐 경.”
로텐 경이라는 적갈색 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까딱였다.
“어서 오십시오, 아드리안 경.”
“황자 전하의 명으로 왔습니까?”
“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로텐 경이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어깨에는 삐삐를 얹고, 옆에는 실버를 끼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묵묵히 걸어가던 이자벨이 살짝 인상을 쓰며 의아함을 표시했다.
“로텐 경. 왜 이쪽으로 가십니까?”
“그건…….”
로텐 경도 할 말이 없었는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묵묵하게 걸어갔다. 그가 한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에야 로제테는 왜 이자벨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긴 지하 감옥이잖아.’
보통 고위 귀족들이 죄를 의심받을 땐 일반 죄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다.
우선 지하 감옥 대신 자그마한 방에 감금된다. 방에는 크기는 작지만 침대도 있고,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귀족들이 평소 쓰는 방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지하 감옥에 비교하면 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후작가의 여식인 이네스 또한 그런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런데 로텐 경이 아드리안 사 남매를 데려간 곳은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었다.
차가운 돌 천장에서는 물이 똑똑 떨어졌고, 어디선가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기에 코끝을 스치는 오물 냄새까지.
‘여기는…….’
계단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로제테는 불현듯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챘다.
‘내가 갇혀 있던 감옥이야.’
감옥에 끌려 갈 때에 기억이 없어서 바깥 모습을 보고는 몰랐는데, 감옥 내부를 보니 확실했다. 이곳은 과거 로제테가 갇혀 있던 곳이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직접 그때 있었던 감옥을 보고 있으니, 몸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루카스에게 붙었다.
“괜찮아, 꼬맹아. 오빠가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네에.”
평소답지 않게 차분한 루카스의 목소리를 들으니 금세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이 상황이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이네스 언니가 범인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야.’
물론 현 상황에서는 유력한 후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분명 아직은 조사단계였다. 그런데 지하 감옥, 그것도 흉악범만 모아 놓는 가장 지하층에 이네스를 가둬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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