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4화. 다니엘의 고뇌(2)(114/214)
114화. 다니엘의 고뇌(2)
2024.02.22.
“이건 말도 안 돼.”
로제테와 같은 것을 느낀 이자벨이 살벌하게 속삭였다.
“리베라 영애는 아직 여기 있어서는 안 돼. 아직은 조사 중이란 말이야. 그런데 왜…….”
급기야 그녀는 로텐 경에게 따졌다.
“로텐 경,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왜 리베라 영애가 여기에 갇혀 있냔 말이에요. 지하 감옥도 이상한데, 최하층이라니!”
“황후 전하를 독살하려고 한 흉악범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도주의 가능성이 있으니 엄히 다루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그저 위에서 내려온 명령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런……!”
“누나, 진정해. 일단 리베라 영애를 보는 게 먼저여야.”
루카스가 다니엘의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이자벨 또한 다니엘를 흘끔거리더니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다니엘 또한 아무런 말 없이 로텐 경을 따라갔다.
어느덧 로텐 경이 가장 지하층에서도 제일 안쪽 철장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로제테가 갇혀 있던 바로 그 감옥이었다. 모든 마법을 억제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곳.
로제테가 손을 파르르 떨며 루카스에게 딱 붙는 사이, 로텐 경이 말했다.
“딱 십 분 만입니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경, 십 분은 너무 짧습니다.”
“황자 전하께서 전하의 힘으로도 그 이상은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괜찮아, 벨.”
고개를 끄덕인 다니엘이 굳은 얼굴로 철장으로 다가갔다.
“이네스.”
가장 안쪽 벽에 등을 기대고 선잠을 자던 이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 다니엘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다니엘?”
반나절 만에 본 이네스는 그사이에 조금 달라져 있었다. 늘 생기 넘치고 장난스럽게 미소 짓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절망이었다.
“이네스…….”
다니엘이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참기 위해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이네스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는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이네스가 천천히 일어나 철장 앞으로 다가왔다. 다니엘이 철장 사이로 손을 뻗어 이네스의 손을 잡았다.
이네스의 두 눈이 촉촉해졌다.
“오랜만이에요, 다니엘. 북부에서 고생했는지 그새 좀 수척해졌네요.”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예요?”
“그럼요. 그동안 걱정 많이 했는걸요. 당신이 북부에서 다칠까 봐요. 그런데 무사한 것 같네요.”
“지금 내 걱정을 할 때입니까?”
이네스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얼굴 보니 좋네요. 난 또 당신을 못 보고…….”
그녀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네스는 다니엘을 보지 못하고 사형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조슈아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을 테다.
그녀의 흰 손을 잡은 다니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왜 처형 당합니까. 당신은 아무 죄가 없는데.”
이네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맞아요, 다니엘. 정말 난 아니에요.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알아요. 누구보다 여린 성품을 지닌 당신이 그럴 리가 없어요.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요.”
“하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어요.”
“저와 제 동생들이 당신의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마음 굳게 먹고 있어요.”
“그게 가능할까요? 이미 모든 증거가 저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가능해요. 저와 동생들을 믿고…….”
고개를 살짝 저은 이네스가 다니엘의 손을 놓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네스?”
“다니엘, 우리…….”
그녀가 결연한 얼굴로 속삭였다.
“파혼해요, 우리.”
시종일관 의연하려고 노력하던 다니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가 이네스의 손 대신 창살 감옥을 꽉 쥐며 간신히 물었다.
“이네스,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 때문에 당신마저 다치게 할 수는 없어요. 아드리안도요.”
“…….”
다니엘을 올려다보던 이네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두 눈에서 결국 참지 못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당신과 아드리안이 내 결백을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 알아요. 하지만 힘들 거예요. 나는 이미 잘 짜인 판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치는 건 나 하나면 돼요. 나 때문에 모두가 다치는 것을 볼 수는 없어요.”
다니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어금니만 꽉 깨물었다.
‘다니엘 오빠도 사실 파혼이 유일한 길이란 것을 알고 있는 거지.’
다니엘은 이네스를 사랑하는 만큼 아드리안을 사랑했다. 그는 후계자로서 동생들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종합해 보았을 때, 더 늦기 전에 이네스와 파혼해서 아드리안의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고 한다고 해서 아드리안이 이번 일에서 완전히 빠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황후 독살 미수 혐의를 같이 뒤집어써서 멸문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오빠가 파혼하겠다고 하면 두 사람 사이는 정말 돌이킬 수 없어.’
로제테는 조슈아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약 다니엘이 여기서 파혼을 얘기한다면, 두 사람의 사이는 끝나는 것이다.
이네스의 결백을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신의가 깨졌는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없을 터였다.
“나는…….”
결국 다니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로제테가 다니엘이 뭐라고 하기 전에 이네스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이네스 언니.”
“로제테…….”
“아직 결혼식만 치르지 않았을 뿐이지, 언니는 이미 아드리안이에요. 아드리안은 가족을 저버리지 않아요.”
로제테는 아까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네스와 선을 긋고 가족들을 지키자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답이 아닌 것 같아.’
이대로 이네스가 잘못되면 다니엘도 무너진다. 로제테가 사랑하는 자상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터였다.
최악의 경우엔 진짜로 그가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다니엘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네스를 지켜야 했다.
‘나 또한 이네스 언니를 포기할 수 없고.’
로제테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방법을 찾아낼게요. 그러니 오빠도 절대 이네스 언니를 포기하지 말아요.”
그건 그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무사할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로텐 경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이자벨이 그의 팔을 잡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경.”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저도 힘듭니다.”
“괜찮아, 벨. 이제 가도 돼.”
다니엘이 어느새 눈물을 닦고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이네스, 저는 당신을 포기 못합니다. 우리가 파혼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다니엘.”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테니, 마음 단단히 먹고 조금만 더 힘내요.”
그 말을 끝으로 아드리안 사 남매는 로텐 경을 따라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다섯 사람 사이에서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다니엘.”
다시 지상으로 나온 다섯 사람을 맞이한 것은 조슈아였다. 오랜만에 본 조슈아는 로제테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얼굴이 살짝 그을려 있었다.
“황자님.”
로제테가 그에게 인사하기 전에, 다니엘이 그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
“전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네스는 아직 의심만 받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흉악범만 가둬 두는 감옥에 있다니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폐하께 시정 요청을 드리고 오는 길이다. 곧 거처를 옮기게 될 거야.”
그 말을 듣고야 이성을 되찾았는지 다니엘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전하께서도 힘드실 텐데.”
“아니야. 물론 나도 힘들지만 네 속도 말이 아니겠지. 오늘은 이만 가서 쉬도록 해.”
어느새 조슈아의 옆으로 다가간 실버가 낑낑거렸다. 조슈아가 실버의 머리를 손끝으로 톡톡 쳤다.
“실버, 넌 일단 아드리안 공녀를 따라가도록 해.”
끼잉, 끼잉. 실버가 끙끙거렸지만 조슈아는 단호했다.
“가서 기다려.”
“황자님.”
로제테가 조슈아를 흘끔거렸다.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테는 그의 말을 대충 알아들었다.
‘실버를 데리고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거겠지.’
로제테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뒤 저택으로 향했다.
홀로 방으로 돌아온 뒤에 실버의 목걸이에 대고 속삭였다.
“황자님, 듣고 계세요?”
<그래.>
조슈아가 한숨을 쉬었다.
<일단 리베라 영애는 귀족들을 가두는 방으로 이동됐어. 감시가 많이 붙었지만 지하 감옥에 있을 때보다는 낫겠지.>
“감사해요. 전하께서도 힘드실 텐데 신경 써 주셔서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선 살짝 침묵이 있었다. 로제테가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술만 달싹이고 있는데, 조슈아가 물었다.
<이번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로제테는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티파티를 하고 있는데 황후님의 안색이 안 좋아지셨어요. 들어가서 쉬어야 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황후님께선 꿋꿋하게 버티셨죠. 아마 구설수를 만들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에요.”
<그렇지. 더구나 릴리스 공녀가 참석하고 있었으니 더 신경 쓰이셨을 거야.>
“그러다 갑자기 피를 토하시고 쓰러지셨어요. 기사가 황후님을 데리고 황후궁 안으로 들어간 사이, 릴리스 공녀가 독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로제테가 눈물을 훌쩍이며 덧붙였다.
“황실 기사단의 기사가 오더니 이네스 언니가 준 조각상에서 아네트 독이 발견됐다며 언니를 데려갔어요.”
<그래. 그랬군.>
“하지만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뭐가 이상하지?>
로제테는 아까 혼자서 생각했던 것을 조슈아에게 털어놓았다.
“아네트 농축액에 독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시간 만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날 정도로 독한지는 모르겠어요. 문헌을 살펴보아도 잠깐 만진 것만으로 쓰러진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중독된 사람들 대부분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아네트 추출물을 사용한 경우였죠.”
<…….>
“그리고 너무 찾기 쉬운 독을 사용했어요. 과거 황후님을 독살했던 독은 찾기 힘든 독이었잖아요. 그것에 비해 아네트는 너무 뻔해요. 마치…….”
로제테가 조금은 자신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랐다는 것처럼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조슈아가 긍정했다.
<해독제가 듣지 않았다고 했지. 의원은 해독향의 효과가 약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조슈아와 로제테가 동시에 말했다.
<어마마마에게 사용된 독이 아네트 독이 아닌 것 같아.>
“아네트 독 말고도 다른 독이 사용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