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5화. 미하엘 르쉐르의 도움(115/214)
115화. 미하엘 르쉐르의 도움
2024.02.23.
로제테가 조슈아의 말을 듣고는 눈을 깜빡였다.
“황자님은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대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사실, 저도 확신은 없어요.”
<그래도 한번 들어 보지.>
“음, 일단 말씀드렸다시피 아네트 독이 그렇게 치명적인 독이 아니에요. 해독제도 구하기 쉽고요. 그런데 황후님께선 해독 향을 쓰셨는데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셨죠.”
<그렇지.>
“누군가가 아네트 독으로 시선을 돌려 치료를 늦추려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잠시 침묵하던 조슈아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황자님도요?”
<그래, 이유는 그대와 비슷해.>
로제테와 조슈아가 동시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문제는 무슨 독이 쓰였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아직 그 다른 독을 찾지 못했다는 게 문제지.>
두 사람의 감정에 동요한 삐삐와 실버도 시무룩해졌다.
조슈아가 덧붙였다.
<실은 믿을 만한 황궁의에게 어마마마께 다른 독이 쓰인 건 아닌가 물어봤지. 황궁의와 함께 다른 독을 찾아보았지만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는 독은 없었다.>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독을 찾는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아요. 황후님 상태를 보아하니 다른 독이 쓰였다면 엄청 맹독일 거예요. 그런데 황후님에게만 증상이 나타났다는 건 황후님께만 교묘하게 썼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그 방법을 찾기까지는 진범을 찾기 힘들겠지.>
“네.”
로제테가 시무룩하게 답했다.
분명 티파티에서 오필리아에게 독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차에 섞을 수도 있었고, 그녀의 커틀러리에 독을 묻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증명할 길이 없었다. 이미 이네스가 유력한 범인으로 꼽히며 온 관심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벌써 사건이 있은 지도 열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진범이 흔적을 충분히 지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독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지.’
이번 독은 무색무취의 독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시약을 사용해서 확인해 봐야 하는데, 무슨 독인지 모르니 맞는 시약을 쓸 수 없었다.
“일단 황후님의 증상을 자세히 알려 주시면 제가 독을 찾아볼게요.”
메모지에 증상을 적은 로제테는 실버와 삐삐를 옆에 끼고 다시 서재로 향했다.
로제테는 독에도 꽤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오필리아의 증세와 비슷한 독을 머릿속으로 추측하며 독을 찾았다. 개중 가장 유력한 독과 해독제를 추려 조슈아에게 말해 주었다.
“일단 한번 해독제를 써 보시고 경과를 말해 주세요.”
<그래, 알겠다.>
로제테는 읽던 책을 추려 방으로 돌아왔다.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늦게 잠이 들었던 로제테는 삐삐가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기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왜 그래, 삐삐?”
[삣! 삐잇!]큰일난 것 같아! 얼른 나가 봐!
로제테는 삐삐의 재촉에 잠옷을 채 갈아입지 못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미 1층에는 다른 가족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절망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히 다니엘은 오열하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 이건…….”
로제테가 재빨리 루카스에게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턱에 힘이 바짝 들어 갈 정도로 이를 꽉 깨물고 있던 루카스가 힘겹게 답했다.
“밤새 황성에서 증인들을 심문한 모양이야.”
“증인이라면?”
“조각가를 비롯하여 리베라가의 사람들 말이야.”
로제테가 초조하게 그를 재촉했다.
“그래서요?”
“조각가가 리베라 영애가 보낸 하녀가 신전에서 가져온 성수를 주었다고 해. 완성된 조각상에 그걸 뿌리면 선물 받는 사람에게 행운이 있을 거라면서 마지막에 뿌려 달라고.”
“성수요?”
“그래.”
루카스가 참담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그게 아네트 추출물인가 봐.”
“그런……!”
로제테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말도 안 돼요! 누가 그런 독을 보란 듯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뿌려요? 내가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아무도 몰래 내가 뿌렸을 거라고요.”
“로즈.”
루카스는 평소 쓰던 ‘꼬맹이’나 ‘막내’라는 호칭 대신 로제테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 주는 셈이었다.
“네 마음은 알지만,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돼. 듣는 귀가 많아. 자칫하면 너도…….”
루카스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로제테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직 리베라 영애에 대한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어. 하지만 이대로라면 처형은 피하지 못하겠지. 더불어 리베라 후작가도 멸문…….”
그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다니엘이 자리에서 묵묵히 일어났다.
“리베라가에 파혼장을 보내겠습니다.”
“오빠!”
로제테가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파혼이라뇨, 그래선…….”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로즈.”
그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너와 우리 가족을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사실 지금도 늦었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폐하의 선처를 바라야지.”
“오빠!”
로제테가 서둘러 다니엘의 팔을 잡았지만, 그가 애써 뿌리치며 계단을 올라갔다. 로제테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재빨리 방으로 뛰어갔다.
뒤따라오는 실버를 붙잡고 속삭였다
“황자님, 듣고 계신가요? 듣고 계신다면 제발 대답해 주세요.”
<…….>
“제발요. 부탁이에요.”
어느새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실버가 눈물 젖은 그녀의 흰 뺨을 핥아 주었다.
“실버…….”
로제테가 실버의 목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어떡하면 좋아. 내가 지켜 주기로 했는데, 다니엘 오빠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내가 지켜 주지 못했어. 나는 정말…….”
그때였다. 어디선가 쉬이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던 로제테는 창문을 넘어온 백사, 페리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페리토가 스르륵 그녀의 옆으로 기어 왔다. 로제테는 앞발로 뱀을 밟으려는 실버를 만류했다.
“안 돼, 실버.”
로제테는 자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뱀의 붉은 눈을 보며 속삭였다.
“미안해, 페리토. 지금은 너와 미하엘을 상대할 여유가 없어. 오늘은 돌아가도록 해.”
분명 미하엘은 오늘도 눈치도 없이 보고 싶다는 둥 말을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에게 진심으로 화를 낼지도 몰랐다.
[쉬이익.]조금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군 페리토가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로제테의 손등 위에 마법 통신구를 내려놓았다.
통신구에서 조금은 놀란 미하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즈, 목소리가 왜 그래? 울었어?>
“아냐. 미하엘, 오늘은…….”
<운 거 맞네. 왜 울었어? 내가 그리로 갈까?>
“안 울었다니까, 그리고 올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며 마법 통신구를 던졌다. 깜짝 놀란 삐삐가 허공으로 포드닥 날아올랐다가 로제테의 어깨에 앉아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문댔다.
“너도 소식 들었을 거 아니야. 지금 아드리안과 내가 얼마나 심각한지 너도 알 거 아냐. 그런데도 시답지 않은 이야기나 늘어놓으려고 페리토를 보낸 거야?”
<로즈, 짐깐만 진정해. 나는…….>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내가…….”
로제테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다니엘은 이대로 파혼 통보를 할 것이고, 황제에게 미운털이 박히긴 하겠지만 아드리안은 무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이네스는 이대로 처형당할 것이고, 다니엘은 평생 슬픔 속에서 살아갈 터였다.
결코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없었다. 로제테는 과거 다리를 다쳐 냉소적으로 변했던 다니엘을 또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그 무엇보다…….
‘이네스 언니를 잃는 게 싫어.’
이네스보다는 가족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생각보다 더 이네스에게 정을 준 모양이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를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때, 페리토가 눈치를 보다가 마법 통신구를 다시 물고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백사가 통신구를 채 바닥에 내려놓기도 전에 미하엘이 말했다.
<로즈, 있잖아. 쉘튼 왕국의 신화에 대해 알아?>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잘 들어, 로즈. 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야. 너에게 장난이나 치자고 페리토를 보낸 것도 아니고.>
대답하는 미하엘의 목소리는 제법 진지했다. 로제테가 눈물을 닦으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장난치는 게 아니면 갑자기 여기서 너네 왕국 신화 얘기가 왜 나와?”
<지금 너에게 제일 필요한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나에게 필요한 거?”
<응.>
로제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미하엘의 말을 들었다.
<쉘튼 왕국은 유일신, 아쉘라 여신을 믿는 에른하르트와 달리 신이 많아. 만물에 다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거든.>
“그래서?”
<이건 달의 여신인 일루미나의 이야기야.>
나지막이 속삭이는 미하엘의 말을 계속 듣던 로제테가 곧바로 서재로 뛰어나갔다.
* * *
-일루미나에게는 사랑하는 인간 남자가 있었어.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어. 일루미나가 남자를 신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말이야.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로제테는 미하엘의 말을 생각하며 쉘튼 왕국에서 나는 식물을 찾기 위해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일루미나는 자신의 연인인 인간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것을 발견했어. 배신감을 느낀 일루미나의 발치에는 작은 은색의 꽃이 피어났지. 일루미나는 그 꽃을 꺾어 연인에게 선물했어.
미친 듯이 페이지를 넘기던 로제테의 손이 멈췄다. 그녀가 흑백으로 삽화가 그려진 꽃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찾았어.”
-그 꽃을 받은 남자는 곧바로 쓰러진 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고 말았지. 사람들은 그 은색 꽃에게 이렇게 이름 지어 주었어. ‘고요한 여신의 분노’라고.
“고요한 여신의 분노, 세아릴 꽃.”
쉘튼 왕국에서도 특정 산에서만 자생한다는 세아릴 꽃의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로제테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저택을 나섰다.
“어? 꼬맹아, 너 어디 가?”
뒤에서 루카스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 * *
쉬이익. 아드리안 저택을 빠져나온 페리토가 미하엘에게 기어 왔다. 페리토를 팔에 감은 미하엘은 저 멀리 달려가는 아드리안의 마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페리토가 물었다.
[쉬이익.]왜 그랬어?
“글쎄.”
미하엘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네스 리베라가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를 독살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미하엘은 기뻤다. 드디어 로제테를 손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고 절망하는 그녀를 몰래 빼돌려 같이 쉘튼 왕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녀의 구원자이자,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