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1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17화. 범인 색출(2)(117/214)
117화. 범인 색출(2)
2024.02.25.
로제테는 삐삐의 목에 마법 통신구를 매달아 주고는 당부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삐삐?”
[삣!]“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가능하면 빨리 미하엘을 찾아야 돼.”
“삣!”
삐삐가 창밖으로 포르르 날아갔다. 로제테는 새끼손톱만 한 통신구를 목에 걸고 가만히 기다렸다.
‘제발 빨리…….’
그녀의 소망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마법 통신구에서 분홍빛이 새어 나오더니, 미하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먼저 날 찾아주다니, 기쁜걸.>
“농담할 때 아니란 거 알잖아.”
로제테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챘는지 통신구 너머에서 삐삐가 ‘삣! 삐잇!’ 하고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다.
미하엘이 장난스럽게 ‘아야’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린 것을 보면, 삐삐가 그의 머리카락을 뜯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쁘다는 건 진짜야. 이유야 어찌 됐든 네가 내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 로즈. 그래서 용건은?>
“그…….”
호기롭게 삐삐를 보낸 것과 다르게 로제테는 선뜻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미하엘에게 이런 부탁을 해도 될까?’
지금으로서는 미하엘이 쉘튼 왕국 사절단을 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네스가 처형당하기 전에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찾는다고 해도 문제야.’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은 둘째치고, 미하엘과 사람들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같은 왕국 귀족을 밀고한 셈이 되었으니까.
망설이는 로제테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미하엘이 먼저 말했다.
<세아릴 꽃 때문에 연락했지?>
“맞아.”
로제테는 순순히 대답했다. 조슈아는 세아릴 꽃에 대해 함구하라고 했지만, 애초에 힌트를 준 게 미하엘이었다.
어쩌면 그는 그녀가 연락을 할 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세아릴 꽃의 해독제를 알려달라고 연락하지는 않았을 테고, 혹시 사절단에 조력자가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로제테는 이번에도 솔직하게 답했다.
“맞아.”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도움을 구할 생각으로 미하엘에게 삐삐를 보냈다. 이렇게 된 이상 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아릴 꽃은 에른하르트 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아는 사람도 적어. 반면 쉘튼 왕국 사람은 다르지. 너도 바로 아는 것을 보면 쉘튼 왕국에선 세아릴 꽃이 꽤 알려졌다는 뜻이겠지?”
<흐응.>
미하엘이 콧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세아릴 꽃을 쉘튼 왕국에서 들여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할 테니까 무역선에 몰래 싣고 오는 위험은 피했을 것 같아. 게다가 마침 쉘튼 왕국 사절단이 왔으니 의심해 볼 수밖에 없지.”
<흐응, 그렇구나.>
할 말을 다 한 로제테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차마 미하엘에게 도와달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런 일을 스스럼 없이 부탁할 관계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친구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그때 미하엘이 물었다.
<만약 내가 네 말을 들어 주면 넌 내게 뭘 해 줄 거야?>
“으음.”
로제테가 망설였다.
‘대체 뭘 해 줘야 할까.’
그녀가 보답으로 미하엘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사실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와 그에 합당한 물질적인 보상 정도였다.
‘하지만 미하엘이 그걸 원할 것 같지 않아.’
그녀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뭘 원해?”
<글쎄.>
미하엘이 청아하게 웃었다.
<보답으로 나와 함께 쉘튼 왕국으로 가자고 하면 따라갈 거야?>
“……뭐?”
<내 덕분에 이번 일이 잘 풀린다면 네 가문과 다니엘 아드리안의 약혼녀가 무사한 거 아니야? 내가 네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 없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미하엘의 말대로였다.
만약 그가 진범을 잡아 준다면 아드리안은 다시 평화로워질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미하엘의 도움이 없다면 아드리안이 위태로워지겠지.
그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하엘의 말에 따르는 게 옳았다.
비록 가족을 거의 못 본다고 하더라도.
‘게다가 황자님을 못 본다고 해도.’
왜 지금 이 순간 조슈아의 얼굴이 떠오른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찌 됐든 미하엘을 따라가게 된다면 만나기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황자로서 지금도 보기 힘든데, 타국의 귀족이 된다면 알현 절차가 더 까다로워질 테니까.
‘그건 슬퍼. 하지만…….’
그것보다는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게 더 슬플 것 같았다.
“그…….”
<농담이야.>
로제테가 기껏 마음을 정하고 대답을 하려는데 미하엘이 푸스스 웃으며 말했다.
<너와 함께 쉘튼 왕국으로 가고 싶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내가 뭘 해야 할까?”
<그저 나중에 내가 네 은인이라는 것만 기억해 줘.>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아무 걱정도 하지 마, 나의 로즈.>
미하엘이 낮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감미롭게 들렸지만, 동시에 인간을 유혹하는 뱀이 속삭이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번만은 날 네 충직한 종처럼 사용하길 바라.>
* * *
“이번만은 날 네 충직한 종처럼 사용하길 바라.”
그 말을 끝으로 미하엘이 삐삐의 목에 달린 마법 통신구를 톡 두드렸다. 통신구에서 빛이 사그라들자 그가 삐삐에게 작게 속삭였다.
“넌 네 주인에게 가서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전해 줘. 모든 것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삐삣!]삐삐가 깨알 같은 까만 눈으로 미하엘을 올려다보았다. 그게 마치 ‘널 어떻게 믿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치 빠른 패밀리어 같으니라고.
미하엘은 제 속내를 숨기며 웃었다.
“얼른 가서 네 주인에게 전해 주기나 해. 아니면 페리토의 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삣! 삐익!]이 야만인!
삐삐가 날개를 파닥이며 난리 쳤다. 그러나 페리토가 혀를 날름거리자 재빠르게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미하엘이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쥐새끼를 찾으러 가 볼까, 페리토.”
마법사로서 제국에 방문한 사절단의 수는 열 명이 넘었다. 그들을 보좌하는 기사나 다른 하인들까지 합하면 수십이 됐다.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지만, 이미 미하엘은 조력자가 누군지 대충 파악한 상태였다.
그가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뒤를 페리토가 졸졸 따라갔다.
미하엘이 향한 곳은 그의 방에서 조금 떨어진 손님방이었다. 미하엘이 다짜고짜 문을 벌컥 열자, 안쪽에서 하녀와 시시덕거리던 갈색 머리의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노크도 없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르쉐르 후작님. 그리고 문을 잠갔는데 대체 어떻게…….”
미하엘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네까짓 게 걸어 놓은 마법을 무효화하는 것 정도야 우습지 않겠어?”
갈색 머리의 남자, 벨저 자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벨저 자작은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 마법과를 차석 졸업한 인재로서 대외적으로는 미하엘과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벨저 자작은 방금 미하엘이 한 말이 어이가 없었다. 미하엘의 눈에 자신이 버러지보다 못한 존재로 보인다는 것도 모르고.
“넌 나가. 피 보기 싫으면.”
미하엘이 하녀를 향해 고개를 까딱이자 하녀가 제대로 옷도 추스르지 못한 채 도망치듯이 방을 나갔다.
조금 진정한 벨저 자작이 물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온 겁니까?”
“무슨 일이라…….”
미하엘이 천천히 자작을 향해 걸어왔다.
이상했다. 분명 창문을 등지고 있는 것은 벨저 자작이었는데, 햇빛은 미하엘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는데 자작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불길하게 드리웠다.
벨저 자작은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잔뜩 굳었다. 입술을 비틀며 웃은 미하엘이 페리토를 향해 명령했다.
“세아릴 꽃을 찾아.”
페리토가 S자를 그리며 옷장으로 기어갔다. 벨저 자작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세, 세아릴 꽃을 왜 여기서 찾습니까?”
“글쎄. 그건 자작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곧 커다란 짐가방 안으로 기어들어 간 페리토가 자그마한 유리병을 물고 왔다. 유리병 안에는 연한 노란색 물이 들어 있었다.
코르크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자 아주 희미하게 세아릴 꽃 향기가 났다.
아마 이것을 홍차에 넣는다면 수색이 변하리라.
“어리석기도 하지.”
유리병을 꽉 쥔 미하엘이 피식 웃었다.
“이렇게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미리미리 없애야 하지 않겠어?”
아마도 원래 계획이었다면 증거를 없앴을 터였다.
하지만 오필리아가 본의 아니게 살게 되자 여분의 세아릴 꽃 추출물을 다시 건넬 생각을 했겠지.
그게 스스로의 목을 옥죄는 것일지도 모르고.
벨저 자작이 바락바락 소리쳤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후작께서 몰래 저걸 제 방에 갖다 놓고 제게 덤터기를 씌우려는 게 아닙니까?”
미하엘이 피식 웃었다.
“내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를 꼭 찝어서 찾아오실 수 있으십니까?”
“내가 여기만 왔는지, 다른 곳도 갔다 왔는지 그쪽이 어떻게 알지?”
“그건…….”
미하엘이 벨저 자작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웃었다. 그의 눈이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졌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지금 당장 가서 자백하도록 해. 누구와 함께 이런 짓을 벌였는지까지도.”
벨저 자작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그가 멍하니 미하엘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당장 가서…… 자백…….”
“그래, 알겠으면 얼른 가.”
미하엘이 그의 손에 유리병을 쥐여 주자마자 벨저 자작이 터덜터덜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미하엘이 제 옆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페리토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로즈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거라고, 페리토가 쉬익거리며 대답했다.
만족스럽게 미소 지은 미하엘이 방을 빠져나갔다.
* * *
방으로 돌아온 삐삐는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미하엘의 말을 전해 주었다.
로제테는 삐삐가 비스킷 가루를 쪼아 먹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삐삐, 정말 미하엘이 찾아낼 수 있을까?”
정신없이 비스킷을 먹던 삐삐가 두 다리를 모으고 로제테의 손 앞으로 쫑쫑거리며 뛰어왔다. 그러고는 걱정하지 말라며 로제테의 손등을 부리로 콕콕 쪼았다.
로제테는 삐삐의 등을 쓸어 주며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았다.
‘내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미하엘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제삼자인 그에게 이런 중요한 것을 맡겨도 되는 걸까.
이제라도 자신이 나서서 진범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며 루카스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꼬맹아!”
그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외쳤다.
“진범을 찾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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