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화. 시럽보다 더 달콤한 것은(2)(12/214)
12화. 시럽보다 더 달콤한 것은(2)
2023.11.12.
호기롭게 외친 루카스가 로제테를 데려간 곳은 식당이었다.
“자고로 좋은 사람은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이지!”
그는 로제테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떠들어대더니 의욕이 잔뜩 넘치는 태도로 주방장에게 뭐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하녀들이 가져온 아침 식사는 어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각자 접시에 서빙되는 대신, 뷔페처럼 테이블 가운데에 음식을 담은 접시를 놓고, 각자 덜어 먹는 형식이었다.
로제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팬케이크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옆에 앉은 루카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버지가 없을 땐 가끔 이렇게 먹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잖아.”
그가 얼굴만 한 팬케이크를 덜어 가서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렸다. 그러고는 한 조각 크게 썰어 한입 가득 욱여넣었다.
로제테를 먹이겠다는 것인지, 본인이 허기져서 식사를 하는 것인지 구분 가지 않는 태도였다.
로제테는 그가 먹는 것을 지켜보다가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았다.
산더미 같은 팬케이크 옆에는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소시지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엔 치즈와 다진 채소를 넣어 만든 도톰한 오믈렛이, 그 옆에는 구운 채소가 있었다. 그 외에도 샐러드나 치즈 등 먹을거리가 많았다.
맹세컨대, 로제테는 태어나서, 그러니까, 전생을 통틀어서 이렇게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놓여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로제테가 포크를 쥔 채 눈만 깜빡이고 있자 어느새 팬케이크를 하나 다 해치운 루카스가 물었다.
“안 먹고 뭐 해?”
“뭐, 뭐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걸 왜 몰라? 먹고 싶은 거부터 먹으면 되지. 뭐가 제일 먹고 싶어?”
“으으음…….”
로제테는 고민에 잠겼다.
한평생 누구도 그녀에게 음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음식이 귀한 고아원에서도, 댈러스 가문에서도 주는 음식을 그대로 받아먹기만 했다. 먼저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
사실, 그녀에게 의견 자체를 물어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로제테는 루카스의 입가에 묻은 팬케이크 부스러기를 보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오빠……가 먹은 거랑 같은 거 먹을래요.”
“그래? 내가 덜어 줄게.”
루카스가 어딘가 우쭐해 보이는 얼굴로 로제테의 접시에 팬케이크를 놓아 주었다.
“위에는 뭘 뿌릴래?”
“오빠가 뿌린 걸로…….”
“좋아, 메이플 시럽 뿌려 줄게.”
시럽을 뿌린 루카스가 계속해서 물었다.
“팬케이크에 뭘 곁들여 먹을래? 크림? 과일?”
“과일…….”
“과일은 뭐? 바나나? 딸기? 블루베리? 키위?”
그나마 시럽까지는 루카스를 따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루카스를 따라 할 수 없는 질문이 나왔다.
게다가 선택지는 뭐가 이리 많은 것인지. 로제테는 눈앞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여기서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루카스를 실망시킬 것 같았다.
하지만 뭐가 먹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결국 로제테는 우물거렸다.
“모르, 모르겠어요.”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약간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러자 루카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야, 야. 뭐 이런 것 가지고 울고 그래. 이게 뭐라고! 그래, 다 먹어. 다 먹으면 되잖아.”
그는 아예 과일이 담긴 접시를 통째로 로제테 앞에 가져와 과일을 종류별로 다 덜어 주었다.
로제테는 눈이 화등잔만 해져서 물었다.
“이걸 다 먹어도 돼요?”
“당연하지!”
“진짜요?”
“그럼!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어!”
루카스가 씨익 웃어 보이더니 아예 제 접시에도 팬케이크 한 장과 과일을 종류별로 덜었다.
“자, 나랑 같이 먹자.”
로제테가 그제야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조심스럽게 팬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시럽에 절이다시피 한 팬케이크는 솔직히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았다. 그 뒤에 먹은 과일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아니, 어쩌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은 것은 루카스의 친절일까.
이번에도 로제테가 눈물을 훌쩍이며 과일을 찍어 먹자 루카스가 흐뭇하게 물었다.
“맛있지?”
“네.”
“내가 최고지?”
“네.”
“다니엘 형보다 내가 더 좋지?”
“…….”
로제테는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누가 더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어찌 받아들였는지 루카스가 꿍얼거렸다.
“내가 특제 팬케이크까지 만들어 줬는데도 형보다 못하다는 거야? 왜 다들 다니엘 형만 좋아하는지 몰라.”
“아니에요!”
로제테는 서둘러 입에 있던 것을 꿀떡 삼키고 부정했다. 루카스가 약간의 희망을 품고 되물었다.
“그럼?”
로제테가 작게 웅얼거렸다.
“다…… 좋아요.”
“그럼 나도 좋다는 거지?”
“네.”
“그럼 뭐 됐어.”
어느새 귀를 발갛게 물들인 루카스가 볼을 긁적였다.
“얼른 먹어. 그거 다 먹으면 저택 구경하러 가자.”
고개를 끄덕인 로제테가 열심히 팬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루카스가 와구와구 퍼먹기 시작했다.
그런 두 남매의 모습을 고용인들이 흐뭇한 얼굴로 지켜봤다는 것을 두 사람만 몰랐다.
* * *
루카스는 로제테를 못 먹여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계속해서 그녀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 주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로제테가 접시를 비우면 잘 먹는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기분 좋아.’
로제테는 루카스가 재잘재잘 떠드는 말이 좋아서 먹고 또 먹었다. 납작했던 배가 볼록해졌을 때에야 포크를 내려놓았다.
“이제 더는 못 먹어요.”
“그래? 조금만 더 먹어 봐.”
“진짜 못 먹겠어요. 더 먹었다간…….”
먹은 것을 몽땅 게워 낼지도 모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루카스는 그녀의 생략된 말을 눈치챘는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몫으로 덜어 놓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지금부턴 저택 구경을 시켜 줄게!”
그때였다. 입구 쪽에서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 그 꼴로 어디 가려고?”
이자벨 아드리안이었다. 새벽 훈련을 마치고 씻고 왔는지 가까이 걸어온 그녀에게선 꽃비누 향기가 났다.
루카스가 입술을 삐쭉였다.
“왜? 내 꼴이 어디가 어때서?”
이자벨이 톡 쏘아붙였다.
“냄새나잖아.”
루카스가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제 팔을 킁킁거렸다. 곧 그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냄새 같은 거 안 나!”
그러나 말과 달리 그는 슬금슬금 로제테와 이자벨에게서 멀어졌다.
“꼬맹아, 나 씻고 올 테니까 여기서, 아니, 방에서 기다려! 금방 데리러 갈게!”
그러고는 쏜살같이 식당을 뛰어나갔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소리 죽여 웃던 로제테는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이자벨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세요.”
“그냥.”
그녀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저 바보랑 그새 친해졌나 싶어서. 아침 식사는 했어?”
“네. 루카스…… 오빠랑요.”
“안 봐도 무식하게 산더미처럼 먹었겠지.”
로제테가 얼른 고개를 저었지만 이자벨이 알 만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나저나 너야말로 꼴이 그게 뭐니?”
“아…….”
로제테가 누가 보더라도 언니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제 모습을 보며 웅얼거렸다.
“제일 작은 것으로 입었는데…….”
이자벨이 뒤에 서 있던 전속 하녀를 향해 지시했다.
“와이드 부인을 불러. 최대한 빨리. 옷은 맞춰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 지시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자벨이 조금 더 다가와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옷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몸가짐은 바르게 해야지. 머리가 이게 뭐니? 새집 같아.”
로제테는 조금 주눅이 들어서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쓱쓱 눌렀다. 로제테의 타고난 머릿결은 좋은 편이었으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관리를 하지 않아 끝으로 갈수록 거칠어졌다.
그래도 고아원에 있을 땐 제일 머릿결이 좋았는데, 비단결 같은 이자벨의 것과 비교하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
로제테가 멋쩍어하는 사이 이자벨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겨 주었다. 그러고는 제법 능숙하게 땋아 자신이 하고 있던 리본으로 마무리했다.
땋은 머리를 한쪽으로 내려 준 이자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좀 볼만하네.”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괜히 땋은 머리를 매만졌다. 새침하긴 했지만, 이자벨도 루카스나 다니엘 못지않게 좋은 가족인 것 같았다.
* * *
다니엘은 아침 일찍부터 아드리안 공작과 함께 황성으로 향했다. 오랜 친우이자 황자인 조슈아를 보기 위해서였다.
다니엘은 아버지인 아드리안 공작이 아침 일찍부터 황성에 가자고 했을 때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황자 전하께서 악몽 때문에 놀라셨다고요?
-그래. 무슨 꿈을 꾸셨는지 나와 네 안부를 다급하게 물으시더구나.
-고작 꿈으로 그러실 분이 아닌데, 희한한 일이네요.
-어떤 꿈인지 말씀은 안 해 주셨지만 어지간히 지독한 악몽이었나 보더군. 조만간 널 만나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신하된 자로서 어떻게 황자 전하를 오라 가라 할 수 있겠나.
그게 바로 아침 댓바람부터 두 사람이 황성에 입궁한 이유였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럴 사람은 아니었으나, 다니엘은 아버지가 과장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조슈아는 고작 꿈 때문에 동요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슈아 에른하르트는 오만하고 냉소적이었다. 어릴 적부터 제왕학을 배운 사람답게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른 것도 아니고 꿈 따위에 동요하다니.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니엘은 조슈아를 실제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자신을 보고 싶어 가벼운 농담이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다니엘!”
그를 만나자마자 조슈아가 달려와 와락 껴안았다. 고작 일주일 만에 보는 건데도 조슈아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조슈아가 다니엘의 양어깨를 잡은 채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니엘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전하.”
“다리는? 다리는 어떻지?”
“꿈에서 제가 다리를 다치기라도 했나 봅니다.”
웃으며 농담을 던졌던 다니엘은 심각한 조슈아의 얼굴을 보고 덩달아 진지해졌다.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그래? 한번 걸어 봐.”
황당한 요구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니엘은 그의 뜻대로 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또래 중에 당할 자가 없다는 기사 지망생답게 그의 걸음걸이는 시원하면서도 절도 있었다.
턱을 매만지며 그걸 보던 조슈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문제없네.”
다시 앉은 다니엘이 하하, 하고 웃어넘겼다.
“절 놀리신 겁니까?”
“그걸 이제야 알다니. 네 눈치도 많이 느려졌어.”
조슈아가 피식 웃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다니엘이 알던 조슈아의 모습이 나왔다. 다니엘은 안도하며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무슨 꿈을 꾸셨기에 이리도 저와 아버지를 걱정하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