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1화. 이자벨과 로텐 경(121/214)
121화. 이자벨과 로텐 경
2024.02.29.
로제테가 얼른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게 왜 황후님 때문이겠어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걸요.”
“공녀 말이 맞습니다, 어마마마.”
“그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
로제테는 씁쓸하게 미소 짓는 오필리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제가 한번 살펴봐도 될까요?”
“그럼.”
로제테는 눈을 감고 오필리아의 몸속으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확실히 오필리아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로제테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황후님, 혹시 제가 치료를 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오필리아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로제테 네가 말이니?”
“네.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벨린 왕국에서 마법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요. 황후님께서 제 실력만 믿어 주신다면…….”
“믿는단다.”
오필리아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네가 힘들지 않다면 부탁해도 되겠니?”
“네!”
로제테가 다시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서 새어 나온 빛이 오필리아의 몸을 감싸안았다.
이내 오필리아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창백했던 얼굴과 입술에 불그스름한 빛이 올라왔다.
눈을 뜨고 오필리아를 관찰한 로제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좀 나아지셨나요?”
“그래.”
오필리아가 신기하다는 듯 로제테가 잡았던 제 손을 내려보았다.
“많이 좋아졌어. 숨쉬기도 한결 편안해졌단다.”
“다행이에요. 제가 황후님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너는 이것 말고도 많은 것을 해 줬잖니. 조슈아에게 이야기 다 들었단다.”
로제테가 부끄럽다는 듯 몸을 꼬았다.
“아니에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오필리아가 고맙다는 말 대신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로제테가 멋쩍어하며 팔을 어정쩡하게 들었다가 그녀를 마주 안았다.
그 후 로제테는 오필리아와 차를 마시며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에 삐삐도 불러서 오필리아가 더욱 즐거워했다.
“저는 이제 그만 가 볼게요.”
“그래, 그러렴.”
오필리아는 아쉬워하면서도 로제테의 손을 놓아 주었다.
“조슈아, 로제테를 안내해 주고 오렴.”
“네, 어마마마.”
로제테는 조슈아와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홀로 다과를 즐기고 있던 루카스가 투덜거렸다.
“꼬맹아, 왜 이제야 와?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미안해요, 오빠. 즐겁게 대화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어요.”
“괜찮아. 사실 오랜만에 황후궁 디저트를 먹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그럼 다행이에요.”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황후궁을 빠져나왔다. 마차에 타기 전, 미하엘이 머무는 궁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마차에 올랐다.
* * *
며칠 뒤 엘리샤 댈러스가 처형당했다.
그의 오빠인 알렉스 댈러스가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알렉스는 기사단을 떠났다고 했다.
로제테는 일부러 엘리샤의 처형 장소에 가지 않았다. 괜히 봐 봤자 마음만 어지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로제테는 쉘튼 왕국의 사절단을 배웅하기 위해 황궁으로 다시 나갔다.
에른하르트의 황제는 쉘튼 왕국에 이번 일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나라 사이에 외교 문제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사이가 꽤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쉘튼 왕국의 사절단은 쫓겨나듯이 계획보다 빨리 제국을 떠났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미하엘 르쉐르만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제국에 남았다.
“너는 왜 안 가?”
로제테가 제 옆에 선 미하엘에게 물었다. 시선은 멀어지는 사절단에게 고정한 채였다.
“아직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든.”
“목적?”
“응.”
미하엘이 화사하게 웃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로제테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또 같이 가자는 말을 하려고 하는 거구나.’
로제테는 미하엘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 전 화제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벨저 자작, 네가 자백하게 설득한 것 맞지?”
“으음.”
미하엘이 콧잔등을 찌푸리며 묘하게 미소 지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이렇게 금방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말야.”
로제테가 목소리를 줄였다.
“왕국 사람들과 사이가 껄끄러워지지는 않았어?”
“딱히. 오히려 다들 다행이라고 하던걸. 자칫하면 진짜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건 그렇지.”
“뭐, 그리고 껄끄러워진다고 해도 상관 없었겠지만.”
“으응.”
어느새 사절단이 모두 황궁 밖으로 나갔다.
“그럼 너는 언제 돌아가?”
“글쎄. 아직 정하지는 않았어.”
“그럼 그동안은 어디서 지내?”
“황궁에 계속 머물러도 된다고 허락받기는 했는데 여기는 너무 재미없어서. 수도에 저택을 하나 구매해서 지낼까 싶어.”
“그렇구나.”
미하엘이 은근슬쩍 물었다.
“앞으로 나 자주 만나 줄 거야?”
“글쎄.”
“여전하네.”
핏 웃은 미하엘이 로제테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는 다시 궁으로 들어갔다.
로제테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황궁을 빠져나왔다.
* * *
오필리아 독살 시도 사건이 그렇게 해결된 뒤, 로제테와 다른 아드리안 가족은 놀라울 만큼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다니엘은 북부로 향하지 않고 이네스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로제테는 혹시라도 두 사람의 사이가 예전과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둘의 사이는 더욱 끈끈해졌다.
로제테도 주로 저택에서 뒹굴며 루카스와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국으로 돌아오고 처음으로 보내는 한가로운 시간이었다.
‘하긴, 그동안 너무 바빴지.’
오자마자 조앤과 크리스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 뒤에는 데뷔탕트와 오필리아의 생일 파티가 이어서 있었다.
“꼬맹아, 오빠와 노니까 좋지?”
“으응.”
“좀 성의 있게 대답하면 안 돼?”
“으응.”
로제테는 책을 넘기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루카스는 테이블 위에서 쫑쫑거리며 뛰어다니는 삐삐를 콕콕 찔렀다.
“야, 삐약이.”
[삐잇?]“그게 그렇게 맛있어?”
[삣! 삐잇!]삐삐가 접시에 놓여 있던 비스킷 조각을 물어 루카스에게 주었다. 루카스가 와하하, 하고 웃더니 비스킷을 입에 털어 넣었다.
삐삐가 만족한 듯 꽁짓깃을 흔들며 비스킷을 쪼아 먹었다.
로제테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오빠, 심심해요?”
“어? 아니, 뭐…….”
루카스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좀 무료하긴 하네.”
“으음.”
로제테가 두 손으로 턱을 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루카스가 그녀의 자세를 따라 하며 물었다.
“너는 안 지루해?”
“글쎄요. 저는 요즘 무척 좋아요. 그동안 워낙 바빴잖아요.”
“그렇지.”
로제테가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하자 루카스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안 되겠다, 꼬맹아. 우리 놀러 나가자!”
“네에?”
루카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로제테의 팔을 들어 올렸다.
“가자!”
로제테는 ‘어, 어?’ 하는 사이에 루카스에게 이끌려 마차에 탔다.
이윽고 두 사람은 번화가의 한 카페에 도착했다.
테라스에 앉아 차와 디저트를 먹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자벨이 누군가와 함께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 누나잖아?”
로제테보다 조금 늦게 그녀를 발견한 루카스가 손을 흔들었다.
“누나! 거기서 뭐 해?”
로제테도 그 옆에서 소심하게 아는 척을 했다.
“언니, 이리로 와요.”
두 동생을 발견한 이자벨이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카페로 올라왔다. 로제테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남자를 바로 알아보았다.
적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 로텐 경이었다.
지난번에 이네스를 만나러 황궁에 갔을 때 조슈아의 지시로 아드리안 사 남매를 안내한 기사였다.
루카스가 이자벨과 로텐 경을 번갈아 보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입으로 웃었다.
그의 표정을 발견한 이자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내가 뭘?”
“굉장히 수상하게……, 아니다.”
“언니, 일단 앉아요.”
로제테와 루카스가 테라스 바깥으로 조금 비켜 주자 이자벨이 원탁 주변의 의자를 갖고 와 앉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로텐 경이 가려고 하자 루카스가 손짓했다.
“로텐 경이라고 하셨죠? 로텐 경도 앉으세요.”
로텐 경은 이자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뒤에야 그녀의 옆에 앉았다.
루카스가 이자벨에게 눈짓했다. 이자벨이 말뜻을 알아듣고는 입을 열었다.
“루카스, 로즈. 이 사람은 엘리엇 로텐이라고 해. 나와 함께 황실 기사단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야.”
로제테는 이제야 제대로 로텐 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해에 많이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눈매는 매섭게 올라가 있었지만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어서 날카로운 느낌은 주지 않았다.
“로텐 경, 알고 있겠지만 이쪽은 내 동생인 루카스와 로제테입니다.”
로텐 경이 역시나 사람 좋게 웃으며 인사했다.
“엘리엇 로텐입니다. 1황자 전하를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그가 과장되게 보일 정도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난번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드리안 경을 많이 걱정했는데,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맞장구를 친 루카스가 은근슬쩍 물었다.
“그런데 저희 누나하고는 어쩐 일로 번화가에 나오셨습니까? 혹시…….”
이자벨이 루카스의 헛소리를 막기 위해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찔렀다.
루카스의 몸은 어릴 적부터 단련해서 근육으로 단단했다. 보통 사람이 루카스를 때렸다면 오히려 손에 충격이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자벨의 힘 또한 만만치 않았다. 퍽, 하고 꽤 큰 소리가 났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루카스가 허리를 움켜쥐며 앓는 소리를 냈다.
“아야야, 누나가 사람 잡는다.”
이자벨이 그를 흘겨 보았고, 로제테와 로텐 경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표정을 가다듬은 로텐 경이 대답했다.
“조사할 일이 있어서 같이 나왔습니다.”
“아하, 조사요?”
로텐 경이 멋쩍게 웃으며 이자벨을 흘끔거렸다. 루카스가 관심을 갖고 의자를 좀 더 당겨 앉았다.
“평소에 저희 누나와 친하십니까?”
“친분이 있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아드리안 경께 도움을 받는 편이지요.”
로제테는 두 남자의 대화를 가만히 들으며 세 사람을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뒤늦게 그녀는 루카스가 왜 고작 이자벨의 동료일 뿐인 로텐 경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설마……?’
이자벨과 로텐 경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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