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2화. 이자벨의 진심(122/214)
122화. 이자벨의 진심
2024.03.01.
정확히 말하자면 이자벨에게선 특별히 다른 점을 못 찾았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로텐 경의 분위기가 미묘했다.
원래도 사람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이자벨을 볼 때엔 분위기가 마시멜로처럼 폭신폭신해진다고 해야 할까.
아카데미에 다닐 때 멜로디와 다른 친구들과 돌려 읽었던 로맨스 소설 속에서 나오는 서술과 비슷한 눈빛이었다.
‘정말로?’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카스를 바라보자, 그가 씨익 웃었다.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동시에 로제테의 입가에도 루카스와 비슷한 미소가 걸렸다.
이자벨이 두 동생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로제테, 왜 너도 그런 표정을 짓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맞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로제테와 루카스가 동시에 시치미를 뗐지만, 이자벨은 의심의 눈빛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로제테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황자 전하께선 잘 지내고 계시죠? 그러니까, 1황자 전하 말이에요.”
로텐 경이 빙긋 웃었다.
“네. 전하께선 잘 지내고 계십니다.”
“황후 전하께서도요?”
“네. 황후 전하께서도 이제 완전히 회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이네요.”
로제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왜 황자님은 연락을 안 하는 걸까?’
황후궁에서 오필리아와 조슈아를 본 뒤로 조슈아에게선 연락 한번 없었다. 한 번 정도는 오필리아의 경과를 알려 주기 위해 실버를 보내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로제테는 먼저 삐삐를 보내 연락을 해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조슈아가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황자 전하께서는 마물 토벌을 다시 가시지 않는 건가요? 다니엘 오빠는 안 간다고 하셨거든요.”
“아무래도 황후 전하의 상황을 살피시느라 당분간 수도에서 계실 모양입니다. 따로 말씀은 안 해 주셔서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제게는 좋은입니다.”
“로텐 경도 이번 마물 토벌에 참가하셨었나요?”
“네. 그러다 이번에 황자 전하께서 수도에 돌아오실 때 같이 왔습니다.”
로텐 경의 묘한 시선이 이자벨에게 닿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이자벨이 흠칫했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로제테는 입을 가리고 미소 지었다.
‘어쩌면…….’
로텐 경의 짝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로제테가 느낀 것을 루카스도 느꼈는지, 그가 웃음을 참으며 팔꿈치로 로제테의 팔을 쿡쿡 찔렀다.
이자벨은 이젠 동생들의 태도에 일일이 따질 생각도 없는지 가볍게 무시했다.
로제테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모른 척해 주며 로텐 경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래서 마물 토벌은 어땠나요?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황자 전하 덕분에 위기는 많이 넘겼습니다.”
“그렇군요.”
로제테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황자님의 실력도 많이 늘었지.’
로제테가 과거 스무 살 때보다 마법 실력이 부쩍 는 것처럼, 조슈아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그는 검술과 마법에 모두 소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둘 다 애매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한쪽도 실력이 특출나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한계가 있는 마법 대신 아드리안 공작 밑에서 검술을 엄청 수련했고, 그 결과 수준급의 검술 실력을 갖게 되었다.
검술만으로도 꽤 대단한 경지에 올랐는데, 전생의 기억 덕분인지 마법 실력도 꽤 준수해졌다. 그 덕분에 그는 마검사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아마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황자님을 많이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거야.’
그 후로도 로텐 경은 마물 토벌 이야기를 계속 해 주었다. 별 내용이 없어 지루하다는 이유로 다니엘은 해 주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루카스와 로제테는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들었고, 이자벨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관심 없는 척했지만 내심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황궁에서 사달이 일어났고 급하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십니까?”
두 손으로 턱을 괴며 집중하고 있던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언니와 로텐 경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네?”
로텐 경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그냥요. 두 사람이 꽤 친해 보여서요.”
“그…….”
이자벨의 눈치를 살피던 로텐 경은 그녀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자 이야기를 다시 이어 가기 시작했다.
“사실 첫 만남이라고 해도 별것은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에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분노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언니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로텐 경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이 한둘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이자벨은 4년 전 스무 살이 되자마자 황실 기사단 입단 시험을 치렀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수석 합격했다.
로제테도 아카데미에 있을 때 그 소식을 편지로 전해 듣고 엄청 기뻐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언니가 차별을 당했다니.’
이자벨 덕분에 인식이 꽤 바뀌기는 했지만, 그녀가 입단할 때만 해도 여자 기사가 거의 없었다.
보통 여자는 남자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그런 그녀가 남자 기사들을 모두 이기고 수석 입단을 했으니, 아니꼽게 보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녀가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고, 또 누군가는 그녀가 아드리안 공작가의 혜택을 받았다고 떠들어 댔다.
그러나 이자벨은 그 모든 소문에 대응하지 않았다. ‘헛소문에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라는 게 이유였다.
물론, 로제테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간간이 오는 루카스의 편지에는 이자벨이 기사단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말뿐이었으니까.
‘루카스 오빠의 배려였구나. 하긴, 만약 이자벨 언니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면 많이 속상했을 거야. 내가 이벨린 왕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까.’
로제테는 속으로 루카스의 배려에 감사하며 로텐 경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그게…….”
줄곧 말을 잘하던 로텐 경이 멋쩍은 듯 머리를 헝클었다. 그를 대신하여 이자벨이 툭 말했다.
“이 바보 같은 로텐 경이 대련을 신청하고 다닌 거야.”
“대련이요?”
“그래.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지.”
이자벨의 말은 그게 전부였지만 로제테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로텐 경이 언니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대련 신청을 한 거였구나.’
루카스도 놀라서 물었다.
“정말로 누나를 위해 대련 신청을 하고 다니신 겁니까?”
로텐 경이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휘저었다.
“꼭 그렇다기보다는……. 저는 그냥 같은 단원끼리 서로 시기하며 수군거리는 게 꼴 보기 싫었던 것뿐입니다.”
“어쨌든 누나 때문에 대련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자면 그렇지만…….”
“그러니까, 정말 바보 같다니까. 그걸 왜 일일이 대응하고 있어?”
이자벨이 툭 말하자 로텐 경이 조금 발끈해서 따졌다.
“저야말로 아드리안 경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습니다. 왜 그 모욕적인 말을 그냥 듣고 있습니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죠? 대련해서 이겨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 사람들이 나에게 진다고 날 달리 볼 것 같습니까? 오히려 열등감만 가지고 발끈할 겁니다.”
“하지만……!”
“게다가 그렇게 대련하고 다니는 통에 기사단 내에서 로텐 경의 입지도 좁아지지 않았습니까? 황자 전하께서 로텐 경을 곁에 두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로텐 경의 출세길도 막혔을 겁니다.”
“출세 같은 것을 바라고 한 일은……!”
따지려던 로텐 경이 이내 풀이 죽어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 이자벨의 말은 조금 지나쳤다. 하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로제테는 그녀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로텐 경을 아끼는 거야.’
이자벨은 제 진심을 꼭꼭 숨긴다.
아드리안가에 막 입적됐던 로제테에게도 그녀는 속마음을 숨기고 모진 소리로 그녀에게 충고했다. 하지만 그건 애정에서 비롯된 충고였다.
조금 전 이자벨은 분명 로텐 경을 ‘바보 같다’고 묘사했다. 그녀가 정말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쓰지 않았을 표현.
이자벨은 아드리안이었다. 뒤에서 수군거릴지언정, 그녀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이는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엘리엇 로텐은 달랐다. 로제테가 알기로, 로텐가는 제국에서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
로텐 경은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기사단 내에서 대놓고 따돌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자벨이 ‘바보 같다’고 한 것일 테고.
‘그렇지만 로텐 경은 아직 언니의 진심을 모르는 모양이야.’
어쩌면 이대로라면 로텐 경이 지쳐서 떠나갈 수도 있는 일.
로제테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로텐 경이 고마웠죠, 언니?”
“…….”
로제테는 이번에도 말없이 창문을 바라보는 이자벨을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언니를 이해해 주는 로텐 경이 싫지는 않았잖아요.”
“허튼소리.”
“언니, 고마울 땐 고맙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
로제테는 이자벨이 왜 이렇게 방어적인 기질을 가졌는지 잘 알았다. 이건 여자로서 험난한 기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감정을 내비치면 남자 기사들은 그녀가 여자라서 감정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중얼거릴 테니까.
‘사람인 이상 감정이 없는 게 더 이상하잖아.’
그래도 로제테는 이자벨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로텐 경이 그런 동료가 되어 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언니도 로텐 경이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은 언니의 진심을 보여 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로제테는 이번에도 이자벨이 ‘허튼소리’라며 일축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에게선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쯤 되니 로텐 경이 조금은 들뜬 얼굴로 이자벨의 말을 기다렸다.
잠깐의 침묵 끝에 이자벨이 대답했다.
“뭐, 조금 고맙기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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