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4화. 사냥 대회(1)(124/214)
124화. 사냥 대회(1)
2024.03.03.
아닌 척했지만, 조슈아는 조금 당황하여 오필리아의 얼굴을 살폈다.
오필리아는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슈아는 바로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공녀가 실버의 이름을 지어 준 것을 눈치채신 모양이군.’
조슈아는 그 사실을 부정할까 하다가 순순히 인정했다.
“네. 짐작하신 대로 공녀가 지어 주었습니다.”
[컹!]로제테의 이름이 나오자 실버가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조슈아가 그런 늑대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이, 오필리아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렇구나. 조금 놀랍구나.”
“뭐가 그리도 놀랍습니까?”
“글쎄. 이름을 선물 받았어도 그걸 사용할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로제테가 지어준 이름을 순순히 사용하다니.”
이번에도 오필리아의 분석이 맞았다.
-그래서요? 정말 늑대를 그냥 ‘늑대야’라고 부르실 건가요?
당시 조슈아는 충동적으로 로제테에게 이름을 지어 보라고 말했다. 정말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왜 로제테에게 그런 말을 했던 걸까.
“그래서 요즘 로제테와는 어떻게 지내니?”
오필리아의 말에 생각에서 벗어난 조슈아가 가볍게 대답했다.
“요즘은 연락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전에는 연락을 했다는 소리구나.”
또다시 정곡을 찔린 조슈아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답했다.
“전에도 딱히 연락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흐음.”
오필리아는 조슈아의 어설픈 거짓말을 캐묻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럼 왜 요즘에는 연락하지 않은 거니?”
“특별히 연락할 일이 없었습니다.”
[컹!]거짓말! 조슈아는 거짓말쟁이야!
조슈아는 울부짖는 실버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실제로 그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로제테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실버가 낑낑거리며 로제테는 언제 볼 수 있냐고 묻기도 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실버가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냥 로제테가 좋아! 간식을 주지 않아도 좋다고!
그 말을 부정하기 위해 로제테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실버의 말이 착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하면 사랑스러운 분홍색 머리를 지닌 여인이 생각났다.
사실 며칠 전에는 꿈에서 로제테가 나오기도 했다. 꿈속에서 그녀는 그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슈아는 차마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서 바라만 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삐삐와 함께 꽃 구경을 하던 로제테가 그에게 시선을 주더니 이내 사르르 눈을 접으며 웃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은 미소였다. 앞으로 닥칠 일은 많았는데도 조슈아는 미소 짓는 로제테가 곁에 있으면 모든 일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그건 실제로도 그랬다. 그녀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바꿨으니까. 원래라면 이미 사라졌을 그의 소중한 것이 여전히 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소중한 보물 상자 속에 분홍색 보석이 하나 추가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조슈아는 충동적으로 로제테에게 다가갔다.
-로즈.
한 번도 입에 담아 본 적 없는 이름을 속삭이며 손을 뻗었을 때였다. 조금 전까지 그를 향해 미소 짓고 있던 로제테가 희미한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순간에 그가 서 있는 장소는 꽃이 만발한 들판이 아니라 가지만 앙상한 나무만 가득한 숲속이었다.
조금 전까지 온기로 충만하던 심장이 얼음 송곳이 박힌 것처럼 시렸다.
꿈속에서 사라진 로제테를 한참이나 찾던 조슈아는 끝내 그녀를 찾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
조금 가쁜 숨을 내쉬는 조슈아의 뺨을 실버가 열심히 핥았다. 그런데도 그는 진정할 수 없었다.
조슈아는 꿈을 믿지 않는다. 오필리아는 꿈에도 뜻이 있다고 종종 속삭이고는 했지만 그는 꿈은 그저 무의식의 발현일 뿐, 의미 같은 것은 가질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 꿈은 어째서인지 불길했다. 갑자기 사라진 로제테와 황량한 숲에 홀로 남겨진 자신의 모습이라니.
대체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조슈아는 초조해서 실버를 로제테에게 보낼까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다행히 며칠 전에 방문한 다니엘이 로제테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 주어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표정이 안 좋니?”
다시금 꿈을 상기해 보던 조슈아는 아주 잠깐 오필리아에게 해몽을 부탁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마마마. 그나저나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렴. 내가 너무 오래 잡아 두었구나.”
“내일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조슈아는 서둘러 정원을 떠났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오필리아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따라 붙었다.
* * *
로제테는 여전히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사냥 대회에 참가하는 루카스에게 줄 손수건을 만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방에 딸린 테라스에 앉아 자수를 놓는 중이었다.
[내 거는 없어?]자수에 집중하던 로제테는 문득 옆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페리토가 마법 통신구를 물고 있었다.
“뭐가?”
[손수건.]“손수건?”
잠시 그 의미를 생각해 보던 로제테가 역으로 물었다.
“너도 사냥 대회에 참가해?”
[참가해 볼까 해.]“어쩐 일로? 너, 검을 쓸 줄 알았어?”
원칙상 사냥 대회에선 마법을 쓸 수 없었다. 검이나 창 같은 물리적인 공격만 허용되는데, 미하엘이 그런 것을 다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검을 배웠다고 하기엔 체격이 조금 호리호리했으니까.
[조금은 쓸 줄 알아.]“그래? 의외네.”
[왜? 내가 검을 쓸 줄 안다니까 새삼 반했어?]“헛소리.”
로제테는 차갑게 일축하며 다시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그녀의 실력은 꽤 발전하여 그럴싸한 자수를 놓을 수 있었다.
“없어. 시간이 없거든.”
[지금부터 만들면 하나는 더 만들 수 있지 않아?]“아무튼 없어.”
정곡에 찔린 로제테가 페리토를 애써 외면하며 손을 움직였다.
‘다른 손수건은 줄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
로제테는 차마 하지 못한 그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사냥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간신히 손수건을 두 장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시간.
원래대로라면 다니엘과 루카스에게 손수건을 주었겠지만 이번에는 다니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다니엘 오빠에겐 이네스 언니가 줄 테니까.’
로제테는 아직 빈 손수건을 집어 들며 조슈아 에른하르트를 떠올렸다. 나머지 손수건은 조슈아에게 줄 생각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손수건을 하나 더 만든다면 조슈아에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황자님이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로제테는 페리토를 돌려보낸 뒤에도 자수에 몰두했다.
빠르게 손을 놀린 덕분에 사냥 대회가 열리는 날까지 무사히 손수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들 몸 조심히 잘 다녀오거라.”
사냥 대회 날 아침, 아드리안 공작이 네 아이를 배웅했다. 로제테는 양팔을 벌리는 그에게 쭈뼛쭈뼛 안겼다.
공작이 사랑하는 막내딸을 꽉 안아 주었다.
“그래, 로즈. 다치지 말고.”
로제테가 핏 웃었다.
오늘 사냥 대회에는 다니엘, 이자벨 그리고 루카스가 참가한다. 로제테는 네 남매 중 유일하게 대기석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나도 참가하고 싶었는데.’
검술에 자신이 붙은 로제테는 ‘나도 참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지만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그녀를 말렸다. 그녀의 검술 실력은 믿지만 실전 경험이 전혀 없으니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로제테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참가 의사를 철회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오늘 안 가시나요?”
“젊은이들의 축제에 내가 참가하면 흥이 깨지겠지.”
“흥이 깨지다니요. 다들 좋아할 건데.”
공작이 흐뭇한 얼굴로 로제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비는 걱정 말고 다녀오거라.”
“네.”
네 남매는 공작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에 올랐다. 다른 남매와 달리 사냥 대회는 처음인 터라 로제테는 조금 들떴다.
“루카스 오빠, 사냥 대회에선 뭐 해요?”
루카스가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열심히 동물을 잡겠지?”
“그렇죠.”
“너처럼 대기실에서 쉬는 사람들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야.”
“그렇군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와.”
“네.”
루카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차는 수도 외곽에 있는 사냥터에 도착했다.
루카스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린 로제테는 반가운 얼굴을 찾았다.
“클라라, 테레사!”
“로제테, 어서 와!”
로제테가 두 사람에게 달려가 안겼다.
“잘 지냈어?”
“우리야 잘 지냈지.”
세 사람은 그동안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황후 독살 미수 사건 이후로 로제테가 줄곧 저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로제테의 등을 두드려 주는 테레사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 나와 클라라가 무척 걱정했어.”
이미 편지로도 한 얘기였지만, 실제 목소리로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로제테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너희 덕분에 무사히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우리가 뭘 했다고.”
“그냥 다 고마워.”
나중에 안 사실인데, 두 친구는 로제테를 위해 발을 동동거리며 움직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큰 도움은 주지 못했지만, 로제테는 두 사람이 자신을 위해 행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그동안의 못 다한 회포를 풀고 있을 때였다.
“어이, 로제테.”
사냥복을 입은 안토니 헉슬리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클라라가 그를 흘겼다.
“뭐야, 헉슬리. 끼어들지 말아 줄래?”
테레사도 동조했다.
“맞아. 우리가 로제테와 반갑게 얘기 나누는 거 안 보여?”
안토니가 피식 웃었다.
“미안한데, 너희만 로제테의 친구인 건 아니거든.”
“뭐?”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내가 너희보다 로제테와 더 친해졌다 이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안토니의 표정은 어딘가 의기양양해 보였다. 클라라와 테레사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로제테, 너도 오늘 사냥 대회에 참가해?”
“아니, 오늘은 그냥 클라라와 테레사와 시간을 보내려고.”
“어쩐 일이야? 너 검술 연습하는 거 꽤 좋아했잖아.”
“가족들이 반대해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대기실에 있기로 했어. 넌?”
“보다시피 난 참가하려고.”
“역시 그렇구나.”
안토니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에게 사냥감을 바칠 테니까.”
제국의 사냥 대회엔 재미난 풍습이 있었다. 사냥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풍습.
사냥감을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그날 최고의 꽃으로 칭송받는다.
그를 지칭하는 단어가 ‘꽃’인 이유는 그전까지 사냥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남자였고, 사냥감을 선물받는 사람이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자벨 언니의 등장으로 바뀌었지.’
이자벨은 여자도 실력 있는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남자와 동등하게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로제테가 저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이자벨을 보다가 안토니를 향해 손을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괜찮으니까.”
안토니가 개구지게 웃었다.
“내가 널 최고의 꽃으로 만들어 줄게.”
로제테가 잠시 고민하다가 장난스럽게 맞받아쳤다.
“좋아, 기대할게.”
“꼬맹아.”
그때, 조용히 다가온 루카스가 로제테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가 안토니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녀석보다 내가 더 사냥감을 많이 잡아다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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