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6화. 사냥 대회(3)(126/214)
126화. 사냥 대회(3)
2024.03.05.
“실버!”
로제테는 앞발을 들고 제게 안기는 실버를 꽉 껴안았다. 실버는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뺨을 핥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로제테와 실버에게로 쏠렸다.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고,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로제테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버에게 속삭였다.
“실버, 황자님은 어디 계셔?”
[컹!]실버가 뭐라고 대답한 순간이었다. 늑대의 뒤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버, 그만.”
조슈아였다. 동시에 열심히 붕붕 흔들리던 실버의 꼬리가 아래로 축 늘어지더니, 늑대가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실버의 뒤로 바짝 다가온 조슈아가 다시 엄하게 말했다.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끼잉, 끼잉. 다시 앓는 소리를 내던 실버가 이내 로제테에게 떨어져 네 발로 땅을 디뎠다.
몸을 당당하게 편 실버에게선 언제 어리광을 부렸냐는 듯 위엄이 풍겼다.
그런 실버의 변화에 쿡쿡 웃던 로제테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조슈아를 돌려다보았다.
오늘 조슈아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몸에 딱 달라붙은 사냥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평소보다 좀 더 위엄이 풍겼다.
다른 기사들보다는 몸이 날렵했지만 전체적으로 몸이 탄탄하다는 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조슈아를 훑어보던 로제테는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선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인사는 됐어.”
로제테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잠시 머뭇거렸다가 무릎을 폈다.
“황자님도 오늘 사냥 대회에 참가하시나요?”
“그래.”
“그…….”
로제테는 또다시 손가방을 매만졌다.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실버가 손가방에 주둥이를 들이대며 킁킁거렸다. 그러나 이내 조슈아가 “실버” 하고 나무라자 다시 낑낑거리며 물러났다.
“그……, 조심히 다녀오세요.”
결국 로제테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손가방을 뒤로 감췄다. 조슈아가 의아한 듯 등 뒤로 사라지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알겠다.”
피식 웃은 조슈아가 실버와 함께 사라졌다. 실버는 여전히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몇 번이나 로제테를 돌아보았다.
로제테는 그런 실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뒤 클라라와 테레사에게 합류했다.
두 친구가 묘한 얼굴로 로제테를 쳐다보았다. 특히 클라라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는데, 마치 로텐 경과 있는 이자벨을 바라보는 루카스의 표정과 비슷했다.
“왜, 왜 그렇게 봐?”
“흐응, 그냥.”
의미심장한 콧소리를 내는 클라라 대신 테레사가 물었다.
“로제테, 황자 전하와 많이 친해?”
“응? 아, 글쎄.”
친하다고 해야 할까.
로제테는 그 물음에 새삼 자신과 조슈아의 관계를 되돌아보았다.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겠지?’
두 사람은 남들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종종 만남을 가지며 교류를 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어서 일단 부정했다.
“그렇지는 않아.”
“그런 것치고는 전하의 패밀리어가 널 엄청 좋아하던데?”
“아마 삐삐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삐삐와 실버가 친하거든.”
“아하, 그렇구나.”
로제테는 여전히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클라라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삐삐를 소환했다. 두 친구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삐? 삑?]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난 삐삐를 보자 로제테의 바람대로 클라라와 테레사가 작은 새에게 집중했다.
“와, 삐삐. 오랜만이야.”
“넌 여전히 조그맣네!”
[삣!]삐삐도 날개를 파닥이며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러는 사이 로제테는 눈으로 조슈아를 좇았다. 어느새 시종이 마련한 단상에 올라선 그의 옆에는 루이스 에른하르트가 서 있었다.
두 황자가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것을 들으며 로제테는 새삼 감상에 젖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시간을 돌린 것도 이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죽인 것은 스무 살 여름 즈음이었다. 시기상으로는 지금 정도였을 테다.
‘사실 지금쯤이면 모든 게 끝나 있을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살아 있고 댈러스 후작은 없어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게 너무 많았다. 조슈아는 황태자로 책봉되지 못한 채 여전히 황자였고, 오필리아는 계속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
‘그래도 잘될 거야.’
로제테가 소심하게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사이, 두 황자의 연설이 끝났다.
로제테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조슈아를 보며 망설였다. 어느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으로 조심스럽게 쥔 채였다.
몇 번이나 망설이던 로제테는 여러 영애의 손수건을 거절하며 검을 확인하는 조슈아에게 다가갔다.
[컹!]조슈아보다 실버가 먼저 그녀를 반겼다. 로제테가 실버에게 어색하게 웃은 뒤 조슈아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저, 그…….”
그녀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확인한 조슈아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
“그거 설마 내 건가?”
“루카스 오빠 것을 만드는 김에 하나 더 만들었어요. 딱히 황자님께 주려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웅얼거리던 로제테는 순간 조슈아의 검 손잡이에 눈길을 주었다.
‘저건……?’
검 손잡이에는 손수건이 묶여 있었다. 언젠가 조슈아가 마물 토벌을 나갈 때 로제테가 그에게 준 것이었다. 삐뚤빼뚤한 자수가 여전히 민망했지만, 동시에 기뻤다.
‘아직도 간직하고 계셨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도 이렇게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용기를 얻은 로제테가 손수건을 건넸다.
“괜찮다면 이거 받아 주세요.”
다른 손수건을 거절한 것과 달리 조슈아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친히 받아 주도록 하지.”
“감사해요.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조슈아가 뭐라고 덧붙이려고 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로제테가 재빨리 대화를 마무리 짓고 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삐삐와 놀고 있던 클라라와 테레사가 살짝 빨개진 로제테의 뺨을 못 본 척해 주었다.
“여기 있었네.”
로제테가 두 뺨을 감싸 쥐며 뜨끈해진 뺨을 식히는데, 고운 미성이 들렸다. 고개를 드니 미하엘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미하엘.”
샤낭복을 입은 미하엘이 싱긋 웃었다.
“내 손수건은 없어?”
“어, 으응.”
“아쉽네.”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은 미하엘이 로제테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럼 다녀올게.”
“응, 조심히 다녀와.”
로제테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침내 사냥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냥터로 떠났다.
사람들이 사냥을 나선 동안, 로제테는 클라라, 테레사와 함께 돗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사실 할 게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났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아드리안 공녀님.”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같이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로제테는 클라라와 테레사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서 오세요.”
그들이 시종이 가져온 돗자리에 앉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더 몰려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로제테의 주위가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로제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있는데, 누군가가 먼저 말했다.
“만나 뵙고 싶었어요, 공녀님.”
“저를요?”
“네.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로제테는 자신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들에게서는 적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 큰일을 치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말이에요. 범인이 엘리샤 댈러스라면서요? 어릴 적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심보가 고약하네요.”
“자기가 공녀님과 같다고 생각했나 봐요. 주제도 잘 모르고 말이에요.”
“그래도 엘리샤 댈러스가 죗값을 단단히 치러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네에.”
로제테는 그들의 대화에 대충 맞장구를 쳐 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잠깐 산책 좀 다녀올게요.”
“저도 같이…….”
“아뇨, 그냥 혼자 둘러보고 싶네요.”
로제테가 삐삐에게 눈짓하자, 많은 사람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작은 새가 그녀의 어깨에 포르르 날아와 앉았다.
클라라와 테레사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산책을 가 볼까 해.”
“앉아만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말이지.”
두 사람은 조셉과 함께 산책로로 사라지는 로제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삐이?]왜 그렇게 기분이 나빠?
사람들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삐삐가 로제테의 목덜미에 얼굴을 문대며 물었다. 로제테가 삐삐의 턱을 간질였다.
“기분 나쁜 건 아니야. 그냥 사람이 많은 게 불편했어.”
[삐익?]“진짜로.”
로제테가 손가락 위에 삐삐를 올려놓으며 웃었다.
진짜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엘리샤 댈러스는 비난받을 만한 짓을 했고, 그 때문에 비난받은 것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러나 욕을 하던 무리 속에 과거, 엘리샤와 가깝게 지냈던 영애를 발견한 순간 기분이 조금 묘했다.
‘나에게도 무슨 일이 있다면 금방 등을 돌릴 것 같았지.’
그래서 그들에게 마음 놓고 다가갈 수 없었다.
로제테가 씁쓸하게 웃고 있는데 어느새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온 클라라와 테레사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로제테,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따라오느라 너무 힘들었어.”
로제테는 두 친구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기는. 널 혼자 보낼 수 없어서 따라왔지.”
“사실 그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고.”
“맞아. 이제 와서 로제테에게 친한 척을 하는 모습이 싫었어.”
“전에 널 무시하던 애도 있었잖아.”
로제테는 두 친구를 보고 살짝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내 삶이 헛되지는 않았어.’
로제테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며 산책로 안쪽으로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였다.
로제테는 어디에선가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에 발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오던 클라라가 미처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로제테의 등에 부딪쳤다.
“앗. 로제테, 왜 그래?”
로제테는 말없이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했다.
분명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맑았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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