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7화. 이상 증상(127/214)
127화. 이상 증상
2024.03.06.
분명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맑았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몰려올 것 같은 그런 느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이 울렁거리는 게 좋지는 않았다.
[삐……. 삐잇!]로제테의 불안함을 느꼈는지 삐삐도 그녀의 어깨에 앉아 구슬프게 울었다.
“로제테? 왜 그래?”
삐삐를 달래던 로제테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클라라와 테레사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로제테를 걱정하는 표정만 짓고 있었을 뿐, 별달리 긴장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있지.”
“응?”
“이상한 느낌 안 들어?”
“이상한 느낌?”
클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느낌인데?”
“금방이라도 뭔가 안 좋은 일이 닥칠 것 같은 느낌?”
“안 좋은 일?”
로제테를 말을 곱씹어 보던 클라라가 푸스스 웃었다.
“사냥 대회가 처음이라서 긴장했나 보구나.”
테레사도 맞장구를 쳤다.
“걱정하지 마, 로제테. 산책로 쪽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동물들이 넘어 오는 일은 없을 거야.”
돌아오는 반응을 보아하니, 두 사람은 로제테가 느끼는 불길한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괜한 기우인가.’
로제테는 다시 한번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계속 가자.”
로제테는 삐삐와 두 친구와 함께 계속 산책로를 걸어갔다.
우려와는 달리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테레사의 말마따나 산책로는 평화로웠다. 종종 저 멀리서 사람들의 기합 소리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갑자기 짐승이 달려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산책로에는 세 사람 말고도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로제테는 이내 긴장을 풀고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삐삐 또한 그녀의 주위를 포르르 날아다니며 들꽃을 물어 오기도 했다.
“우리 계곡물에 발 좀 담그지 않을래?”
발이 좀 뻐근해질 때쯤 클라라가 제안했다. 세 아이는 앞장서는 조셉의 안내를 받아 계곡에 내려가 발을 담갔다.
조심스럽게 구두와 스타킹을 벗고 투명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자, 발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시원한 감각에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세 아이는 그런 서로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삐삐도 반쯤 잠긴 돌멩이 위에 사뿐히 앉아 꽁지깃을 계곡물에 담그며 놀았다.
“평화롭네.”
“그러게 말이야.”
“평생 이렇게 아이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응.”
“하지만 우리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나면 지금처럼 지낼 수는 없겠지?”
테레사의 걱정 어린 말에 클라라가 발끈했다.
“지금처럼 지낼 수 없기는! 지낼 수 있지. 안 그래, 로제테?”
“응, 당연하지.”
세 아이가 다시 서로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물장난을 하고 놀 때였다.
로제테는 또다시 드는 불길한 느낌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아까보다 더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헤집어 놓았다. 누군가가 머릿속을 강제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왜 자꾸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로제테가 주위를 둘러보며 멍하니 생각하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테레사가 놀란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켰다.
“로제테! 너 피……!”
“응?”
그 순간, 코에서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에 로제테는 입술 위를 손끝으로 더듬거렸다.
붉은 피가 손끝에 묻어나는 것을 확인하자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머리가 핑 돌며 현기증이 들었다.
‘대체 피가 왜 나는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가씨!”
“로제테!”
[삑!]주위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마지막으로 로제테는 정신을 잃었다.
* * *
“……테? 로제테!”
[삐! 삐이잇!]머리 위에서 들리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 로제테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흐린 시야 사이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삐삐의 작고 까만 부리였다.
[삣?]꺠알 같은 삐삐의 까만 눈과 마주치자 삐삐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삐삐가 정신없이 말을 해 대기 시작했다.
로즈, 괜찮아? 걱정 많이 했어! 뭐라고 말 좀 해 봐! 나 무서웠단 말이야!
로제테는 삐삐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완전히 눈을 떴다. 그러자 주위에 앉아 있는 두 친구와 조셉의 얼굴이 보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로제테, 정신이 들어?”
조셉의 도움을 받아 상체를 일으켜 앉은 로제테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계곡에 앉아 있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는데, 지금은 대기실로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로제테가 얼굴을 더듬거리며 묻자 조셉이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갑자기 코피를 흘리시더니 쓰러지셨습니다. 급히 대기실로 모셔와서 깨어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어?”
이번엔 클라라가 대답했다.
“한 시간 정도?”
“한 시간? 그렇게나?”
조셉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네. 걱정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늦게 깨어나셨다면 아가씨나 도련님을 불러오려고 했습니다.”
“말한 건 아니지?”
“네, 아직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잘했어. 괜히 걱정을 끼칠 수는 없잖아.”
“정말 도련님이나 아가씨를 부르지 않아도 괜찮으십니까?”
“응.”
로제테는 걱정 어린 얼굴을 하는 조셉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냥 조금 피곤했나 봐.”
“안 그래도 의원도 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의원이 진찰도 했어?”
“당연하지 않습니까.”
조셉이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는 혹시나 큰 이상이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피곤이 누적돼서 쓰러지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피곤할 일은 없었는데.”
그동안 잘 먹고 잘 쉬었다. 걱정 하나 없이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말이 조금 이해 가지 않았지만 의원이 그렇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택에 돌아가서 주치의에게 다시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응.”
“아니면 이만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냐, 괜찮아. 이제 별 이상 없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몸을 감싸던 불길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냥 여기서 언니, 오빠를 기다리면 될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로제테가 간이침대에 앉아 두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천막 밖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돌아오나 봐.”
“나가 보자.”
로제테가 두 친구의 부축을 받고 밖으로 나가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루카스가 달려왔다.
“꼬맹아!”
“오빠!”
“내가 뭐 잡아 왔는지 볼래? 내가 너 주려고 토끼 잡아 왔어!”
“토끼?”
저도 모르게 질색하던 로제테는 루카스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안심했다. 네모난 철장 안에 흰색 토끼가 산 채로 들어 있었다.
그녀의 놀란 시선을 눈치챘는지 루카스가 가슴을 활짝 펴며 으스댔다.
“저택에서 키우라고 잡아 왔어. 너, 동물 좋아하잖아. 삐삐도, 황자 전하의 패밀리어도.”
로제테가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건 맞았다. 하지만 삐삐와 실버를 특별히 여기는 것은 그들이 패밀리어였기 때문이다.
특히 삐삐는 말과 감정이 통하는 둘도 없는 친구였으니까.
[삣!]로제테의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날던 삐삐가 루카스의 머리카락을 잡아뜯기 시작했다.
바보, 루카스! 이 위대한 삐삐를 어떻게 감히 동물에 비교할 수 있어? 나는 동물이 아니라 패밀리어란 말이야!
“아얏, 삐삐! 넌 또 왜 머리를 뜯고 그래?”
[삑!]바보는 몰라도 돼!
삐삐의 화난 목소리를 들은 로제테가 픽 웃었다.
“오빠, 저 토끼는 놓아주고 와. 저 토끼도 여기에서 사는 게 더 나을 거야.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알겠어.”
루카스가 눈짓하자 시종이 토끼가 든 철장을 들고 숲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꼬맹아, 왜 거기서 나와? 거긴 의료 천막 아니야?”
“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로제테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녀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옷에 묻은 검붉은 핏자국을 발견한 루카스가 야단을 피웠다.
“뭐야? 어디 다쳤어? 웬 피야?”
“다친 것은 아니고…….”
“조셉은 뭐 했어? 널 보호하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쉿, 목소리 좀 낮춰 봐.”
로제테는 이쪽으로 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루카스를 진정시켰다. 그녀를 대신하여 조셉이 설명했다.
“사실 아까 아가씨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뭐어?”
“의원은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 거라고 하셨습니다.”
루카스가 다시 펄쩍 날뛰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 다들 걱정하니까.”
“당연히 걱정하지! 그래도 말해야 할 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 봐.”
로제테는 입을 꾹 다무는 루카스에게 간략하게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루카스는 로제테의 두 뺨을 감싸 쥐고는 그녀의 얼굴을 좌우로 돌리며 관찰했다.
“그래서 더 다친 곳은 없어?”
“응. 내가 바닥으로 쓰러지기 전에 조셉이 먼저 받아 줬대.”
루카스의 두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너, 잠 안 자고 밤새 마법책 읽었지?”
“아냐. 진짜로 잠은 많이 잤어.”
“당분간 책 압수야.”
‘내가 애도 아니고, 압수가 뭐야?’라고 반박하려던 로제테는 심각한 루카스의 표정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 누나가 돌아오면 얼른 돌아가자.”
“으응.”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벨도 도착했다. 커다란 사슴을 잡은 그녀는 로텐 경과 함께였다. 듣자 하니 손수건에 대한 답례로 로텐 경에게 사슴을 준다는 것 같았다.
그다음엔 다니엘이 돌아왔다. 이네스를 꽉 끌어안으며 재회한 그는 이네스와 함께 루카스와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다니엘 형, 이자벨 누나. 글쎄, 들어 봐.”
로제테가 쓰러졌었다는 루카스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놀랐다.
다니엘이 걱정 어린 얼굴로 차분하게 물었다.
“로즈, 괜찮니? 아프지는 않고?”
“네. 멀쩡해요. 루카스 오빠가 과장하는 거예요.”
이자벨은 손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 로제테의 이마에 손을 갖다댔다.
“열은 없는 것 같네. 그래도 얼른 가서 쉬어야겠어.”
“알겠어요. 그런데 조금만 있다가요.”
로제테는 그렇게 대답하며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카스가 의아한 듯 물었다.
“누굴 찾아? 우리 다 왔는데.”
“그…….”
로제테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황자님을 찾는 거라고는 말 못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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