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8화. 마법의 대가(128/214)
128화. 마법의 대가
2024.03.07.
‘황자님을 찾는 거라고는 말 못 하겠어.’
로제테가 머뭇거리고 있자,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루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망할 헉슬리를 찾는 건 아니겠지?”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소리 지르자 루카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게 아니라면 됐어.”
뒤늦게 핑곗거리를 찾은 로제테가 웅얼거렸다.
“아직 사냥 대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떠나는 것은 그렇잖아요. 두 황자 전하도 오지 않으셨고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에?”
루카스가 아랑곳하지 않고 로제테의 팔을 잡아끌었다.
“황자 전하와 상관없이 먼저 가도 되니까 얼른 집에 가자. 너 지금 보니까 안색도 좋지 않아.”
“그…….”
옆에서 대화를 듣던 이자벨과 다니엘도 거들었다.
“루카스 말대로 해.”
“맞아, 로즈. 그만 가는 게 좋겠어.”
거기에 이네스마저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제가 제대로 챙겼어야 했는데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쯤 되니 로제테도 더 이상 우길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그녀는 조슈아와 실버가 있을 사냥터를 돌아보았다가 가족들과 함께 사냥터를 빠져나왔다.
* * *
“의원! 얼른 의원 불러 와!”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루카스가 야단법석을 피웠다. 세바스찬은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의원을 불렀고, 로제테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진료를 받았다.
“쓰러지셨다고요?”
루카스에게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들은 의원이 진중하게 로제테를 관찰했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론도 황실 소속 의원이 내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별히 몸에 이상은 없어 보이십니다. 아마 요즘 좀 피곤하셔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만…….”
“꼬맹이가 요즘 피곤할 일이 뭐가 있었다고 그래? 그리고 피곤하다고 쓰러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아?”
“그렇습니다만…….”
의원이 조금 자신 없는 투로 중얼거렸다.
“일단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약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당분간 휴식을 충분히 취하시고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죠.”
“알겠어.”
로제테가 진료받는 내내 그녀를 대변하여 대답하던 루카스는 의원이 나가자마자 로제테를 닦달했다.
“들었지, 꼬맹아? 당분간 저택에서 꼼짝 말고 있어.”
“으응.”
로제테의 대답이 시원치 않자 루카스가 아예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자, 그럼 쉬어.”
“알겠어요.”
“너 잘 때까지 안 나갈 거야.”
정말로 그럴 생각인지, 루카스는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팔짱을 꼈다. 로제테는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소리 없이 방에서 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실눈을 살짝 뜨고 방 안을 살핀 로제테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엔 조앤을 불러 따뜻한 물에 씻은 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삐삐.”
[삣?]베개에 몸을 비비던 삐삐가 장난스럽게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너도 아까 느꼈지?”
[삐이?]“아까 좀 이상하지 않았어?”
[삐이…….]로제테는 베개에 머리를 묻고 꽁지깃을 파르르 떠는 삐삐를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어.’
다시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한 경험이었다. 분명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강한 느낌이었는데, 그녀나 삐삐 말고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는 게 이상했다.
“일단 좀 더 지켜보자, 삐삐.”
[삣!]로제테는 베개 위에 앉아 잘 준비를 하는 삐삐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피곤이 누적됐다는 의원의 진단은 틀린 것은 아니었는지 금방 잠이 왔다.
* * *
몸이 좋지 않기는 했는지 로제테는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었다. 그런 그녀를 배려해서 아무도 방에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일어난 것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삐삐 때문이었다.
[삣!]“삐삐, 왜……. 아, 실버?”
실눈을 떴던 로제테는 어느새 침대 옆에 다가온 실버를 발견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는 실버가 그녀의 뺨에 길쭉한 주둥이를 문질렀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실버?”
[컹!]실버가 물고 있던 것을 로제테의 옆에 내려놓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실버가 선물한 것은 머리를 상식하는 리본이었다.
“이게 뭐야?”
대답은 조슈아가 대신했다.
<손수건에 대한 답례다.>
“답례요?”
<그래. 사냥감을 가져올까 했지만 그건 네가 질색할 것 같더군.>
“맞아요. 아마도 그랬을 거예요.”
로제테는 왠지 모르게 들떠 재잘재잘 떠들었다.
“글쎄, 루카스 오빠는 저 보고 키우라며 토끼를 산 채로 잡아 온 거 있죠?”
<루카스답군.>
“그러니까요. 물론 토끼는 귀엽기는 했지만 돌려보내라고 했어요.”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조슈아에게선 잠시 말이 없었다. 실버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던 로제테가 대신 물었다.
“사냥은 잘하고 오셨나요?”
<그래. 덕분에 잘하고 왔어.>
“돌아오는 것을 못 봐서 아쉽네요.”
<안 그래도 묻고 싶었는데.>
조슈아가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네?”
<아드리안이 오늘따라 일찍 돌아가서 말이다.>
“아아.”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제가 조금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돌아왔어요. 괜찮다고 했는데 루카스 오빠가 얼른 가자고 우긴 거 있죠?”
<몸은 좀 괜찮나?>
“네. 저택에 오자마자 푹 쉬어서 괜찮아요.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
“진짜예요.”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그것까지 다 들은 걸까. 로제테는 민망해서 뺨을 긁적였다.
“물론 그러기는 했는데 별일은 아니었어요.”
<그게 별일이 아닐 수 있나?>
그렇게 묻는 조슈아의 목소리는 조금 딱딱한 것 같았다.
“진짜예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랬던 것뿐이에요.”
<그 외에 별 이상은 없나?>
“네. 보실래요?”
두 팔을 불끈 들어 올렸던 로제테는 조슈아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멋쩍게 팔을 내렸다.
“아무튼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로제테는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풀어 보기 위해 농담을 건넸다.
“혹시 제 걱정 많이 하셨나요?”
질문을 던질 때에만 해도 그녀는 조슈아가 그 말을 부정할 줄 알았다. 예의 삐딱한 목소리로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건가?’라고 말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곧이어 들려온 대답이 조금 충격이었다.
<그래.>
“조금은 걱정했다고 말하면 안 되…… 네?”
<당연히 보여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좀 걱정되더군.>
로제테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입만 벙긋거렸다. 조슈아의 말이 마치 먼 곳에서 말하는 것처럼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그의 말을 이해한 그녀의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럼 설마 오늘 실버를 보낸 것도…….”
<그것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어느새 그대가 시간을 돌린 지도 12년이 지났더군. 이때쯤이었지, 아마?>
“네. 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요?”
조슈아가 조금 뜸을 들이다가 다시 물었다.
<그동안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을 돌린 것에 부작용은 없나?>
“부작용이요?”
<그래. 나는 그대가 쓴 마법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 하지만 그런 마법에 부작용이 없다는 게 조금 의아해서 말이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실에 로제테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황자님 말이 맞아.’
그동안 로제테는 자신이 쓴 마법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을 돌렸나?’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불행했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였다.
시간을 거슬러 온 후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았다.
그런데 조슈아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이상하기는 했다.
로제테도 자신이 쓴 마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다. 그저 언젠가 댈러스 후작이 기억하라고 했던 고대 마법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쓴 것뿐이었다.
그렇게 큰 마법을 썼는데도 로제테에게는 특별한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댈러스가에 있을 때보다 건강해졌고, 마나 코어도 더 빨리 만들 수 있었다. 삐삐도 소환해서 함께 지냈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미래도 바꿨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대가가 없을까?
로제테가 생각에 잠긴 사이 조슈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대가 이유 없이 쓰러졌다고 하니 그냥 그런 의문이 들더군.>
“괜찮을 거예요.”
로제테는 확신 없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별일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로제테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군.>
아니, 그래야만 해.
조슈아가 작게 덧붙인 말이 마치 꿈결에 속삭인 말처럼 들렸다. 로제테는 실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 * *
로제테에게 갔던 실버가 조용히 조슈아의 침실로 돌아왔다. 실버의 입에는 로제테가 주었을 게 분명한 간식이 물려 있었다.
실버는 로제테를 만났을 때와 달리 늠름한 모습으로 조슈아 앞에 섰다.
“로제테는 어땠지?”
실버가 곧바로 대답했다.
[컹!]안색이 좋아 보이진 않았어.
“안 좋아 보였다고?”
맞아! 좀 피곤해 보였어.
조슈아는 그 말을 남기고 간식을 와그작와그작 먹기 시작하는 실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사냥 대회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조슈아는 본능적으로 로제테부터 찾았다. 그동안 사냥 대회에 몇 번 참가했지만, 누군가를 이토록 찾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로제테는 물론, 아드리안의 다른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차마 누구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속삭이는 게 들렸다.
-그러고 보니 아드리안가 사람들이 안 보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까 아까 아드리안 공녀가 쓰러져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공녀가 쓰러져요?
조슈아는 순간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말한 ‘아드리안 공녀’가 로제테가 맞는지 묻고 싶었다. 또한 왜 쓰러졌는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다.
그는 상황을 생각하며 끓어오르는 조바심을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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