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2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29화. 실버의 자신감(129/214)
129화. 실버의 자신감
2024.03.08.
그렇게 조슈아는 사냥 대회가 막을 내릴 때까지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황자로서 달리 할 일이 많았는데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에메랄드 궁에 돌아온 뒤에도 몇 번이나 실버를 보낼까 말까 고민했다.
실버도 낑낑거리며 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로제테의 방에 아무도 없을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라도 실버가 드나드는 것을 들킬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유독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열심히 사냥감을 쫓아 뛰어다니느라 피곤했지만 조슈아는 잠깐 눈도 붙이지 않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황궁이 조용해졌을 때 실버를 보냈다.
조금 뒤 마법 통신구에서 들려 오는 로제테의 밝은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후…….”
조슈아는 어느새 간식을 다 먹고 혀를 날름거리는 실버를 보며 픽 웃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나서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어릴 적 오필리아가 주었던 것이자, 시간을 거슬러 온 조슈아가 과거를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법 아티펙트.
과거로 막 돌아왔을 때 모든 빛을 잃고 까맣게 변했던 펜던트는 거의 제 색깔을 되찾은 상태였다.
조슈아가 목걸이를 주먹으로 꽉 쥐었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지.’
이 아티팩트는 고작 조슈아의 기억을 보존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10년이 넘도록 힘을 잃었다.
그런데 직접 시간을 되돌린 로제테가 아무런 대가 없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솔직히 그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었지.’
로제테에게는 전에는 생각 못 했다고 얘기했지만, 정확히는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로제테가 감당할 일이라고 여겼다.
어차피 시간을 되돌리지 않았다면 로제테는 원래 죽었을 테니, 패널티가 있더라도 시간을 돌린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조슈아는 로제테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잘못되는 건 아닐까.’
조슈아는 로제테가 사용한 마법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자로서 최고의 스승에게 마법을 배운 그조차 한 번도 듣지 못한 마법인 것을 봐선 금기시된 마법일 터였다.
금기된 마법은 다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마법이 시전자의 몸에 부담이 간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로제테가 사용한 것도 그런 종류의 마법은 아닐까.
‘만약 공녀가 잘못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조슈아는 지금까지 로제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혼자서도 충분히 미래를 바꿀 수 있다 큰소리쳤지만, 로제테가 없었다면 이렇게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목표에 확실히 도달하려면 로제테가 있는 편이 수월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조슈아는 그저 로제테가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
그에게 이런 감정을 준 사람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오필리아, 아드리안 공작 그리고 다니엘.
거기에 로제테가 추가된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조슈아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만 했다.
‘어쩌면 내가 공녀를…….’
조슈아는 그와 로제테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건들만 되짚어 봤을 뿐인데 착잡했다.
‘마냥 좋지만은 않군.’
아드리안 저택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다그친 것, 아드리안을 떠나라고 한 것, 강요하다시피 오필리아를 구하라고 한 것 등등.
로제테가 그에게 호감을 가질 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
당시 조슈아로서는 당연한 반응을 보인 거였지만, 되돌아보니 첫 단추를 단단히 잘못 끼운 상태였다.
“실버.”
[컹?]“공녀는 뭘 좋아하지?”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조슈아는 로제테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로제테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실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색 늑대는 로제테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로제테는 실버만 보면 아주 좋아했으니까.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던 로제테의 얼굴을 떠올려 보던 실버가 컹, 하고 짖었다.
나?
자신감으로 가득한 늑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조슈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지금 공녀가 널 좋아한다고 하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 하고 대답하며 실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여전히 조슈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려다보자 늑대가 설명했다.
로제테는 날 보면 꽉 안아 주며 좋아하고, 간식도 챙겨 주고, 내가 보고 싶다고 했는걸!
듣고 보니 타당성 있는 의견이었다. 조슈아가 보기에도 로제테는 실버를 퍽 아끼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원하던 대답이 될 수 없었다.
조슈아가 질문을 바꿔 물었다.
“너나 삐삐 말고 내가 줄 수 있는 것 중 공녀가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냐는 뜻이었다.”
실버가 끙끙 앓았다. 그러나 실버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진지하게 실버의 답을 기다리던 조슈아가 헛웃음을 흘렸다.
“됐어. 네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실버가 너무하다는 듯이 낑낑거렸지만 조슈아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일단 병문안이나 한번 다녀와야겠어.”
어릴 적, 로제테와 조슈아는 지금보다 좀 더 자주 만났다. 그가 아드리안 저택에 가거나 로제테가 황성에 오곤 했으니까.
그게 아니면 실버를 시켜 로제테를 숲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주위의 이목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황자인 조슈아와 공녀인 로제테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각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니엘을 만나러 갔다가 로제테를 잠깐 만나는 것은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조슈아는 여전히 불만스럽게 끙끙거리는 실버의 코를 한 번 톡 친 뒤 침실로 들어갔다.
* * *
한가로운 오후였다. 삐삐는 로제테가 부셔 준 비스킷 가루를 먹으며 잔뜩 신이 났고, 로제테는 멜로디와 함께 셀린느가 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
두 아이는 졸업하기 어렵다는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왔지만 여전히 셀린느에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셀린느는 자신이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했지만, 두 아이가 열심히 조른 결과였다.
‘여전히 셀린느 언니에게서 배울 것도 많고.’
마법 실력만 놓고 보자면 이제 로제테가 셀린느를 뛰어넘었다. 로제테가 운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도 훨씬 많았고, 이론적으로도 더 빠삭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로제테는 과거까지 합쳐 20년이 넘게 마법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셀린느에게서는 배울 게 많았다. 그녀의 경력과 경험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지낸 로제테보다 다양했으니까.
“그래서 멜로디, 넌 앞으로 뭐 할 거야?”
로제테의 질문에 멜로디가 깃펜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직은 모르겠어.”
“네 오빠처럼 기사 작위를 받는 게 어때? 마법사도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럼 준귀족으로서 지금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거야.”
“으응, 그것도 고민 중이야. 아니면 기사단이나 마법 연구실에 들어갈까 싶기도 하고.”
열심히 대답하던 멜로디가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로제테? 앞으로 뭘 할 거야?”
“나는…….”
로제테는 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빙긋 웃었다.
‘앞으로 릴리스 공녀에게서 황후님을 보호하며 황자님이 황태자로 책봉되는 것을 도와야지.’
지난번 오필리아 독살 미수 사건에 꽤 타격을 입었는지 레오니 릴리스는 현재 몸을 사리고 있었다. 제집처럼 드나들던 황궁에도 가지 않고 공작저에서 주로 지낸다고 했다.
2황자인 루이스도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로제테는 지금 이 평화가 왠지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
“그냥 당분간은 가족들과 지내려고.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워낙 바쁘게 살았잖아. 또 무언가를 하기엔 지쳤어.”
“그건 그래. 사실 나도 그렇거든.”
로제테가 멜로디와 어려운 수식을 풀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때였다. 문득 코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듯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로제테의 얼굴을 확인한 멜로디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로제테, 너 코피 나!”
반사적으로 코밑을 더듬거리니 손가락에 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아, 또…….”
“또?”
[삣!]로제테는 삐삐가 서둘러 물고 온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 쥐었다. 삐삐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울었고, 멜로디는 조앤을 불러왔다.
방으로 들어온 조앤이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로제테의 콧대를 양옆으로 꾹 눌렀다.
“피곤하셨나 봐요. 오늘은 일단 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응, 알겠어.”
로제테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피가 멎은 뒤에 방으로 돌아가 잠시 누워 있었다.
잠시 뒤 문이 벌컥 열리며 루카스가 뛰어 들어왔다.
“꼬맹아! 너 또 쓰러졌다며!”
“쓰러지지는 않았어요. 그냥 코피만 조금 났을 뿐이에요.”
“그게 그거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던 루카스가 로제테의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발견하고는 야단법석을 피웠다.
“저런 것을 보니까 코피가 나지! 이 책들은 다 압수야.”
그가 책을 모두 품에 안았다. 책 권수가 많고, 워낙 두꺼워서 무거울 텐데 그는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압수라뇨. 무슨…….”
“푹 쉬어야 하는데 자꾸 딴짓을 하니까 몸이 낫지 않는 거잖아.”
로제테는 억울했다.
‘난 정말 괜찮은데.’
사냥 대회 때 쓰러진 이후 그녀의 가족, 특히 루카스는 눈에 불을 켜고 그녀를 감시했다. 로제테는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한 사람처럼 몸을 사려야 했다.
아침마다 하던 검술 훈련도 쉬었고, 주치의가 지어 준 약도 꼬박꼬박 먹었다. 물론 식사도 충분히 했다. 어릴 적 포동포동해지겠다며 식사를 했던 것만큼 열심히 먹었다.
그렇게 최대한 몸을 사리다가 오늘 책을 좀 본 것뿐이었다.
평소보다 더 게으른 생활을 했는데 코피가 터지다니. 그녀야말로 황당했다.
그런데도 루카스는 강경했다.
“어쨌든 안 돼. 이건 압수야. 다 나으면 돌려주겠어.”
루카스가 복도에 책을 놓은 뒤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로제테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책도 못 읽고, 운동도 하지 말고……. 그럼 전 뭐 해요?”
루카스가 씨익 웃었다.
“이 오빠가 동화라도 읽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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