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화. 뜻밖의 생일 파티(1)(13/214)
13화. 뜻밖의 생일 파티(1)
2023.11.13.
“꿈은 무슨. 그냥 요즘 통 보지 못했으니 안부가 궁금했던 거지.”
“그랬군요.”
다니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꿈에 대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화제를 전환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검술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그러다 찻주전자를 두 번 비웠을 때쯤, 조슈아가 은밀히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스승님께서 양녀를 들이신다지?”
“벌써 소문이 돌았습니까?”
“소문이 돈 건 아니고, 아바마마와 스승님의 대화를 같이 들었지.”
“맞습니다. 아직 정식 절차만 밟지 않았을 뿐, 이미 저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로제테를 생각하는 다니엘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조슈아가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어지간히 아끼는 눈치군.”
“워낙 귀엽고 사랑스러워서요. 누구나 본다면 좋아할 겁니다.”
“단단히 빠졌군. 그래, 그래서 나에겐 언제 소개해 줄 거지?”
줄곧 웃고 있던 다니엘의 얼굴에 난감한 빛이 맴돌았다.
“막내가 아직 낯을 많이 가려서요. 저택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정식으로 사교계에 얼굴을 보이려면 적어도 반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에게도 안 보여 줄 셈이야?”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조슈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보면 내가 그 아이를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하지만 전하. 그 아이는 저희도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황족을 보면 어떻겠습니까. 경기를 일으키고 실신할지도 모릅니다.”
“황족인 걸 숨기고 만나면 되지 않아?”
“그래도 안 됩니다. 황족의 위엄이란 신분을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라서요.”
가볍게 웃은 다니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이른 아침부터 전하의 시간을 너무 오래 뺏었군요.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슈아는 다니엘을 친히 배웅하러 궁 밖으로 나왔다.
“아, 참.”
다니엘이 마차 창문을 닫기 전, 조슈아가 서둘러 그에게 손짓했다. 다니엘이 다가가자 조슈아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당분간은 마차 사고를 조심해.”
“네?”
“얼마 전에 하트만 백작의 사고 소식 들었지? 멀쩡한 마차도 고장 나서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꼭 타기 전에 한 번 확인하고.”
“심려 깊은 말씀 감사합니다.”
“뭐, 이왕이면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네?”
마지막 말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다니엘이 되묻자 조슈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잘 가도록. 몸조심하고, 이자벨과 루카스에게도 안부 전하고.”
“네. 전하께서도 몸 건강히 잘 지내세요.”
“응.”
그렇게 다니엘을 태운 마차가 떠났다. 다니엘은 조슈아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이내 찝찝함을 떨쳐 냈다.
* * *
“뭐? 곧 있으면 생일이라고?”
루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큰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자벨 또한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로제테만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네. 일주일 뒤면 생일이에요.”
“그걸 왜 지금 말해!”
루카스가 소리를 바락 질렀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랬다.
목욕을 마친 루카스는 머리도 채 말리지 않고 로제테에게 저택 구경을 시켜 주었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던 이자벨은 두 동생을 따라다녔다.
루카스는 이미 알고 있는 식당부터 시작하여 저택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자, 이번엔 내 방을 보여 줄게!
그는 로제테의 방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방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 그가 벽에 걸린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작년 내 생일에 아버지가 선물해 준 검이야. 특별 주문해서 만들었대. 멋지지?
-네.
그러고는 지나가는 말로 툭 물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넌 생일이 언제야?
아무렇지 않게 날짜를 헤아려 본 로제테는 ‘일주일 뒤요’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이 사달이 났다.
“왜, 왜 말 안 했어!”
로제테는 루카스가 어느 대목에서 화를 내는 건지 모른 채 착실히 답했다.
“아무도 안 물어보셨잖아요.”
루카스가 뒷 목을 잡았다.
“그래도 그런 중요한 걸 왜 말 안 해! 태어난 날인데!”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정정해 주었다.
“태어난 날은 아니에요. 고아원에 버려진 날이거든요.”
루카스가 뭐라 답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입만 벙긋거렸다. 하지만 로제테는 정말 생일에 대해 아무 감흥도 없었다.
태어난 날이 아니라 고아원에 버려진 날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날이 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딱히 생일이라고 뭘 챙기지 않았던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고아원엔 아이들이 많았다. 안 그래도 물자가 부족한데, 생일이 특별한 날이랍시고 아이들을 다 챙겨 줄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케이크나 선물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생일엔 그저 다른 아이들보다 식사를 조금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이 선물이라면 선물이었다.
‘댈러스가에선…….’
댈러스가에서는 그나마도 챙겨 주지 않았다. 그녀의 동생이었던 엘리샤 댈러스는 생일 때마다 성대한 파티를 열고 많은 생일 선물을 받았지만 로제테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생일보다 엘리샤의 생일에 더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날은 주방에 남아도는 게 음식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로제테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자 루카스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콩콩 때렸다. 이자벨마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로제테의 얼굴을 살피던 루카스가 호기롭게 외쳤다.
“좋았어! 내가 완벽한 생일 파티를 꾸며 줄게!”
그는 그 후로 저택을 소개해 주는 대신 생일 파티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케이크는 3단 케이크가 좋겠다, 부터 시작하여 음식은 다양하게, 선물은 가득! 이런 말을 재잘거렸다.
단순히 어린애의 치기 어린 말인 줄 알았는데 집사장, 세바스찬이 진지한 얼굴로 그걸 받아적었다.
심지어 심드렁할 줄 알았던 이자벨 또한 제 의견을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녀는 아예 고용인들까지 불러 모아 의견을 모았다.
‘진짜로 생일 파티를 하는 걸까?’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렇게 세 아이와 저택의 고용인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기 모여 있었구나.”
아침 일찍 외출했다던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세 동생을 발견하고는 미소 지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니? 로즈에게 저택 구경 시켜 주고 있는 거야?”
루카스가 다니엘에게 얼른 달려갔다.
“형! 꼬맹이 막내 생일이 일주일 뒤래!”
줄곧 웃던 다니엘이 약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주일 뒤?”
“응! 그래서 생일 파티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그래, 그렇구나.”
다니엘이 민망해하는 로제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왜 말하지 않았니? 하마터면 그냥 지나갈 뻔했네.”
로제테는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럴 리가.”
다니엘이 로제테의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중요한 날이야. 네가 태어난 날인걸.”
“그렇지만 제 생일은 태어난 날이 아니라 고아원에 버려진 날…….”
다니엘이 잠깐 손을 움찔했지만 이내 로제테의 볼을 한 번 더 꼬집었다.
“그렇다면 더 좋은 날이지. 네가 그 고아원에 간 덕분에 우리가 널 만날 수 있었으니까. 안 그러니?”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다니엘의 말을 듣고 나자 그저 밥을 조금 더 먹는 날이라고만 생각했던 생일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설득당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니엘이 은근하게 물었다.
“아직도 생일이 별것 아니니?”
“아뇨.”
“그럼 그날은 우리 다 같이 축하해야겠구나. 그날 하고 싶은 게 있어?”
“저는 그냥…….”
사실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왕 파티를 하는 거라면 제인 언니와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고, 멋진 선물도 나눠 갖고 싶었다.
‘하지만 안 되겠지.’
이제 이곳에 온 지 이틀째인데, 손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하면 밉보일지도 모른다. 결국 로제테는 속마음을 숨겼다.
“그냥 다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루카스 오빠랑 다니엘 오빠랑 이자벨 언니랑요.”
비록 속마음을 숨겼지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로제테는 아드리안가의 사람들과 생일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 알겠어. 그럼 나는 가 볼 테니까 놀고 있어.”
“네.”
다니엘이 세 동생의 머리를 차례대로 토닥여 준 뒤 방으로 향했다.
“아……!”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로제테는 불현듯 그에게 할 이야기가 생각이 나 쪼르르 그의 뒤를 쫓아갔다.
기척을 느낀 다니엘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니?”
로제테가 숨을 헉헉거리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할 얘기가, 있, 어요.”
“할 얘기?”
“네.”
다니엘은 로제테가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급하게 뛰어 왔을까? 조금 이따가 해도 될 텐데.”
“그게…….”
호기롭게 달려온 것과 달리 로제테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어떻게 얘기하지?’
그녀는 지금 다니엘에게 마차 사고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갑자기 마차 사고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뜬금없었다.
게다가 로제테는 말을 유려하게 꾸며 내는 능력도 없었다.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만 달싹이자 다니엘이 눈높이를 맞추며 미소 지었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니?”
로제테는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고 말했다.
“요즘 마차 사고가 잘 난다고 들었어요.”
“응?”
“마차 타기 전에 마부에게 바퀴를 한 번 더 확인하라고 하세요.”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생각해 보던 다니엘이 풋, 하고 웃었다. 로제테가 영문을 몰라 눈만 깜빡이는데 그가 서둘러 해명했다.
“미안해. 네 말이 웃겨서 웃은 건 아니었어.”
“……?”
“그냥 내 안전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많구나 싶어서 기뻐서 그래.”
“안전이요?”
“응.”
로제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지만 다니엘은 딱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 로제테 또한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래, 앞으로 조심할게.”
“네.”
“그럼 가서 놀아.”
“네.”
로제테는 다시 쪼르르 루카스와 이자벨에게 뛰어갔다. 다니엘은 그런 그녀를 보다가 다시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