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0화. 다니엘의 의심(130/214)
130화. 다니엘의 의심
2024.03.09.
“이 오빠가 동화라도 읽어 줄까?”
진짜로 로제테를 꼬맹이 취급하는 말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 로제테가 소리를 빽 질렀다.
“오빠는 제가 정말 앤 줄 알아요?”
“당연히 애지. 너 나보다 어려, 안 어려?”
“두 살 차이밖에 안 나요.”
“두 살 차이면 엄청 많이 나는 거지.”
로제테는 ‘두 살 차이가 뭐가 많이 나는 거냐’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루카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로제테가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자 루카스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쭉 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꼬맹아. 이 오빠가 동화책을 갖고 올 테니까.”
잠시 후 그는 진짜로 동화책을 갖고 왔다. 로제테가 어이 없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루카스는 꿋꿋하게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내가 친히 책을 읽어 주는 일은 흔치 않아. 영광으로 알라고, 꼬맹아. 삐삐, 너도 앉아서 들어.”
[삐이.]“그래, 너는 마음에 들지?”
삐삐가 ‘어휴, 저 녀석 또 저러네.’라고 조잘거리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루카스가 베개 옆을 톡톡 두드렸다.
[삣.]삐삐가 대충 루카스의 장단에 맞춰 주기 위해 베개에 앉았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사나운 드래곤이 살았습니다. 사나운 드래곤은 성격이 아주 나빠 사람들을 괴롭히고는 했습니다.”
나긋나긋 동화를 읽어 내려가는 루카스의 목소리는 의외로 듣기 좋았다.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
로제테는 조금 전까지 투덜거리던 것을 잊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루카스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에 나긋나긋하게 울려 퍼졌다.
* * *
조슈아가 실버와 함께 아드리안 저택에 갑작스럽게 방문했다. 아드리안 공작이 출타 중이라 다니엘이 대신 그를 맞이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어떤 일이십니까, 전하? 그리고 그 꽃은…….”
다니엘이 조슈아가 안고 있는 커다란 꽃다발을 보고 잠시 말을 흐렸다.
“아, 이거.”
조슈아가 집사장인 세바스찬에게 꽃다발을 넘겼다.
“공녀에게 주도록.”
세바스찬이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물었다.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로제테 아드리안.”
그는 미묘한 다니엘의 표정을 보며 변명하다시피 덧붙였다.
“몸이 안 좋다지? 사냥 대회 때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어마마마께서 걱정이 아주 많으셔. 직접 병문안을 오고 싶다는 것을 간신히 말렸어.”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그럼 전하께선 오늘 로즈를 만나러 오신 겁니까?”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널 보러 온 거야. 겸사겸사 공녀에게 안부도 묻는 거지. 어마마마께서 걱정하시니까.”
아까부터 조슈아가 유독 ‘어마마마’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의 표정을 살피는 다니엘의 두 눈이 미심쩍다는 듯이 살짝 가늘어졌다.
“왜 그렇게 보지?”
“아닙니다. 세바스찬, 지금 로즈는 뭘 하고 있지?”
“방에서 루카스 도련님과 함께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꽃을 전해 주며 두 사람에게 황자 전하께서 방문하셨다고 알리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세바스찬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보던 다니엘이 조슈아를 안내했다.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아니면 날씨가 좋으니 정원이 나을까요?”
“정원으로 가지.”
다니엘은 조슈아를 데리고 정원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그러자 조슈아의 옆에서 늠름하게 서 있던 실버가 주둥이로 계단을 가리키며 하울링을 했다.
늑대가 ‘난 로제테가 보고 싶다아아아!’라고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그 자리에서 조슈아밖에 없었다.
눈치껏 실버가 무언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다니엘이 물었다.
“전하의 패밀리어에게도 간식을 달라고 할까요? 로즈는 삐삐에게 종종 간식을 주고는 합니다.”
“그게 아니라.”
조슈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실버를 보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공녀에게 가고 싶은 모양이야.”
“로즈에게 말입니까?”
“그래. 이상하게 이 녀석이 공녀를 꽤 좋아하거든. 괜찮다면 공녀의 방으로 올려보내도 되겠나?”
다니엘이 흔쾌히 허락했다.
“네. 아마 로즈도 좋아할 겁니다.”
다니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버가 거의 날다시피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커다란 늑대가 나타나자 하녀 몇이 소리를 지르며 놀랐지만 실버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제테의 방으로 달려갔다.
다니엘이 잠시 넋 놓고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가시죠.”
날씨가 화창해서 정원에서 티타임을 갖기 좋은 날이었다. 다니엘은 시종이 서둘러 갖고 온 차를 조슈아에게 따라 주고는 그를 관찰했다.
‘참 별난 일이야.’
사실 조슈아가 귀족의 저택을 방문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황자로서 황궁 밖에 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보통 조슈아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할 때면 그들이 그를 찾아갔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본의 아니게 종종 예외가 될 때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조슈아가 이렇게 아드리안 저택에 깜짝 방문하곤 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보러 오는 거라고 말했지만,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로즈를 보러 온 것 같았단 말이지.’
당시 아드리안 가문에서 유일하게 황궁 출입을 하지 않은 사람은 로제테뿐이었다.
갑자기 방문하는 날이면, 조슈아는 다니엘에게 지나가는 말로 ‘막내 공녀는 언제 보여 줄 거지?’ 같은 말을 하고는 했었다.
대체 왜 아드리안 저택을 몰래 찾아올 정도로 로제테를 보고 싶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저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시점 이후로 조슈아가 깜짝 방문하는 것을 그만두었으므로.
아니, 생각해 보면 로제테가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갔을 때엔 조슈아가 아드리안 저택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다니엘을 만나겠다며 저택에 찾아왔다. 오필리아 대신 로제테에게 안부를 전해 주겠다며 커다란 꽃다발까지 들고서.
‘정말 이상한 일이야.’
조슈아가 태어났을 적부터 그와 가까이 지낸 다니엘은 그 누구보다도 조슈아에 대해 잘 알았다.
조슈아는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타고난 천성이 그런지, 학습된 성격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오필리아와 아드리안 가문 사람들이었다.
그 외의 제삼자들에게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리를 두었다.
사실 같은 아드리안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이자벨과 루카스는 그렇게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독 로제테에게만은 특별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친해질 계기가 많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다니엘은 한 박자 늦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지, 계기는 꽤 있었어.’
12년 전, 힘을 합쳐 오필리아의 독살을 막은 두 사람은 황궁에서 꽤 시간을 보냈다.
황제가 패밀리어를 소환한 로제테에게 관심을 보였고, 로제테가 조슈아에게 패밀리어 소환법을 알려 주었던 것이다.
‘그것 말고도 위험에 처한 로제테를 전하께서 구해 주시기도 했지.’
조슈아의 패밀리어인 실버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또 조슈아는 로제테가 수도를 떠날 때마다 직접 실버를 보내 작별 인사를 하기도 했다.
로제테가 제국으로 돌아올 때엔 어땠나. 우연히 만났다고 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해적을 물리치고 제국으로 귀환했다.
로제테의 데뷔탕트 때엔 다니엘과 루카스 다음으로 춤을 추기도 했고.
로제테가 조슈아에게 손수건을 주기도 했고.
이게 과연 아드리안과 조슈아와의 끈끈한 인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랬다면 이자벨에게도 똑같이 대하셨을 테지.’
물론 조슈아는 이자벨도 챙기고, 그녀의 데뷔탕트 때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오빠의 직감이 조슈아가 수상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다니엘은 찻잔을 다리를 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조슈아를 조심스럽게 떠보기로 했다.
“로즈는 안 보셔도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안부차 오셨는데.”
“쉬고 있을 텐데 굳이 불러낼 필요는 없지.”
“그래도 전하께서 직접 오셔서 꽃다발까지 주었는데 감사 인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됐어. 안 그래도 지금 실버에게 시달리고 있을 텐데, 그냥 쉬게 놔 둬.”
그렇게 말하는 조슈아의 입가에 살짝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눈부신 햇살이 조슈아의 머리 위로 드리웠다.
다니엘은 늘 조슈아를 볼 때마다 겨울을 떠올리고는 했다. 그의 은색 머리카락이 꼭 겨울 눈처럼 창백한 빛을 띄고 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표정 때문이었다.
날이 서 있고, 서늘함을 품은 눈빛.
그런데 그랬던 조슈아의 표정이 지금 계절과 잘 어우러지는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고작 로제테 아드리안, 그 이름 하나에.
다니엘은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의문을 해소해야 할지, 아니면 꾹 눌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전하께서 정말 로즈를 마음에 두고 있으신 거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로제테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조슈아의 마음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아드리안 공작 또한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조슈아 아드리안은 현재 굉장히 불안한 자리에 있었다. 로제테가 만약 그의 짝이 된다면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오필리아 에른하르트가 늘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을 비롯한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로제테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가능하면 근심, 걱정 하나 없기를 원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소중한 막내딸, 막냇동생으로서 영원히 남기를 바랐다.
그런데 조슈아와 엮인다면 가족들이 원하던 안온하고 행복한 삶은 더 이상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진정해, 다니엘. 너무 앞서 나갔어. 전하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잖아.’
결국 다니엘은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하. 외람된 말이오나.”
그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혹시 로즈에게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솔직히 다니엘은 조슈아가 당연히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
신중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의 성격상 마음이 있어도 없다고 할 거라고 감히 생각했다.
그런데 조슈아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의외의 답을 건넸다.
“꼭 내가 그러면 안 된다는 듯한 투로 물어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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