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3화. 데이트 신청(133/214)
133화. 데이트 신청
2024.03.12.
로제테는 크게 놀랐다.
“황자님께서, 직접 고르셨다고요?”
“문제라도 있나?”
“아니, 그건 아닌데요.”
로제테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직접 골랐다니?’
머릿속으로 꽃이 잔뜩 핀 온실을 돌아다니며 조슈아가 한 송이, 한 송이 고심해서 꽃을 고르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불투명한 천장으로 새어 들어오는 화사한 햇빛을 받으며 꽃을 들고 있는 조슈아의 모습이.
어울리기도 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조슈아는 황자로서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사적인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시간도 부족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 꽃을 고르다니?
‘진정해. 그냥 시종에게 분홍색 장미랑 몇 가지 꽃을 넣으라고 지시하셨겠지. 설마 직접 온실에 가셔서 꽃을 고르셨겠어?’
오히려 그 편이 조슈아의 성격에 어울렸다.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로제테는 조슈아가 조금 더 신경 써서 꽃다발을 지시했다는 사실 하나에도 기분이 좋았다.
“감사해요. 조앤이 꽃다발을 화병에 정리해서 가져다준다고 했어요. 아마 지금쯤 방에 갖다 놓았을 거예요. 덕분에 방이 더 밝아질 것 같아요.”
조슈아는 말없이 로제테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가 직접 꽃을 골랐다는 말을 들은 이후 잠깐 동안 로제테의 표정이 몇 번이나 변했다.
처음에는 경악하는 얼굴을 짓더니, 곧 창백했던 볼이 발그레해졌다가 이내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조슈아는 왜 그녀가 마지막에 안도한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내 말을 오해한 건가?’
차라리 ‘진짜로 황자님께서 직접 꽃을 고르셨다고요? 농담하시는 거죠?’라고 물어봤다면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드리안 저택에 방문하기 전, 그는 실버를 대동하고 황후궁 옆에 있는 커다란 온실을 찾았다.
로제테와 어울릴 법한 아기자기한 꽃과 향기가 좋은 꽃을 가리키면 뒤따라오던 정원사가 그것을 잘라 시종에게 넘겼다.
손재주가 좋은 시종은 그렇게 모은 꽃을 예쁘게 포장해서 그에게 다시 건넸다.
그러니까 직접 꽃을 골랐다는 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는 로제테에게 구구절절 그것을 설명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어딘가 찝찝함을 느끼는 조슈아와 나름대로 만족한 로제테는 곧 그녀의 방 앞에 도착했다.
“에스코트해 주셔서 감사해요, 황자님.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봬요.”
그때 실버가 코로 조슈아의 손등을 콕콕 찔렀다. 뭐 하냐고 타박하는 것이었다.
늑대의 초조한 신호를 받은 조슈아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로제테를 얼른 불러 세웠다.
“공녀, 혹시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 생각이지?”
“주말에요? 음, 아마 그냥 저택에서 있지 않을까요? 가족들이 당분간 외출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 진짜 괜찮은데 말이죠.”
술술 대답하던 그녀가 뒤늦게 무언가 의아함을 느끼고 되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 혹시 황후님께서 절 찾으셨나요?”
“그건 아니고.”
실버가 조슈아의 허벅지 뒤를 더욱 세게 밀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로제테 앞으로 바짝 다가간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한가하다는 소리겠지?”
“굳이 따지면 그렇죠.”
“그럼 그날 나와 함께 허먼 호수로 나들이를 가는 건 어떻지?”
“나들이요?”
그가 화들짝 놀라는 로제테를 보며 느릿하게 덧붙였다.
“물론 다니엘이나 루카스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고. 날씨가 좋아서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면 괜찮을 것 같거든. 그대는 뱃놀이를 즐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지난 사냥 대회 때도 제대로 나들이를 하지 못했으니까.”
“맞아요. 어릴 때엔 물이 위험하다고 아빠가 못 타게 했거든요.”
로제테는 구미가 당겼다. 처음엔 조슈아가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깜짝 놀랐는데, 덧붙인 말을 들으니 그냥 아드리안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삼 남매도, 이네스도 함께 가면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지만 가족들이 허락할까요? 특히 루카스 오빠는 길길이 날뛸 거예요.”
“그대만 좋다면 그건 내가 해결하도록 하지.”
[컹!]실버가 마치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주둥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로제테가 숨죽여 웃었다.
“왜 네가 더 자신만만해, 실버?”
실버가 이젠 아예 고개를 쳐든 채로 하울링했다. 다시 한번 웃으며 고개를 들었던 로제테는 조금은 딱딱하게 굳은 조슈아의 얼굴을 발견했다.
“황자님?”
그녀가 조심스럽게 부른 뒤에야 그가 얼었다가 녹은 사람처럼 움직였다.
“스승님을 설득하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군.”
조슈아가 이마를 짚으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래요. 안전 면에선 아빠가 절 제일 걱정하시니까요. 하지만 이제 저도 성인이니까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요?”
로제테가 곧바로 자신 없다는 투로 덧붙였다.
“물론 허락 안 해 주실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
“제가 없어도 황자님께선 다니엘 오빠나 루카스 오빠랑 갈 수 있을 테니까 상관 없겠네요.”
저는 황자님과 같이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요.
로제테는 순간적으로 튀어 나가려는 진심을 간신히 꾹 삼켰다.
“나는…….”
조슈아가 잠시 망설였다. 로제테는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조금 뒤 조슈아가 말을 바꿔 말했다.
“내가 스승님을 잘 설득해 보도록 하지. 꼭 성공하겠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진지해져 있는데, 약간 비장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여전히 자기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당당히 펴고 있는 실버와 다르면서도 어쩐지 조금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공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로제테는 잠시 조슈아의 얼굴을 살피며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조슈아의 생각을 쉽게 읽어 낼 수 없었다.
살짝 콧잔등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던 조슈아가 실버에게 손짓했다. 실버가 컹, 하고 짓더니 로제테의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라는 뜻이었다.
“실버가 재촉하는군. 이만 들어가는 게 좋겠어.”
“아니, 그…….”
“그럼 주말에 보도록 하지.”
조슈아가 로제테의 방문을 열어 주었다. 실버에게 밀려 방 안으로 들어간 로제테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문은 이내 금방 닫혔다.
[……!]졸지에 그녀와 함께 방에 남겨진 실버가 앞발을 들어 문을 박박 긁었다.
“실버, 진정해. 열어 줄게.”
그런데 이 문이 아니더라도 창문으로 나가도 되는 거 아닌가?
로제테는 의아했지만 문을 열고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새 계단을 내려갔는지 조슈아는 보이지 않았다.
로제테는 서둘러 달려가는 실버를 보다가 다시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황자님과 뱃놀이…….’
조슈아의 제안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 * *
저택을 나선 조슈아는 다시 정원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다니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그렇게 두 아드리안과 대화를 나누다가 저택에 돌아온 아드리안 공작을 만나러 갔다.
“스승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별 탈 없이 지냈습니다. 전하께선 강녕하셨습니까?”
“보시다시피 건강합니다.”
“황후 전하께선 어떠십니까?”
“공녀 덕분에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의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
“로즈 그 아이가 황후 전하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공작은 조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로제테가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공작이 로제테를 데려올 때 그녀에게 바란 것은 딱 하나였다. 그녀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꽃피우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것.
그래서 그는 뭘 해야 하냐는 막내딸에게 그저 아이처럼 있으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건 로제테뿐만 아니라 다른 자식들에게도 똑같았다. 공작은 네 아이가 그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드리안으로 태어난 이상, 아이들은 마냥 조용히 살 수는 없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갖은 시련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이용하려 들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들을 시기하기도 할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특별히 야망은 없었지만, 네 아이가 평화롭게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도록 묵묵하게 가문을 지켰다.
‘야망이 있었다면 진작 이자벨이나 로즈를 황태자비로 만들려고 했겠지.’
그렇지만 공작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두 딸이 황실과 사적으로 엮이지 않기를 바랐다. 조슈아를 아들처럼 아끼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로제테는 어릴 적부터 계속 황실과 엮였다.
심지어 황제는 은연중에 로제테가 황자 중 하나와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아드리안 공작으로선 착잡한 일이었다.
‘이대로 로즈가 황실과 엮이게 놔 둬도 되는 건가.’
그렇다고 로제테가 오필리아를 도울 수 있는데 못 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로즈가 황후님을 무척이나 잘 따르니까.’
공작이 어지러운 속마음을 다스리며 미소를 짓는데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래서 말인데.”
그가 꼭 잘못을 한 아이처럼 공작의 눈치를 살짝 살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주말에 공녀와 함께 허먼 호수로 뱃놀이를 갈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로즈와 말입니까?”
“이번에도 공녀에게 신세를 졌는데 답례를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뱃놀이가 왜 나오는 것이며, 왜 로제테만 꼭 집어서 얘기하는 것인가.
공작이 조금은 당황한 심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답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일단 이것부터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답례와 뱃놀이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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