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4화. 뱃놀이(1)(134/214)
134화. 뱃놀이(1)
2024.03.13.
“말씀드리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일단 이것부터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답례와 뱃놀이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조슈아는 공작이 그렇게 물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둔 이유를 둘러댔다.
“연관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지난번에 공녀가 제대로 사냥 대회를 즐기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들이 겸 함께 뱃놀이를 갈까 했습니다. 마침 공녀도 뱃놀이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로즈가 전하께 먼저 가고 싶다고 했습니까?”
“먼저 제안한 사람은 접니다, 스승님.”
공작은 약간 의심이 담긴 눈으로 조슈아를 살폈다.
“전하께서 말입니까?”
“네. 참, 다니엘과 루카스도 함께 가면 즐거울 것 같군요. 이자벨 공녀나 리베라 후작 영애도 시간이 된다면 함께해도 좋을 테고.”
아드리안 공작은 잠시 고민했다.
로제테와 조슈아가 사적으로 엮이길 바라지 않았지만, 황자인 조슈아가 이렇게 직접 부탁하는데 거절하기에도 애매했다.
‘다른 아이들도 같이 간다면 괜찮겠지. 아드리안의 나들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고민 끝에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즈의 의사를 한번 물어보고 그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 후 조슈아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황궁으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뒤에도 아드리안 공작은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혼자 고민하던 그는 저녁 식사 시간, 로제테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로즈, 황자 전하께서 너에게 이번 주말에 뱃놀이를 제안하시더구나.”
“네, 황자님께 들었어요.”
그 사실을 들은 적이 없는 루카스가 놀라서 물었다.
“뱃놀이라뇨? 전하와 꼬맹이가요?”
“진정해라, 루카스. 로즈에게만 제안한 게 아니라 너희 모두에게 제안한 거니까.”
그래도 루카스는 진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갑자기 뱃놀이라뇨!”
“황후 전하를 구해 준 답례를 하고 싶으신 모양이다.”
“아니, 답례는 비싼 선물로 주시면 되는데.”
꿍얼거리던 루카스는 엄한 표정을 짓는 공작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이제 어엿한 성인이었지만, 여전히 사 남매는 공작에게 약했다.
“그래서 로즈, 네 생각은 어떻니?”
“저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던 로제테는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줄였다.
“좋아요. 아, 물론 언니, 오빠와 함께 가서 더 좋아요.”
“난 간다고 한 적 없는데.”
루카스가 뾰로통하게 중얼거렸다. 반면 다니엘은 놀란 기색을 숨기며 미소 지었다.
“그럼 나는 이네스에게 말해 봐야겠구나. 아마 이네스도 주말에 시간이 될 거야. 이자벨, 너는?”
“나는 힘들 것 같아. 일이 있거든.”
“그래, 알겠어. 그렇게 되었으니 주말에 시간을 비워 두도록 해, 루카스.”
“잠깐만, 형. 왜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아?”
다니엘이 짓궂게 웃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갈 거잖아.”
“아니, 그렇기는 하지만……!”
“풉.”
로제테가 입을 막으며 웃음을 터뜨리자 루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꼬맹이, 너는 왜 웃지?”
“그냥요.”
로제테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매쉬 포테이토를 입에 욱여넣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조슈아에게 답장을 보낸다는 말로 한바탕 소란은 정리되었다.
* * *
그날 밤, 잠옷으로 갈아입은 로제테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삐삐의 부리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오늘 황자님이 좀 달랐어. 그렇지, 삐삐?”
[삣?]삐삐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거렸다.
“아니, 그냥, 뭐랄까. 지난번보다 좀 부드러워지신 것 같지 않아?”
[삐이잇?]여전히 혼란스러워하던 삐삐는 ‘그건 로제테, 네 착각이야.’라고 결론 지어 주었다. 로제테가 베개를 끌어안으며 멋쩍게 중얼거렸다.
“그래, 내 착각이란 말이지?”
[삑!]제자리에서 날개를 파닥이던 삐삐는 문득 로제테의 표정을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삐이이?]로제테, 기분이 왜 안 좋아?
“안 좋은 거 아니야. 난 평소와 똑같아.”
[삐이?]뭔가 이상한데?
로제테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삐삐를 손바닥으로 밀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도 좀 달라 보였는데.’
로제테는 새삼 조슈아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다지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잊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드리안을 떠나라고 하기도 하셨지.’
로제테는 그 일로 조슈아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처음엔 로제테의 저의마저 의심하던 조슈아는 일련의 사건이 지나며 그녀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에 계속 있는 것을 묵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꾸기 위해 그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처음 만났을 때 냉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조슈아는 로제테를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굴었다. 적어도 다니엘이나 아드리안 공작을 대하는 것만큼 살갑게 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오늘 조슈아는 유독 더 다정하게 로제테를 대했다.
삐삐가 ‘어딜 봐서?’라고 반문할 정도로 미세한 차이기는 했지만 로제테는 분명히 느꼈다.
‘게다가 같이 뱃놀이도 가자고 하셨고, 아빠와 오빠들도 설득하고.’
로제테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조슈아의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냐며 로제테의 머리 위에서 콩콩 뛰던 삐삐가 근본적인 질문을 건넸다.
[삐잇?]그런데 로제테, 실버의 주인의 태도가 너랑 무슨 상관이야?
[삐익?]대체 왜 그런 걸 신경 써?
로제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게, 내가 왜 황자님의 태도를 신경 쓰고 있지?’
조슈아가 평소보다 냉담하게 대하면 어떻고, 따듯하게 굴면 또 어떻다고.
‘하지만 황자님이 예전처럼 싸늘하게 대하면 슬플 것 같기는 한데.’
로제테의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낀 삐삐가 ‘삣!’ 하고 소리 지르며 다시 콩콩 뛰었다.
로제테, 너 설마 실버 주인을 좋아하는 거야? 얼레리꼴레리!
“아냐, 그런 거!”
로제테가 몸을 번쩍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그녀의 등을 타고 데굴데굴 굴러 내린 삐삐가 ‘삐삐삣!’ 하고 항의했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래? 놀랐잖아.
로제테는 허공에서 파닥파닥 나는 삐삐를 흘겨본 뒤 작은 뱁새가 못 들어오도록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 밖에서 삐삐가 쫑알거리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황자님을 좋아하는 건 맞아.’
조슈아가 좋은지 싫은지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였다.
하지만 그건 가족이나 삐삐 그리고 친구들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었다.
그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품은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럴 계기가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번 생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로제테는 또다시 조슈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간을 되돌려 주어 감사하다 인사하던 조슈아.
로제테는 미운 오리가 아니라 사실은 백조라고 말해 주던 조슈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예상보다 일찍 실버를 사람들 앞에 내보인 조슈아.
그때마다 느꼈던 온갖 감정이 마음속에 한꺼번에 휘몰아쳤다.
어느새 로제테의 심장은 터질 듯이 콩닥거렸다.
[삐이?]로제테,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어느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온 삐삐가 호들갑을 피웠다.
“그런 거 아니야.”
로제테는 삐삐에게서 등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 * *
뱃놀이에 가기로 한 사람은 총 다섯 명이었다. 이자벨을 제외한 아드리안 남매 세 명과 이네스 그리고 조슈아였다. 굳이 덧붙이자면 삐삐와 실버도 함께였다.
뱃놀이를 하기로 한 주말 아침, 조앤을 비롯한 하녀들이 로제테를 열심히 꾸며 주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 작은 아가씨가 제일 빛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로제테는 다른 때 같았으면 멋쩍어하며 그럴 필요 없다고 말렸을 테지만, 오늘만은 얌전히 그녀들의 손에 몸을 맡겼다.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어.’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하녀들의 능숙한 손놀림에 빠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로제테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얌전히 그 모습을 관찰했다.
조앤은 오늘따라 조용한 로제테의 모습이 좀 신기했지만 무슨 일이냐고 따로 묻지는 않았다.
마침내 완성된 로제테의 모습은 그녀 스스로가 보기에도 꽤 예뻤다. 머리를 조금 땋아 반묶음을 한 머리는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조앤은 드레스룸에서 고심하다가 로제테에게 밝은 노란색 나들이 드레스를 입혀 주었다. 오른손에는 하얀 레이스 양산까지 쥐여 주었다.
“자, 완벽해요. 예쁘게 꾸며 드렸으니까, 오늘 나들이를 제대로 즐기고 오셔야 해요.”
“고마워, 조앤. 조앤도 얼른 챙겨.”
로제테는 조앤을 데려가기로 했다. 크리스와 호숫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였다.
서둘러 준비를 마친 조앤과 1층으로 나오자 이네스와 다니엘 그리고 루카스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세 사람 모두 그럴 듯하게 꾸민 상태였다.
“오올, 꼬맹이.”
로제테를 발견한 루카스가 휘파람을 불며 다가왔다. 로제테가 그의 손을 잡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다니엘이 말했다.
“전하께선 바로 허먼 호수로 오시기로 했어. 우리끼리 출발하면 돼.”
“네.”
네 사람은 마차 하나로 호수까지 이동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호수로 향하는 마차가 많았다. 실제로도 호수 주위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호수 구경을 하러 온 건지, 사람 구경을 하러 온 건지 모르겠네.”
루카스가 투덜거리자 다니엘이 웃었다.
“그래도 즐겁지 않아?”
“뭐, 즐겁기야 하지.”
로제테는 오빠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저 호수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는데, 저도 모르게 두 눈으로 사람들을 훑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 속에 그녀가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하려던 찰나, 저 멀리 은색 머리의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로제테가 반사적으로 환하게 미소 짓는데, 남자가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그도 마주 미소 짓는 것이 생생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