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5화. 로제테라고 불러도 될까?(135/214)
135화. 로제테라고 불러도 될까?
2024.03.14.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이미 주위는 환했는데, 조슈아가 웃자마자 더 화사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로제테의 마음이 그랬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로제테의 머릿속엔 어제 삐삐가 물었던 질문이 둥둥 떠다녔다.
로제테, 너 설마 실버 주인을 좋아하는 거야?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
‘설마 나…….’
무언가를 깨달은 로제테는 순식간에 달아오른 두 뺨을 감싸 쥐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 *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
“아까부터 내 얼굴을 피하는 것 같은데.”
정답이었다. 마차에서 내려 조슈아를 본 순간부터 로제테는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흠, 더운가? 얼굴이 살짝 빨개진 것 같은데.”
“그런가 봐요.”
로제테는 손부채질을 하며 필사적으로 조슈아의 시선을 피했다. 조슈아가 그녀의 얼굴을 관찰하기 위해 조금 더 다가왔을 땐,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밀어 버릴 뻔했다.
[삐삣!]로제테는 삐삐가 부채질을 해 주는 것을 느끼며 조슈아를 관찰했다.
그는 오늘 꽤 꾸민 차림이었다. 공식 자리가 아니니 화려한 예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입고 있는 흰 셔츠가 꽤 멋스러웠다.
평소에 가볍게 흐트러뜨린 앞머리는 포마드 기름으로 반절 정도 뒤로 넘겼는데, 그것도 꽤 잘 어울렸다.
로제테는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반기는 실버에게 대충 인사하고는 다니엘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린 이네스에게 다가갔다.
“이네스 언니.”
“어머, 로제테.”
고혹적인 보라색 나들이 드레스를 입고 있는 이네스가 웃었다.
“언니, 오늘 무척 예뻐요.”
“어머, 고마워요. 로제테도 귀엽고 예쁘네요.”
이네스와 대화하는 동안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왠지 조슈아가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그 방향은 쳐다보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마음은 좀 싱숭생숭했다.
‘진짜로 내가 황자님을 좋아하는 거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이 되자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황자님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설령 조슈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고 해도 문제였다. 그는 이 제국에 둘밖에 없는 황자였으니까.
어쩌면 차기 황제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사람.
그렇다는 건 현실적으로 고려할 게 무척 많다는 소리였다.
국혼은 단순히 서로의 마음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정해지는 것이었다.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해도, 로제테가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너무 앞서갔어, 로제테.’
로제테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자신의 마음에 확신도 없고, 조슈아의 생각도 모르는데 너무 혼자서만 생각했다.
어쩌면 이 감정은 그냥 잠깐 지나가는 감정일지도 모르는데.
“어머, 로제테.”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지 않고 로제테를 관찰하던 이네스가 입을 가리고 미소 지었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건가요?”
“네…… 네?”
정곡을 찔린 로제테가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린가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뇨?”
주위의 시선, 특히 루카스의 시선을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추자 이네스가 후후, 하고 웃었다.
“로제테도 이제 성인이고, 사교 활동을 하다 보면 호감이 생기는 상대가 있을 수도 있죠. 게다가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고. 꼭 제 동생이 첫사랑을 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티가 나나. 로제테는 차마 반박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매만졌다.
다행히 이네스는 더 캐묻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생기면 저에게도 말해 줘요.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언니처럼 편하게 생각해 줘요.”
“네, 고마워요.”
“천만에요.”
마주 웃는 이네스를 보며 로제테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용기를 내어 먼저 호감이 있는 다니엘에게 다가간 이네스. 물론 그녀라고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을 테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에 옮겼다.
‘나도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는 걸까.’
로제테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네스가 그녀의 손을 이끌고 세 남자와 은빛 늑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럼 뱃놀이를 즐기러 가 볼까요?”
자연스럽게 다니엘이 그녀를 데리고 자그마한 놀이 배로 향했다.
“자, 꼬맹아. 우리도…….”
루카스가 로제테에게 손을 내밀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조슈아가 더 빨랐다.
“공녀, 우리도 가지.”
루카스가 조슈아를 한 번, 로제테를 한 번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셋이 타는 것도 재밌겠지요.”
“아니.”
조슈아가 곧바로 부정했다.
“오늘은 공녀와 단둘이 시간을 즐기고 싶은데.”
“네?”
루카스가 당황한 사이,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떻지? 나와 함께 뱃놀이를 즐기면 어떨까 하는데.”
로제테는 경악한 얼굴을 한 루카스를 흘끔거렸다. 그는 차마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조슈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루카스와 단둘이 배를 타거나 셋이서 탔겠지만…….
‘루카스 오빠, 미안해요.’
로제테는 어색하게 웃은 뒤 조슈아의 손을 잡았다.
“좋아요.”
그녀는 이젠 아예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루카스를 애써 못 본 척하며 조슈아를 따라 배로 향했다.
놀이 배는 두 사람이 타기엔 충분히 컸지만, 몸체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큰 실버가 같이 타기엔 부족했다.
“넌 여기 있어.”
조슈아의 말에 실버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항의하듯 낑낑거렸다. 조슈아는 실버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한 채 먼저 배에 올라 로제테를 조심히 안으로 안내했다.
배에 자리 잡고 앉은 로제테가 여전히 끙끙 앓는 실버를 돌아보며 물었다.
“실버가 뭐라고 해요?”
“잘 다녀오라는군.”
“그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조슈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지자 실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잠시 고민하듯 하울링을 하던 실버가 호수 속으로 다이빙했다.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튀며 실버의 모습이 호수 속으로 사라졌다.
“실버!”
로제테가 당황해서 배의 가장자리를 잡고 매달렸다. 곧 실버가 얼굴을 내놓고 개헤엄, 아니, 늑대헤엄을 치며 배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로제테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삐삐가 포르르 날아가 실버의 젖은 머리 위에 앉아 콩콩 뛰었다.
[삣! 삐잇!]더 빨리! 빨리 가란 말이야!
삐삐의 재촉을 들은 실버가 더욱 열심히 앞발을 움직였다. 어느새 빠르게 다가온 늑대가 배를 따라잡았다.
“그래, 잘했어.”
로제테는 그제야 안심하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조앤이 챙겨 준 양산까지 펼치고 나자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나들이 배가 떠 있는 호수 풍경은 꽤 장관이었다. 로제테는 오른손을 호수에 담갔다. 손 끝에 닿는 차가운 호수의 온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대단하세요, 황자님. 아빠를 어떻게 설득하신 건가요?”
“특별한 건 없었어.”
조슈아가 사람이 그나마 적은 곳으로 노를 저으며 답했다.
“그…….”
로제테는 할 말을 찾지 못해 눈동자만 떼굴떼굴 굴렸다.
그동안 조슈아와 함께 있을 때마다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지금은 어색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조슈아가 말을 걸었다.
“뱃놀이 소감은 어떻지?”
“좋아요. 제 생각보다도 훨씬 더요. 실은요, 오늘 비가 올까 봐 며칠 전부터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어제도 날이 흐려서 조마조마했다고요.”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사실 나도 걱정 많이 했는데 날이 맑아서 다행이야.”
“그렇죠?”
[삣!]조슈아를 향해 조금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던 로제테는 삐삐의 재촉에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발견한 것인지 실버가 커다란 꽃송이 하나를 물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새 배 옆으로 바짝 다가온 실버가 배에 주둥이를 올렸다. 그 바람에 배가 살짝 기우뚱거리자 조슈아가 낮게 중얼거렸다.
“실버.”
고작 이름 하나 불렀을 뿐인데, 실버는 쫑긋 세웠던 두 귀를 시무룩하게 축 늘어뜨렸다. 로제테는 실버가 더 우울해하지 않도록 얼른 꽃을 받았다.
“고마워, 실버.”
커다란 꽃송이에 코를 묻고 향기를 맡자 실버가 만족스럽게 컹, 하고 짖었다. 조슈아는 그 모습을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선이 뜨거웠다. 양산 너머로 느껴지는 초여름 햇빛의 열기보다 태양의 빛을 띠고 있는 조슈아의 시선이 더 강렬했다.
과거에는 조슈아의 눈동자가 서늘함만 품고 있는 줄 알았다.
오필리아를 잃고 혼자가 되어 사람들을 거부한다던 그에게 인간적인 면모는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조슈아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간신히 숨기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런 그가 로제테의 앞에서는 유독 감정을 솔직히 내비쳤다.
과거엔 그녀의 앞에서 무너져 아이처럼 오열하기도 했고, 오필리아를 구해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고, 위험에 빠진 로제테를 걱정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로제테는 조슈아의 희로애락을 꽤 같이 했다.
그런데도 저런 표정과 눈빛은 처음이었다.
저 눈에 담긴 감정은 무엇일까. 아니, 그 전에 자신은 대체 이 순간 조슈아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기를 바라는 것일까.
알고 싶었다. 늘 속내를 감추는 당신이 지금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당신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건지.
나는 똑같이 과거를 기억하는 당신이 있어 지난 12년이 마냥 외롭지 않았는데, 당신도 마찬가지인지.
차라리 당신이 황자가 아니었다면, 내 모든 과오를 몰랐더라면 좀 더 다가가기 쉽지 않았을까.
로제테가 수많은 생각으로 복잡해 하고 있는 사이,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공녀.”
“네?”
“그, 내가…….”
그가 평소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햇빛에 비치는 그의 귓가가 살짝 불그스름했다.
착각일까, 아니면 실제로 붉게 물든 것일까.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없으니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한쪽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조슈아가 이윽고 작게 속삭였다.
“내가 그대를 로제테라고 불러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