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7화. 행복을 누릴 자격(137/214)
137화. 행복을 누릴 자격
2024.03.16.
“꼬맹이, 너!”
어느새 옆으로 바짝 다가온 루카스가 씩씩댔다.
“오빠 눈밖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어, 그…….”
그의 눈치를 살피던 로제테가 소신껏 답했다.
“안 했는데요.”
“어? 내가 안 했나?”
“네.”
루카스가 멋쩍은 듯 뒷목을 긁적이다가 로제테에게 턱짓했다.
“아무튼 배고프지 않아? 뱃놀이를 충분히 즐겼으면 잠깐 나가자. 도시락 먹어야지. 원래 나들이는 도시락을 먹어야 완성되는 법이야.”
루카스는 조슈아에게도 고개를 꾸벅거리더니, 먼저 노를 젓고 호숫가로 나아갔다.
조슈아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로제테를 바라보았다가 루카스를 따라 노를 저었다.
남은 시간은 먼저 돗자리를 깔고 대기하고 있던 다니엘, 이네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슈아와 단둘이 있을 때 느껴지던 오묘한 기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나들이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 * *
“어마마마.”
“그래, 나들이는 잘 다녀왔니?”
오필리아가 문안 인사를 하러 온 조슈아에게 물으며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던 조슈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에 앉았다.
“네, 잘 다녀왔습니다.”
[컹!]“표정을 보아하니 확실히 즐거웠던 모양이구나. 실버도 신이 난 것 같고.”
실버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당연히 오필리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늑대의 행동에서 대충 낮의 일을 짐작한 오필리아가 후후, 하고 웃었다
“생각보다 많이 재밌었던 모양이지? 로제테, 그 아이를 만나서 더 좋고?”
‘로제테’의 이름이 나오자 실버가 더욱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늑대를 바라보는 조슈아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맴돌았다.
“실버, 어마마마 앞에선 좀 더 얌전히 있도록 해.”
“뭐, 어떠니. 나는 괜찮단다. 그래서 너는 어땠니, 조슈아?”
“기분 전환을 하기 좋았습니다.”
“그게 전부니?”
“다른 소감이 필요합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오필리아가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하나뿐인 제 아들을 관찰했다.
‘확실히 뭔가 달라졌어.’
조슈아는 어릴 때부터 제 솔직한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말문이 갓 트이기 시작하던 어린 시절에는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제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긴 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한 뒤로 조슈아는 달라졌다. 좋게 표현하면 황자의 덕목을 갖추게 된 것이다.
황제는 그런 조슈아의 변화를 기꺼워했지만 오필리아는 그게 조금 슬펐다.
그녀가 나고 자란 이벨린 왕국의 왕실은 엄격한 제국 황실보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오필리아도 제국으로 오기 전에는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냈었다.
조슈아가 황자가 아니었다면, 하다못해 이벨린 왕국에서 자랐더라면 좀 더 숨통이 트이지는 않았을까. 괜한 부채감이 그녀를 얽매고는 했었다.
안 그래도 어른스러웠던 아이는 어느 날 확 달라졌다. 기억하기로는 12년 전 어느 날이었을 터였다. 로제테가 아드리안가에 입적됐을 무렵이었으니까.
오필리아를 보며 아이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던 조슈아는 그날 이후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무척 어른스러워져서 오필리아는 내심 당황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 조슈아가 이상하게 로제테와 있으면 달라졌다. 어릴 적에도 로제테와 붙어 있으려는 조슈아가 좀 신기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욱 확연히 달라졌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나들이를 가다니. 그것도 로제테와 함께!
조슈아는 ‘오랜만에 아드리안과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 뿐입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오필리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로제테를 유독 따르는 실버만 봐도 조슈아의 마음이 어떤지 확실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마법으로 유명한 이벨린 왕국 출신인 오필리아는 비록 패밀리어를 소환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특성이 어떤지 잘 알았다. 패밀리어는 소환자이자 주인의 감정을 같이 느낀다.
실버가 로제테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은, 조슈아의 마음도 그렇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그 아이가 마음에 드는 거니?”
“그 아이라면…….”
“로제테 아드리안 말이야.”
그렇게 물었을 때에만 해도 오필리아는 조슈아가 늘 그랬듯 제 감정을 숨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네.”
담백한 대답이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진심이 느껴지는 말.
오필리아는 무척 놀랐지만 동요하지 않고 덧붙였다.
“내 말뜻은…….”
“로제테가 아드리안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그렇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다니?”
“저는…….”
오필리아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조슈아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그가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
조슈아는 망설이다가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제가 욕심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욕심이라니?”
“제 욕심이 로제테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오필리아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지 않았다. 조슈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 네가 가진 것들이 누군가에겐 달콤한 꿀이 될 수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겠지.”
“…….”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단다. 다만 강요는 하지 않아야겠지. 네 마음을 표현하되, 돌아오는 대답이 어떻든 겸허히 받아들이렴.”
잠시 생각을 하던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어마마마.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오필리아는 멀어지는 조슈아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곧 많은 것이 변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그날 밤, 즐겁게 뱃놀이를 다녀온 로제테에겐 또다시 고민이 생겼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겠지?”
[삣?]뜬금없는 그녀의 혼잣말에 삐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치였다.
로제테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삐삐가 불만스럽게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얏, 삐삐. 알겠어, 말할게.”
[삐잇!]그녀는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냐고 항의하는 삐삐에게 조곤조곤 설명했다. 방에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소리를 줄였다.
“황자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겠다고 하셨잖아.”
[삣!]“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겠지?”
[삐이?]‘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거야?’라고 삐삐가 되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삐잇?]그럼 뭐가 문제야?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로제테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요즘 들어 조슈아만 생각하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조슈아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마는 것이다.
삐삐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로제테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나저나 곧 있으면 황자님 생일인데 뭘 해 드리면 좋지?”
[삐이.]같이 고심하던 삐삐가 곧 의견을 내놓았다.
케이크를 만들어 줘! 황후의 생일 때처럼 말이야!
삐삐의 의견을 들은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황후님 생신 때 케이크를 만들어 드린 것은 황후님이 이벨린 왕국 출신이셨기 때문이야. 늘 고향을 그리워하던 황후님께서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느끼실 수 있도록 말이야.”
[삐?]“하지만 황자님은 에른하르트 출신이시잖아? 그것도 제국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는 주방장의 케이크만 드셨고. 그런 황자님께 엉성하게 케이크를 만들어서 드려 봤자 아무런 감흥도 없으실 거야. 또 황자님께서 디저트를 좋아하시지도 않고.”
[삐이…….]“하지만 의견은 고마워, 삐삐.”
로제테가 삐삐의 턱밑을 간지럽히며 마음을 표현하자, 잠깐 의기소침해 있던 삐삐가 다시 의견을 내놓았다.
[삣!]“손수건? 하지만 이미 손수건도 몇 번 드렸는걸? 전혀 특별하지 않아.”
“장난감? 삐삐, 황자님은 성인인걸. 장난감을 갖고 놀 나이가 아니야.”
[삐이익!]“식물학책? 그건 삐삐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한바탕 삐삐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보았지만 마땅한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뭘 드려도 황자님은 심드렁하실 것 같긴 해.’
사실 로제테라면 조슈아에게 남들 부럽지 않은 선물을 해 줄 수 있기는 했다. 그녀는 아드리안이었고, 아드리안의 재력과 정보력으로 값비싼 보석이나, 희귀한 물건을 선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조슈아가 그걸 마음에 들어 할까?
매해 생일 때마다 귀족들에게서 온갖 선물을 받는 조슈아였다. 로제테가 뭘 준비해도 그의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삐이…….]결국 삐삐는 ‘로제테, 너답지 않게 너무 까다로워.’라고 중얼거리며 포기를 선언했다. 로제테는 베개에 자리 잡고 앉아 눈을 감는 삐삐를 보며 마음이 심란했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어. 일단 아빠나 다니엘 오빠가 황자님께 뭘 드리는지 알아봐야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도 될 터였다. 로제테는 낮에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만 떠올리며 즐겁게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한 감정만 품고 잠이 들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로제테는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대체 왜 그랬지? 스승님과 다니엘이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였어! 대체 왜!
꿈속에서 조슈아가 울부짖었다. 그녀 앞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금색 눈동자엔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었다.
로제테는 이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조슈아는 그녀의 사형 날짜가 정해졌다고 말하며, 죽을 때까지 속죄하라는 충고를 남긴 채 떠나갈 터였다.
혼자 남겨진 로제테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다 금기의 마법을 쓰고 시간을 돌리겠지.
그런데 꿈속에서 이어진 내용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랐다.
-시간을 돌렸다고 해서 네가 한 짓들이 없어지기라도 하나? 대체 네가 무슨 염치로 내게 호감을 품을 수 있는 거지?
서늘한 시선이 차가운 칼날보다도 더 날카롭게 로제테의 심장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