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3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39화. 삐삐의 편지(139/214)
139화. 삐삐의 편지
2024.03.18.
<예쁘게 꾸민 널 또 볼 수 있잖아. 그때는 내 춤 신청을 받아 주지 않겠어?>
“춤? 하지만 나는 춤추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잘 출 수는 있잖아.>
“하지만…….”
로제테가 확답을 주지 않자, 미하엘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지난번, 독살범을 잡는 것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아?>
“언젯적 얘기를 하는 거야.”
<이번에 춤만 같이 추면 더 이상 그 얘기는 꺼내지 않을게.>
로제테는 조금 망설이다가 수락했다.
“알겠어. 그렇게 하도록 할게.”
<고마워.>
미하엘이 대답하자마자 페리토가 로제테의 팔을 타고 올라와 새빨간 혀로 그녀의 뺨을 할짝거렸다.
삐삐가 봤다면 ‘저 못된 뱀이 우리 로제테를 건드리다니!’라고 기겁했겠지만, 다행히도 삐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그때 봐, 로즈. 혹시라도 뭔 일 있으면 연락하고.>
“로즈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로제테가 투덜거리는 말을 끝으로 페리토가 방에서 빠져나갔다.
* * *
“있지, 멜로디. 생일 선물로는 뭐가 좋을까?”
두루뭉술한 로제테의 말에 멜로디가 의아함을 나타냈다.
“생일 선물? 누구 주려고?”
“그냥…….”
조슈아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친구는 당연히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친한 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애매한 사이였다.
로제테가 대충 얼버무리자 멜로디의 눈이 의심을 품고 가늘어졌다.
“누군데? 나 몰래 연인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작게 투덜거린 멜로디가 이내 흥미를 가지고 로제테의 옆에 바짝 붙었다.
“그럼 친구?”
“아니, 친구도 아니야.”
“그럼 누구? 아, 그러고 보니 작은 도련님 생일이 얼마 안 남았던 것 같기도 한데.”
“루카스 오빠도 아니야.”
“첫째 아가씨?”
“언니도 아니고.”
멜로디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누군데 그래? 누구에게 주려는 건지 알아야 같이 고민해 주지.”
로제테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곧 있으면 제1 황자 전하의 탄신일이잖아.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어.”
멜로디가 뭘 그런 것으로 고민하냐는 투로 말했다.
“나는 사교계의 생태는 잘 모르긴 하지만, 아드리안 공작님이나 첫째 도련님이 가문을 대표해서 선물을 드리지 않아?”
“으응, 그렇지.”
멜로디의 말대로 이번 조슈아의 생일에는 다니엘이 대표로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아드리안 공작이 준비했고.
그러니 사실 표면적으로는 로제테가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뭔가 드리고 싶어.”
“황자 전하와 특별한 사이야?”
“특별한 사이라기보다는, 그냥, 아는 사이지?”
“으음.”
멜로디가 로제테의 속내를 가늠하듯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관찰했다.
“혹시 황자 전하를 사모해?”
“아냐, 그런 거!”
“있지, 로제테. 너는 꼭 정곡을 찔렸을 때 그렇게 격하게 부정하더라.”
“아니, 진짜 아니야.”
“뭐, 그렇다고 하고. 네 진심이 담길 만한 선물을 준비하는 건 어때?”
“진심?”
“응.”
이제 관심이 조금 사그라들었는지, 멜로디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황자 전하 정도 되는 사람이면 웬만한 선물은 마음에 안 차실 것 같아. 차라리 네 진심을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로제테가 고민하자 멜로디가 툭 말했다.
“차라리 편지 같은 건 어때?”
“편지?”
로제테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황자님은 전에 보냈던 편지에도 별 반응이 없으셨는걸.’
아드리안 영지에서 지낼 때에도, 이벨린 왕국에서 유학할 때에도 종종 조슈아에게 편지를 보내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그는 편지에 감흥을 보이기는커녕 답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 편지. 나는 너에게서 진심 어린 편지를 받는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으응, 한번 생각해 볼게. 고마워.”
그 후 로제테는 방으로 돌아와 삐삐에게 “황자님의 생일 선물로 편지는 어때?”라고 물어봤다. 삐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시간이 남았으니까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겠다. 정 드릴 게 없다면 편지를 드리자.’
로제테는 그렇게 결정하며 조슈아의 생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결국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했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로제테가 한숨을 폭 쉬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 벌써 조슈아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로제테는 물론, 아드리안 공작과 삼 남매 또한 파티 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치장을 돕는 하녀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던 조앤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가씨, 마음에 안 드시나요?”
“응? 아니, 마음에 들어. 갑자기 왜?”
“한숨을 쉬셔서요.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 했어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데 말을 못 하시는 거라면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아냐, 진짜로 괜찮아.”
조앤은 웃으며 얘기하는 로제테의 말이 조금 못믿음직스러웠는지 머리 모양을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꾸었다.
결국 머리는 반묶음으로 결정났다. 드레스로 갈아입기 전, 로제테는 하녀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깐 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혼자 있어도 될까?”
“그럼요.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요. 할 일을 모두 마치시면 불러 주세요.”
하녀들이 모두 나간 뒤, 로제테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편지지를 꺼냈다. 평소에는 비싸서 잘 쓰지 않는 고급 종이로 만든 편지지는 조슈아의 눈색을 닮은 금색이었다.
[삑?]결국 생일 선물은 편지로 주는 거냐는 삐삐의 질문에 로제테가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마땅한 게 생각나지 않았어. 손수건을 만들어 드릴까도 생각했는데, 이미 두 장이나 드렸는걸.”
[삣!]괜찮아. 편지도 좋지.
“황자님이 좋아하실까?”
[삐이.]실버 주인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어.
삐삐는 너무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로제테가 눈썹을 축 늘어뜨리자, 작은 새는 그제야 ‘만약 내가 실버 주인이었다면 편지를 받고 무척 좋아했을 거야! 실버도 좋아할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자님이 좋아하시는 게 중요하지.”
[삐이.]내가 좋다는데, 너는 실버 주인의 의견이 더 중요한 거야?
“그야 오늘 황자님의 생일이니까. 물론 네 말은 너무나 고마워.”
로제테는 삐쳐서 털을 잔뜩 부풀린 삐삐를 달래 준 뒤 깃펜을 들었다. 진심을 담아 편지를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할 말이 많지 않았다.
조슈아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이미 수없이 해서 별로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에 그런 말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고민하던 로제테는 지금 머릿속에 맴도는 솔직한 감정을 자그마한 편지지 위에 조심히 적어 나갔다.
잉크가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밀랍 인장으로 편지를 봉인했다.
그러자 삐삐가 기다렸다는 듯 포르르 날아와 잉크병에 두 발을 담그더니 편지지 위에서 콩콩 뛰어다녔다.
“삐삐!”
[삑!]삐삐가 뭐가 문제냐는 듯 로제테를 향해 날개를 파닥였다.
“내가 열심히 편지를 썼는데 장난을 치면 어떡해. 다시 써야 하잖아.”
화장품이 묻은 수건에 발을 쓱쓱 닦은 삐삐가 새 편지지를 꺼내려는 로제테의 손등을 부리로 콕콕 쪼았다.
[삣! 삐잇!]“……너도 황자님께 편지를 쓴 거라고?”
[삑!]로제테는 발바닥에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는 삐삐의 말을 들으며 편지지를 내려다보았다.
삐삐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작은 새의 발자국은 엉망진창이 아니라 일련의 규칙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인간의 언어로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낙서처럼 보일 것이었다. 조슈아가 보기에도 그럴 테고.
“그…… 뭐라고 쓴 건데?”
[삐이잇!]‘이 삐삐도 실버 주인의 생일을 축하해!’라고 썼단다.
“으응, 그렇구나. 편지를 새로 쓰는 건 안 되겠지?”
[삐? 삐익!]“으응, 안 되는구나. 아냐, 삐삐. 네 진심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황자님이 보기엔 낙서처럼 볼 수도…….”
[삐이잇!]“아니, 그……. 그래, 황자님도 네 진심을 알아주실 거야. 그렇겠지?”
로제테는 길길이 날뛰는 삐삐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삐삐의 발자국이 남은 편지를 꾸미기 시작했다. 말린 꽃잎 등으로 장식을 한 다음 파티에 들고 갈 작은 손가방에 편지를 넣었다.
그 후 다시 하녀들을 불러 치장을 마무리한 뒤 가족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황성으로 나섰다.
다니엘은 이네스와 따로 마차를 타고 갔고,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 루카스 그리고 이자벨과 이동했다.
“저기 루카스 오빠. 다니엘 오빠는 무슨 선물을 준비했대요?”
“잘 모르겠는데 검을 준비한 것 같았어.”
“검?”
“응. 장인에게 마력이 담긴 광물로 맞춤 제작을 의뢰했다고 하던데. 사실 나도 잘 몰라. 형이 안 말해 줬거든.”
“그렇군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던 루카스가 조금 늦게 되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
“그냥요. 궁금해서요.”
“흐음.”
루카스는 의심하는 얼굴로 로제테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엄청 초조했다.
‘그냥 나도 비싼 선물이나 준비할 걸 그랬어.’
하지만 후회는 너무 늦었다. 그와 달리 마차는 너무나도 빠르게 황성에 도착했다. 로제테는 루카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삣.]삐삐가 자신감을 가지라고 속삭였지만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홀에 들어가 클라라, 테레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파티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쯤,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로즈.”
뒤를 돌아보니 미하엘이 서 있었다. 적은발을 이마 뒤로 말끔하게 넘긴 그가 로제테와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빙긋 웃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러나 동시에 나팔 소리가 들리더니, 시종이 조슈아의 등장을 알렸다.
“제1 황자 전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그녀는 웃음기가 스며 있던 미하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