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화. 뜻밖의 생일 파티(2)(14/214)
14화. 뜻밖의 생일 파티(2)
2023.11.14.
로제테는 그 후로 하루 종일 루카스에게 시달렸다. 루카스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하루 만에 로제테에게 전수해 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굴었고 로제테는 그런 그를 기꺼이 따라다녔다.
그녀는 저녁을 먹은 뒤에야 루카스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좋은 꿈 꾸세요.”
잠옷으로 갈아입혀 준 하녀가 촛불을 껐다.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있던 로제테는 그녀가 나가자마자 일어나서 앉았다.
‘마나 코어를 만들고 싶은데…….’
아드리안 공작도, 셀린느도 마법 수업은 포동포동해진 다음에 하라고 했다.
그러나 로제테는 마음이 급했다. 댈러스 후작이 언제 어떻게 아드리안가 사람들을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마차 사고는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댈러스 후작이 다니엘을 포기할까? 로제테가 아는 한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독기에 차서 집요하게 다니엘을 노릴 가능성이 컸다.
그가 다른 방법으로 다니엘을 노린다면 지켜 주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마법 능력을 키워놓는 게 좋았다. 댈러스 가문의 계략에 대응할 수 있도록.
로제테는 눈을 감고 몸에 흐르는 마나에 집중했다. 느릿하게 흐르는 마나를 배꼽 아랫부분에 모았다. 동시에 마나가 모인 곳에서 뜨끈한 느낌이 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마나는 채 10초도 유지되지 않고 흐트러졌다. 동시에 로제테는 충격에 세찬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콜록!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던 로제테는 기침이 완전히 멈춘 뒤에야 제 배꼽 부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아직은 힘든가?’
얼른 포동포동해지자. 몸이 마나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로제테는 다시금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 *
로제테는 잠든 밤이었다.
“아버지.”
다니엘이 막 저택에 돌아온 아드리안 공작을 찾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겉옷을 세바스찬에게 넘겨주며 물었다.
“황자 전하는 잘 알현하고 왔느냐?”
“네.”
“뭔 일은 없었고?”
“별일은 없었습니다.”
조슈아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건 ‘별일’이라고 하기 애매했다.
“그건 그렇고 로제테 말이에요.”
“로제테가 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뇨. 일이 있던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니엘은 고개를 저은 뒤 하고자 하는 말을 꺼냈다.
“다만 일주일 뒤에 생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알고 계셨습니까?”
커프스 단추를 풀던 공작의 손이 잠깐 멈췄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러실 것 같았어요.”
다니엘이 이어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다들 로제테의 생일 파티 준비를 하기 위해 바빠졌어요.”
“저택 분위기가 묘하게 들떠 있는 것 같더니 그 때문이었군.”
“네. 그런데 로제테가 그동안 생일 파티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하게 준비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버지께 의견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특별한 생일 파티라…….”
아드리안 공작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한 번도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없다면 남 부러울 것 없는 성대한 파티를 열어 주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왠지 그것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았다. 로제테 또한 그것을 원할 것 같지 않았고.
잠시 생각을 해 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빙긋 웃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 다니엘.”
“뭡니까, 아버지?”
아드리안 공작이 웃으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의 의견을 들은 다니엘 또한 따라 웃었다.
* * *
로제테가 아드리안가에 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로제테는 특별히 한 게 없었다.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 세 가지가 그녀가 한 전부였다. 밤에는 마나 코어를 만들기 위해 몰래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럴수록 그녀는 아침 식사를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덕분에 로제테는 매일 아침마다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아드리안 공작은 그녀에게 선생 하나 붙여 주지 않았다. 셀린느 또한 첫날 이후로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한번은 그런 생각이 얼굴로 드러났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편히 지내거라.
아이는 아이답게 근심 없이 자라야 한다고 덧붙이며.
아, 한 가지 요구사항이 있기는 했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남기지 말고 많이 먹어야 한단다. 많이 먹고 얼른 쑥쑥 자라야지. 물론 새우는 빼고 말이다.
그러나 그걸 요구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로제테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끼니 열심히 음식을 입에 욱여넣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드리안가의 주방장은 솜씨가 아주 좋았으니까.
덕분에 로제테는 고작 일주일 만에 볼살이 조금 올랐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로제테의 변화에 뿌듯해했다.
그리고 오늘. 지난 일주일 동안 아드리안 공작저를 바쁘게 만들었던 로제테의 생일이 되었다.
“꼬맹아!”
아침 댓바람부터 루카스가 로제테의 방에 쳐들어왔다. 하녀들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로제테가 둘둘 말고 있는 이불을 끄집어내며 그녀를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으응…….”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던 로제테는 곧이어 들린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생일날까지 늦잠 잘 거야?”
아, 맞다. 나 생일이었지!
분명 처음 아드리안 저택 사람들이 생일 파티를 준비할 때만 해도 로제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모두가 생일이 특별한 날이라고 말했지만 마음 깊이 와 닿지도 않았다.
그저, 다들 자신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면서 행복해하니까 따라서 행복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동안 생일은 좋은 날이고 축복받아야 마땅한 날이라고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해서 그런 것일까.
로제테는 뒤늦게 생일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어젯밤엔 설레서 잠을 살짝 설쳤다.
“늦잠, 안 자요.”
로제테가 잠에서 덜 깨 계속 감기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는데 루카스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얼른 나와. 갈 곳이 있어.”
로제테는 한쪽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잠옷 바람으로 그를 따라갔다. 루카스가 향한 곳은 식당이었다.
“너무 좋아서 울지나 말라고.”
루카스가 경고 아닌 경고를 하며 식당 문을 열었다. 동시에 안쪽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드려요!”
문 앞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로제테의 위로 꽃가루를 뿌렸다. 루카스 또한 바구니에서 꽃가루를 한 움큼 집어 로제테의 머리 위에 뿌렸다.
로제테는 머리카락에 꽃가루를 한가득 매단 채로 식당 안을 살폈다.
식당은 평소와 달리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로제테가 좋아하던 요리들과 디저트로 가득했다.
그 앞에는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고용인들이 그녀를 향해 밝게 웃고 있었다.
“아…….”
가슴 어딘가가 뭉근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는데,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때 다니엘과 이자벨이 다가왔다.
“생일 축하해, 로즈.”
“축하해.”
그다음엔 아드리안 공작이 걸어와 로제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일 축하한다. 오늘 하루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로즈.”
다정한 사람들과 따뜻한 말. 로제테는 오늘에야 비로소 완전히 깨달았다.
나 태어나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동시에 그녀의 두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 *
“울보래요, 울보래요!”
루카스가 하도 울어서 토끼처럼 눈이 새빨개진 로제테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를 나무랐을 다니엘이나 아드리안 공작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말리지 않았다.
여전히 눈가가 촉촉한 로제테는 하녀가 잘라 준 케이크를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싱싱한 딸기를 잔뜩 넣어 만든 초콜릿 케이크는 새콤하면서도 달콤했다.
루카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테이블 아래 숨겨 두었던 물건을 건넸다. 로제테의 팔만큼이나 길쭉한 무언가는 빨간 포장지로 엉성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이게 뭐예요?”
“생일 선물!”
“제가 받아도 돼요?”
“당연하지!”
“자, 내 것도 받아.”
이번엔 이자벨이 로제테의 손바닥만 한 상자를 건넸다. 다니엘도 묵직한 선물을 주었다.
로제테는 생일 선물을 한 아름 품에 안은 채로 물었다.
“이거 뜯어 봐도 되나요?”
“당연하지. 네 선물인데.”
그녀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하나하나 뜯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직접 그림을 색칠할 수 있는 동화책을 주었고, 이자벨은 자신이 아끼는 머리 장식을 주었다. 루카스는 자신이 어릴 적에 갖고 놀던 목검을 선물했다.
이자벨이 핀잔을 줬다.
“마법을 배워야 하는 애한테 무슨 목검이야?”
루카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누나, 우리 가문이 어떤 가문이야? 대대로 유능한 기사를 배출한 아드리안 공작가야. 아버지는 제일 멋진 소드 마스터고.”
“그래서?”
“마법도 좋지만 꼬맹이도 기본적인 검술은 배워야 하지 않겠어?”
“얘 팔 좀 봐. 이 팔로 무슨 검술을 배우겠어?”
“못 배울 것 없지!”
로제테가 끼어들었다.
“저, 배울래요!”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를 향했다. 그에 조금 위축된 로제테가 살짝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배울래요, 검.”
마법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드리안가에 입양된 만큼 간단한 호신술 정도는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 되나요?”
“안 되긴.”
대답은 아드리안 공작이 했다.
“다만, 조금 더 키가 크고 살이 찌면 배우자꾸나.”
“네.”
“그나저나 생일 선물을 다 받았으니 이젠 내 차례구나.”
아드리안 공작이 손짓하자 세바스찬이 커다란 상자를 갖고 왔다.
로제테를 대신하여 아드리안 공작이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와 구두, 그리고 드레스에 맞춘 장신구들이 들어 있었다.
“오늘 점심에 이걸 입고 파티를 하자꾸나. 그게 내 선물이란다.”
“파티요?”
로제테가 영문을 알 수 없어 눈을 깜빡였다.
“파티는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루카스가 낄낄거렸다.
“이게 무슨 파티야? 이건 그냥 아침 식사야.”
이게 단순히 식사라면 대체 파티는 얼마나 화려한 걸까.
놀란 로제테를 향해 다니엘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기대해도 좋아, 로즈. 아버지께서 정말 좋은 선물을 준비하셨거든.”
의미심장한 말도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