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0화. 조슈아의 생일 파티(140/214)
140화. 조슈아의 생일 파티
2024.03.19.
“로즈.”
“…….”
“로제테 아드리안.”
“으응?”
저도 모르게 조슈아를 관찰하던 로제테는 뒤늦게 미하엘이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새 미하엘은 표정을 능숙하게 갈무리한 상태였다.
미하엘이 그녀 곁으로 조금 더 바짝 다가오며 빙긋 웃었다.
“1황자와 친해?”
“너…….”
로제테가 화들짝 놀라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미하엘의 불손한 호칭을 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난 제국 사람도 아닌걸.”
“그건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굉장히 난감해졌을 거야. 물론 황자님이 들었어도 뭐라고 하시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서 로즈, 1황자 전하와 친해?”
미하엘은 기꺼이 호칭을 정정해 주었다. 그에 안도한 로제테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글쎄.”
“그럼 안 친해?”
“애초에 친분을 논할 사이가 아닌걸. 황자님은 황자님이니까.”
“1황자 전하가 황족이 아니었다면, 어땠을 것 같은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가정이었다.
‘황자님이 황자님이 아니었더라면…….’
그랬다면 자신들의 사이는 지금과 조금 달라졌을까?
돌이켜 보면 조슈아가 황자였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제약이 많았다.
어릴 적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조슈아가 황궁을 나오기 힘드니 로제테가 오필리아를 핑계로 입궁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밤중에 숲에서 만나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실버를 통해 목소리로만 대화했다.
어디 그것뿐일까. 두 사람은 함께 수도에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는데, 그사이 편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궁의 검열이 워낙 심한 탓에 로제테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했던 것처럼 자주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 간혹 편지를 하긴 했지만 혹시 누가 볼까 봐 진솔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두 사람에겐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단둘이서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어릴 때보다 만나는 일이 적었다.
‘그런데 황자님이 일반 귀족이었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부터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문끼리 교류하며 오필리아도 자주 만나고, 조슈아와 대등한 관계로 장난도 치고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쩌면 조슈아와의 미래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로제테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황자님이 황족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가까이 지냈을 수도 있었겠지. 가족들하고도 친하니까. 하지만 무의미한 가정이야.”
대답하는 목소리가 조금 뾰족했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 말이다.
“아무튼 나는 가족들에게 가 볼게. 너도 사람들 좀 사귀고 그래.”
“잠깐만, 로즈…….”
로제테는 행여나 미하엘이 더 캐물을까 봐 도망치듯이 루카스에게로 향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루카스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며 친구들을 소개했다.
“꼬맹아, 여긴 내 친구들이야. 네가 아는 얼굴도 있을 거야.”
“응.”
실제로도 루카스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두어 명 정도는 낯이 익었다. 로제테가 그들과 인사를 나누자 루카스가 친구들에게 경고했다.
“너희, 우리 꼬맹이에게 허튼 마음 품지 마.”
“오빠.”
로제테가 창피함에 이마를 짚으며 그를 말렸지만 루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서 자리를 옮겼다.
다니엘과 이네스와 대화를 나눴다가 로텐 경과 함께 있는 이자벨에게로 향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조슈아에게 다가가 생일 축하를 해 주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황후님에게도 가고 싶지만, 사람이 많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파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생일 선물을 주는 시간이 다가왔다.
가문의 대표들이 차례대로 의자에 앉은 조슈아에게 다가가 선물을 주었다.
조슈아가 선물을 열어 보지 않고 바로 시종에게 넘긴 터라 내용물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포장부터가 이미 고급스러웠다. 크기도 하나 같이 컸다.
‘분명 안에 담긴 내용물도 값비싼 걸 거야.’
선물이 쌓이면 쌓일수록 로제테는 의기소침해졌다.
이윽고 다니엘의 차례가 왔다. 그는 그의 팔보다도 긴 상자를 들고 조슈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표정 없는 얼굴로 시종일관 선물을 받던 조슈아의 얼굴에 흥미가 돌았다.
“이건 뭐지?”
“검입니다. 전하께 어울릴 것 같아 특별히 제작했습니다.”
조슈아는 관성적으로 상자를 받으려는 시종에게 손짓한 뒤 직접 일어났다. 다니엘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조슈아를 대신하여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조슈아가 진지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조슈아의 머리 색처럼 은은한 은빛을 띠는 검 면이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였다.
조슈아가 검을 천천히 돌려 가며 관찰할 때마다 반사된 빛이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중엔 로제테도 있었다. 그녀는 눈부신 빛에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꿋꿋하게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멋진 검이로군.”
이윽고 조슈아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
상자를 가져가는 시종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 그가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로제테와 눈이 마주쳤다.
조슈아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눈빛이 마치 ‘로제테, 너는 무슨 선물을 준비했지?’라고 묻는 것 같았다.
로제테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손가방을 매만졌다. 용기를 내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조슈아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가온 사람은 조슈아의 이복동생인 루이스 에른하르트였다.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형님.”
천사처럼 빙긋 미소 지은 루이스가 손짓하자, 그의 시종이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상자는 앞선 선물들에 비해 굉장히 작았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작았는데, 상자 겉면은 그 어떤 것보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매해 형님의 생일이 다가오면 무슨 선물을 드려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됩니다. 운이 좋게도, 이번에 릴리스 공작령에서 발견된 광산에서 크기가 큰 다이아몬드가 나왔지 뭡니까.”
시종이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 담겨 있던 다이아몬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바라본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세상에, 저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라니.”
“저런 게 진짜로 존재하는 거였다니. 저는 처음 봐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로제테도 솔직히 많이 놀랐다. 아드리안가의 사람으로서 값비싼 보석은 지겨울 만큼 본 그녀에게도 놀라울 정도로 루이스가 선물한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컸다.
그러나 선물을 바라보는 조슈아도, 그 옆에 앉아 있던 오필리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로제테는 뒤늦게 루이스의 선물에 담긴 의미를 파악했다.
‘릴리스 공작령에서 난 다이아몬드라고 했지.’
오필리아까지 참석한 조슈아의 생일 파티에서 굳이 릴리스 공작가를 연상시키는 선물을 주었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기 싸움이야.’
하지만 조슈아는 이내 태연하게 제 시종에게 손짓했다.
“고맙군. 이 다이아몬드는 세공사에게 맡겨서 목걸이로 만들어 어마마마께 선물하도록 하지. 사실 오늘은 내 생일이지만, 어마마마께서 축하를 받으셔야 하지 않겠어? 어마마마가 안 계셨다면 나도 없었을 테니.”
“그렇……습니다.”
루이스가 조금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황자님도 만만치 않으시네.’
로제테가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루이스가 물러났다. 곧 조슈아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올해도 내 생일이 돌아오고 말았어.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매해 지겨워하지도 않고 파티에 참석해 주는 그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하지. 모쪼록 다들 즐겁게 즐기다 가기를.”
박수 소리와 함께 잠시 멈췄던 파티가 재개되었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를 즐겼다.
조슈아는 단상에 앉아 옆에 앉은 오필리아와 대화를 나눴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가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를 정도로 태연한 모습이었다.
로제테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흘끔흘끔 그를 살폈다. 그럴 때마다 마치 조슈아도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처럼 시선이 맞부딪쳤다.
조슈아가 입술을 벙긋거리며 무언가를 말했다. 하지만 로제테는 그의 입 모양을 알아보지 못했다.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았지만 조슈아는 픽 웃으며 다시 오필리아와 대화를 할 뿐이었다.
‘그런데 황후님은 괜찮으실까?’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파티장 한가운데에서 주인공처럼 서 있는 릴리스 공녀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저택에서 두문불출하던 그녀는 오늘 파티에 참석했다. 보란 듯이 화려하게 치장한 채였다.
안 그래도 머리카락 색 때문에 눈에 띄는데, 드레스와 장신구마저 화려하니 언뜻 보기엔 그녀가 파티 주인공 같았다.
고급 원단을 사용했지만, 차분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은 오필리아와 대조적이었다.
‘2황자 전하도 계속 계시고. 사실 참석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사실 루이스가 참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정사는 복잡하지만 루이스 에른하르트는 어찌 됐든 정식으로 입적된 황자로서, 조슈아의 동생이었다. 동생인 그가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이었다.
그걸 아는데도 로제테는 그게 왠지 못마땅했다.
저 두 사람만 없었더라면 그녀가 사랑하는 모두가 행복했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불현듯 루이스가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발견한 그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밀려드는 불안함에 로제테가 루카스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녀보다는 루이스가 빨랐다.
어느새 그녀 옆으로 다가온 그가 해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공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