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1화. 로제테의 편지(141/214)
141화. 로제테의 편지
2024.03.20.
“오랜만이네, 공녀?”
로제테는 표정 관리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격조했습니다, 황자 전하.”
그러고 보니 루이스의 말처럼 그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히 오필리아 독살 미수 건으로 이네스와 아드리안이 의심을 받은 이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분명 릴리스 공녀가 벌인 짓을 알고 있을 텐데도 로제테를 바라보는 루이스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이런 말 하기에는 좀 늦었지만, 어머니께서 데리고 있던 하녀가 벌인 일은 유감이라고 생각해. 그 아이가 호의를 그렇게 갚을지는 전혀 몰랐어. 그래도 모든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야. 공녀와 아드리안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서.”
“……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 일에 대해서 릴리스 공녀는 정말 무결한 게 맞는 것인지, 그 모든 일에 대해 루이스는 정말 모르고 있던 것인지.
그 일로 이네스와 아드리안이 무너졌을 때, 루이스는 기뻐하지는 않았을지.
하지만 로제테는 그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대놓고 할 마음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릴리스 공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하고 싶지만.’
이미 지난 지 오래된 일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사냥 대회 때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
“괜찮습니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나서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로제테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들 입장에서는 로제테와 루이스의 만남은 꽤 재밌는 이야깃거리일 테다.
로제테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이야깃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얼른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봐도 괜찮을까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힘든 것 같네. 다음에 황궁에 올 일이 있다면 내게 연락을 해 주지 않겠어?”
“그……. 네.”
로제테는 루이스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제일 만만한 루카스에게 다가가자, 그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로제테를 노려보았다. 로제테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금방 알아차렸다.
‘또 2황자 전하가 관심을 보였냐느니 어쨌다느니 하겠지.’
그러나 상대가 황족이라 그런지 그 소리를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자, 잔잔한 음악이 흐르던 홀에 춤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오늘의 주인공인 조슈아에게 주목했다. 오늘 주인공은 조슈아였으니, 그가 선택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게 예의였다.
나른하게 앉아 오필리아와 대화하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필리아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마 다른 사람과 춤을 추라고 하는 것 같았다.
조슈아가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가 단상에서 내려와 홀로 향했다. 사람들이 그의 행동에 주목했다.
잠시 후, 조슈아가 로제테의 앞에 섰다.
“공녀.”
그가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한 곡 추지 않겠어?”
로제테는 순간 본능적으로 루카스의 눈치를 살폈다. 루카스는 ‘그럴 수 있지.’라는 표정으로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네, 황자님.”
로제테는 두 사람에게 쏠리는 시선을 모른 척하며 조슈아와 춤을 추었다. 춤은 특별한 게 없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고 정말로 춤만 추었다.
춤이 거의 끝나 갈 때 조슈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 춤이 끝나고 정원에서 잠시 볼 수 있나?”
“정원에서요?”
“그래.”
로제테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춤이 마무리 되었다.
로제테는 조슈아가 오필리아에게 향하는 것을 보다가 삐삐와 함께 조심히 정원으로 향했다.
삐삐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자, 조금 뒤 조슈아가 나왔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두 사람이 서 있는 작은 뜰 주위로 결계 마법을 펼쳤다.
로제테도 따라서 방음 마법과 환상 결계 마법을 쳤다. 아마 겉에서 보기엔 이곳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컹!]로제테는 자신을 보고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생일 축하드려요, 황자님. 그러고 보니 황자님의 생일을 직접 축하드리는 건 처음 같더라고요.”
“그러네.”
로제테가 멋쩍게 손가방을 매만지고 있는데, 조슈아가 은근히 물었다.
“그러고 보니 로제테. 내 생일 선물은 따로 준비한 게 없나?”
로제테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내려 손가방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부정했다.
“다니엘 오빠가 아드리안을 대표하여 선물을 준비한다고 해서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그래? 섭섭한걸.”
그렇게 대답하는 조슈아의 표정은 딱히 섭섭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로제테는 그가 농담을 하는 것인지, 진심을 속삭이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섭섭하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변명이 튀어나갔다.
“사실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기는 했어요. 삐삐도 알 거예요. 제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삣!]“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황자님의 마음에 들 만한 선물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황자님은 어릴 적부터 온갖 값비싼 선물을 받아 오셨을 테고, 제가 뭘 준비해도 남들보다 못 했을 거예요. 실제로도 오늘 황자님께서 받으신 선물은 제가 구하려고 해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고.”
“글쎄.”
조슈아가 목 속에서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조금은 기가 죽은 로제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나는 아드리안 공녀에게서 선물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
“아드리안 공녀가 아니라 로제테 아드리안에게서 선물을 받고 싶었다는 소리야.”
로제테가 그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을 하자, 조슈아가 조금 더 설명했다.
“그냥 가볍게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줬어도 됐었다는 뜻이야. 거창한 선물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하지.”
“…….”
“그대는 내가 오늘 받은 선물 중에 진심이 담긴 게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로제테는 선물 목록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다가 답했다.
“일단 다니엘 오빠가 준 선물은 확실히 진심이 담겼을 것 같아요. 오빠가 내색은 하지는 않았지만 신경 많이 썼거든요.”
“그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외엔?”
“글쎄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진심이 담긴 건 없었지.’
다들 조슈아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했다기보다는, 자신이 뭘 해 줄 수 있는지 고려한 것 같았다. 황자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고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2 황자 전하가 준 선물도 마찬가지야.’
오늘 조슈아가 받은 생일 선물 중 가장 값비싼 것을 고르라면 고민도 없이 루이스가 준 다이아몬드일 테다. 하지만 진심이 제일 담기지 않은 선물을 고르라고 해도 당연히 그 다이아몬드였다.
그만큼 루이스의 선물에는 정치적인 의미만 가득했다.
‘그래서 아마 황자님이 다니엘 오빠의 선물에만 반응을 보인 거겠지.’
“다음에는 제가 조금 더 고민해서…….”
선물을 주겠다고 하려고 할 때였다. 로제테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부터 의아함을 표시하던 삐삐가 불만스럽게 삑삑거렸다.
[삐? 삐잇!]로제테, 너 선물 준비했잖아? 나도 도왔어! 나도 편지 썼어!
아마 삐삐는 자신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해 주지 않아서 성이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삐삐가 뭐라고 하든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 작은 새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로제테뿐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삐삐가 선물이 있다고 떠들어대도 조슈아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터였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다.
[컹!]로제테가 잠시 존재를 잊고 있던 실버가 컹 하고 짖었다. 실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로제테는 직감적으로 늑대의 말을 눈치챘다.
뒤늦게 실버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늑대는 그녀의 손을 요리조리 피하며 울부짖었다.
실버의 말을 들은 조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실버가 그러는데, 삐삐가 뭔가 준비한 게 있다고 하는 것 같다는군.”
[삣!]맞아! 이 삐삐가 직접 발 도장을 찍은 편지가 있단 말이야!
로제테는 삐삐의 말을 들으며 시치미를 뗐다.
“삐삐가 뭘 준비할 수 있겠어요? 삐삐는 그냥 새잖아요.”
[삑!]조슈아의 눈이 좀 더 가늘어졌다.
“삐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은데 말이지.”
“그게…….”
차라리 삐삐가 아무것도 없는 빈 편지지에 편지를 썼다면 흔쾌히 줬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삐삐의 발자국이 남은 편지지에 로제테의 편지도 쓰여 있다는 것이었다.
로제테가 망설이자 삐삐는 아예 로제테의 손등에 앉아 손가방을 부리로 콕콕 찔렀다.
조슈아의 시선이 덩달아 그쪽으로 향했다. 로제테가 재빨리 손가방을 등 뒤로 감췄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으으.”
로제테가 신음만 흘리는 중에도 삐삐가 재촉했다. 결국 로제테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손가방에서 편지를 꺼냈다.
삐삐의 발자국이 선명한 편지를 보고 조슈아가 풋 웃었다.
“삐삐가 내게 편지라도 쓴 모양이군.”
[삣!]“그런데 뭐라고 썼는지 알아볼 수는 없는데, 해석을 부탁해도 되나?”
[삑!]삐삐가 조슈아의 어깨에 포르르 날아가 앉더니 흔쾌히 자신이 쓴 편지 내용을 읊어 주기 시작했다.
“실버 주인, 그러니까 황자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대요. 생일이니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이왕이면 그 맛있는 것을 자기에게도 나눠 줬으면 좋겠대요.”
“그러도록 하지.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가면 시종에게 특별한 쿠키를 내오라고 하겠어.”
[삣!]조슈아가 만족한 삐삐의 턱을 긁적이다가 로제테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삐삐의 편지를 주지 않겠어?”
“그…….”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게…….”
로제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삐삐와 실버가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삐익!] [컹!]저기에 로제테의 편지도 있어!
로제테도 편지를 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