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5화. 로제테의 고백(145/214)
145화. 로제테의 고백
2024.03.24.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건데?”
그렇게 묻는 이자벨의 말투는 따지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몰라서 묻는 듯한 투였다.
이미 충분히 설명이 됐을 거라 생각했던 로제테가 오히려 당황하여 횡설수설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러니까 귀족가의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제 결혼 상대 또한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잖아요.”
이자벨이 한숨을 쉬었다.
“로제테,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네가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네?”
“귀족의 결혼, 특히 아드리안 정도 되는 고위 귀족의 결혼에선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가문을 나가지 않는 이상, 결혼에서 가문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뭐?”
이자벨이 로제테 쪽으로 몸을 돌리며 그녀를 노려보다시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아드리안의 후계자도 아니잖아? 네 결혼이 아드리안에 영향력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하지만 네가 후계자인 다니엘 오빠는 아니잖아? 네 결혼이 우리 가문에 영향을 미칠 일은 아주 미미해. 네 상대가 고위 귀족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소리야.”
“하지만 언니. 그래도 제가 아드리안인 이상, 여러 요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아버지는 널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생각도 없으시고, 네 결혼으로 이익을 얻을 생각도 없으셔. 네 상대가 상종도 못 할 인간 말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단 그래.”
“…….”
“그러니까 내 말은…….”
한숨을 한번 쉰 이자벨이 표정을 풀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네 마음에 안 든다면 모를까, 단순히 가문 때문에 네 감정을 속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고백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로 결혼할 건 아니잖아? 결혼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요즘 누가 연애한다고 다 결혼하니?”
로제테는 조금 놀랐다. 세 남매 중 가장 원칙을 중요시하고 조금은 고지식할 줄 알았던 이자벨이 이런 소리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로제테는 이자벨의 말에 완전히 설득되지는 않았다.
분명 이자벨의 충고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조슈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녀는 같은 소리를 할까?
우물쭈물하던 로제테는 뒤이어 이어진 이자벨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뭐, 네게 고백한 사람이 황자 전하라도 돼?”
“……네?”
“상대가 황자 전하 정도는 되어야 가문을 위해 고민한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뭘 심각하게 고민해?”
네, 그래서 문제인 건데요. 그냥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하다못해 평민이었어도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로제테는 솔직한 마음을 입속으로 꾹 삼키며 부정했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이자벨이 그 말의 진위여부를 살피듯이 로제테의 얼굴을 살폈다. 로제테는 애써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 낸 이자벨이 계속해서 말했다.
“설령 상대가 황자 전하라고 해도 내 생각은 변함없어. 가문을 생각하지 않고 네 마음을 먼저 생각해. 너는 그 남자를 좋아해?”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단순히 예전부터 신경 쓰인 것 말고, 그 남자를 이성으로서 좋아해?”
“저는…….”
로제테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조슈아의 고백을 받기 전에도,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려고 하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생각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저는…….”
진득하게 로제테의 대답을 기다리던 이자벨은 그녀가 입만 벙긋거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네 마음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건 스스로 더 생각해 보도록 해. 더 궁금한 거 있어?”
“아뇨.”
“그럼 난 이만 들어갈게. 햇빛이 뜨거우니 너도 너무 오래 있지는 마.”
‘그러다 또 쓰러지겠어.’라고 작게 덧붙인 말이 바람에 살랑살랑 흘러 들어왔다. 로제테는 두 발을 달랑거리다가 멀어지는 이자벨의 뒷모습에 서둘러 물었다.
“언니는 어떤데요?”
“뭐가?”
“왜 언니는 로텐 경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거예요?”
걸어가는 속도를 줄이던 이자벨이 휙 돌아섰다.
“뭐?”
“로텐 경이 언니를 사모하는 것 같은데, 언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사냥 대회 때에도…….”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로즈. 그것도 내 문제니 내가 알아서 해결해.”
이자벨이 새침하게 말하고는 저택을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살랑거리는 은발 머리를 보며 푸스스 웃던 로제테는 웃음기를 지우고 펼쳐 놓았던 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마음이 어떠냐고…….’
이자벨과의 대화로 완벽하게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속은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가족들은 자신을 지지해 줄 거라는 믿음이 원래도 있었지만, 조금 더 굳건해졌다.
분명 아드리안 공작도, 다니엘도, 이자벨도 그리고 루카스도 로제테가 조슈아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놀라기는 해도 그녀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조슈아를 좀 더 지지할 수도 있었다.
로제테는 그것이 가문에 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자벨의 말을 들으니 가족들은 그것을 전혀 짐으로 여기지 않을 터였다.
이제 진짜로 중요한 것은 로제테,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날 밤 로제테는 생각 끝에 삐삐를 황궁으로 보냈다. 삐삐에게 자그마한 쪽지를 물린 채였다.
조금 뒤 삐삐를 머리 위에 태운 실버가 창문을 넘어왔다. 참고로 삐삐는 실버의 것으로 추정되는 실버의 털을 몇 가닥 문 채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있었다.
“실버?”
[컹!]“황자님?”
그러나 이렇게 부르면 늘 들려오던 조슈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로제테가 그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데 실버가 그녀의 앞에 몸을 숙였다.
로제테가 자연스럽게 그 위에 타자 실버가 방을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실버가 숲 어귀에 들어섰을 때, 로제테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사실 실버의 등에 탔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삐삐를 통해 쪽지를 보냈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는 거처럼 뻐근했고, 숨도 쉬기 힘들었다.
이윽고 늘 만나던 장소에 서 있는 조슈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로제테를 등에 태운 실버가 다가오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황자님.”
실버가 멈춰 선 뒤 땅에 내린 로제테가 조슈아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뭇거렸다.
삐삐가 실버의 머리 위에서 두 사람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지만, 이내 실버가 삐삐를 태운 채로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삐이잇!]저 멀리서 ‘이 야만적인 늑대!’라고 삐삐가 울부짖는 것을 보아하니, 중간에 탈출하려다가 실버에게 다시 삼켜진 모양이었다.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로제테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삐삐가 실버의 털을 다 뽑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아까도 조금 뽑은 모양인데, 아마 더 뽑히지 않을까요?”
“어쩐지 삐삐가 내게 쪽지를 주고는 실버에게 달려들더군.”
“안 그래도 털을 물고 있더라고요.”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잠시 끝났다. 침묵 끝에 조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쪽지 말인데.”
“네.”
“할 얘기란 게 뭐지?”
로제테가 쪽지에 쓴 내용은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실버를 보내 주세요’였다. 그 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조슈아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할지 짐작이 되지 않는지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삐삐를 통해 쪽지를 건넬 때만 해도 로제테는 조슈아를 직접 볼 생각은 없었다. 얼굴을 보고 말하기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냥 실버만 보내실 줄 알았는데 여기로 불러내셔서 좀 놀랐어요.”
“그게…….”
조슈아가 조금 멋쩍은 듯 목을 긁적였다.
“얼굴이 보고 싶었다고 하면, 믿어 줄 텐가?”
미하엘도 분명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심장이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자신의 태도에서 로제테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수줍게 속삭였다.
“사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그럼…….”
“그것보다도 말이에요!”
로제테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오늘 낮에 이자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공녀와?”
“네. 저와 황자님에 대해서 말이에요. 아, 물론 자세한 건 말하지 않았어요. 이자벨 언니는 제가 말한 사람이 황자님인 것을 모르거든요. 물론 짐작은 했을지도 모르지만요.”
조슈아가 로제테가 벌려 놓은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나눴지?”
“그냥, 제 결혼이 아드리안 가문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상담했어요. 이자벨 언니는 너는 다니엘 오빠가 아니니, 네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로제테가 냉랭한 이자벨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내며 말하자 조슈아가 조금 표정을 풀고 웃었다.
“사실 언니가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얘기였을 거예요.”
“…….”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좀 우습기는 해요. 아드리안에 온 뒤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거든요. 제멋대로 행동해서 아버지나 언니, 오빠의 걱정을 산 적도 있고요.”
작게 웃은 로제테가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황자님, 저는 아직도 황후가 되는 게 두려워요. 가족들은 모두 저를 지지해 주실 테지만, 제 마음이 편하지 않거든요. 황자님이 황자님을 조슈아로 봐 달라고 하시긴 해도 그게 쉽지 않잖아요.”
“…….”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어요. 지금 황자님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중에 황자비가, 더 나아가 황후는 안 될지도 몰라요.”
조슈아의 눈이 조금씩 커졌다. 로제테가 그에게 바짝 다가가며 빙긋 웃었다.
“그래도 이자벨 언니의 충고를 받아 제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했어요. 있잖아요, 황자님. 제가 말한 모든 것이 괜찮다면, 평생을 함께할 수 없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함께하는 것이 괜찮다면…….”
“…….”
“네, 저도 황자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