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6화. 신경전(1)(146/214)
146화. 신경전(1)
2024.03.25.
“네, 저도 황자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입 밖으로 직접 내뱉고 난 뒤에야 비로소 모든 고민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자신은 조슈아를 확실히 좋아한다.
언제부터 싹 튼 감정인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지만, 그를 향한 감정만은 분명했다.
로제테는 조금 더 자신감을 담아 말했다.
“좋아해요, 황자님.”
찰나의 순간, 긴장감으로 굳어 있던 조슈아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퍼져나갔다. 애써 숨기려고 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환희와 희열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로제테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평생을 함께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신 거예요?”
“그래.”
조슈아가 다가와 로제테의 뺨을 그러쥐었다.
“넌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상상조차 못 할 거야, 로제테. 아니, 로즈.”
로제테는 조슈아의 입에서 나온 ‘로즈’라는 애칭에 놀라거나 기뻐할 새도 없었다. 조슈아가 작게 탄성이 새어 나오는 로제테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
로제테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설프게나마 조슈아를 따라 하다가,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조슈아 또한 그녀의 허리에 한쪽 팔을 두르고 몸을 더 밀착했다. 가까이에 맞닿은 그의 단단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뜨거웠다. 입술 위로 쏟아지는 그의 숨결은 간지러웠다.
로제테는 몸을 움츠렸다가 입술을 맞댄 채로 미소 지었다. 조슈아도 그녀를 따라서 입술을 당겨 웃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모든 것이 잘될 것만 같은 날이었다.
* * *
아드리안 공작은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를 먹고 있는 로제테를 관찰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도 그녀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모두를 대표하여 루카스가 팔꿈치로 로제테를 콕콕 찌르며 물었다.
“꼬맹이, 무슨 좋은 일 있어?”
로제테가 화들짝 놀랐다.
“네, 네?”
[삣?]땅콩 가루를 쪼아 먹던 삐삐도 덩달아 당황했다.
삐삐에게 시선이 쏠리지 않았는데도, 작은 새는 주위의 눈치를 보다가 로제테의 머리카락 속으로 숨어 버렸다.
로제테가 능숙하게 표정을 숨겼다.
“좋은 일이야 항상 있죠, 오빠.”
“아닌데?”
루카스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꼬맹이, 너 요즘 고민이 많았잖아.”
“고민도 항상 있는 법이고요.”
“그건 그렇지만…….”
말문이 막힌 루카스가 도움을 청하듯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루카스 말이 맞는 것 같아. 지난 며칠간 심각해 보이더니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로즈. 보기 좋아. 오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
로제테는 괜히 이자벨의 눈치를 살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며칠 동안 하던 고민이 풀렸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우리 막내가 무슨 고민을 했을까?”
“무슨 고민을 했는데!”
“비밀이에요.”
로제테는 자신들의 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하는 이자벨과,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공작을 슬쩍 보고는 다시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하도 고개를 숙였더니, 다른 가족이 보기에 ‘저러다가 접시에 코를 박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숨어 있던 삐삐도 눈치를 보다가 다시 나와 땅콩 가루를 먹었다.
다행히 가족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식사가 끝나고 방으로 가려는데 아드리안 공작이 나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즈, 별일이 있는 건 아니지?”
“아니에요, 아빠. 별일……은 아니에요. 진짜예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로제테는 왜인지 평소와는 다른 공작의 미소를 보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혹시 아빠께선 뭔 일 있으신 거 아니죠?”
“왜 그렇게 생각하니?”
“좀 피곤해 보이시는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 건 아니란다. 그저…….”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하던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무슨 일이 있거든 이 아비에게 언제든 말하거라, 로즈.”
“그럼요.”
지레 찔린 로제테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당분간은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그날, 숲속에서 로제테와 조슈아는 당분간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주위에 알려지는 순간 일어날 일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필리아에게도 아드리안가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관계에 조금 더 확신이 생긴다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을 거라 여겼다.
로제테가 입을 다물고 빙긋 웃기만 하는데, 아드리안 공작이 불현듯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가 엄지와 중지로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공작의 손이 워낙 큰 터라 손목과 손가락 사이에 공간이 남았다. 그 빈틈을 눈으로 가늠하던 공작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많이 컸구나.”
“네?”
“로즈, 네 키가 이 정도 됐을 때가 몇 살 정도였지?”
공작이 제 명치께를 가리켰다.
“으음, 글쎄요. 열두세 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그냥 물어봤단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신기해서 말이지. 이벨린 왕국으로 떠났을 때가 이 정도 됐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아마도 그랬을 거예요.”
로제테는 왠지 석연치 못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빠가 진짜 왜 갑자기 저러시지?’
밖에서는 차갑다고 알려져 있는 공작도 네 자식들에게만은 따뜻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계기가 없이 이렇게 추억에 잠길 성격은 아니었다.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설마 나와 황자님 사이의 일을 아신 건 아니겠지?’
로제테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방으로 올라왔다.
* * *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찻잔을 내려놓은 오필리아가 문안 인사를 온 조슈아를 보며 말했다.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거니?”
“건강한 어마마마를 이렇게 뵐 수 있는 게 제 기쁨이지요.”
“네가 그런 입에 발린 소리도 다 하는구나. 역시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지?”
“…….”
조슈아가 대답을 하지 않자 오필리아가 테이블 위에 주둥이를 올리고 킁킁거리는 실버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대답해 보렴, 실버. 조슈아에게 뭔 일이 있었던 거니?”
[컹!]“실버.”
실버가 뭐라고 한다 해서 오필리아가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조슈아가 늑대를 제지했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내려오도록. 어마마마 앞인데 예의를 갖춰야지.”
낑낑거린 실버가 테이블에서 내려와 자세를 바로 했다. 오필리아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을까.’
엄마로서 직감이 무언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조슈아는 지금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게 풀어진 저 분위기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상대는 누굴까.’
그 상대를 추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조슈아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교류한 여자아이가 없었으니까.
그나마 아드리안의 이자벨과 로제테 정도?
그런데 그 둘 중에서 누굴 마음에 두었는지 추리하는 것도 쉬웠다.
어릴 적에도 조슈아는 로제테에게 유독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짝 떠보기로 했다.
“조만간 아드리안 공녀를 초대하는 건 어떠니?”
“아드리안 공녀라면…….”
“로제테 말이란다.”
반응은 조슈아가 아니라 실버에게서 먼저 나왔다. 어느새 바닥에 배를 깔고 앉아 있던 실버가 벌떡 일어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 것이다.
조슈아가 못마땅한 시선을 주어도 실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컹컹, 짓는 것으로 로제테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실버도 좋다고 하는구나. 그럼 너도 좋다는 뜻이니, 조슈아?”
“실버의 행동이 제 마음을 대변해 주지는 않습니다, 어마마마.”
“어머, 하지만 패밀리어가 소환자의 마음에 반응하는 건 사실이잖니.”
“…….”
“그래서 로제테를 초대하고 싶은데, 무슨 명목으로 초대를 하면 좋을까.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선뜻 초대하기는 힘들어.”
입을 다물고 있던 조슈아가 대답하려고 하던 찰나였다. 시녀가 다가오더니 오필리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귓속말을 듣던 오필리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지금?”
“네.”
“손님이 있다고 전해 주지 않으련? 다음에 다시 오라고.”
“황자 전하를 뵈러 오셨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지?”
조슈아가 시녀에게 묻자, 시녀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쉘튼 왕국의 르쉐르 후작이 황후 전하께 알현을 청했습니다.”
“어마마마께?”
“정확히는 황자 전하를 뵈러 왔다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나가 보지.”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오늘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마마마. 아드리안 공녀를 초대하는 일은 추후 다시 논의하도록 하죠. 꾸물거리지 말고 따라와 실버.”
[컹!]실버가 오필리아 곁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정원을 벗어나는 조슈아를 빠르게 따라갔다.
정원에서 나오자 미하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조슈아를 발견하자마자 예를 갖춰 인사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일단 내 궁으로 가도록 하지.”
조슈아가 미하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를 뒤따라가던 실버가 불현듯 미하엘을 향해 그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슈아나 로제테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금 실버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늑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이 잔뜩 겁을 먹은 것을 본 조슈아가 실버를 나무랐다.
“쉿, 실버. 조용히 하고 따라와.”
그러나 조슈아의 말에도 실버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마히엘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자 풀숲에서 흰 뱀이 기어 나오더니, 이내 실버 앞에서 뾰족한 송곳니를 내보였다. 실버가 뱀을 치우기 위해 앞발을 휘둘렀지만, 백사는 이리저리 피하며 붉은 혀를 날름거렸다.
“실버.”
조슈아는 실버를 다시 한번 부르면서 흰 뱀을 관찰했다. 흰 뱀에게서 솔솔 새어 나오는 마나. 흰 뱀은 그냥 뱀이 아니라 패밀리어였다.
조슈아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미하엘에게 물었다.
“후작의 패밀리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