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7화. 신경전(2)(147/214)
147화. 신경전(2)
2024.03.26.
조슈아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미하엘에게 물었다.
“후작의 패밀리어인가?”
“네, 그렇습니다. 페리토라고 하지요.”
미하엘이 손짓하자 페리토가 그의 몸을 타고 올라가 몸으로 팔을 감싸 안았다.
“그래서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뭐지?”
미하엘이 싱긋 웃었다.
“그냥 얼굴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조슈아는 ‘고작 그런 이유로?’라고 되묻고 싶은 것을 참았다. 대신 에메랄드 궁 쪽으로 발을 옮겼다. 미하엘이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를 따라왔다.
“후작은 별난 구석이 좀 있는 것 같군. 지난번 아드리안을 도와 리베라 영애의 무죄를 입증해 준 것도 그렇고.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딱히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왕국에서 입지가 약해지지는 않았나?”
“입지요? 제가요?”
미하엘이 별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런데 왜 왕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홀로 이곳에 남은 거지?”
“들어야 할 대답을 아직 듣지 못해서요.”
“대답?”
조슈아는 미하엘의 사정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가 제국에 머문다고 해도 그것을 신경 쓸 사람은 황제였지, 그가 아니었다.
그저 이 대화는 단순한 사교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미하엘은 의외의 대답, 그것도 조슈아가 놀랄 만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실 제가 아드리안 공녀에게 청혼을 했는데 말입니다.”
조슈아가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청혼? 어느 쪽이지?”
“제가 친분이 있는 아드리안 공녀는 한 사람뿐이라서요.”
로제테라는 소리였다. 조슈아의 옆을 잠자코 따라오던 실버가 미하엘에게 이를 드러냈다. 페리토 또한 그런 실버에게 혀를 날름거렸다.
“실버, 그만.”
조슈아가 심각해지려는 표정을 애써 관리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듣는 소리군. 공식적으로 청혼서를 보낸 건 아닌 건가?”
“네. 공녀에게만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공녀는 뭐라고 답했지? 아, 아직 답을 못 들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렇군.”
미하엘이 조슈아의 옆얼굴을 관찰하다가 허리를 숙였다.
“바쁘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 또 뵐 수 있으면 좋겠군요.”
조슈아는 빠르게 멀어지는 미하엘을 굳이 잡지 않았다. 대신 미하엘의 뒷모습을 보며 으르렁거리는 실버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실버.”
[컹!]“로즈라면 분명 거절할 테니까.”
그렇지만 예의주시는 해야겠지.
조슈아는 그 말을 입속으로 삼키며 에메랄드 궁으로 향했다.
* * *
[쉬이익.]어느새 미하엘의 어깨에 기어 올라간 페리토가 속삭였다. 저 황자, 무척이나 거슬려, 라고.
“나도 마찬가지야, 페리토. 원래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슬슬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어.”
패밀리어인 저 커다란 늑대도 마음에 안 들고. 아까 물어 버렸어야 했는데.
페리토의 말에 미하엘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다음에 만나면 실수인 척 물어 버리면 되지.”
[쉬이익.]“당연히 그래도 되지.”
미하엘은 조슈아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른 움직여야겠어. 안 그랬다간 로즈를 정말 뺏길지도 모르니까.”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은 미하엘이 우아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실버가 찾아왔다. 로제테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육포를 실버에게 주며 늑대의 목에서 목걸이만 쏙 뺐다.
육포에 온 정신이 팔린 실버는 목걸이를 뺏기든 말든, 아예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아 육포를 뜯었다.
“너도 실버랑 있어, 삐삐.”
[삐?]로제테는 비밀이 생긴 거냐며 섭섭해하는 삐삐의 턱을 간질였다.
“비밀이 생긴 건 아냐. 하지만 황자님과의 대화를 남이 듣는 건 왠지 부끄러워.”
[삣! 삐익!]내가 남이야? 로제테,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어!
삐삐가 날개를 파닥이며 항의하자 실버가 육포를 우물거리며 다가왔다.
실버가 주둥이를 크게 벌리는 것을 본 삐삐가 ‘삣,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실버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아무래도 실버의 입 속 구경을 다시 하는 건 싫은 모양이다.
“고마워, 삐삐. 실버, 너도 고맙고.”
로제테는 두 패밀리어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황자님?”
[그래.]대답하는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아니.]“그럼요?”
[그냥…….]로제테는 이 순간, 조슈아가 눈앞에 없다는 게 아쉬웠다.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면, 얼굴을 보고 물었다면 조금 더 그의 마음을 파악하는 게 쉬웠을 텐데.
예전이라면 이쯤에서 물러났을 터였다. 자신이 조슈아의 사적인 부분까지 관여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좀 다르지 않아?’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아직은 부끄러웠지만, 그녀와 조슈아는 연인이었다. 소환자와 패밀리어 관계만큼이나 친밀하고 긴밀한 관계.
로제테는 용기를 내어 속삭였다.
“무슨 고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털어놓으셔도 돼요.”
[…….]“그러니까, 저는 어디 가서 황자님의 얘기를 하지도 않을 거고, 또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 그게 문제야.]“……네?”
그게 문제라니? 어디가? 자신이 주제넘게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문제라는 걸까?
“죄송…….”
로제테가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말하려던 때였다.
[대체 내가 언제까지 황자님이지?]“……네?”
[대체 언제까지 그 딱딱한 호칭을 고수할 거냐고 묻는 거야, 로즈.]“그렇지만…….”
황자님은 황자님이잖아요, 라고 말하던 로제테는 입을 꾹 다물었다. 조슈아가 원하는 게 그런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슈아가 원하는 호칭이 바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제국에 둘밖에 없는 황자고, 연인이라도 황자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부끄러웠다.
고작 이름을 부르는 게 이렇게까지 민망하고 부끄러울 일이던가.
“그러니까…….”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 있어. 나는 네 생각보다 인내심이 아주 기니까. 그렇지만 이왕이면 빨리 불러 줬으면 좋겠는데.]로제테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웅얼거렸다.
“……슈아.”
[잘 안 들리는걸.]“그, 으…….”
로제테가 어느새 새빨개진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조슈아.”
마법 통신구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곧 조슈아가 낮게 소리 내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는 이제 귀와 목까지 빨개졌다.
“지금 저 놀리는 거죠?”
[놀리기는. 전혀 아냐.]그렇게 말하는 조슈아의 목소리엔 여전히 웃음기가 묻어 나와서 딱히 신빙성은 없었다.
[듣기 좋아. 앞으로 둘만 있을 땐 그렇게 부르도록 해.]“…….”
로제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죄없는 베개만 꽉 움켜 쥐었다.
[그나저나 뭘 하고 있었지?]“실버가 오지는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군.]“황자…… 아니, 조슈아는요?”
[실버를 언제 보낼까 고민하고 있었지.]“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네요, 우리.”
[그런 셈이지.]그 말을 끝으로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침묵이 이어졌다.
로제테는 ‘조슈아’라고 말했을 때부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아꼈고, 조슈아는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의 침묵 끝에 조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르쉐르 후작을 만났어.]“미하…… 아니, 르쉐르 후작을요?”
[그래. 그런데 이상한 말을 하던데.]“……?”
로제테가 일으켜 세워 조슈아의 말에 집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슈아가 그 말을 할 때까지 로제테는 미하엘이 제게 청혼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자신조차 잊고 있던 일을 다른 사람도 아닌 조슈아에게서 들을 줄은 전혀 몰랐다.
“네에?”
[사실이야?]“아니, 그게…….”
조슈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고, 로제테를 추궁하는 듯한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로제테는 괜히 찔렸다. 분명 청혼을 한 건 미하엘이었는데, 그녀가 잘못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여부만 따지자면 청혼을 한 게 맞기는 한데요.”
[…….]“그렇지만 그렇게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장난에 가까웠다고 하나. 진심으로 청혼하려 했다면 가문으로 청혼서를 보냈겠죠. 그렇지만 안 그랬잖아요.”
로제테가 변명처럼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그리고 당연히 곧바로 거절했고요.”
[거절했어?]“당연하죠! 미하엘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걸요. 어렸을 때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친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인데 결혼이라뇨. 무엇보다 쉘튼 왕국은 이벨린 왕국보다도 멀잖아요. 가족들과 떨어져서 낯선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숨 한번 제대로 쉬지 않고 빠르게 얘기한 로제테가 뒤늦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무튼 걱정하실 필요 없는 일이에요. 정말로요.”
로제테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아까보다 부드러워진 조슈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로제테는 이어진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대체 르쉐르 후작은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 거지?]“르쉐르 후작이 황자님께 그런 소리까지 했단 말이에요?”
[황자님이 아니라 조슈아.]“그래요, 조슈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걔는 왜 황자님께 그런 소리를 한 거예요?”
[그냥 가벼운 대화를 하다가 나왔어. 가벼운 대화 도중 나온 얘기라고 하기엔 가볍지 않지만.]로제테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조슈아가 중얼거렸다.
[콧잔등 찌푸리지 말고.]“그게 보여요?”
[보일 리가. 그냥 그럴 것 같아서 한 소리인데, 정말 그러고 있던 모양이군.]로제테가 콧잔등을 쓱쓱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분명히 거절했요. 만약 르쉐르 후작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면 저도 할 말은 없어요. 그건 후작의 마음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이에요.”
[그렇다면 다행…….]그때였다. 이불 밖에서 실버가 컹! 하고 요란스럽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