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4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48화. 마법의 대가(1)(148/214)
148화. 마법의 대가(1)
2024.03.27.
그때였다. 이불 밖에서 실버가 컹! 하고 요란스럽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뿐만 아니라 삐삐가 ‘비상이야, 로제테! 비상!’이라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모르겠어요, 일단 알아볼게요.”
로제테가 이불을 박차고 침대 밖으로 나갔다. 곧바로 침대 옆에서 어쩔 줄 모르며 왔다 갔다 하는 실버와 그런 늑대의 머리 위에서 쫑쫑 뛰고 있는 삐삐의 모습이 보였다.
로제테는 일단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실버의 주둥이를 잡았다.
“쉿, 실버. 사람들이 깰 수 있으니 일단 조용히 해 줄래? 네가 아무리 말해도 나는 못 알아듣거든.”
실버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로제테가 미안하다는 의미로 늑대의 등을 쓸어 주었다.
“삐삐, 네가 설명해 줄래? 무슨 일이야?”
삐삐가 로제테의 어깨 위에 앉으며 지저귀었다.
[삐잇! 삐익!]실버가 그러는데 아드리안 공작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대!
“아빠에게?”
실버가 로제테에게 주둥이를 잡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께 뭔 일이 생긴 건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요. 실버, 너는 여기 있어. 삐삐, 넌 나와 함께 가자.”
로제테는 자기도 따라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는 실버를 방에 놔두고 아드리안 공작의 집무실로 달려가려고 했다.
[삣!]그러자 삐삐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집무실이 아니라 침실 쪽이라는 것이다. 로제테는 방향을 틀어 단번에 공작의 침실로 달려갔다.
노크를 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로제테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빠!”
아드리안 공작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 부근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웬만한 검술 훈련에도 고르던 숨소리가 거칠었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어디가 안 좋으신 거예요?”
가까이 가서 얼굴을 살피니 이마에도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공작은 로제테가 바로 옆에 왔는데도 눈을 감고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상태가 좋지 않아 대답을 할 여력도 없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의원을, 의원을 부를게요.”
설렁줄을 잡아당기려던 로제테는 마음을 바꿔 직접 주치의의 방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때, 아드리안 공작이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로즈. 아빠는, 정말 괜찮으니, 방으로 가서, 쉬렴.”
“괜찮은 얼굴이 아니잖아요!”
어느새 로제테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네 자식에게는 그린 듯이 완벽한 아버지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아이를 지켜 줄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자식들 앞에서는 아픈 기색을 보인 적도, 힘든 내색을 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로제테는 별 다른 걱정 없이 공작에게만은 마음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런 아드리안 공작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로제테는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가 안 좋으신 거죠? 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아야 해요.”
아드리안 공작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그를 관찰하는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원래도 따뜻한 그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아빠는 정말 괜찮단다. 그냥 악몽을 꿨을 뿐이란다. 그러니 진정하렴, 아가.”
“그렇지만…….”
“아빠 때문에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괜찮아. 다 괜찮단다.”
몸이 안 좋은 건 공작이었는데, 되레 그가 로제테를 달래는 모습이 되었다. 그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로제테는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간신히 눈물을 멈췄을 때쯤, 아드리안 공작의 몸에서 느껴지던 떨림도 많이 잦아들었다.
로제테는 젖은 뺨을 닦으며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을 차분히 살폈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공작의 얼굴은 확실히 아까보다는 안정되어 있었다.
“정말 의원을 부르지 않아도 되나요?”
“그래. 그나저나 내가 깨운 모양이구나.”
“으응, 아니에요. 오늘따라 잠이 안 와서 책을 좀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빠 방에는 무슨 일로 왔니?”
“삐삐가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알려 줬어요.”
“삐삐가?”
“네.”
사실은 실버도 있었지만 그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아드리안 공작의 시선을 받은 삐삐가 가슴을 부풀리며 자랑스러워했다. 공작은 삐삐를 나무라는 대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래, 패밀리어는 언제 봐도 참 신통방통하구나.”
[삣!]“아빠는 정말 괜찮으니 이만 가서 자렴. 밤이 늦었어.”
“아빠.”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 쪽으로 좀 더 다가갔다.
“무슨 꿈을 꾸셨길래 그러셨던 거예요? 평범한 꿈은 아닌 것 같아요.”
“글쎄.”
아드리안 공작이 미소 지으며 눈가를 매만졌다.
“끔찍한 악몽이었지.”
그가 ‘끔찍한’이라는 수식어까지 쓸 정도라면 대체 어느 수준의 악몽인 것일까. 로제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계속 물었다.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글쎄, 네게 말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구나.”
“저도 이제 성인이에요. 악몽의 내용을 듣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성인이어도 이 아빠의 눈에는 늘 아이 같단다. 너도, 루카스도 이자벨도 그리고 다니엘도 말이야.”
“그렇지만…….”
“그리고 실제로 일어날 일 없는 내용이니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니 이만 가 보렴.”
아드리안 공작이 단호한 얼굴로 로제테의 등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밀려날 정도로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로제테는 얼떨결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겠어요, 아빠. 그렇지만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얘기해 주셔야 해요.”
로제테는 깜깜한 방을 나가려다가 불현듯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아빠를 두고 나가는 게 12년 만이네.’
따지자면 로제테가 과거 아드리안 공작을 쓰러뜨린 곳은 그의 침실이 아니라 집무실이었다. 그렇지만 공작을 두고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잊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 공작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로즈.”
“네?”
공작이 어둠 속에서 미소 지었다.
“이 아빠는 네가 내 딸이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맙단다.”
그 얼굴 위로 오래 전, 절대로 댈러스 후작에게는 돌아가지 말라고 걱정해 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과거는 없던 일이 되었지만, 로제테는 공작을 속이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왠지 울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미소 지었다.
“저도 아빠가 제 아빠가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12년 전 그날, 댈러스 후작이 아니라 당신이 먼저 나를 찾아 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당신은 모를 거야.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 * *
로제테가 삐삐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자 실버가 그녀의 주위를 빙빙 돌며 반겼다. 실버가 돌아갔을 거라 짐작했던 로제테는 내심 늑대의 존재가 반가웠다.
“실버, 아직도 있었네.”
로제테의 목소리를 들은 조슈아가 마법 통신구 너머에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별일은 아니었어요. 아니, 별일이긴 했나.”
<……?>
“아빠께서 악몽을 꾸신 모양이에요.”
<어떤 악몽을 꾸신 거지?>
“그건 말씀해 주시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근데 좀 심각한 내용이었는지…….”
로제테는 자신이 보았던 아드리안 공작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려다가 말았다.
그가 그녀의 인기척도 못 느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설령 상대가 조슈아라고 할지라도.
<심각한 내용?>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지금은 괜찮으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날이 밝으면 찾아뵐까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황자님께서 오신다면 저야 좋지만요.”
<조슈아.>
“아직은 입에 잘 안 붙어요. 이해해 주세요. 12년이 넘도록 황자님이라고 불렀는걸요.”
조슈아가 조금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나는 널 로제테라고 잘만 부르지 않나?>
“그거랑은 다르죠. 황자님은 황자님이니까.”
로제테는 그가 좀 더 불만을 표시하기 전에 목걸이를 다시 실버의 목에 걸어 주었다.
“아무튼 밤이 늦었어요. 실버는 이만 돌려보낼 테니 황자님도 얼른 주무세요.”
<……그래.>
그 말을 끝으로 통신구가 꺼졌다. 로제테는 아쉬운 듯 통신구를 바라보다가 실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황자님을 잘 지켜야 해. 알겠지, 실버?”
실버가 자기만 믿으라는 듯 ‘컹!’ 하고 짖더니 창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삐삐와 함께 침대에 누우려던 로제테는 왠지 안심이 되지 않아 다시 아드리안 공작의 침실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까치발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공작은 침대에 없었다.
‘어디 가셨지?’
평소라면 그냥 방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조금 전 일 때문에 안심이 되지 않았다. 로제테는 이번엔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서는 그 어떤 불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도 안 계신가?’
그래도 혹시 몰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로제테는 안에 보이는 풍경에 깜짝 놀랐다. 다리에서도 힘이 풀려 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로즈?”
안에 펼쳐진 광경은 사실 별것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촛불 하나 켜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그 사소한 광경에서 로제테는 그만 과거를 떠올리고 만 것이었다.
댈러스 후작의 명으로 그를 암살하러 온 날, 깜깜한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아드리안 공작을 맞닥뜨리던 그 순간을.
“……즈, 괜찮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아드리안 공작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놀란 그의 표정 또한 흐릿하게 보였다.
몸에서 무언가가 솟구치는 느낌에 기침을 했더니, 붉은 피가 울컥 하고 쏟아져 나왔다.
“……!”
아드리안 공작이 다급하게 의원을 부르는 소리도 아득하게 들렸다.
공작이 자신을 조심스럽게 안아 드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로제테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