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화. 뜻밖의 생일 파티(3)(15/214)
15화. 뜻밖의 생일 파티(3)
2023.11.15.
아침을 먹고 난 뒤 로제테는 파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씻고 나오자 하녀들이 한껏 꾸며 주기 시작했다. 새하얀 드레스도 입고, 느슨하게 땋은 머리에는 꽃도 꽂았다.
“너무나 예뻐요!”
“아유, 사랑스러우셔라.”
로제테는 호들갑을 피우는 하녀들의 태도에 용기를 얻고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놀랐다.
‘공주님 같아.’
하늘하늘거리는 드레스와 화려한 장신구는 엘리샤 댈러스가 생일 때 꾸몄던 것보다 더 반짝거렸다.
여전히 얼굴은 못난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봐 줄 만한 것 같았다.
하녀들은 얼굴을 수줍게 붉히는 로제테의 손을 잡고 정원 안에 자리 잡은 온실로 향했다.
겨울이지만 온실 안에는 갖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그 위에 놓인 커틀러리 수가 어림잡아도 열다섯 개는 넘는 것 같았다.
로제테가 의아한 듯 조앤을 돌아보며 물었다.
“손님이 와?”
“글쎄요.”
조앤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루카스가 로제테를 발견하고선 눈을 세게 비볐다.
“우와! 꼬맹이! 엄청 예쁘다!”
“정말요?”
“응! 이자벨 누나보다 예쁜 것 같아!”
로제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이자벨 아드리안은 그녀가 평생 보았던 사람 중 가장 아름다웠다. 실제로도 시간을 되돌리기 전, 이자벨은 사교계에서 제일가는 미인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이자벨보다 더 예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로제테는 멋쩍어서 말을 돌렸다.
“그런데 또 누가 와요?”
“흐응, 글쎄 누가 올까아?”
루카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온실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로즈!”
익숙하지만, 이곳에서는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누군가가 온실을 향해 뛰어왔다.
로제테는 상대를 확인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인 언니?”
로제테는 순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인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전혀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모가 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끔하게 꾸민 상태였다.
입고 있는 옷은 로제테가 입고 있는 것보다는 못했지만, 깔끔하고 질이 좋아 보였다. 늘 부스스했던 머리는 잘 빗어서 양 갈래로 땋았다. 잘 씻지 못해 꼬질꼬질했던 얼굴도 깨끗했다.
그래서였을까. 로제테는 눈앞의 제인이 실제 제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이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했다.
로제테가 제인의 낯선 모습에 차마 다가가지 못하자,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가 보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니.”
로제테는 그에게 떠밀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가 이내 제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언니!”
제인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로즈, 보고 싶었어!”
“정말 제인 언니 맞아?”`
그렇게 묻는 로제테의 목소리는 촉촉했다.
“당연히 나 맞지!”
제인 두 손으로 로제테의 뺨을 잡으며 그녀를 살폈다.
“우와, 우리 로즈 딴 사람 같아. 엄청 예쁘다.”
제인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어려 있었다.
“잘 지냈어, 내 동생?”
“응, 언니는?”
“난 잘 지냈지. 네가 가고 난 뒤에 아드리안 공작님이 고아원에 후원을 많이 해 줘서 먹을 것도 많고, 다들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어?”
“공작님이 네 생일이라고 우리 모두 초대해 주셨어!”
“우리?”
“응, 우리!”
제인이 뒤를 돌아보며 손짓하자 온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왔다.
“로즈 누나!”
“언니!”
“로제테!”
로제테는 순식간에 고아원에서 같이 지내던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살펴보던 로제테는 결국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다들, 보고 싶었어.”
짓궂은 아이들 몇 명은 그런 그녀를 보고 웃었고,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로제테를 따라 울었다.
아이들을 끌어안고 울던 로제테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아드리안 공작을 보며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감히 맹세컨대,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서 제일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 * *
로제테는 아이들과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아드리안 저택의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을 먹고, 정원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저녁 무렵에 고아원으로 돌아갔다.
“잘 지내.”
“언니두, 잘 지내야 해.”
이제는 익숙해진 이별 끝에 로제테는 방으로 향했다.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아드리안 공작이 들어왔다.
“아, 공작님.”
로제테가 쪼르르 달려가자 공작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생일은 잘 보냈니?”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네! 정말 재밌었어요! 정말 최고의 선물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사실 선물이 또 있단다.”
“또요?”
아드리안 공작이 들고 있던 서류를 로제테에게 건넸다. 서류 가장 윗부분엔 <입양 확인서>라고 적혀 있었고, 그 밑에는 로제테의 신상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게 뭔지 알겠니?”
과거의 기억 덕분에 글씨를 읽을 줄 알았지만 로제테는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녀라면 글자를 모르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아드리안 공작이 설명해 주었다.
“네가 우리 아드리안가에 입양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서류란다.”
“그럼…….”
“이제 넌 공식적으로 로제테 아드리안이란다, 로즈.”
“아…….”
로제테 아드리안. 그 이름을 소리 없이 중얼거려 보던 로제테가 중얼거렸다.
“저, 앞으로 정말 더 잘할게요, 공작님.”
“잘할 필요 없단다. 그냥 지금 그대로 지내면 돼.”
“네.”
“그런데, 로즈.”
“네?”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은 아드리안 공작이 물었다.
“언제까지 공작님이라고 부를 거니?”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로제테가 눈만 깜빡이고 있자 공작이 덧붙였다.
“이젠 정말 가족이 되지 않았니.”
“가족…….”
여전히 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던 로제테가 무언가를 깨닫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그녀는 잠깐의 망설임 끝에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한 번도 입에 담아 본 적 없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아버……지?”
“으음.”
그런데 아드리안 공작이 무언가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아닌가.’
댈러스 후작은 그녀에게 꼬박꼬박 ‘후작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아무리 아드리안 공작의 수양딸이 되었어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도가 지나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로제테가 다시 호칭을 ‘공작님’이라고 정정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아드리안 공작이 말했다.
“아버지 말고 다른 건 없니?”
“네?”
“아버지와 같은 뜻을 지닌 단어가 또 있을 텐데.”
같은 뜻을 지닌 단어…….
아버지의 사전적 동의어를 생각해 보던 로제테가 별 감흥 없이 중얼거렸다.
“아빠…… 요?”
그제야 아드리안 공작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로즈.”
“하지만…….”
다니엘 오빠도, 루카스 오빠도, 이자벨 언니도 다 아버지라고 부르잖아요?
로제테는 차마 그 말을 묻지 못했다. 그녀의 속마음을 대충 눈치챘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답했다.
“막내에겐 아빠란 소리가 듣고 싶은데, 싫으니?”
“아뇨!”
로제테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한 결과였다.
그녀답지 않게 적극적인 모습에 아드리안 공작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로제테는 왠지 민망해져서 중얼거렸다.
“아빠…… 좋아요.”
익숙지 않은 호칭이었다. 그러나 익숙하지만 않을 뿐이었지 싫은 건 아니었다.
아빠, 아빠, 아빠.
로제테는 소리 없이 그 단어를 입 모양으로만 반복해서 말했다. 돌도 안 된 어린아이가 그 단어를 처음 배운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번쩍 들어 안았다. 로제테가 놀라서 꺅 소리를 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지 말고 소리 내어 불러 주지 않겠니?”
로제테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아빠.”
“그래.”
아드리안 공작이 웃으며 로제테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턱밑까지 이불을 올려 주었다.
“그럼 좋은 꿈 꾸거라, 우리 막내딸.”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방에서 나간 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발을 동동거렸다. 목 안쪽이 간질거리고 발가락이 꼼질꼼질거렸다.
“로제테 아드리안.”
로제테는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로제테 댈러스였던 아이는 시간을 거슬러 완벽하게 로제테 아드리안이 되었다.
* * *
로제테는 양팔을 벌린 채로 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였다. 그 앞에선 이자벨이 소파에 앉아 카탈로그를 보며 이것저것 지시했다.
“그 색은 로즈에게 너무 칙칙해. 더 밝은색으로.”
“네, 공녀님.”
이자벨의 단호한 한마디에 와이드 부인의 살롱에서 온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제테의 몸에 대고 있던 천을 부리나케 치우고 밝은 노란색 천을 둘러 주었다.
이자벨이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로제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역시 별로인가?’
내심 노란색이 마음에 들었던 로제테는 천 아래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고 보니 댈러스가에서는 항상 어두운 옷만 입었었다. 엘리샤의 밝은 드레스를 보고 부러워할 때도 있었지만, ‘밝은 옷을 입으면 네 칙칙한 얼굴이 더 어두워 보인다’라는 엘리샤의 말에 포기했다.
역시 엘리샤의 말대로 밝은색을 입으면 얼굴이 더 칙칙해 보이는 모양이다.
로제테는 곁눈질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 저택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로제테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잘 먹고 잘 자서 처음 올 때보다 살이 쪘다. 홀쭉했던 뺨이 살짝 동글해졌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납작했던 배에도 살이 붙었다.
‘포동포동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시적인 발전이었다.
어디 그것뿐일까. 조앤을 비롯한 하녀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관리해 준 덕분에 거칠었던 피부는 촉촉하고 매끄러워졌다.
마냥 창백하기만 했던 얼굴에도 혈색이 돌았다. 빗자루처럼 푸석했던 머리카락도 윤기가 흘렀다.
아마 제인이나 다른 아이들이 본다면 정말 로제테가 맞냐고 물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우습게도 과거, 댈러스가에서 지냈을 때와도 얼굴이 달랐다.
댈러스가에 입양되긴 했지만, 그곳에서 로제테의 대우는 고용인들과 비슷했다.
의식주는 제공해 주었으나 귀족 영애로서 관리를 받지 않았으니 살만 조금 올랐을 뿐, 거친 피부나 푸석푸석한 머릿결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로제테는 바뀐 제 모습이 낯설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나 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자벨이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나들이 드레스를 하나 만들어 줘. 디자인은 알지?”
카탈로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던 와이드 부인이 메모지에 얼른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디자인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허리는 너무 조이지 않도록 하고, 움직이기 편한 디자인으로 해 줘.”
“알겠습니다.”
이자벨은 그 외에도 외출복과 실내복, 놀이복, 잠옷 등등 다양한 옷을 여러 개 주문했다. 로제테는 놀라서 손을 저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왜?”
“많이 먹다 보면 키도 클 거고, 또, 포동포동해질 거고…….”
“또 그 소리야?”
이자벨이 지겹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