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1화. 로제테를 살리는 방법(2)(151/214)
151화. 로제테를 살리는 방법(2)
2024.03.30.
밤새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던 조슈아는 새벽 동이 튼 뒤에야 책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내내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던 실버가 그의 손등을 혀로 핥았다.
“요즘 보면 네가 늑대인지 개인지 모르겠어.”
[컹!]“로즈가 네 버릇을 완전히…….”
조슈아는 말하다 말고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실버가 콧잔등으로 그의 팔을 콕콕 찌르며 물었다.
방법은 찾았어?
조슈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가 손등으로 두 눈 위를 덮으며 괴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찾아도 로즈가 썼다는 마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 하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거라면 개나 소나 시간을 돌리겠다고 난리였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무슨 마법을 쓴 건지 제대로 물어볼 걸 그랬어. 왜 물어보지 않았을까.”
물어봐도 로제테가 안 알려 줬을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후회됐다.
“로즈는 분명 댈러스 후작에게서 그 마법을 배웠겠지. 댈러스, 그 자식이 그렇게 죽으면 안 됐었는데.”
실버가 진정하라며 다시 손등을 핥았다. 조슈아가 심호흡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조슈아가 예고도 없이 방문했을 때, 오필리아는 홀로 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아침부터 찾아온 조슈아를 보고 크게 놀랐다.
“조슈아,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별일은 없습니다. 어마마마께서는 간밤에 편안하셨습니까?”
“나야 별일은 없었지.”
오필리아가 눈치껏 시녀들을 모두 물리고 조슈아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잠을 설쳤니? 안색이 안 좋구나.”
“급히 할 일이 있어서 밤을 좀 샜습니다.”
“저런, 많이 바쁜가 보구나.”
조슈아는 자신을 안쓰럽게 보는 오필리아에게 목걸이를 내밀었다. 평소라면 오필리아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어마마마, 제게 이걸 주셨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오필리아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집어 관찰했다.
“그래, 당연히 기억하지. 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물어보는 거니?”
“당시 어머니는 이게 절 지켜줄 거라면서 늘 몸에 지니고 있으라고 말해 주셨죠.”
“맞아.”
조슈아는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 이 목걸이를 늘 목에 걸고 다녔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조슈아도 몇 번 죽을 고비를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암살자는 셀 수 없이 그의 방을 찾아왔고, 믿었던 하인이 매수되어 독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로제테가 마법을 쓸 때까지 이 마법석은 한 번도 반응하지 않았다.
“어마마마도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위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이 마법석이 저를 도와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그랬지.”
오필리아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대체 이 마법석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도 잘 모른단다.”
오필리아가 목걸이를 도로 조슈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때도 말했지만 이건 이벨린 왕실에서 내려오는 가보란다. 하지만 자세한 건 나도 알지 못해. 아바마마께서 알려 주시지 않으셨거든. 아바마마꼐서도 모르셨던 것인지, 아시면서도 말씀을 안 해 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아바마마께선 그저 먼 길을 떠나는 내게 몸조심하라면서 이걸 주셨어. 아마 타지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 게 분명한 딸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으셨겠지.”
오필리아가 우울하게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이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이 낯선 곳에서 이게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았단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네가 태어났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네게 준 거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나 대신 네가 살기를 바랐으니까.”
그동안 감춰 두었던 속마음을 조금이나 내비친 오필리아가 이번엔 역으로 조슈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도 이 아침에 찾아와 그건 왜 물어보니? 혹시 지난밤에 또…….”
“아닙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조슈아가 목걸이를 다시 겉옷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게 필요할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써야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어마마마께선 아시나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조슈아가 제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실버에게 눈짓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아침부터 어마마마의 시간을 방해했군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편히 쉬시지요.”
“더 있다 가지 그러니? 차도 한잔 마시지 않았는데.”
“괜찮습니다.”
조슈아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오필리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어마마마. 만약 이게 정말로 누군가를 구할 힘이 있다면,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에게 이걸 쓴다면 어마마마는 어떠실 것 같습니까?”
“다른 사람?”
“네. 이벨린 왕족 직계에게 내려오는 가보를 제가 사사로이 써도 괜찮은지 여쭙고 있는 겁니다.”
오필리아가 조슈아를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물었다.
“공녀, 그러니까 로제테,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니?”
“…….”
조슈아는 조금 늦게 답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여기서 왜 아드리안 공녀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별일 없다면 다행이지만…….”
말끝을 조금 흐린 오필리아가 다시 말했다.
“난 이미 목걸이를 네게 주었어. 그 목걸이가 널 위해 쓰인다면 제일 좋겠지만, 네가 다른 사람에게 쓴다고 한들 내가 어떻게 말리겠니?”
“…….”
“그게 네 뜻이라면, 그래서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쓰든 상관 없단다.”
“……네.”
조슈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오필리아가 작게 속삭였다.
“로제테에게 안부를 전해 주렴.”
* * *
황후궁에서 나온 조슈아는 공식적으로 아드리안 공작저를 방문했다. 마차에서 내리자 미리 연통을 받은 집사장, 세바스찬이 어두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스승님은 안에 계신가?”
“주인님께선 지금 출타 중이십니다. 대신 다니엘 도련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응접실에서 조슈아를 맞이한 다니엘은 세바스찬보다 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늘 짓고 있던 미소를 짓긴 했지만, 수심 어린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전하를 제대로 모셔야 하는데, 저택 분위기가 이래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해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다니엘과 조슈아가 동시에 서로를 보며 의아한 내색을 내비쳤다. 조슈아는 다니엘이 지난밤의 일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는 되물었다.
“루카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나?”
“글쎄요. 전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말 모르겠네요.”
잠시 시치미를 뗄까 고민하던 조슈아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여기서 숨겨도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었다.
“공녀가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걸 어떻게……? 설마 루카스가 전하께 서신을 보낸 겁니까?”
“그건 아냐. 설명하자면 좀 길지만, 어쨌든 공녀의 상태를 살펴보러 왔어.”
“로즈의 상태를요…….”
조슈아의 얼굴을 살피던 다니엘이 결심한 듯 그를 안내했다.
“로즈의 방으로 함께 가시죠.”
로제테의 방에는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루카스가 있었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는 다니엘과 함께 들어오는 조슈아를 발견하고는 입을 벙긋거렸다.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다니엘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리 숙여 인사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루카스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조슈아가 두 아드리안에게 부탁했다.
“잠시 공녀를 혼자 봐도 될까?”
당연히 다니엘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 그건 좀 곤란합니다.”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안다. 하지만 잠깐이면 돼. 실버도 같이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형.”
잠자코 조슈아를 살피던 루카스가 다니엘의 팔을 잡아끌었다.
“잠시만 나가 있자.”
“너 갑자기 왜 그러는…….”
“나가자, 나가. 같이 나가서 바깥 공기도 좀 쐬고.”
다니엘이 루카스에게 힘으로 밀릴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얼떨결에 동생에게 밀려 방을 나가게 되었다.
문이 닫히기 전 루카스는 조슈아에게 의미 모를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한번 끄덕인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다가갔다.
로제테는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 잠자는 공주처럼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살짝 보랏빛이 돌았다.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지 미간에 살짝 주름이 져 있었다.
“로즈.”
조슈아는 로제테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차마 그녀를 만지지 못한 채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보다 못한 실버가 먼저 다가가 콧잔등으로 로제테의 손을 톡톡 건드렸다.
낑낑거리는 실버의 소리를 들은 뒤에야 조슈아는 그녀의 뺨을 매만졌다. 손끝에 닿은 뺨은 의외로 살짝 뜨끈했다.
“로제테 아드리안.”
조슈아는 아무런 대답도 없는 로제테를 몇 번이나 불러 보다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이제는 제 빛을 거의 되찾은 펜던트를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에 걸어 주었다.
제발…….
조슈아의 입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두 손으로 로제테의 손을 잡은 채로 침대 옆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쉘라 여신상 앞에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로제테의 손등에 이마를 대고 간절히 중얼거렸다.
어머니인 오필리아, 스승님인 아드리안 공작 그리고 둘도 없는 절친인 다니엘보다도 더 소중해진 사람.
이렇게 로제테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몇 번인지 모를 기도를 끝낸 조슈아가 힘겹게 눈을 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었고,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펜던트에도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를 지옥으로부터 구원해 주었던 목걸이가 이번에는 그를 지옥에서 꺼내 주지 않았다.
내심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던 실버와 삐삐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슬프게 울었다.
조슈아는 두 패밀리어의 소리를 들으며 방을 나왔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아드리안 형제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마탑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