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2화. 로제테를 살리는 방법(3)(152/214)
152화. 로제테를 살리는 방법(3)
2024.03.31.
[컹!]실버가 소파에서 잠깐 선잠을 잔 조슈아의 손등을 혀로 핥았다. 갑작스러운 감촉에 조슈아가 눈을 떴다.
“아, 잠들었던 모양이군.”
찌뿌둥한 어깨를 돌린 그가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워 다시 책장으로 향했다. 벌써 며칠째 반복된 일상이었다.
지난 며칠간 잠을 잔 시간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나마도 서재에 있는 소파에서 잠시 쪽잠을 잔 것이었다.
그의 뒤를 쫓아간 실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더 쉬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너도 쓰러지겠어.
조슈아가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며 대꾸했다.
“가만히 앉아서 쉴 틈이 없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아야 해.”
다시 의자에 앉은 그가 이를 악 물었다.
“망할 마탑 X끼들.”
조슈아의 주장으로 마탑에 연락을 넣은 지도 어느새 사흘이 지났다.
처음엔 외부에 로제테의 일을 알리는 것을 꺼리던 아드리안 공작은 세 자녀와 의논을 한 뒤 그러겠다고 했다.
마탑에 연락을 하는 건 어렵지는 않았다. 셀린느가 마탑에 연락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통신은 아니고 그저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거예요. 마탑에서 의뢰를 듣고 흥미가 생기면 저희 쪽으로 다시 연락을 줄 거예요.
-마탑이 의뢰를 수락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을 거예요. 일단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그러니 다른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셀린느는 덧붙였다.
그에 따라 조슈아는 마탑의 연락만 가만히 기다리는 대신 열심히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야속한 시간만 흘렀다. 로제테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오히려 의원의 말에 따르면 상태가 조금 악화되었다고 했다.
조슈아가 의미 없이 책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바깥에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당분간은 돌려보내라고 했을 텐데.”
“저도 그러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나오셔야 할 것 같아서…….”
조슈아는 신경질적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 젖혔다. 황족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 작은 좀벌레가 머릿속의 신경을 갉작갉작 긁어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주 예민해진 상태였다.
“내 말 듣지 못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만했나?”
조슈아는 평소에는 그렇게 까다로운 황자는 아니었다. 황자답게 위압감이 있긴 했지만 아랫사람에게 굳이 권력을 과시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조슈아의 살벌한 눈길에 시종이 서둘러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죄,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조슈아가 됐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래서 누가 찾아왔지?”
“쉘튼 왕국의 르쉐르 후작이 만남을 청했습니다.”
“르쉐르?”
그 이름을 속삭이는 조슈아의 미간이 구겨졌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작자였다.
‘눈치도 없는 모양이군.’
헛웃음을 터뜨린 조슈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돌려보내.”
그런데 시종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 가고 뭐 하지?”
“만나지 않는다면 후회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후회? 내가?”
시종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전하께서 후작에게 며칠 전에 아드리안 공녀님의 일로 편지를 보내셨다고 하시던데…….”
“편지? 그게 무슨…….”
그 순간, 조슈아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후작은 어디 있지?”
“일단 응접실으로 안내했습니다.”
“알겠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해. 후작은 나 혼자 만날 테니.”
조슈아는 뒤따라오는 시종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응접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미하엘의 얼굴이 보였다.
조슈아는 일어나서 인사하려는 미하엘을 손짓으로 거절한 뒤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그대에게 편지를 보냈었다고?”
미하엘이 조슈아의 잔에 차를 따라 주며 싱긋 미소 지었다.
“네, 그러셨지요.”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나는 편지를 보낸 기억이 없거든.”
미하엘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슈아가 눈을 찌푸리자 그는 뒤늦게 입가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시치미를 떼시는 건지, 기억력이 안 좋으신 건지, 저를 떠보시려는 건지.”
그가 찻잔을 조슈아 쪽으로 밀었다. 조슈아가 차에는 손대지 않자 미하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제게 편지를 보낸 기억이 없으시다는데 굳이 제가 나서서 의뢰를 받는다고 할 필요는 없겠죠.”
조슈아는 입을 다문 채 미하엘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마탑에서 보낸 자란 말인가?’
마탑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는 전혀 없었다. 당연히 현 마탑주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없었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집단이었다.
마탑이 의뢰를 받아 주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의뢰비도 제각각이었다.
즉, 고위 귀족이라고 해서, 의뢰비를 많이 준다고 해서 마탑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대놓고 접근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래서 더 의심이 들었다.
조슈아와 미하엘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치열한 기 싸움 끝에 미하엘이 자기가 졌다는 듯 두 손을 올렸다 내렸다.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선 의외를 안 받고 돌아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가 꼭 의뢰를 수락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가 품속에서 작은 편지 봉투를 하나 꺼냈다.
“이건…….”
조슈아는 그 편지 봉투를 바로 알아보았다. 이건 며칠 전 아드리안 공작이 셀린느 편으로 마탑으로 보낸 편지였다.
혹시나 해서 필체를 확인했지만, 익히 알고 있는 아드리안 공작의 필체가 맞았다.
이 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재빨리 응접실 주위에 방음 마법을 펼친 조슈아가 작게 물었다.
“마탑에서 보냈나?”
“글쎄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죠.”
“틀리다니?”
미하엘이 다리를 꼬며, 조금은 거만하게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 의뢰를 받아들인 게 저니까요.”
조슈아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미하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말뜻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탑에서 의뢰 수락 여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수장인 마탑주뿐이었다.
그러니 의뢰를 ‘받아들였다’라고 하는 건 미하엘이 마탑주라는 뜻이었다.
“그대가 진짜로 마탑주란 말인가?”
마탑주, 마법으로는 어느 경지 이상에 도달한 사람만이 계승한다는 자리였다.
미하엘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라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
“증명이라……. 글쎄요.”
미하엘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증명할 길이 없긴 하지요. 마탑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으니까요. 황자 전하께서도 수행원 하나 없이 제국을 모르는 타국으로 가신다면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겠어요? 황족이란 신분이 핏속에 새겨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불손한 말이었다. 제국에서는 직계 황족의 피는 고귀하다고 여겨졌으며, 그 고귀한 피가 황족의 증명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조슈아는 화를 내는 대신 서늘하게 말했다.
“말장난을 하는군.”
“하지만 사실인걸요. 뭐, 굳이 따지자면 이 편지를 갖고 있다는 게 증거 아니겠습니까?”
미하엘은 뱀처럼 웃었다.
“그래서 어찌하시겠습니까?”
* * *
“저 후작이 정말 마탑주란 말입니까, 전하?”
아드리안 공작과 함께 앞서가는 미하엘을 보며 루카스가 작게 소곤거렸다.
“그렇다더군.”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증거 따위는 없다’고 말하던 미하엘은 마탑에서 의뢰를 수락할 때마다 주는 증표를 보여 주었다.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다만, 자신이 마탑주라는 사실은 증명하지 못했다.
마탑주 여부와 상관없이 미하엘이 마탑쪽 사람이란 것은 증명 됐기 때문에 조슈아는 그와 함께 아드리안 공작저로 향했다.
미리 연통을 받고 기다리던 공작가의 사람들은 미하엘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꽤 놀랐다.
“쓸데없는 의심은 하지 마, 루카스.”
“하지만, 누나…….”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로즈니까.”
이자벨의 말에 루카스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걸어갔다.
로제테의 방에 도착한 미하엘은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이마에 손가락을 얹었다.
조슈아를 비롯한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조슈아의 옆에 착 달라붙은 실버는 미하엘에게 대놓고 이를 드러내며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삐삐 또한 루카스의 어깨에 앉아 불안한 듯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눈을 감고 로제테를 살피는 미하엘에게선 이렇다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참다못한 루카스가 퉁명하게 중얼거렸다.
“서서 잠이라도 든 거야?”
“루카스.”
다니엘이 나무랐다.
“다 로즈를 위한 일이야.”
“그렇지만…….”
“벨이 의심하지 말라고 했던 말을 잊었어?”
“…….”
루카스는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침묵을 유지하던 미하엘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 내며 다가왔다.
아드리안 공작이 다급하게 물었다.
“뭐 알아낸 것이라도 있나?”
미하엘이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로즈, 아니, 공녀께서 혹시 최근에 무리하게 마법을 쓴 일은 없으십니까?”
“없다.”
“최근이 아니라도 좋으니 예전에 쓴 마법이라든가…….”
“어릴 적에 무리하게 마법을 써서 체내 마나가 고갈된 적은 있었어.”
미하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종류의 마법이 아닙니다.”
“그럼?”
미하엘이 제 앞에 선 사람들을 한번 쭉 훑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금은 금지된 마법 같은 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