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4화. 밝혀지는 진실(1)(154/214)
154화. 밝혀지는 진실(1)
2024.04.02.
“로제테가 저 몰래 무슨 일을 했는지, 전하께서는 알고 계신 거냐고 물은 겁니다.”
물어보는 아드리안 공작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조슈아는 그가 단순히 자신을 떠보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해 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역시나 모든 사실을 조슈아가 밝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드리안 공작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 역으로 캐내기로 했다.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녀와 함께 지내는 스승님도 모르는 것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공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보라색 눈이 조슈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조슈아는 공작에게 모든 생각을 읽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작이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는 조슈아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왠지 전하께서는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여쭤보는 겁니다. 어릴 적부터 로즈와 가까이 지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모른다고 한다면 믿으실 겁니까?”
“전하, 상황이 심각합니다. 로즈를 위해서라도 알고 계신 것을 모두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역시나 아드리안 공작은 단순한 심증으로 조슈아를 떠보는 게 아니었다. 조슈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스승님께선 대체 왜 공녀가 스승님 몰래 일을 벌였을 거라고 하십니까? 공녀가 스승님 몰래 사고를 칠 사람이 아닐 텐데요.”
“물론 절 만난 후에는 그랬겠죠.”
만난 후에는? 조슈아가 미묘한 공작의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사이, 공작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절 만나기 전에 뭔가를 했다면 제가 모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공녀가 스승님을 만났을 땐 여덟 살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
오히려 조슈아가 초조해져서 공작을 다그쳤다.
“스승님. 스승님께서야말로 대체 뭘 의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번엔 공작이 진한 한숨을 쉬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이상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상한 꿈?”
“로즈에 관한 꿈이지요.”
조슈아는 불길한 예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꿈속에서 그 아이는 아주 작고 말랐습니다. 성인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성인의 모습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였지요.”
“…….”
“그리고 그 아이가…….”
아드리안 공작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감은 눈을 손으로 감쌌다.
“저를…….”
공작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조슈아는 그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정확히 말하면 꿈 같은 게 아니었다. 공작이 꿈에서 본 것은 과거였다.
로제테가 시간을 되돌리기 전,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의 손에 죽을 때의 일 말이다.
“꿈이라고 하기엔 울고 있던 로즈의 얼굴도, 심장을 찌르던 고통도 생생했습니다.”
그날, 로제테는 울고 있었구나. 처음 듣는 일에 조슈아는 얼굴을 굳혔다.
로제테가 댈러스 후작의 조종 때문에 원치도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드리안 공작을 죽인 것도 그녀의 의사와 반대된 일이라는 것도 들었다.
그러나 그날 로제테가 공작의 앞에서 그렇게 슬피 울었다는 것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날 아드리안 공작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조슈아에게 자세히 해 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그게 단순히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로제테와 조슈아 말고는 그날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드리안 공작은 이런 식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 모든 사실을 알았음에도 조슈아는 여전히 진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 여전히 그것을 말하는 건 로제테의 몫이라고 생각했기에.
결국 조슈아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하.”
“그건 나중에 공녀에게서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맞는 일이고요. 하지만 일단은…….”
조슈아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공작이 채 허락하기도 전에 세바스찬이 안으로 들어왔다.
“주인님,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지?”
“루카스 도련님께서…….”
공작과 조슈아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짐작하고 밖으로 나왔다. 예상한 대로 저 멀리서 잔뜩 화가 난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전 사기꾼 아니야! 그쪽이 정말 꼬맹이를 아낀다면 이럴 수 없지! 지금 사람 목숨 갖고 장난치는 거야? 어떻게 사람 목숨을 갖고 거래할 생각을 해! 그쪽이 이렇게 꾸물거리는 동안에도 꼬맹이의 상태는 안 좋아지고 있단 말이야!”
“루카스.”
아드리안 공작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미하엘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루카스가 움찔거렸다.
“당장 그 손 놓거라.”
“하지만 아버지!”
“이 아비의 얼굴에 먹칠할 셈이냐?”
“하…….”
루카스가 미하엘의 옷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공작이 미하엘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아들을 대신하여 내가 사과하지.”
“아닙니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니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구겨진 셔츠를 정리한 미하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래서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아드리안 공자 말대로 시간이 없을 텐데요.”
“후작이 말한 혼담은 잘 들었어. 하지만 그건 내가 독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야.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거절인가요?”
“대신 다른 보답을 충분히 하겠네.”
미하엘이 조슈아를 잠시 흘끔거렸다가 애매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저도 조금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군요. 일단 공녀를 치료할 방법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 주시지요.”
미하엘은 기품이 묻어나는 몸놀림으로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가 조슈아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흘리듯 말했다.
“전하께선 로즈의 길라잡이가 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조슈아가 재빨리 뒤로 돌며 미하엘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미하엘은 뒤를 돈 채로 손을 흔들며 빠르게 저택을 빠져나갔다.
* * *
아드리안 저택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믿고 있었던 마탑마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았다.
“르쉐르 후작의 혼담을 받아들여서라도 로즈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버지?”
“오빠답지 않은 말이네.”
이자벨이 조슈아를 흘끔거리며 다니엘에게 재빨리 반박했다.
“오빠는 언제나 로즈를 존중했잖아.”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잖아.”
“젠장.”
루카스가 벽을 세게 쳤다. 그의 오른손은 아까도 이미 몇 번이나 벽을 내리쳐서 상처가 난 상태였다. 치료를 받기 거부한 바람에 간신히 지혈만 된 상처에서 다시 피가 새어 나왔다.
가만히 아드리안가 사람들의 대화를 듣던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혹시 공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 주시지요. 배웅은 됐습니다.”
아드리안 저택을 나온 조슈아는 황궁으로 돌아가 그 길로 황제궁을 찾아갔다.
“전하, 어쩐 일로…….”
“내가 황제궁을 찾아오는 데 다른 이유가 있겠느냐? 폐하를 뵈러 왔다.”
“지금 릴리스 공녀님께서 폐하를 알현하고 계십니다.”
“괜찮으니 방문을 알리도록 해.”
“하지만 전하.”
“내 말 못 들었나?”
시종이 꾸물거렸다. 조슈아는 그를 지나쳐 직접 노크했다.
“무슨 일이지?”
“폐하, 급히 말씀드릴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잠깐의 침묵 끝에 황제에게서 허락이 떨어졌다.
“들어오거라.”
조슈아가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릴리스 공녀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
“1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근데 내가 폐하께 긴히 말씀드릴 말이 있어서 그런데 자리를 비켜 줄 수 있나?”
황제가 끼어들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지?”
“단둘이 있을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하, 저는 입이 무겁답니다. 굳이 제가 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릴리스 공녀가 황제에게 은밀한 눈빛을 주었다.
조슈아를 바라보던 황제가 릴리스 공녀가 잡고 있던 손을 빼서 휙휙 저었다.
“레오니, 잠깐 나가 있도록 해.”
“하지만 폐하.”
“아들이 아비와 긴밀한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들어 줘야지.”
릴리스 공녀가 입술을 살짝 삐쭉이다가 응접실을 나갔다. 조슈아는 그제야 황제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좀 자주 오거라. 루이스 녀석은 곧잘 얼굴을 비추는데, 형이라는 녀석이 통 오질 않다니. 루이스가 뭘 보고 배우겠느냐?”
황제의 말이 사실이었다. 조슈아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굳이 황제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제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루이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핀잔을 주다니.
처음엔 단순히 조슈아를 질책하는 건가 싶었는데, 황제의 얼굴에서는 아쉬움이 조금 묻어나왔다.
조슈아는 자기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폐하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는 됐다. 그것보다 그동안 좀처럼 찾아오지 않더니 오늘은 무슨 일이지? 새삼스럽게 안부나 묻자고 온 건 아닐 테고.”
조슈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에 멸문당한 댈러스 후작가의 물건들을 황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댈러스 후작이 처형당한 후 댈러스 후작저나 후작가의 재산들은 모두 경매에 부쳐졌다. 그 수익금은 모두 황실 금고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중 몇 가지는 팔지 않고 황궁 보관고에 보관 중이었다. 그 속에는 댈러스 후작이 소장하고 있던 방대한 양의 마법책도 있었다.
황실 소속 마법사들이 그 책들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랬지. 그런데?”
“제가 그 물품들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