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5화. 밝혀지는 진실(2)(155/214)
155화. 밝혀지는 진실(2)
2024.04.03.
“제가 그 물품들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황제는 의아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황제와 조슈아는 그다지 살가운 부자 사이가 아니었다. 조슈아가 황제를 ‘아바마마’가 아니라 ‘폐하’라고 호칭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조슈아는 어릴 적부터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황제를 찾았다. 황제 또한 구태여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댈러스 후작의 물건을 살펴본다니?
황제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무슨 일로 그러지?”
“최근 마법을 좀 더 공부하고 있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여쭤보았습니다. 댈러스 후작의 소장품 중에 희귀한 마법 서적도 많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서 말입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조슈아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표정 관리를 했다.
지금은 그에게 좀 유해 보여도 황제는 이 제국을 다스리는 수장이었다.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엔 이골이 나 있었다.
좀만 방심하면 초조한 마음을 들킬지도 몰랐다.
잠시 조슈아를 관찰하던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지. 시종장이 안내할 거다.”
“감사합니다, 폐하.”
“아, 그리고.”
황제가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조슈아의 뒷모습에 대고 중얼거렸다.
“찾고자 하는 것을 잘 찾을 수 있기를 빌지.”
* * *
“따로 찾으시는 책이 있다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됐다. 내가 직접 살펴볼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나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조슈아는 시종장이 나가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다급한 그의 마음을 안 실버 또한 조슈아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책장을 관찰했다.
미친 듯이 책장을 뒤지고 또 뒤졌다. 시종장이 가져다준 끼니도 거르고, 밤을 지새웠다.
소식을 들은 오필리아도 찾아왔지만 그녀와 제대로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런 마법을 대놓고 적어 놓았을 리는 없어. 그렇지, 실버?”
[컹!]“암호로 적어 놓았을 거야. 어쩌면 아예 다른 주제로 책을 써 놨을지도 모르지.”
조슈아는 마법 책을 꽂은 책장에서 벗어나 한 번도 살펴보지 않은 곳을 헤맸다. 그렇게 또다시 한참을 헤매던 그의 눈에 불현듯 들어오는 책 하나가 있었다.
‘망친 요리를 되살리는 법.’
언뜻 보기엔 평범한 요리책처럼 보이는 책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상한 점이 꽤 있었다.
다른 책들이 손때가 많이 타고, 낡은 것에 비해 조슈아가 발견한 책은 새 것처럼 보였다. 책 표지를 감싼 가죽도 고급스러웠다.
혹시나 해서 책을 꺼냈더니 책 주위를 감싸고 있는 마나가 느껴졌다. 이 책에 보존 마법을 걸어 놓았다는 증거였다.
고작 요리책에 이 정도로 공력을 들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게다가 댈러스 후작의 개인 서고에 이런 책을 보관해 두었다는 것도 수상했다.
조슈아는 책장 앞에 선 채로 책장을 넘겼다. 책 내용 또한 평범한 요리책과 다를 게 없었다. 그려져 있는 삽화도 요리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냄비, 국자, 신선한 채소, 고기 등.
내심 책 속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조슈아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한 것일까. 이건 정말 단순한 요리책인 걸까.
초조함에 빠르게 책 페이지를 넘기던 조슈아의 눈에 불현듯 무언가가 들어왔다.
-힘들어.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쓰인 낙서.
익히 알고 있는 필체였다. 이건 로제테의 필체였다.
로제테가 보냈던 편지를 수십 번을 넘게 읽었으니 헷갈릴 리가 없었다.
다음 장을 넘기니 같은 필체로 또다시 낙서가 적혀 있었다.
-누구든 도와줘.
이번 생에서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가에 간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이 책에 낙서를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조슈아는 이것이 로제테가 쓴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 그녀가 댈러스가에서 지낼 때 썼던 낙서일 거라고, 추측했다.
원리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낙서도 시간을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조슈아는 시간을 돌리기 전 로제테가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랐다.
-글쎄요. 저는 미운 오리였거든요.
그러나 로제테와 나눈 대화에서 그녀가 댈러스가에서 불행하게 살았다는 것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댈러스 후작은 로제테를 학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날 밤, 지하 감옥에서 보았던 로제테 댈러스는 성인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냘팠으니까.
원치 않는 공격 마법을 배우고, 사람들을 암살하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시간을 되돌리는 고대 마법까지 익혔을 것이다.
이 낙서는 그때 적은 게 분명했다. 지옥 같은 댈러스 후작저에서 구해 달라는 발악이었을 것이다.
조슈아에게는 책 속의 낙서가 꼭 현재의 로제테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꼭…….”
조슈아는 필기구를 가져와 암호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깜깜했던 창문 밖이 조금씩 환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 *
“전하? 아침부터 어쩐 일…….”
“공녀를 봐야겠어. 지금 당장.”
다니엘이 아침부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조슈아를 보고 난감한 얼굴을 했다.
“로즈는 아직도 혼수상태입니다.”
“알아. 그래서 보자는 거야.”
“……네?”
조슈아는 다니엘을 지나쳐 계단을 올라갔다. 단숨에 로제테의 방 안으로 들어가니, 침대맡에서 선잠을 자고 있던 루카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전하? 무슨 일…….”
“잠깐 자리를 비켜 주지.”
조슈아는 루카스를 밀치고 그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았다. 로제테의 손에 오필리아가 주었던 펜던트를 쥐여 주었다.
“지금부터 공녀를 데려올 거야.”
“데려오다니요. 어떻게?”
“공녀는 지금 시간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을 거야. 누군가가 직접 가서 데리고 와야 해.”
“시간의 경계는 또 무슨 소리인가요?”
“그건 일이 다 해결되면 설명하겠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시간이 더 지날수록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거야.”
“아니, 그게 무슨…….”
조슈아는 펜던트를 쥐고 있는 로제테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펜던트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조슈아의 의식이 흐려졌다.
* * *
로제테는 끝없는 암흑 속을 걷고 있었다. 가족도, 조슈아도, 삐삐도 없는 곳.
아무리 걸어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마법으로 주위를 밝히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늘 곁에 있던 삐삐도 소환하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칼로 자른 것처럼 삐삐와의 연결이 끊겨 있었다.
로제테는 그저 어둠 속을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주위에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들이었다.
댈러스 후작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종국에는 아드리안 공작까지 죽이는 장면을 보았다.
싫어. 힘들어. 도와줘.
로제테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몸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게 느껴졌다. 빛이 없어 스스로 몸을 살펴볼 수 없었지만, 손끝과 발끝부터 몸이 분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마법으로 시간을 돌린 대가였다.
사실, 돌이켜 보면 오래 버티기는 했었다. 시간을 돌리고 12년이나 지냈으니까.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댈러스 후작은 이미 죽었지만, 아직 릴리스 공작이 아빠와 가족들을 노릴 텐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데.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몸이 무너졌다.
로제테는 아이처럼 몸을 옹송그리고 몸을 달달 떨었다.
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다들 많이 슬퍼할까?
다들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신을 향해 웃던 얼굴들을 떠올리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사랑하다고 말해 줄 걸.
후회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즈.”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로제테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고개를 들었다.
“황자님?”
아니, 황자님이 아니라…….
“조슈아?”
지금 이 순간, 가장 그리운 이름을 말하며 손을 뻗자 누군가가 강하게 손을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강제로 일으켜지며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 났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품.
마냥 든든하기만 하던 아드리안 공작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품이었다.
로제테는 상대가 누군지 짐작하고는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깜깜하기만 했던 눈앞이 완전히 밝아졌다.
* * *
로제테는 감았던 눈을 힘겹게 떴다. 사방이 밝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빛에 눈이 시려 눈물이 났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데, 머리 위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꼬맹아?”
루카스의 목소리였다.
“세상에, 꼬맹이가 일어났어! 꼬맹아, 정신이 들어? 정말 깨어난 거 맞아?”
“로즈가 깨어났다고?”
다니엘의 목소리도 들렸다.
“당장 아버지를 불러와. 당장!”
누워 있는데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양쪽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로즈.”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얼굴이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로제테는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잠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머릿속이 뿌예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조슈아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많이 수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드리안 공작도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가 로제테의 옆에 서서 야윈 뺨을 쓰다듬었다.
“로즈, 아가. 정신이 드니?”
로제테는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목이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저, 돌아왔어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