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6화. 밝혀지는 진실(3)(156/214)
156화. 밝혀지는 진실(3)
2024.04.04.
조슈아가 읽은 책 속에선 ‘시간의 경계’라는 곳이 언급됐다. 말 그대로 온갖 시간이 얽혀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시간은 본래 신이 다스리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오랜 연구 끝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마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시간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시도하는 것만으로 목숨을 잃었고, 또 누군가는 잘못된 곳으로 가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로제테가 무사히 시간을 돌리고, 십 년이 넘도록 멀쩡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다만, 그렇게 되돌아온 시간이 점점 흘러 원래의 시간대와 비슷해졌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책에선 서술했다.
시전자가 맞물리는 두 시간대의 경계에 갇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조슈아는 로제테가 바로 그 ‘시간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거라고 확신했다.
책에서는 그런 로제테를 데려오는 방법도 서술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직접 ‘시간의 경계’ 속으로 들어가 길을 잃은 그녀를 데려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조슈아는 아드리안저로 달려갔다. 망설임 따위는 전혀 없었다. 머리로는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꼭 자신이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행여나 일이 잘못되어, 자신 또한 ‘시간의 경계’ 속에서 길을 잃는다고 해도 이 일을 바로 잡아야 하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조슈아는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미리 실버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때를 대비한 일이었다.
“만약 내가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불의 마녀에게 가도록 해. 불의 마녀의 패밀리어에게 말하면 될 거야.”
실버가 난색을 표했다.
[컹!]실버는 로제테를 좋아한다. 하지만 원래 패밀리어는 자신의 소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실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조슈아였다.
로제테가 걱정되긴 하지만, 조슈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가는 건 더 걱정이 되었다.
조슈아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냐고 묻는 실버의 등을 쓰다듬었다.
“내가 가야 해.”
그래도 실버는 낑낑거렸다.
“그래, 나도 알아. 이 계획은 실패할 확률도 커.”
조슈아라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로제테에 이어 자신마저 쓰러졌을 때 아드리안가와 황궁에 일어날 파장도 생각했다.
오필리아는 큰 시름에 잠길 것이고, 릴리스 공작가와 루이스는 기세등등해질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직접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럼 부탁해, 실버.”
조슈아는 끝까지 반대하는 실버에게 뒤를 맡긴 채 자신의 계획을 실천했다.
오필리아가 주었던 펜던트를 매개체로 로제테에게 향했다.
의식이 흐려지며 몸이 부유하는 느낌이 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조슈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건지 막막했지만, 일단 무작정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실버를 소환해 보려고 했지만 실버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겨 있었다.
그렇다면 로제테는 삐삐도 없이 이 공허한 곳을 헤매고 있다는 소리일까. 오랫동안 이곳에 혼자 있었을 연인을 생각하니 저절로 발이 빨라졌다.
로제테를 하염 없이 찾아 걷고 있는데, 문득 주위에서 무언가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
조슈아는 걸음을 멈추고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집중했다.
‘이건…….’
누군가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지금 보고 있는 게 로제테의 기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억의 첫 시작은, 로제테가 어릴 때부터 지내던 고아원에서 댈러스 후작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이 애는 내가 데리고 가겠다.
로제테가 갖고 있는 마법 재능을 알아본 댈러스 후작은 무척 기뻐하며 그렇게 선언했다. 로제테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았다.
-후작님. 입양을 결정하신 것은 감사하지만, 저희 로제테의 의견도 들어 봐야…….
-내가 데리고 가겠다는데 감히 누가 토를 달지?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면 감사…….
-내가 나쁜 마음으로 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선 사업의 일환으로서 이 아이를 입양하겠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군. 아니면 그동안 내 기부액이 부족했던가?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로제테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갈게요. 원장님, 전 정말 괜찮아요.
그렇게 로제테는 고아원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정든 고아원을 떠났다. 다들 그녀가 귀족가로 입양 가니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제테에게 닥친 현실은 아이들의 예상과는 무척 달랐다.
-따로 데려가도록 해. 지독한 냄새가 나는군.
얼마 안 되는 로제테의 짐을 버리라고 지시한 후작은 홀로 마차를 타고 가 버렸다. 로제테는 그의 시종이 급하게 준비한 허름한 마차를 타고 후작저로 향했다.
그 후 닥친 상황은 훨씬 절망적이었다.
-이런 아이가 제 동생이라고요? 아버지,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아아, 천박한 냄새가 나. 어쩜 저렇게 시궁창 같은 냄새가 나지?
댈러스 후작의 자녀들은 로제테를 반기지 않았다. 특히 댈러스 후작의 막내딸인 엘리샤 댈러스는 로제테를 괴롭혔다.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대놓고.
로제테는 귀족 영애는커녕, 하녀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생활했다.
댈러스 후작은 로제테를 오로지 자신의 체스 말처럼 대했다. 귀족으로서 배워야 할 교육은 철저히 배제한 채 마법, 그것도 공격 마법만 가르쳤다.
로제테가 어느 정도 컸을 때, 그녀의 심장에 자신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게 만드는 주술을 새겨 넣기까지 했다.
조슈아는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빠짐없이 살피며 걸어갔다. 이미 죽은 댈러스 후작을 향한 살기가 몸속부터 피어올랐다.
‘그 남자가 그렇게 쉽게 죽도록 놔두는 게 아니었는데.’
로제테는 대체 어떻게 이것을 견디고 산 것일까.
대체 그 작고 여린 아이가…….
이를 꽉 깨물고 쏟아지는 로제테의 기억 속을 걸어오던 조슈아는 어느 기억 앞에서 멈췄다.
-능력이 좋구나. 댈러스 후작이 보냈느냐?
그건 아드리안 공작이 죽던 날의 기억이었다.
-널 보니 내 딸이 생각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돌아가거라. 너는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아.
조슈아는 아드리안 공작의 말을 듣는 로제테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생생히 느꼈다.
나는 사실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 나는 차라리 그 고아원에서 살 때가 더 행복했어.
괴로움이 묻어나는 그녀의 생각을 듣는 순간 조슈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잘 알면서도 조슈아는 다른 미래가 오기를 바랐다. 로제테 댈러스에게 손을 내민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를 후작의 마수에서 구해 주는 그런 이야기를.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댈러스 후작의 명령을 어기고 집무실을 벗어나려던 로제테는 심장에 새겨진 마법 때문에 다시 돌아와 마법으로 공작의 심장을 꿰뚫었다.
-절대로 그자에게 돌아가지 말아라.
로제테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걱정을 해 준 아드리안 공작의 앞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냈다.
난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당신이 그 해답을 주지 않을래요?
절절히 울리는 로제테의 속마음을 듣던 조슈아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공간이 로제테의 기억을 보여 주는 거라면, 로제테 또한 자신의 과거를 보며 괴로워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로제테는 때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나 싶을 정도로 대범했지만, 사실 무척이나 여린 사람이었다.
아마도 지금쯤 어디에선가 홀로 울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로제테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땅 밑에서 무언가 솟아나 조슈아의 발목을 붙잡아 그를 쓰러뜨리기도 했고, 가시밭이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분명 의식 속에서 헤매는 것인데도, 날카로운 가시가 뺨을 할퀴고 찢어 상처 내는 느낌이 실제처럼 생생했다.
그래도 조슈아는 또 걷고 걸었다. 자신이 이 일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반드시 데리고 나갈 거야.’
불타는 사명감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로제테는 이미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조슈아는 그 기회를 잡아 후회 없는 두 번째 삶을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렸다.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로제테에게 돌려줄 시간이었다.
로제테를 찾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이젠 그런 일 따위는 절대 없게 해 주겠다고 말해 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어디에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슈아는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몸을 옹송그리고 앉아 있는 로제테의 모습이 보였다. 로제테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댈러스 후작에게 학대당하고 방에서 혼자 숨죽여 울던 모습과 비슷했다.
“로제테!”
조슈아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로즈!”
고개를 들어 그를 발견한 로제테가 눈물에 젖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슈아는 투명해진 로제테의 손을 잡고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 이젠 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속삭이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조슈아는 간신히 눈을 뜨는 로제테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필리아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울음을,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잃었을 때 참지 못 하고 쏟아 냈던 울음을, 그렇게 다시 쏟아 냈다.
미안함, 고마움, 안타까움, 안도. 모든 감정이 담긴 눈물이었다.
“고마워, 로즈.”
그 모든 고통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줘서, 그리고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조슈아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소리 없는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