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7화. 밝혀지는 진실(4)(157/214)
157화. 밝혀지는 진실(4)
2024.04.05.
[삐잇! 삐이이익!]오늘도 들꽃을 물고 돌아온 삐삐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로제테를 보고는 서럽게 울부짖었다. 작은 뱁새는 까만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로제테의 뺨에 제 몸을 비볐다.
‘응, 삐삐. 나 일어났어. 내 걱정 많이 했어?’
아직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머릿속으로 묻자, 삐삐가 또다시 ‘삐이익!’ 하고 울었다. 로제테가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고 무서웠단다.
로제테는 제 침대 옆에 쌓인, 삐삐가 가져왔을 게 분명한 들꽃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걱정 끼쳐서 미안해. 나 이제 괜찮아. 아마도.’
[삐잇!]당연히 괜찮아야지! 네가 안 괜찮으면 저 주치의의 머리털을 모조리 뽑아 버릴 거야!
‘주치의 할아버지는 아무런 잘못도 없잖아. 그런데도 머리를 뽑을 거야?’
[삑!]응! 널 제대로 돌보지 않은 죄야!
삐삐가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공작가의 주치의는 신중하게 로제테를 진찰했다. 그녀의 진맥을 짚어 보기도 하고, 눈을 살피고, 간단한 문진을 했다.
로제테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프신 곳은 없으십니까?”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 로제테는 주위를 살폈다. 침대를 삥 둘러싼 가족과 조슈아가 숨을 죽인 채로 주치의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제테의 시선이 조슈아에게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밤중에 아드리안 공작이 걱정되어 그의 집무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상한 곳을 헤매다가 조슈아를 만나 깨어나 보니 조슈아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조슈아가 날 구하러 와 준 것 같긴 한데…….’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가족들이 보고 있어서 조슈아에게 물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진찰하던 주치의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가씨께선 괜찮으십니다.”
아드리안 공작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쓰러져 있었어. 몸에 이상은 없나?”
“말씀하신 대로 오랫동안 쓰러져 계셔서 당분간은 조심하시긴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몸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셨습니다.”
“그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가?”
“확실한 건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치의의 말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아드리안 공작은 이번엔 셀린느를 불렀다.
급하게 달려온 셀린느는 침대에 앉아 있는 로제테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곧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가씨, 세상에…….”
소리 죽여 울던 셀린느는 로제테의 상태를 봐 달라는 아드리안 공작의 말에 뒤늦게 침대로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로제테를 진찰한 셀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는 이제 괜찮으세요.”
“정말인가?”
“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어요. 다만…….”
셀린느의 얼굴이 흐려졌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있겠죠.”
“그래, 그렇구나. 알겠다.”
아드리안 공작은 다시 한번 로제테를 살핀 뒤 가벼운 식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곧 조앤이 부은 눈으로 로제테의 앞에 식사를 놓아 주었다.
로제테는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수프를 떠먹었다. 수프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따끈한 수프가 들어가니 목소리가 조금 돌아왔다.
“그만…….”
그만 먹을래요.
수프를 반도 채 먹지 않고 수저를 놓자 루카스가 펄쩍 날뛰었다.
“그것만 먹으면 어떡해! 꼬맹이, 너 지금 완전히 야위었어. 해골이 친구 하자고 할 정도라니까?”
“하지만…….”
배가 안 고픈걸요.
“일주일이나 굶었는데 어떻게 배가 안 고플 수 있어?”
“그만해, 루카스. 오랫동안 안 먹다가 먹으려니 힘든 모양이지.”
이자벨이 그를 만류했다.
“그래, 괜찮다. 나중에 배가 고프면 그때 먹으면 되지.”
고개를 끄덕인 아드리안 공작이 모두에게 지시했다.
“로즈와 할 얘기가 있으니 다들 잠깐 나가 있도록.”
“하지만 아버지. 꼬맹이는 이제 막 깨어났는데……!”
“로즈는 조금 이따 살펴봐도 되잖니. 일단 나가자.”
다니엘이 루카스를 데리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이자벨과 셀린느도 나가고, 상황을 살피던 조슈아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전하께서는 잠시 남아 대화를 나누시죠.”
조슈아는 그 이유도 묻지 않고 방에 남았다.
모두 나가고 셋만 남았을 때,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머리를 쓸어 주며 물었다.
“로즈, 이제 정말 괜찮니?”
고개를 끄덕이던 로제테가 삐삐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삐삐가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로제테는 괜찮대요!]아드리안 공작이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미소 지었다.
“그래, 맞아. 말도 할 줄 알았지.”
그는 오래전, 멜로디 오서를 찾을 때 삐삐가 말을 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때보다 말을 잘하는구나.”
[왜냐하면 로제테가 그때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죠!]삐삐가 까르르 웃었다.
“무리하는 건 아니니?”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아드리안 공작이 안심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아드리안 공작이 침대맡에 걸터앉으며 조슈아에게 눈짓했다. 조슈아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로제테는 영문을 몰라 눈만 깜빡였다.
잠시 고민하던 아드리안 공작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로즈, 아직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아빠가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구나.”
[그게 뭔가요?]“혹시 아빠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니?”
삐삐가 로제테의 손 위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로제테는 비밀이 없어요!]“그러니?”
[네! 그렇지, 로제테?]로제테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 전하께서 네 비밀은 네가 직접 말해야 한다고 하더구나.”
그 순간, 로제테의 얼굴도 조슈아만큼이나 굳었다.
‘조슈아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 한마디에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마법을 써서 시간을 돌린 것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로제테의 얼굴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로제테의 마음을 읽은 삐삐가 허둥지둥 대며 말했다.
[공작님! 시간이 필요해요! 삑!]“시간?”
[네! 시간! 로제테가 실버 주인이랑 대화하고 싶……. 아니, 실버를 보고 싶대요!]아드리안 공작이 조슈아를 돌아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 아빠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웠겠지. 이제 막 깨어났는데 아빠가 너무 다그친 모양이야. 난 가서 할 일을 마저 할 테니 좀 쉬렴.”
[네!]“그래, 삐삐. 네가 로즈 좀 잘 돌봐 주렴.”
[믿고 맡겨 주세요!]아드리안 공작은 그 말을 하고도 조금 더 로제테를 살피다가 방을 나갔다.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이 나간 뒤에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제 손 위에 앉아 꽁지깃을 흔드는 삐삐를 보다가 조슈아가 침대에 앉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많이 수척해진 조슈아의 뺨을 매만졌다. 조슈아가 눈을 감으며 그녀의 손등 위에 제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끌고 와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조슈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로제테는 그가 자신이 잠들어 있던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즈. 몸은 어때?”
[괜찮……!]로제테는 대신 대답하려는 삐삐의 부리를 톡 치고는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야.”
“조슈아는요?”
조슈아가 여전히 로제테의 손바닥에 입술을 댄 채로 픽 웃었다. 뜨거운 날숨이 닿은 건 손바닥이었는데 왠지 목이 간지러웠다.
“나야 당연히 괜찮지. 내가 안 좋은 일이 뭐가 있지?”
“그…….”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꿈속에서 보았던 조슈아의 모습이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조슈아였는지도 헷갈렸다.
고민하던 그녀는 전혀 다른 질문을 건넸다.
“그……. 실버는요?”
그렇게 묻자마자 조슈아가 실버를 불렀다. 루카스와 있던 실버가 방으로 단숨에 뛰어왔다.
실버가 침대 위로 단숨에 뛰어 올라와 로제테의 뺨을 핥았다. 로제테는 실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 늑대가 그동안 자신을 무척이나 걱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컹!]어리광을 부리는 늑대의 털을 쓰다듬던 로제테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직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제대로 대화는 나눌 수 있었다. 조슈아가 그녀의 손을 잡고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지…….”
“그냥 아는 대로 말해 주세요.”
“일단 이미 들었겠지만 너는 스승님의 집무실에서 쓰러진 뒤 일주일이 넘게 잠들어 있었어. 아무도 네가 왜 쓰러졌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지. 나는 네가 과거에 고대 마법으로 시간을 돌린 후유증으로 쓰러졌다 생각하고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어. 그래서 마탑에 연락했어.”
[삣!]마탑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삐삐가 온몸의 털을 잔뜩 부풀렸다.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그래서요?”
“믿기 어렵겠지만, 르쉐르 후작이 마탑주라고 하더군.”
“미하엘…… 아니, 르쉐르 후작이요?”
“그래. 르쉐르 후작이 널 살펴보고는 금지된 마법을 쓴 후유증 같다고 했어. 고칠 방법은 알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고도 했지.”
“대가라면…….”
“네게 정식으로 청혼하더군.”
“…….”
로제테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삐삐가 몸을 더욱 크게 부풀리며 ‘마음에 들지 않아, 삣!’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요?”
조슈아가 이마를 짚었다. 로제테가 재촉했다.
“그래서요? 대체 아빠가 뭘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다음 이어진 조슈아의 대답에 로제테는 그만 숨을 멈췄다.
“스승님께서 네가 시간을 돌렸다는 사실을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