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8화. 밝혀지는 진실(5)(158/214)
158화. 밝혀지는 진실(5)
2024.04.06.
“스승님께서 네가 시간을 돌렸다는 사실을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자마자 로제테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녀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다.
“대체 어떡하다가 아빠가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건가요?”
“르쉐르 후작이 널 진찰하면서, 네가 금지된 마법을 쓴 것 같다고 말했어. 금지된 마법을 몇 개 나열해 주었는데, 그중에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도 있었고.”
“…….”
“스승님은 아마 오랜전부터 너와 날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아.”
로제테는 더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아빠가 의심할 만도 해.’
지난날, 그녀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한 일들을 보면 충분히 수상쩍었다.
그동안 아드리안 공작이 별다른 추궁을 하지 않아서 다행히 잘 넘어갔다고 여겼는데, 사실은 공작이 그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던 모양이었다.
‘조슈아까지 의심하고 있던 것은 의외였지만 그것도 그럴 만하지. 조슈아는 날 만나겠다고 아드리안 저택에 말도 없이 찾아오고는 했으니까.’
언젠가는 밝혀질 비밀이라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또한 이대로 평생 입을 다물기에는 마음의 가책이 느껴지고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비밀을 밝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걸 꼭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조슈아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로제테에게 힘겹게 입을 열었다.
“좀 심각한, 아니,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
“르쉐르 후작 때문인가요?”
“아니, 그건 잘 해결됐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작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결했거든. 그렇지만 이것보다는 스승님 쪽 얘기를 더 듣고 싶겠지.”
“맞아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로제테의 재촉에도 조슈아는 차마 입술을 떼지 못했다.
“조슈아, 무슨 일이에요? 말해 줘요.”
초조해진 로제테가 애원하다시피 말한 뒤에야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서 그날의 일을 꿈으로 꾸신 것 같아.”
“그날이라면 설마…….”
“맞아. 스승님이 돌아가시던 날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로제테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모래탑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정성스럽게 모래와 바닷물을 반죽해 만든 모래탑. 최대한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본질은 모래탑이었다. 거센 파도 한 번에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연약한 탑.
로제테가 아무리 파도로부터 탑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도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었다.
로제테의 두 눈에서 예고도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로 아빠가 모든 것을 기억하신다고요?”
“그래.”
“어떻게 그런…….”
로제테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는 것과 본인이 직접 그날의 일을 기억하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날의 감정, 분위기, 심지어 공기의 무게까지 기억할 테니까.
“아빠가, 제게 배신감을 느끼면 어떡하죠? 나는…….”
늘 따스한 애정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이 경멸로 물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처음 아드리안 저택에 왔을 땐, 그 모든 것을 각오했던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자신은 그런 대접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변화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모든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다.
로제테는 서둘러 침대를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조슈아의 품으로 그대로 쓰러졌다.
“로즈, 일단 진정하고…….”
“차라리 지금 아드리안을 떠나는 게 좋겠어요.”
“……뭐?”
“처음부터 이래야만 했어요. 내가 아드리안에 온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로즈, 진정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이대로 도망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렇지만…….”
조슈아가 로제테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로제테는 그의 품속에서 바르작거리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가쁜 숨만 쌕쌕거렸다.
실버가 진정하라는 듯 손등을 핥아 주었고, 삐삐가 로제테의 머리 위에 앉아서 구슬프게 울었다.
조슈아가 로제테의 등을 토닥이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네가 없는 아드리안이라니. 그건 상상할 수조차 없어.”
“하지만 조슈아도 저 보고 아드리안을 떠나라고 한 적이 있잖아요.”
“그건…….”
조슈아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삐삐가 그런 그에게 ‘실버 주인! 넌 왜 우리 로제테에게 그런 소리를 해서 우리 애 기를 죽여 놔! 나빠!’라고 항의했다.
조슈아는 삐삐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사나운 삐삐의 날개짓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그건……. 그때엔 어쩔 수 없었어. 당시 나는 로즈의 속마음이나 의도를 알지 못했으니까.”
“…….”
“하지만 지금은 달라, 로즈. 난 네가 아드리안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가 있어야 이 아드리안이 완성될 수 있는 거야. 그건 아마 스승님도 똑같이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해.”
“정말 그럴까요?”
“나보단 네가 스승님을 더 잘 알지 않나? 스승님이 널 그렇게 가차 없이 내쫓을 사람으로 보이나?”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로제테가 벌인 일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 마찬가지로 공작의 반응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승님께서 널 내쫓으려고 했다면, 이상함을 느꼈을 때 이미 널 추궁하고 내쫓지 않았겠어?”
“…….”
“그러니 회피하지 말고 모든 진실과 마주 보도록 해. 누가 뭐래도 넌 로제테 아드리안이니까.”
“아드리안…….”
“그래. 아드리안.”
그 누구보다도 로제테의 존재를 부정했던 조슈아의 인정이었다. 로제테는 다시 울컥했다.
‘그래, 나는 로제테 아드리안이야.’
설령 이번 일로 가족과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지더라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넌 혼자가 아니야. 늘 내가 옆에 있었잖아. 너와 비밀을 공유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애쓰던 내가.”
“…….”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을 거슬러 왔을 때, 어마마마와 스승님 그리고 다니엘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어. 무슨 일로 과거로 돌아왔는지는 몰랐지만,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여신에게 감사했지.”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라서 다행이라고 했었나? 나도 마찬가지야.”
손등에 닿는 숨결도, 로제테를 내려다보는 금색 시선도 뜨거웠다.
“나 또한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덕분에 네가 외롭지 않았으니까. 내가 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널 살릴 수 있었으니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이 흘러나왔다.
“네가 이렇게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로즈. 네가 시간을 돌리지 않았다면 나는 너마저 잃고 슬픔에 잠겼겠지.”
기분이 이상했다. 로제테는 그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오필리아도, 아드리안 공작도, 다니엘도 그리고 조슈아도. 그게 자신이 시간을 돌린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도로 살아난 것에 대해 감흥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조슈아는 로제테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조차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그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를 향한 그의 감정은, 로제테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스승님이 널 내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네 곁에 있을 거야.”
“그 일로 아빠와 척을 진다고 해도?”
“스승님껜 죄송하지만, 그래. 난 널 선택할 거야.”
“그러면 안 돼요.”
“내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야.”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로제테는 자신 때문에 아드리안 공작과 조슈아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도 저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걸 느꼈는지 조슈아가 은근히 물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됐나?”
“네.”
로제테는 조슈아의 품에서 벗어나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조슈아가 잠시 아쉽다는 듯 빈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이제 조슈아의 이야기를 해 줘요. 르쉐르 후작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대체 전 어떻게 깨어난 거죠?”
로제테가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슈아가 대답을 회피하려고 들었다. 시선을 살짝 피하는 것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슈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로제테의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쓰러지고 난 뒤, 저는 끝 없는 암흑 속을 걸었어요. 이대로 제 존재 자체가 사라져서 죽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신이 보였어요.”
“…….”
“처음엔 꿈인가 했어요. 꿈이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 주는 거라고.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상해요. 그건 단순히 꿈이 아니라, 진짜로 조슈아가 절 찾으러 온 것 맞죠?”
“그래, 맞아.”
조슈아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가 널 찾으러 갔어.”
“하지만 어떻게?”
조슈아는 로제테에게는 진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르쉐르 후작은 스승님이 혼담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을 것처럼 굴었어. 실제로 며칠이 지날 때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아드리안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만 했지. 너를 르쉐르 후작과 결혼시켜서라도 살려야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
“이성은 어떻게서든 너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어. 설령 네가 르쉐르 후작과 결혼을 하게 되더라고 말이야. 그런데…….”
조슈아가 로제테의 손을 꽉 잡았다.
“나는 널 놓아 줄 수가 없었어.”
“조슈아.”
“정말 이기적이게도, 널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없었어. 특히 르쉐르 후작에게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