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5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59화. 밝혀지는 진실(6)(159/214)
159화. 밝혀지는 진실(6)
2024.04.07.
“정말 이기적이게도, 널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없었어. 특히 르쉐르 후작에게는 말이야.”
담백한 고백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로제테는 순식간에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이불 너머에서 조슈아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는 이불을 눈 밑까지만 내리고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조슈아가 그 방법을 찾은 건가요?”
“그래.”
조슈아는 한시가 촉박했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댈러스 후작의 소지품에서 실마리가 된 책을 찾은 것, 암호를 해석하여 로제테가 시간의 경계에 있음을 알았다는 것 그리고 직접 그녀를 찾으러 시간의 경계로 따라갔다는 것까지.
제 옆에 자리 잡고 누운 실버에게 기댄 채 조용히 듣고 있던 로제테는 조슈아가 직접 찾으러 왔다는 부분에서 경기하듯 놀랐다.
“직접 찾으러 오다니요?”
“중요한 일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어. 당연히 내가 할 일이기도 했고.”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로제테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저도 혼자 빠져나가지 못한 곳이었어요. 알려진 것도 하나도 없는 곳이고요.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어떡할 뻔했어요?”
“각오하고 갔던 거야.”
“그래서 더 문제예요! 그걸 왜 각오씩이나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널 잃는 게 더 괴로웠을 거야.”
“그래도…….”
조슈아가 다시 로제테의 손끝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둘 다 무사히 돌아왔잖아.”
로제테가 한숨을 쉬며 마른 세수를 했다.
“이렇게 무모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요.”
“맞아. 난 원래 무모한 짓 같은 건 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해야만 했으니까.”
“다음엔 절대로 그러면 안 돼요.”
“다음에는 애초에 내가 그런 짓을 할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지.”
“그건 그렇네요.”
로제테가 푸스스 웃으며 조슈아의 손가락에 손깍지를 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요.”
“그래.”
조슈아는 잠시 동안 로제테의 손가락을 잡고 손장난을 쳤다.
이윽고 그가 아차,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문제가 남았어.”
“뭔데요?”
조슈아가 정말로 난감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네 가족이 우리의 사이를 알아 버린 것 같아.”
* * *
“꼬맹이, 너 진짜 괜찮아? 또 어지럽거나 그런 건 아니지?”
로제테가 조앤의 도움을 받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족들이 들이닥쳤다.
제일 먼저 루카스가 로제테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살폈다.
“네, 오빠. 저 괜찮아요. 아까도 괜찮은 거 봤잖아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 진짜 다행이야.”
루카스가 턱을 호두처럼 찌그러뜨리며 인상을 썼다. 로제테는 그가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챘다.
‘루카스 오빠가 내내 계속 내 곁을 지켰다고 했지.’
아까 조슈아에게서 자신들의 사이를 가족들에게 들키게 된 경위를 전해 들었다.
연락이 오지 않는 로제테가 걱정되어 평소처럼 밤에 실버를 보냈는데,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루카스에게 딱 들켰다는 것이었다.
눈치가 없는 루카스라도 상황이 그쯤 되니 로제테와 조슈아의 사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다니엘과 이자벨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고, 아드리안 공작도 이번에 로제테를 살리겠다고 고생하는 조슈아를 보며 그의 마음을 알아챈 것 같았다.
“다신 아프지 마, 꼬맹아. 이 오빠가 진짜 많이 걱정했다고.”
“응, 오빠. 이젠 안 아플 거예요.”
로제테는 자신을 끌어안는 루카스를 마주 안으며 다른 가족들을 훑었다.
다니엘과 이자벨도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드리안 공작은…….
‘아빠를 쳐다보지 못하겠어.’
로제테는 차마 공작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조슈아는 아드리안 공작이 모든 진실을 알아도 로제테를 경멸할 일은 없다고 장담했다. 로제테 또한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로제테는 불안했다. 혹시라도 상황이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갈까 봐 걱정됐다.
‘그렇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로제테가 주먹을 꽉 쥐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 사이, 조슈아가 물었다.
“그런데 꼬맹이 너, 황자 전하와는 무슨 관계야?”
“아, 그건…….”
로제테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건 조금 이따가 얘기하고, 일단 아빠하고 얘기 좀 해도 돼요?”
“아버지하고?”
“네.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
다니엘이 먼저 답했다.
“그래. 우리는 저녁 때 보면 되니까.”
“어쩔 수 없지.”
루카스가 로제테를 한 번 더 안아 준 뒤 다니엘, 이자벨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이내 로제테의 방에는 로제테, 조슈아 그리고 아드리안 공작만이 남았다.
“아빠, 저…….”
로제테는 여전히 공작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그런데 아드리안 공작이 다가오는 인기척이 들리더니, 공작이 로제테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아까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야.”
“저, 아빠, 있잖아요.”
공작이 로제테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단다.”
“네?”
“아빠도 혼자서 생각을 좀 해 봤단다. 네가 그렇게까지 괴로워하는데, 다그쳐서 캐묻는 게 옳은 것인지 고민 많이 했어.”
“…….”
“아빠는 네가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해. 그렇지만 그 비밀이 널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알고 싶은 거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아빠…….”
“하지만 이젠 괜찮단다. 너만 무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아빠는 아무래도 좋아.”
추악한 이기심이 다시 샘솟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먼저 듣지 않겠다고 할 때 입을 다물면 어떨까.
그렇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절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해요, 아빠. 그렇지만 이젠 제가 말하고 싶어요.”
“…….”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수도 있고, 또 많이 충격적일 수도 있어요. 아니, 많이 충격적이에요.”
“로즈, 무리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뇨, 들어 주세요.”
아드리안 공작이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조슈아 또한 그 옆에 자리 잡았다.
로제테와 눈이 마주치자, 조슈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로제테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까요. 아빠도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저는 마법으로 시간을 되돌렸어요.”
역시나 예상했던 것인지 아드리안 공작은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는 대신 차분하게 물었다.
“어쩌다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인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니?”
로제테는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 저는 댈러스 후작에게 입양되었어요. 여덟 살 때 일이었죠.”
“……댈러스 후작?”
“네.”
‘댈러스 후작’이라는 대목에서 뭔가를 눈치챘는지, 아드리안 공작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그자가 네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댈러스 후작은 제게 마법을 가르쳤어요. 아무도 몰래 저택에 숨어 들고,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런 마법을요.”
“그런……!”
“그것으로도 모자라 제 심장에 저주와도 같은 주술을 걸었어요. 저는 그 주술 때문에 후작의 꼭두각시처럼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어요.”
로제테가 인상을 썼다.
“그런 댈러스 후작의 가장 큰 정적은…….”
“아드리안이었겠구나.”
공작이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로제테는 코끝이 시려 오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릴리스 공작과 손을 잡은 댈러스 후작은 루이스 릴리스, 그러니까 지금은 황자로 인정받은 2황자 전하를 황태자로 만들려고 했어요. 조슈아, 아니, 1황자 전하를 없애려고도 했고요.”
“…….”
“그 과정에서 다니엘 오빠가 큰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황후님은 독살 당해 돌아가셨죠. 그리고 결국에는…….”
로제테가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짰다.
“저를 이용해 아빠와 다니엘 오빠를 죽이려고 했어요.”
“……!”
“저는 아드리안 저택에 숨어들어 아빠의 집무실까지 갔어요. 그리고, 아마도, 아빠가 꿈에서 보았던 일이 펼쳐졌죠.”
로제테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맞잡은 손 위로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
“아빠는 제가 댈러스 후작이 보낸 암살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절 걱정했어요. 절 보니까 이자벨 언니가 떠오른다면서 말이에요. 제가 원한다면 절 구해 주겠다고도 했죠. 저는 차마 그런 아빠를 해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로제테는 이제 아예 흐느꼈다.
“후작이 걸어 놓은 주술 때문에, 흑, 제가 결국 아빠를…….”
“그만해도 된단다,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재빨리 로즈를 안고 다독였다. 그러나 로제테는 꿋꿋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땐 저는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고, 제가 다니엘 오빠마저 죽였다는 것을 알았죠. 모든 게 댈러스 후작의 뜻대로였어요.”
“…….”
“황자님이 절 찾아와 울면서 다그쳤어요. 아빠, 저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요, 정말…….”
“그래, 네 마음 잘 안단다. 너는 무척이나 여린 아이니까, 그런 것은 하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러다 문득, 댈러스 후작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익혀 두라고 했던 마법이 생각났어요. 시간을 돌리는 마법 말이에요. 저는 여신님께 빌면서 그 마법을 썼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여덟 살로 돌아와 있었어요. 그 후로는 아빠가 알고 있는 일들이에요.”
“…….”
“저는 과거에는 죽었던 제인 언니를 살리기 위해 마법을 썼고, 그것을 본 아빠가 절 입양하기로 했죠. 저는 가기 싫었어요. 제가 어떻게 아빠의 딸이 될 수 있겠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아직은 다리를 다치지 않은 다니엘 오빠를 보니, 오직 나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죠.”
로제테는 탈진해서 공작의 품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하는 말도 많이 남았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로제테를 토닥이던 아드리안 공작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많이…….”
그의 목소리가 고통스럽게 갈라졌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공작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로제테의 몸 위로 톡,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