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화. 조셉 오서(1)(16/214)
16화. 조셉 오서(1)
2023.11.16.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그 얘기는 몇 번이나 들었어. 네가 살이 찌면 옷이 안 맞을 거라고 해서 와이드 부인을 부르는 것도 계속 미뤘잖아. 그런데 또 미루라고?”
“미루라는 게 아니라, 옷을 조금만…….”
“안 돼. 난 네가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꼴을 더 이상 못 보겠어. 나중에 옷이 작아지면 그때 새 옷을 만들면 되니까 오늘은 내 말 들어.”
로제테가 놀란 얼굴을 짓자 이자벨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 옷값 걱정할 필요 없으니 그런 표정 짓지 마.”
여기서 더 토를 달았다간 이자벨의 화를 살 것 같았다. 로제테는 더 이상 항의하는 대신 소심하게 대답했다.
“네에.”
“자, 다 됐으면 치수 재자.”
이자벨이 박수를 한 번 치자 직원들이 줄자를 들고 로제테에게 달려들었다.
로제테는 ‘언니? 언니이?’만 반복하다가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가림막 뒤로 사라졌다.
와이드 부인이 차를 마시는 이자벨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작은 공녀님께서 참…….”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이자벨이 끼어들었다.
“귀엽지?”
‘마치 오늘 날씨가 좋지?’ 같은 상투적인 말을 하는 사람처럼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이자벨을 봐 온 와이드 부인은 그녀가 여동생에게 푹 빠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작은 공녀님도 공녀님이지만, 이자벨 공녀님도 참 귀여우시네.
그러나 이자벨은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것을 싫어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뒤로 아드리안가의 안살림을 도맡아 해야 했던 이자벨은 일찍 철이 들었고, 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자신도 아직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하는 나이인데도.
하지만 와이드 부인은 그 마음을 능숙하게 감췄다.
“네, 귀여우시네요.”
“그러니까 잘 부탁해.”
“네, 드레스는 완벽하게…….”
“아니, 그것 말고.”
“아아.”
와이드 부인은 이번에도 금세 그녀의 속뜻을 알아챘다.
“네.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이라는 말을 해 두겠습니다.”
샬롱은 온갖 소문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현재 사교계의 관심사는 운이 좋은 아드리안가의 둘째 공녀, 그러니까 로제테 아드리안에게 쏠려 있었다.
그러나 아드리안 공작이 고용인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해 둔 덕분에 로제테에 대한 소문은 전혀 퍼져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관심을 보이는 법.
지난 한 달 동안 와이드 부인은 새로운 아드리안 공녀를 보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
그러니까 이자벨은 동생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입단속 단단히 하라는 소리였다.
“공녀님은 정말로 작은 공녀님을 아끼시는군요.”
이자벨이 코웃음을 쳤다.
“아끼기는. 우리 아드리안가에 대해 괜한 말이 오고 가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야.”
그러나 말과 달리 가림막 너머를 바라보는 이자벨의 입가엔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처음 로제테를 봤을 때만 해도 이자벨은 염려스러웠다.
동생이 생기는 것엔 반대하지 않았지만, 순해 보이는 로제테가 이 살벌한 사교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럼 후원을 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소리를 했던 것이었다. 평민 출신 입양아보다는 아드리안가의 후원을 받는 천재라는 타이틀이 주목받으면서도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로제테의 입양은 결정됐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자벨은 한 달 만에 새 동생에게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내가 지켜 줘야지.’
다니엘이나 루카스는 남자라서 사교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작은 흠 하나에도 물어뜯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사교계였다.
이자벨만 해도 여자가 검을 배운다고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지 않던가.
그러니 로제테가 사교계에서 어떤 말을 들을지 안 봐도 훤했다.
“아드리안 사람들이 로제테를 아낀다고 꼭 말해 둬.”
“네, 공녀님.”
로제테 뒤에 아드리안이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그런 의미의 경고였다.
와이드 부인은 다시 차를 홀짝이는 이자벨을 보며 빙긋 웃었다.
역시 솔직하시지 못하다니까.
* * *
와이드 부인은 제일 먼저 잠옷을 보내왔다. 새 잠옷은 지난 한 달 동안 입던 이자벨의 잠옷만큼이나 보드라웠지만, 크지 않고 몸에 딱 맞았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로제테는 거울 앞을 왔다 갔다 거리며 제 모습을 살피기도 하고, 보드라운 잠옷을 손끝으로 쓸어 보기도 했다.
이제 로제테의 전속 하녀가 된 조앤이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얼른 주무셔야죠.”
“으응.”
마음 같아서는 가족들에게 새 잠옷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로제테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침대에 몸을 뉘었다.
새 잠옷 덕분일까. 그녀는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어이, 꼬맹이!”
몇 시간 뒤 그런 로제테를 깨운 것은 루카스 아드리안의 목소리였다.
“어이, 꼬맹이!”
간밤에 좋은 꿈을 꿨던 로제테가 깨어나지 않자 루카스가 아예 침대로 뛰어들었다. 푹신한 침대가 잠깐 꺼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야, 꼬맹아.”
“…….”
“막내야.”
“우웅.”
로제테는 꼬물거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루카스는 그런 동생을 보며 실실 웃었다.
‘귀여워.’
한 달 남짓 전, 아버지인 아드리안 공작과 형인 다니엘 아드리안은 이번에도 늘 후원하던 고아원에 후원 물자를 주러 저택을 떠났다.
보통 아침에 가면 저녁에 오던 두 사람은 급한 일이 있다며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집사인 세바스찬이 의외의 말을 건넸다.
-주인님께서 아가씨 한 분을 입양하실 거라고 합니다. 오늘 같이 오신다더군요.
-아가씨? 입양?
-네. 작은 도련님께 여동생이 생길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여동생이라니?
정말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루카스는 좋았다. 위로 형과 누나만 있던 그는 늘 동생을 바랐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그리고 그렇게 며칠 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형은 정말로 작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데려왔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색깔이 연했다. 머리는 솜사탕처럼 분홍색이었고, 눈동자는 봄 하늘을 닮은 하늘색이었다.
거기에 피부는 어떤가. 평생 햇빛 한번 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하얬다. 뙤약볕 아래서 검술 훈련을 하느라 피부가 보기 좋게 그을린 아드리안 가문의 사람들하고 비교됐다.
잘 먹지 못했는지 키가 작고 비쩍 말랐지만, 잘만 꾸미면 인형처럼 예쁠 것 같은 아이.
그게 바로 지금 눈앞에서 자고 있는 로제테 아드리안이었다.
어떻게 이런 예쁜 애가 내 동생이 되었을까.
사실 루카스는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동생을 원했다.
그러나 로제테는 몸이 약했고, 숫기가 없었다. 같이 뛰어놀기에 좋은 동생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루카스는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체력이 약하면 뭐 어때? 지금부터 기르면 되지!
그는 인형 같은 로제테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어나, 일어나!”
그제야 로제테가 눈을 비비며 눈을 떴다. 그러자 구슬처럼 예쁜 하늘색 눈동자가 보였다.
루카스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새벽 연습하러 가야지!”
* * *
루카스에게 그가 쓰던 목검을 받았을 때, 로제테는 분명 검을 배우겠다고 약속했다. 아드리안의 사람으로서 기본 검술을 배워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체력 문제 때문에 검술을 배우는 것을 조금씩 늦췄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검술을 배우게 된 것이다. 로제테는 티는 안 냈지만 조금 들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말았다.
“자, 기초 체력부터 키워야지. 연무장 세 바퀴 뛰고 와!”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루카스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녀를 데리고 연무장에 나왔다. 약속한 대로 새벽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그는 로제테의 검술 선생을 자처하고 나섰다.
“안 하고 뭐 해?”
“으응.”
이자벨의 연습복을 빌려 입은 로제테는 루카스의 재촉에 연무장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연무장에 있던 기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분이 그……?”
“검술은 안 배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검술을 배우기엔 아직 너무 어리지 않으신가?”
기사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나름대로 팔을 씩씩하게 앞뒤로 흔들며 걷는 로제테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은 검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또래보다 체격이 월등히 컸고, 체력도 좋았다.
로제테를 제외한 아드리안 삼 남매도 그랬다. 그들은 처음 검술을 배울 때 씩씩하게 연무장을 쏘다녔다.
여자아이인 이자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웬만한 성인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며 금세 검술 실력을 키워 나갔다.
보통 기사들에게 모시는 아가씨는 보호해야 할 존재였지만, 이자벨은 그 반대였다. 충성하고 따라야 할 상관.
그래서일까. 기사들은 자신들이 지켜 줘야 할 것 같은 막내 아가씨, 로제테에게 금세 푹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나 루카스의 눈엔 로제테의 귀여움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동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재촉했다.
“어허, 느리다, 느려. 그게 걷는 거지 뛰는 거야? 속도를 높이도록.”
아니, 도련님! 막내 아가씨는 이자벨 아가씨와 달라요! 저 다리로 어떻게 뛰실까요!
기사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차라리 자기가 뛰겠다며 자처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그들의 걱정의 한 몸에 받은 로제테는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그래 봤자 느리게 걷기에서 빨리 걷기 정도의 속도였다.
그렇게 걷던 로제테는 그만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허억!”
기사들 사이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들은 저 조그마한 아가씨가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엄하게 그녀를 채찍질했던 루카스 또한 놀라서 로제테를 일으켰다.
“야, 괜찮아?”
그가 로제테의 무릎을 보다가 그녀 앞에 등을 보이며 앉았다.
“꼬맹아, 업혀.”
“……?”
“의원에게 가야지. 얼른 업혀.”
기사들이 기겁해서 뛰어왔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아가씨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루카스가 그런 기사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너희들이 감히 내 동생에게 손을 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평소 기사들을 잘만 따르는 루카스였는데, 지금 그들을 노려보는 눈빛은 꽤 날카로웠다. 기사들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주춤하는 사이 루카스가 다시 말했다.
“자, 업혀.”
“괜찮아요.”
“울지 말고 업혀.”
“안 울어요.”
진짜로 로제테는 괜찮았고, 울지도 않았다. 무릎이 좀 아프긴 했지만 이 정도는 과거 댈러스 후작에게 맞던 것에 비교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계속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무릎에 묻은 모래를 쓱쓱 털어 버리고 다시 연무장을 돌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 살짝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고, 기사들은 막내 공녀님이 씩씩하다고 수군거렸다.
그녀는 그렇게 모든 기사의 소리 없는 응원을 받으며 연무장 세 바퀴를 돌았다.
“잘했어, 꼬맹아.”
루카스가 엄지를 추켜세우며 칭찬을 해 주었지만 로제테는 정신이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폐를 누군가가 쥐어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위 마법을 썼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목말라…….”
저도 모르게 간절히 중얼거리자 주위에 있던 기사들이 물을 갖고 서둘러 달려왔다.
“자, 아가씨. 여기 물 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적갈색 머리와 콧잔등에 난 주근깨가 인상 깊은 십 대 후반의 기사였다.
“고마…….”
그에게서 물병을 받아들던 로제테는 순간 멈칫했다. 그녀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이름 모를 기사가 씨익 웃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그러나 로제테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아는 얼굴이야.’
기억 속 기사는 지금보다 더 성숙했지만,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