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0화. 누가 뭐래도 넌 아드리안이야(160/214)
160화. 누가 뭐래도 넌 아드리안이야
2024.04.08.
로제테는 제 옷을 적시는 눈물에 놀라 팔을 허공에서 허우적댔다.
“아……빠?”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더 괴로워하다니?
분명 힘들어하며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은 로제테였는데, 도리어 그녀가 공작을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로제테는 조금 용기를 내어 공작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로제테에게 걱정거리가 있을 때마다 공작이 해 주었던 것처럼.
‘따뜻해.’
맞닿은 공작의 품은 여전히 넓고 포근했다. 언젠가, 꾸역꾸역 새우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을 때 안아 주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세상의 모든 풍파에서 로제테를 지켜 줄 것 같은 느낌.
로제테는 여덟 살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공작의 품에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부렸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견딜 만했어요.”
“힘들지 않았을 리가 있니. 어릴 적부터 그런 대우를 받고 자랐는데. 다 이 아빠 잘못이야. 아빠가 그때도 널 발견하고 데려갔더라면…….”
“그건 절대 아빠 잘못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빠가 자책할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아빠는…….”
목이 멨다.
“이번엔 절 찾아 주었잖아요.”
돌이켜 보면 아드리안 공작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로제테를 걱정하고 아껴 주었다.
“이번엔 아빠의 딸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혹시라도 아빠가 제 잘못 때문에 절 다시 안 본다고 하더라도 저는 평생 아빠를 사랑할 거예요.”
“대체 누가 널 안 본다고 그러니?”
아드리안 공작이 고개를 들며 짐짓 심각하게 얼굴을 굳혔다. 로제테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제가 과거에 아드리안에 한 짓은 용서받지 못 할 일이니까요.”
“그건…….”
생각을 갈무리하던 공작이 어린아이를 훈계하듯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로즈. 너는 분명 과거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그게 네 뜻이 아니었더라도 네가 직접 한 행동이지. 시간을 돌렸다고 해서 네가 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 너는 그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평생 속죄하고 살아야 할 거야.”
로제테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로즈, 적어도 이 아빠는 널 용서했단다. 아니, 애초에 널 원망한 적도 없으니 용서할 것도 없었지.”
“아빠…….”
“너는 아빠와 처음 만난 후로 많은 기쁨을 주었어. 너는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내 보물이란다. 그러니까.”
아드리안 공작이 살짝 미소 지었다.
“네가 평생 속죄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아빠는 그 옆에서 네 짐을 같이 짊어질 거란다.”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로제테의 뺨을 타고 다시 뚝뚝 흘러내렸다. 곧 이어진 공작의 말에 로제테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빠와 네 형제들이 널 버릴 거란 생각은 하지 말거라. 누가 뭐래도 넌 아드리안이야, 로즈.”
* * *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한참이나 울던 로제테가 간신히 진정했을 때, 아드리안 공작의 관심이 조슈아에게로 향했다.
“로즈는 직접 시간을 돌렸다고 하지만, 전하께서는 대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황자님께선…….”
“내가 말씀드릴게.”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조금 더 쉬라는 제스처를 해 보이며 솔직하게 얘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과거를 기억한 채 시간을 되돌아왔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곧바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챘다.
“그날이군요. 전하께서 돌아오신 날이.”
“네. 부끄럽게도 그날 폐하와 스승님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말았죠.”
“추태?”
그때 상황을 알지 못하는 로제테가 끼어들자, 조슈아가 말을 돌렸다.
“그런 게 있어.”
이번엔 로제테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아드리안 공작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로즈가 막 아드리안이 되었을 무렵, 그렇게 찾으셨던 것도 과거를 기억했기 때문이고요.”
“네. 스승님께서 갑자기 딸을 입양하신 데다가, 다니엘의 다리를 다치게 한 사고가 갑자기 해결되었으니까요. 무언가 많이 이상했고, 확인이 필요했죠.”
“그래서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겁니까?”
“그건…….”
조슈아는 차마 로제테를 함부로 대했던 일을 말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로제테는 입을 꾹 다무는 조슈아를 대신하여 설명했다.
“네. 황자님과 저는 서로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미래를 바꿔 나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많이 바꿨죠.”
아드리안 공작이 조용히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그게 꼭 ‘이 아빠는 네가 뭘 숨기는지 알고 있단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로제테는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그렇게 된 이야기예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지만요.”
“그럼 두 사람은…….”
“그…….”
로제테가 망설이고 있는데, 조슈아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제가 공녀, 아니, 로즈를 많이 사랑합니다.”
힘 있고,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조슈아가 사실을 확인시켜 주자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로즈는?”
로제테가 두 남자를 한 번씩 번갈아 보았다가 답했다.
“저도 황자님을 많이 좋아해요.”
“……그래.”
“스승님께서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황궁으로 보내시는 게 내키지 않으시겠죠.”
공작은 차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로즈에게 강요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지금은, 당분간만이라도 저희 두 사람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로제테와 조슈아는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공작이 입술을 뗐다.
“두 사람의 뜻이 그러하다면, 인정해야겠죠. 로즈가 무슨 선택을 하든, 저는 로즈가 행복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아빠…….”
아드리안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것 같으니, 식사를 하러 가 볼까? 밖에서 루카스가 투덜거리고 있는 것 같으니.”
로제테는 조슈아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좋아요!”
* * *
“그러니까 두 사람…….”
루카스가 저녁 식사를 하러 함께 식당으로 내려온 로제테와 조슈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자벨이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눈치가 있다면 입 좀 다물어.”
“아니, 누나. 지금 저 광경을 보고도…….”
“알고 있으니까 좀 다물라고.”
루카스는 불만이 많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로제테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무심코 그녀의 옆에 앉으려고 했던 조슈아는 세바스찬의 안내를 받아 상석에 앉았다. 넓은 테이블 끝, 아드리안 공작과 마주 보는 자리였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제대로 식사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하.”
“아닙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온 걸요. 저택 상황이 상황이기도 했고.”
다니엘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모든 게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 로즈에게 여신님의 가호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물론 황자 전하께도 말이에요.”
마치 로제테가 죽을 뻔했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가족들은 로제테와 조슈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캐묻지 않았다.
로제테는 그런 가족의 배려가 고마웠다. 동시에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다시금 깨달았다.
‘부디 이대로만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로제테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것처럼, 그날따라 유독 달이 밝았다.
* * *
“잘 자렴, 로즈.”
“아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좋은 꿈도 꾸고.”
아드리안 공작은 직접 로제테에게 이불을 덮어 준 뒤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굳은 얼굴로 집무실로 향한 그는 생각에 잠겼다.
‘시간을 돌렸다고…….’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는 했다. 그동안 반복적으로 꾸었던 꿈 또한 단순히 꿈이 아니라 무언가를 암시하는 거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로제테가 해 준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산 그도 쉽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작고 여린 아이가 댈러스 후작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니.
‘그 자식이 그렇게 쉽게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로제테가 숨긴 진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댈러스 후작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끔찍한 지옥을 선사했어야 했는데.
아드리안 공작은 현 상황을 돌아보았다. 로제테가 말해 준 과거와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은 맞았다. 하지만 댈러스 후작의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릴리스 공작은 제 손자인 루이스를 황태자로 만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고, 릴리스 공녀는 황궁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황후인 오필리아가 눈을 뜨고 살아 있는데 말이다.
아드리안 공작은 아끼는 제자인 조슈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정치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조슈아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로제테가 조슈아를 좋아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다.
공작은 로제테를 황태자비로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싶었다.
그 아이가 훗날 조슈아와 함께하는 미래를 원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릴리스 공작가를 확실히 잡아야 했다. 지난번, 오필리아 독살 미수 사건 이후로 조용히 있지만, 언제 또다시 독니를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약점을 잡아야 해. 릴리스 공작과 공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거기까지 생각했던 아드리안 공작은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어 두었던 장식용 칼을 뽑아 창문을 향해 겨누었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