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2화. 동상이몽(162/214)
162화. 동상이몽
2024.04.10.
“로제테 아드리안만 제가 데려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전하를 황태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루이스는 놀란 기색을 간신히 감추며 미하엘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말뜻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진지하군.’
사실 루이스는 미하엘이 좀 더 큰 야망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로제테는 핑계고, 실제로는 그를 돕는 척하며 황위를 노리는 건가 의심했다.
그런데 눈앞의 미하엘은 그런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정말로 원하는 건 로제테 하나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물론 표정을 감추는 데 능숙한 자일 수도 있지만.’
이게 진짜라면 든든한 아군이 생기는 것 아닐까.
할아버지인 릴리스 공작도, 어머니인 릴리스 공녀도 그게 릴리스 공작가가 살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에게 세뇌당한 루이스의 평생 목표도 당연히 황제였다.
‘뒷배가 없는 황후가 조슈아 형님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지는 못할 테고.’
진작 죽어서 릴리스 공녀가 정식으로 황후에 책봉되었다면 훨씬 더 상황이 나았겠지만, 오필리아의 존재가 거슬리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거슬리는 건 아드리안 공작가, 그것도 아드리안 공녀였다.
그녀 또한 댈러스 후작이 진작 해치웠다면 좋았겠지만, 아쉬워해 봤자 아무 쓸모 없었다.
대신 로제테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녀와 결혼해서 아드리안을 손에 얻으면 일이 조금 더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드리안과 조슈아의 사이는 좋았고, 로제테는 가족을 아꼈다. 그녀는 가족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애초에 루이스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황제궁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총애하는 릴리스 공녀에게 모든 것을 해 줄 것처럼 굴었던 황제는 요즘 들어 데면데면했다.
-폐하께서 또 바쁘시다고 내 알현을 거절하셨더구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북부 쪽 일 때문에 바쁘실 만하십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어머니.
-하지만 예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어! 게다가 황후도 자주 찾는 것 같고. 며칠 전에는 나와 있었는데도 기어코 날 내쫓고 조슈아를 만나시더구나.
-그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조슈아 형님께선 이유 없이 황제궁을 찾지 않으시니까요.
-루이스! 넌 대체 누구 아들인 거니? 이 어미 앞에서 조슈아 녀석을 두둔할 셈이야?
-진정하세요, 어머니. 제가 형님을 두둔하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괜한 소리를 했다가 아바마마의 눈 밖에 날까 봐 걱정되어 말씀드리는 거지요.
-…….
-부디 제 앞길을 방해하지는 마세요, 어머니. 자꾸 이러시면 에메랄드 궁에도 출입하지 못 하게 할 겁니다.
초조해하는 릴리스 공녀를 나무랐지만, 사실 그녀보다 초조한 것은 루이스 본인이었다. 확실히 그가 보기에도 황제의 마음이 변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오필리아가 아무리 황후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조슈아가 검술과 마법에 모두 두각을 나타내도 릴리스 공작가와 릴리스 공녀만 있으면 황태자 책봉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래선 정말 뺏기고 말겠어.’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미하엘이 찾아온 것이다.
루이스가 초조하게 혀로 입술을 축였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 뱀 같은 남자와 손을 잡아도 되는 것일까.
“만약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아드리안 공녀를 어디로 데리고 갈 생각이지? 쉘튼 왕국으로 돌아갈 셈인가?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공녀를 제국에 그대로 둘 수는 없어.”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또한 제국에서 계속 머물 생각은 없으니까요. 쉘튼 왕국이 됐든, 제삼국이 됐든 다른 곳으로 갈 겁니다.”
그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공녀를 제외한 아드리안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공작이나 다른 가족이 공녀를 찾으려고 할 텐데.”
이번엔 미하엘이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루이스는 그의 답을 들은 것 같았다.
아드리안이 발목을 잡는다면 그들 또한 모두 없애 버리면 된다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도 들었다.
‘대체 뭐가 저렇게 자신만만하지?’
마법 실력이 좋기는 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 몰래 숨어들었으니 어쩌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조슈아와 아드리안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공작이 있었고, 곧 소드 마스터가 될 거라는 다니엘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하엘이 노리는 당사자인 로제테는 고작 여덟 살의 나이로 패밀리어까지 소환한 세기의 천재였다. 그 범치 않은 실력으로 번번이 릴리스 공작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들을 혼자 처리하겠다고?
미하엘의 실력이 의심된다기보다는 이유 모를 자신감에 오히려 불안해졌다.
‘뭐, 상관은 없나.’
설령 미하엘이 실패한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석만 마련해 놓으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늑대 사냥을 할 계획이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에 내가 개입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하면 안 돼. 정당성에 지장이 갈 수 있으니까.”
“그것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늑대 사냥을 한다고 해도 전하께서 엮일 일은 전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서 어찌 하시겠습니까?”
미하엘의 붉은 눈이 진득하게 루이스를 향했다. 루이스는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꼭 지금 답해야 하나?”
“그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도 저희 두 사람만 알았으면 더욱 좋겠고요.”
잠시 침묵 끝에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내게 영광만 가져다주면, 그대가 공녀를 어떻게 하든 내 알 바가 아니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럼 밤이 깊었으니 이만 가고 다시 연락드리지요.”
미하엘은 허리를 숙여 인사해 보인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루이스는 미하엘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하하하!”
당황으로 가득 찼던 웃음소리에는 이내 환희가 깃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전하!”
미하엘이 사라짐과 동시에 방음 마법이 풀렸는지, 밖에서 호위 기사가 다급하게 물었다. 루이스는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기사에게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잠깐 혼자 생각 중이었다.”
“그러십니까? 정말 아무런 일도 없으신 겁니까?”
의심스러운 눈으로 방 안을 쳐다보는 기사를 향해 루이스가 손을 휙휙 저었다.
“별일 없으니 나가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루이스는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만 있으면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열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물론 사냥이 끝난 뒤엔 사냥개도 처리해야겠지.’
미하엘은 모든 일이 끝나면 로제테를 데리고 제국을 떠나겠다고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로제테가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와 복수를 꿈꾸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게다가 이번 일이 무사히 잘 끝난다고 해도 미하엘은 추후 루이스가 황위에 오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미하엘이 그와 손을 잡고 조슈아를 처리했다는 것을 빌미로 협박이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이득만 취하고 그를 처리하는 게 나았다.
저쪽은 한 명이고, 이쪽은 릴리스 공작가를 등에 업고 있으니까.
‘날이 밝으면 당장 할아버지께 기별을 넣겠어.’
루이스는 웃음기를 지우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황실의 후계자 구도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전초였다.
* * *
“아까부터 왜 그렇게 봐요, 오빠? 저한테 할 말 있어요?”
로제테는 맞은편에서 팔짱을 끼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루카스를 향해 물었다. 루카스는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예요?”
“어제는 이자벨 누나 때문에 못 물어봤는데, 너 대체 황자 전하와 무슨 사이야?”
그래, 언젠가는 이 질문이 다시 날아올 줄 알았다. 로제테가 말없이 빙긋 웃자 루카스가 얼굴을 더욱 찌푸렸다.
“너 진짜 황자 전하를 좋아하는 거야?”
“…….”
“전하도 널 좋아하고?”
로제테는 계속해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때로는 침묵이 긍정일 때가 있고, 루카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루카스가 입을 떡 벌렸다.
“꼬맹이, 너 정말 어쩌려고!”
“제가 황자님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당연히!”
루카스가 주위를 살피다가 소리를 줄였다. 주위엔 하녀나 시종 하나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좋아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없지. 그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
로제테는 의외로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루카스에게 꽤 놀랐다.
어릴 적부터 안토니 헉슬리를 경계하던 루카스라면 ‘어떻게 전하가 그럴 수 있어? 아무리 황자 전하라도 내 동생을 데려갈 수는 없어!’라고 날뛸 줄 알았던 것이다.
마냥 철이 없어 보였던 루카스도 어찌 됐든 공작가의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의외로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다만, 나는 꼬맹이, 네가 걱정이 돼. 너 같은 꼬맹이가 황궁 생활을 제대로 버틸 수 있겠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황궁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까요.”
“뭐?”
루카스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너랑 전하는…….”
“맞아요. 조슈아도 저도 서로를 좋아해요.”
“조슈아라니, 벌써 그런 사이가…….”
로제테는 멍하니 중얼거리는 오빠를 향해 계속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어요. 오빠 말대로 저는 황궁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거든요. 황후든, 황태자비든, 황자비든, 제게 어울리지 않아요.”
“그 말은……?”
“일단 그냥 현재의 감정에만 충실하기로 했어요. 미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로제테의 말을 듣던 루카스가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분노에 휩싸여 벌떡 일어났다.
“그 말은 전하께서 널 갖고 놀고 버리신다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