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3화. 대치(163/214)
163화. 대치
2024.04.11.
“그 말은 전하께서 널 갖고 놀고 버리신다는 소리야?”
“……? 그게 무슨……!”
화들짝 놀란 로제테가 따라 일어나 두 손으로 루카스의 입을 막았다. 루카스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입이 틀어막힌 채로 계속 소리쳤다.
소리가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하께서 그러실 수 있어? 어떻게 너에게! 내가 꼬맹이 널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쉿, 쉿! 오빠! 일단 진정해요!”
“으읍! 읍읍!”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읍!”
로제테가 그녀답지 않게 눈을 세모꼴로 뜨고 노려보자 열을 올리고 성을 내던 루카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로제테는 조용해진 그를 보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조용히 할 거예요?”
“…….”
“대답 안 하면 안 놓아 줄 거예요.”
사실 루카스의 힘이라면 로제테의 손을 강제로 떼어 낼 수 있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테가 손을 떼고 다시 자리에 앉자, 루카스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로제테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전하께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황족 모욕죄로 잡아갔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내 마음을 이해했을 거야.”
“오빠.”
로제테가 엄히 말하자 루카스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알겠어. 내가 실언했어. 아무리 널 아껴도 전하께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어.”
로제테는 그제야 잔뜩 힘을 주었던 눈에서 힘을 풀었다. 그러나 루카스는 여전히 걱정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럼 제대로 설명해 줘.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소리야?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연인은 아니라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저는 조슈아와 좋은 관계를 이어 가고 있어요. 물론, 그런 지는 얼마 안 됐지만요.”
“그런데 왜?”
“제가 싫다고 했어요.”
“뭐?”
“오빠 말처럼 저는 황궁에 어울리지도 않고, 저도 거기서 버틸 자신이 없으니까요. 조슈아도 제 입장을 이해해 주었고요. 그래서…….”
“꼬맹아, 아니, 로즈.”
갑자기 불린 이름에 로제테가 어깨를 움츠렸다.
루카스가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
“연애? 물론 좋아. 나는 네가 연애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아.”
“하지만 헉슬리는 안 된다고 길길이 날뛰셨잖아요.”
“그건 상대가 망할 헉슬리니까!”
“헉슬리 말고도 반대했던 것 같은데.”
“지금 그 소리가 아니잖아!”
로제테가 풋, 하고 웃었다. 그제야 그녀가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안 루카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무튼, 너도 이제 애가 아니고 성인이니까 네 연애는 스스로 결정할 때가 왔지. 나 또한 네 사생활에 간섭할 자격도 없고. 그리고 뭐, 요즘은 옛날과 달리 약혼하지 않고 헤어진다고 해도 흠이 아니라고 들었어.”
“그런데요?”
“그렇지만 상대가 황자 전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황실은 아직도 보수적인 곳이야. 만약 네가 나중에 전하와 사이가 틀어진다고 생각해 봐. 다들 너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루카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물론 진짜로 그게 네 문제라는 소리는 아냐.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다는 뜻이지.”
로제테는 루카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이해했다.
‘릴리스 공녀도 그랬지.’
릴리스 공녀가 황제와 연인 사이고, 둘 사이에 루이스마저 있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사교계는 발칵 뒤집혔다.
공녀라는 신분 덕분에 그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거리지 않았던 릴리스 공녀는 여기저기서 물어뜯겼다.
루카스는 로제테가 그녀와 같은 일을 겪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추후에 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때에도 쉽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에휴, 그래. 그게 뭔 상관이야.”
로제테는 갑작스럽게 바뀐 루카스의 태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느새 그녀 옆으로 다가온 루카스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버니께서도 다 생각이 있으시니 너와 전하의 사이를 인정하셨겠지. 내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네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하여간, 이제 나이 좀 먹었다고 이 오빠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리지?”
“…….”
“뭐, 정 안 되면 이 오빠와 평생 살면 되지. 안 그래, 꼬맹아? 넌 이 오빠가 책임질게.”
로제테가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쭉였다.
“오빠는 검이랑 결혼했다면서요.”
“그래. 나랑 검이랑 셋이서 살면 되지. 앞으로 내 검이 네 새언니야. 인사할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로제테가 까르르 웃자 루카스도 따라 웃었다.
잠시 행복에 젖어 있던 로제테는 다시 맞은편에 앉아 다과를 즐기는 루카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정말 다른 가족에게는 안 말해도 되려나?’
어제, 로제테의 비밀을 모두 전해 들은 아드리안 공작은 그녀와 조슈아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니엘 오빠에게도 말하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로제테를 향해 조심스럽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 아빠는 그랬으면 좋겠구나.
-왜요? 다니엘 오빠에게도 진실을 말하고 사과하고 싶어요.
-때로는 진실을 모르는 게 좋을 때도 있단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꿈속에서 그날 밤의 일을 보았고, 로제테를 의심하고 있었으니 진실을 말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 다니엘을 굳이 혼란스럽게 해야 할까?
그건 로제테가 다니엘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이미 무사히 다니엘을 지켰으니, 로제테는 아드리안의 공작의 뜻대로 다른 가족에게는 진실을 묻어 두기로 했다.
그렇지만 죄책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 삼 남매를 볼 때 괜히 싱숭생숭했다.
‘아냐, 괜찮을 거야.’
로제테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잖아. 앞으로 황궁에 들이닥칠 후계자 구도 말이야.’
그녀가 댈러스 후작에게 이용당한 이유이자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된 계기.
이 후계자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면 모두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미하엘에게선 연락이 없네.’
로제테는 안 본 지 꽤 된 미하엘의 얼굴을 떠올렸다.
조슈아의 말에 따르면 미하엘은 그녀를 고쳐 주는 대가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설마 아드리안 공작에게 직접 결혼 허락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평소 막무가내로 들이댔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태도를 보여 주었던 미하엘에게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로제테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미하엘에게서 자유로워진 느낌을 받았지만, 동시에 왠지 불안해졌다.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미하엘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다고 불안해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이번 일에 그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니 발목 잡힐 일도 없고.
로제테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미하엘의 생각을 떨쳐 냈다.
* * *
조슈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황제궁으로 향했다.
로제테도 별 탈 없이 깨어났고, 아드리안 공작이 두 사람의 교제를 허락했다.
계속 로제테 곁을 알짱거리는 미하엘의 존재가 달갑지는 않았지만, 이제 와서 그가 뭘 하지는 못할 터였다.
로제테와 조슈아의 관계는 끈끈했고, 미하엘이 그녀에게 제 마음을 강요할 방법은 없었다.
‘이젠 남은 건 내가 자리를 잡는 것뿐이지.’
어제 아드리안 공작저에서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사파이어 궁으로 돌아온 뒤, 조슈아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시간을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챈 뒤부터 황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게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무사히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로즈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졌어.’
로제테가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을 때, 조슈아는 그녀의 뜻을 존중했다. 황궁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지옥일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차마 그녀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로제테의 제안대로, 당분간은 복잡한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감정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로제테가 쓰러진 것을 계기로 조슈아는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제테가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로제테는 자신이 황후가 되는 순간, 아드리안이 위태로워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어도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다고 여기면 조슈아와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지 않을까.
무의미한 가정이었지만 조슈아는 희망을 갖고 싶었다.
어느새 황제의 집무실 앞에 다다른 조슈아는 생각을 갈무리하고는 시종에게 명령했다.
“폐하를 만나 뵈러 왔다. 폐하께 고하도록.”
“네.”
시종이 조슈아의 방문을 알리자 황제가 흔쾌히 허락했다. 조슈아가 안으로 들어가자 황제가 깃펜을 놓고 그를 맞이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이지?”
“지난번에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청이라? 아, 댈러스가의 소장품을 살펴보고 싶다던 그 말이군. 그래, 원하던 것은 찾았느냐?”
원하던 것은 분명 찾았다. 그것 덕분에 로제테를 깨울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제 속내를 파악할 것처럼 눈을 들여다보는 황제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거짓을 말했다.
“애석하게도 찾지는 못했습니다.”
“찾지 못했다?”
“네.”
“하지만 조금 전 내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가 원하던 것을 찾지 못한 것과는 별개로 감사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찾아뵀습니다. 좋은 책을 많이 보았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이군.”
황제가 의심을 풀고 중얼거릴 때였다. 시종이 노크하더니 또 다른 방문객의 존재를 알렸다.
“폐하, 2황자 전하께서 알현을 요청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