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4화. 미하엘의 마지막 제안(164/214)
164화. 미하엘의 마지막 제안
2024.04.12.
“폐하, 2황자 전하께서 알현을 요청하셨습니다.”
“루이스가?”
황제가 다소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무슨 일로?”
“문안 인사차 오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선객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거라.”
“아닙니다, 폐하.”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릴 말씀은 다 드린 것 같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황제는 인사 후 나가려는 조슈아의 뒤통수를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필리아는 잘 지내고 있나?”
순간 멈칫한 조슈아가 살짝 놀란 눈으로 황제를 돌아보았다. 황제는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황후는 잘 지내고 있냐고 물었다.”
“그…….”
“뭘 그리 놀라지?”
“아닙니다.”
조슈아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다시 황제를 향해 몸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전혀 알 수 없군.’
황제와 오필리아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제국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후계자인 조슈아를 낳은 뒤로 데면데면했다.
릴리스 공녀와 루이스가 수면 위로 나타난 뒤로는 오필리아는 그나마 종종 드나들던 황제궁에 거의 출입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사랑 없는 결혼이라고 해도, 남편을 향한 배신감이 컸던 것이다.
게다가 오필리아는 순진해 보여도 한 왕국의 왕녀였고, 제국의 황후였다. 황제가 자신과 조슈아를 노리는 암살을 모른 척했다는 것쯤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 황제는 왜 이제 와서 오필리아를 신경 쓰는 척하는 것인가.
입안이 썼다. 이 상황에서 굳이 오필리아를 언급한 황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어마마마께선 폐하의 은덕 덕분에 잘 지내고 계십니다.”
“요즘 통 보지 못해서 마음이 쓰이는구나.”
“그리 마음이 쓰이시면…….”
조슈아가 조금은 발끈하는 마음으로 덧붙였다.
“폐하께서 황후궁을 한번 찾으시는 건 어떠신지요.”
어차피 가지 않을 게 뻔해서 한 소리였다. 그런데 황제는 조금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내 마음 같아서는 그리 하고 싶지만, 황후가 반길지 의문이야.”
언제는 그런 것을 신경이나 쓰던 사람이었던가. 조슈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연히 어마마마께선 폐하의 방문을 반기실 겁니다.”
“그래, 알겠다.”
조슈아가 다시 한번 인사를 하려는데, 황제가 또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를 폐하라고 부르지?”
“지엄하신 제국의 태양를 폐하라고 칭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나는 제국의 주인이기 이전에 네 아비 아니더냐.”
“…….”
과거에 오필리아가 그렇게 죽고, 황제가 그녀의 죽음을 묻은 이후로 조슈아는 그를 아버지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꼬박꼬박 폐하라고 불렀다.
황제 또한 바뀐 호칭을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루이스 녀석에게 아비 소리를 듣다 보니 마음이 조금 달라지더구나.”
“…….”
조슈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황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제안했다.
“너도 종종 찾아와서 내 말동무나 되어 주거라.”
“명이라면 그리 하겠습니다.”
“명까지야. 내가 나이가 드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이 나이가 되니 제일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
“너도 얼른 황자비를 맞이하여 너만의 가정을 꾸리는 것도 좋겠지. 내게 손주도 안겨 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것보다 루이스가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황제는 더 이상 잡지 않고 조슈아를 보내 주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집무실에서 나오던 조슈아는 자신을 반갑게 반기는 루이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바마마께서 누구를 만나고 계신가 했더니, 형님이었군요.”
“그래.”
“형님께서 황제궁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황제궁에 오는 목적이 달리 또 있던가?”
“그렇긴 하지만 형님께선 도통 황제궁에 오시질 않지 않았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들어가도록 해. 폐하께서 기다리시니.”
조슈아는 대충 대답하고는 루이스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때 루이스가 그의 어깨에 팔을 얹더니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럼 부디 몸 조심히 들어가시지요, 형님.”
묘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조슈아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루이스는 이미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조슈아는 닫힌 문을 잠시 노려보다가 사파이어궁으로 돌아왔다. 그의 침실을 지키고 있던 실버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컹!]“그래.”
실버는 로제테를 보러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나중에. 지금은 보는 눈이 많잖아.”
낑낑거리는 실버를 달래고 있었지만, 사실 조슈아의 마음도 늑대와 별다를 게 없었다. 그 또한 지금 당장 아드리안 공작저로 뛰어가 로제테를 만나고 싶었다.
로제테가 보고 싶었다.
늘 조슈아만 보면 수줍게 웃으며 재잘거리던 그 말간 얼굴이 그리웠다.
로제테만 있다면 이 답답함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조슈아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족의 안온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오필리아는 다정다감한 어머니였지만 조슈아는 늘 그녀 곁에 있을 때면 불안했다.
언제 또 그녀를 떠나보낼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러나 로제테는 달랐다.
그녀를 지켜야 하고, 잃을까 봐 두려운 건 여전했지만 로제테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오랜 기간 신뢰와 애정으로 쌓아 온 관계였다.
-너도 얼른 황자비를 맞이하여 너만의 가정을 꾸리는 것도 좋겠지. 내게 손주도 안겨 주고.
뭔가 눈치챈 듯한 황제의 말을 들었을 때 로제테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로제테와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와 그녀를 반반씩 닮은 아이들도 함께하는 그런 삶.
그가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충분히 꿈꿨을 그런 것들.
한 번 커진 욕심은 작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제해야 해. 더 신경 쓸 게 있으니까.”
조슈아는 실버에게 하는 말인지 제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그의 마음과 달리 하늘은 맑기만 했다.
* * *
“그럼 자거라.”
“네, 아빠.”
침대에 누운 로제테는 방을 나가는 아드리안 공작을 눈으로 좇았다. 그녀가 긴 잠에서 깨어난 뒤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걱정되는 사람처럼 그녀를 각별히 여겼다.
로제테는 안절부절못하는 공작을 볼 때마다 저택에 막 왔던 여덟 살 꼬맹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쁘지는 않아.’
이제 그녀는 성인이고, 얼마나 더 아드리안 공작 그리고 가족과 이 저택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다니엘도, 이자벨도, 루카스도 그리고 로제테 본인도 슬슬 각자의 삶을 찾아갈 때가 되었으니까.
그래, 각자의 삶.
로제테는 복잡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베개 위에서 잠자려고 자리 잡고 있던 삐삐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로제테의 가슴 위로 올라왔다.
[삐?]“아냐, 삐삐. 걱정이 있는 건 아니야.”
[삐이?]“그냥…….”
로제테는 삐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내 미래에 대해 좀 생각했어.”
[삑?]“별건 아니고…….”
어서 말해 보라는 삐삐의 재촉의 로제테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조슈아에게 고백할 때 황후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조슈아는 그런 그녀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현재 서로의 감정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조슈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만약 내가 조슈아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삣?]“서로 각자의 삶을 사는 거잖아. 어쩌면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삐이…….]“그게 정말 옳은 걸까?”
인간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알지 못하는 삐삐는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삐삐가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로제테는 혼잣말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조슈아 말고 다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건 싫어. 조슈아에게도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생기는 싫고. 하지만 여전히 황후가 되는 건 내키지 않아.”
[삐이.]“내가 참 이기적이지? 나 참 못됐어.”
[삣!]삐삐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휙휙 저었다. 로제테가 허락만 한다면 그녀를 심란하게 한 조슈아에게 날아가서 머리털을 뽑아 오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아냐. 조슈아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 다 내 잘못…….”
그때, 창문 바깥에서 마나의 기척이 느껴졌다. 삐삐를 진정시키던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실버?”
그러나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것은 은색 늑대가 아니라 흰색 뱀이었다. 로제테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눈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페리토?”
고개를 끄덕인 백사가 스르륵 기어와 로제테의 앞에 통신구를 내려놓았다. 동시에 통신구에서 미하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네, 로즈.>
“미하엘.”
<아프다고 하더니, 이젠 몸은 좀 괜찮아졌어?>
로제테가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조슈아에게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깜빡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미하엘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하지만 그가 아드리안 공작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아는 이상, 지금 페리토의 방문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어.”
<다행이네.>
미하엘이 자신의 목숨을 두고 그런 터무니 없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이 딱히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설 수 있는 사람이 특이한 거였다.
다만, 자신을 그렇게 아끼지 않으면서 이렇게 걱정하는 척 눈앞에 나타난 것이 뻔뻔스러울 뿐이었다.
로제테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미하엘이 다시 말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단 이것부터 물어보고 싶어서 페리토를 보냈어.>
“뭘?”
로제테가 통신구를 집어 들며 묻자 미하엘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직도 나와 같이 갈 생각 없어?>
동시에 페리토가 고개를 들어 로제테를 빤히 쳐다보았다. 붉은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동공이 가로로 쫙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