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5화. 최후통첩(165/214)
165화. 최후통첩
2024.04.13.
로제테는 섬뜩하게 보이는 페리토의 동공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떴다.
“같이 가자는 건, 전처럼 청혼하는 거야?”
<응.>
“지난번처럼 너와 함께 쉘튼 왕국으로 가자고? 가족들을 모두 떠나서?”
<쉘튼 왕국이 싫다면 다른 곳도 좋아. 이벨린 왕국에서 유학했다고 했지? 거기 좋았어? 네가 좋았다면 난 거기서 지내는 것도 좋은데.>
로제테가 조금 뜸을 들이자 미하엘이 속삭였다.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그러니까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해 줘.>
신중하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로제테의 대답은 같을 테니까.
그러나 그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미하엘, 난 정말 네 마음을 모르겠어.”
<왜?>
“매번 이렇게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진심은 아닌 것 같거든.”
<난 진심이야. 언제나 그렇듯.>
“하지만…….”
로제테는 한숨과 함께 다시 말했다.
“어찌 됐든 내 대답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
대답하는 목소리가 단호했다.
“난 너와 같이 가는 일은 없을 거야. 이번 일로 더 확실해졌어.”
<이번 일?>
“내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거든. 너와 아빠 사이에서 오고 간 이야기도.”
<그건…….>
로제테가 그걸 알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미하엘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살짝 티가 났다.
<그에 대해선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뭘?”
<나도 네가 죽는 걸 바라지는 않았어. 아드리안 공작님에게 그런 조건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내가 나서려고 했어.>
“그런데 나서지 않았지.”
할 말이 사라졌는지 말이 없었다. 로제테가 페리토가 미하엘이라도 되는 것처럼 백사를 노려보았다.
“네 결정 이해해. 남이나 다름없는 날 위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행동했다면, 이제 와서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내가 네 진심을 어떻게 믿겠어?”
<1황자만 아니었어도 내가…….>
“황자님은 모든 위험을 각오하고 날 위해 움직였고, 너는 그러지 않았어. 그게 내가 아는 전부야.”
<그래서 넌…….>
미하엘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페리토도 불안한 듯 혀를 빠르게 날름거렸다.
<1황자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건 대답해 줄 의무는 없는 것 같네.”
단호하게 대답한 로제테가 페리토의 입에 다시 통신구를 물려 주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와 미래를 꿈꾸든 그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미하엘. 너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네 감정을 강요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아.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고.”
<…….>
“마지막으로 묻는 거라고 했지? 나도 마지막으로 대답하는 거야. 오늘을 끝으로 네 감정을 나에게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페리토를 보내서 연락하는 것도 자제해 줬으면 좋겠고.”
로제테의 감정을 느꼈는지, 페리토가 올 때마다 도망치기 바빴던 삐삐가 백사를 향해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삣!]로제테 말 못 들었어? 얼른 가 버려!
페리토는 삐삐를 올려다보다가 스르륵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페리토가 창문으로 기어 올라갔을 때, 미하엘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넌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 안 해.”
<나중에 후회하며 눈물로 빌어도 봐주지 않을 거야.>
“그럴 일 없어.”
통신구 너머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낭랑하면서도 어딘가 섬뜩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그럼 잘 자. 좋은 꿈 꾸기를 바랄게.>
그 말을 끝으로 페리토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로제테는 얼른 창문을 걸어 잠갔다.
[삣…….]“오늘은 실버가 안 올 모양이야. 그렇지?”
[삐…….]로제테는 두 손으로 삐삐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 미하엘이 좀 이상하기는 했어.’
평소 입버릇처럼 결혼하자고 할 때와는 자못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거라니. 곧 쉘튼 왕국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걸까?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미하엘이 후회니 눈물이니 하는 말을 남긴 탓일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로제테는 ‘다 잘 될 거야. 좋은 일만 생각하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겨우 잠이 들었다.
* * *
로제테의 우려와 달리, 페리토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이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듣자 하니 미하엘은 쉘튼 왕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직 황궁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로제테에게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건 아니었다.
로제테는 별다른 것을 하지 않는 미하엘이 왜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로제테의 걱정을 들은 조슈아는 그녀를 달랬다.
<그자를 왜 신경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로제테는 조슈아에겐 페리토가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정확히 두 사람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조슈아는 그저 로제테가 자신의 일 때문에 마탑에 의뢰했던 것과 마탑주인 미하엘이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을 걱정하고 있는 걸로 알았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릴리스 공작가나 2황자 측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나요?”
조슈아가 조금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루이스의 행동이 조금 수상쩍기는 해.>
“수상쩍어요?”
<응. 요즘 들어 릴리스 공작과 자주 만나는 것 같더군.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행동은 없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어.>
“그 외에 다른 건 괜찮나요?”
<…….>
“조슈아?”
로제테가 재촉에도 대답이 없었다. 로제테는 초조해져서 괜히 실버의 얼굴을 잡고 마구잡이로 문질렀다. ‘네 주인은 왜 또 날 답답하게 하니?’라는 마음을 담은 몸짓이었다.
이윽고 조슈아가 다시 목소리를 냈다.
<일이 좀 생기긴 했어.>
“무슨 일이요?”
<아직은 말할 만한 것은 아니야. 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의 말대로 로제테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불과 몇 시간 뒤인 다음 날 새벽, 황제가 갑작스럽게 귀족 회의를 소집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
제일 먼저 공작을 배웅하러 나온 다니엘이 초조하게 물었다. 오늘 회의는 주요 가문의 가주만 참석할 수 있어서 다니엘은 저택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글쎄, 가 봐야 알겠지. 동생들을 잘 돌보고 있으렴.”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버지.”
로제테는 아드리안 삼 남매와 함께 공작을 배웅한 뒤 다시 잠도 자지 못하고 싱숭생숭하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지날 때까지 공작이 돌아오지 않자 점점 초조해졌다.
“별일 없을 거야.”
아드리안 공작이 없는 저녁 식사 시간, 다니엘이 동생들을 달랬다. 마찬가지로 걱정된다며 아드리안 공작가를 찾아온 이네스 리베라도 식사를 함께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 보자.”
조금은 우울하고 조용했던 식사 시간이 끝나고 다섯 사람은 응접실에 모여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잠자리에 들 때쯤에야 공작이 어두운 얼굴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무슨 일인가요?”
조심스럽게 묻는 다니엘에게 공작은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북부의 마물들이 더욱더 날뛰고 있다고 하더구나.”
“마물이요?”
“그래.”
계속 불안해하던 이네스 리베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저희 리베라에게도 책임이 있네요. 물론, 저에게도요.”
“이네스, 그게 어떻게 당신 잘못입니까?”
“제가 그런 일에만 휘말리지 않았어도…….”
몇 달 전, 제국 북부를 습격한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 조슈아와 다니엘은 북부로 향했다.
그러나 오필리아가 생일 파티 도중 독에 당해 쓰러지고, 그 배후로 이네스가 지목됨으로써 두 사람은 급하게 수도로 돌아왔다.
다행히 일이 잘 해결된 뒤에도 두 사람은 걱정되는 마음에 북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슈아가 지시를 잘 내리고 온 덕분에 마물 토벌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자 이네스는 본인이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이네스 언니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는데.’
로제테는 얼른 다니엘을 도와 이네스를 달랬다.
“맞아요, 언니. 그건 언니와는 아무런 상관없어요. 잘못한 건 죽은 엘리샤 댈러스인 걸요.”
“영애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막지 못한 아드리안에게도 잘못이 있는 걸요.”
“아드리안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그러니까 영애에게도 잘못이 없다는 소리예요.”
이자벨이 무심하게 건넨 위로에 이네스가 쓰게 웃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런 그녀를 보며 미안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다니엘의 결혼식은 당분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구나.”
“아…….”
원래 다니엘과 이네스는 올해 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었다.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 간 로제테가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그러나 봄에 이네스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결혼식은 미뤄졌다.
상황이 조금 진정된 뒤 가을쯤에 날짜를 다시 잡자고 했는데 그것도 요원한 모양이었다.
이네스는 아쉬운 기색 없이 답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결혼식보다는 영지의 안정이 더 중요하니까요.”
“미안하구나.”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공작님. 저는 진짜로 괜찮으니까요.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로제테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
어떻게 알았지?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 그녀는 ‘내가 아니었다면 오빠랑 언니는 진작 결혼했을 텐데’라고 생각한 참이었다.
“알겠지?”
“네.”
“그래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단다. 일단 걱정 말고 다들 자거라.”